I. 교환 파견 동기
외국어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국가의 문화와 언어를 접하고 배우는 것은, 사고를 넓히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이라는 안정된 신분으로 교류대학에 가서 대학생활을 해본다는 것, 그리고 독립된 한 인격체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학 입학 후, 봉사활동 혹은 언어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학교로 파견된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입시에 매달리던 저의 시야가 좁아진 것처럼 느껴졌고, 다양한 기회와 성장의 길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었습니다.
더군다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까지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거주해본 경험이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기에, 교환 프로그램에 되도록 빨리 참가해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보호를 받는 아이로서 성장을 했다면, 이번 기회에는 성인으로서 더 깊은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혜안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우선, 저의 전공 언어인 독일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일어권 나라로 파견 나가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독일어를 실제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언어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독일에 위치한 대학에 지원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오스트리아를 고른 이유는, 오스트리아는 문학과 예술의 도시이며,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치안도 안전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어렸을 때 거주했던 슬로바키아와 국경을 맞댄 아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1순위이자 유일한 후보지였습니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비엔나에서 열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당시에도 빈을 자주 방문했었고,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비엔나 시내의 거리풍경이나 지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비엔나 대학은 긴 역사를 자랑하며, 또 각 학계에서 명망 있는 졸업생들도 배출한 대학입니다.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슈뢰딩거, 하이에크, 아도르노, 프로이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이 강의한 대학이라는 것을 듣고, 저 또한 이런 분들이 공부하고 강의한 대학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역사만큼 비엔나 대학 본관의 건물, 그리고 도서관의 모습은 제 마음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빈 대학교는 도시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인문사회계 과목들은 본관에서 진행되지만, 경영대, 사회대, 법대, 미대, 음대, 의대 등은 건물이 다른 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전 서울대가 서울시내에 흩어져 있던 것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빈 자체는 도시가 크지 않고, 교통도 편리해 이 점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하철, 버스, 트램 모두 잘 되어있었고, 역 간의 거리나 배차 간격도 짧았기 때문에 생활하기 편리했습니다. 저는 독어독문학과, 경영학과, 외교학과 세 개 학과의 수업을 들었고, 독어독문학과는 본관, 외교학과는 본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위치의 Neue-Institut-Gebäude, 경영학과는 걸어서 15분 떨어진 Oskar-Morgernstern-Platz에서 강의가 열렸습니다.
비엔나는 서울보다 훨씬 국제적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거리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대학에서도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독일, 스위스,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다국적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서울대처럼 공식적인 동아리 모임은 없습니다. 많은 대학들의 연합 형태인 에라스무스 학생 네트워크 정도가 공식적인 모임입니다. 에라스무스 학생회에 가입하면, 여러 국적의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고, 여러 프로그램을 참여하다보면, 비엔나 도시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내를 다니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으며, 한 두 구역 빼고는 전체적으로 안전한 편인 것 같습니다. 이 구역들도 우범 지역이라기 보다는 분위기가 다른 구역에 비해 별로 안전한 느낌을 주지 않는 정도입니다. 비엔나는 링 슈트라세 (Ring Strasse) 안 쪽에 있는 중심가는 1구역, 프라터 놀이공원 쪽은 2구역, 이런 식으로 구역(Bezirk)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링 슈트라세 지역 안에 유명한 관광지가 즐비하며, 공원이나 산책로도 잘 되어있어 걸어 다니기에 매우 좋은 도시입니다. 4계절이 있는 만큼, 풍경의 변화가 확실하며,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무표정하고 친절하지 않다는 평이 있지만, 제가 만나본 대부분 사람들은 호의적이고 예의 바른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타국가에서 온 몇몇 사람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분위기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오스트리아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직접 신청하고 발급받는 것인데, 대사관 운영 시간도 짧고 일찍부터 예약을 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대부분 vfs라는 사설 업체에서 비자 발급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대사관에 예약을 잡아보려 했으나, 5월 기준이면 8월말에야 간단한 인터뷰와 서류제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출국일 전까지 발급받기 어려워 vfs에서 진행했습니다. vfs 사이트에서 비자 신청 약속을 잡고, 해당 날짜까지 관련 서류를 모두 준비하여 이태원에 위치한 사무실에 방문 제출하면 됩니다. 발급까지는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업체 역시 결국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기때문에, 성수기 무렵에는 비자 발급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후 연락이 오면 직접 찾아가서 수령해오면 됩니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지만 서류 준비할 것이 많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선정이 되었다면, (대사관을 통하고자 한다면, 파견대학에서 최종 이메일이 오기 전에) 비자 신청을 제일 먼저 해두시고,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자신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준비서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빈 대학은 따로 기숙사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설 기숙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stuwo, oead, oejab, diakonie 등 업체들이 있으며 가격대는 위치와 룸 옵션에 따라 다릅니다. 저 업체 홈페이지에 가보면, 위치와 가격 등 자세한 정보들이 나와있습니다.
저는 입주 4개월 전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는데도, 이미 위치 좋고 옵션이 좋은 기숙사들은 대부분 만실이었습니다. 빈대학에는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타국가에서 와서 처음부터 입학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기숙사도 최대한 빨리 알아보기 시작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2구역 프라터 공원과 WU 빈경영경제대학 사이에 위치한 Milestone Vienna Prater에 방을 구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보다 가격대는 비싸지만 바로 앞에 U2 (2호선) Messe-Prater 역이 위치하고 있으며, 개인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싱글룸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의 경우, 기숙사 메이트를 잘 만나면 활기차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같고, 혹 맞지 않는 동료를 만나면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방 형태는 개인의 특성에 맞게 구하면 될 것 같습니다.제 기숙사는 학교로의 접근성이 좋아서, Schottentor역에 위치한 본관과 Neue-Institut-Gebäude, 그리고 Schottenring역 근처의 경영대학 모두 U2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통학하기도 편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15~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조금 걸어가면 빌라와 같은 마트가 있어, 필요한 물건을 사기에도 용이했고, 근처에 프라터 공원과 식당들이 있어 사람들을 만나기에 편리했습니다. WU라는 비엔나 경영대학이 있어서 그 곳에서 운영하는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파견 대학 지불 비용 중 Tuition Fee는 서울대학교 등록금만 납부하시면 추가적인 비용이 없습니다. Student Fee(학생회비)는 학기 초에 24.70유로 한 번만 내시면 됩니다.
제 기숙사비는 싱글룸이었고, 유로화로 계산하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편이었습니다. 일단 기숙사 예약이 확정되면, 약 한달 기숙사비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야하고, 나중에 퇴실할 때 돌려받는 시스템입니다. 월세를 내는 것처럼 다달이 기숙사비를 지불하고, 저는 모인 앱을 통해 기숙사비를 이체했습니다. 퇴실 시 체크를 매우 엄격하게 하는 편이며, 소정의 청소비를 내야 합니다. 전액 환불이라고 싸인을 받았으나, 보증금 환불에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IBAN코드를 한국 은행에서 사용하지 않아서, 결국 앱으로 IBAN코드가 있는 계좌를 만들었고, 환불받는데 더 오래 걸렸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선착순이 아니며 각 학생마다 1000 포인트 정도를 할당 받는데, 세미나 형식의 강좌인 경우 할당된 포인트 안에서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즉 자신이 꼭 듣고 싶거나, 인기가 많은 과목에 포인트를 많이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서울대 수강신청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네이비즘 같은 시계는 필요 없습니다. 대신 포인트 배분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과목은 없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각 학과마다 수강신청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만약 두개 이상의 학과에서 강의 수강을 희망한다면 일정을 잘 확인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처럼 요일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과목은 1달안에 매일 강의가 진행되고 끝나는 것도 있고, 어떤 강의는 요일, 시간이 제각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적절히 피해서 시간표를 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한 과목 수업시간이 서울대 기준 학점인정 시간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 수강신청 과목선정에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과목은 여러 분류가 있지만 크게 VO (Vorlesung - Lecture 형식) 와 SE (Seminar) 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VO는 출석 점수가 반영되지 않으며, 시험 (중간-기말, 혹은 기말)으로만 평가됩니다.
SE는 출석, 태도, 토론, 과제와 조별활동, 시험 등 다양한 요소가 평가 항목입니다. 영어와 독일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있으며 대부분 독일어로 진행됩니다. (독어독문학과에는 영어 강의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수강신청을 하면 짜여진 시간표대로 한 학기를 보내지만, 빈 대학에서는 각 과목마다 시간표가 꽤 유동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Strategy는 2주 동안 주 5일 4시간 15분씩 수업한 후 일주일 뒤 바로 기말 시험을 보고 종강하였고, 어떤 수업은 한 달만에, 또 다른 수업은 한 학기에 걸쳐 끝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독어독문학과에서 하나, 외교학과에서 하나, 경영학과에서 5개, 총 7개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그 중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Organizations, Marketing 2와 Management 2, Principles of International Business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전공과목 인정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강과목 선정 시 학과사무실에 미리 문의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이전에 인정이 되었다고 하여도, 인정 기준이 바뀔 수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대부분 시험이 서술형 혹은 논술형이기 때문에 단순 암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 즉 배운 내용간의 연결과 자신의 사고를 풀어내는 것을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비해 수업시간이나 공부량은 적었지만, 교재를 달달 암기하기 보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배웠던 예시나 다른 내용을 연결해보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토론하는 것은 수업 중 빈번하게 일어나며, 팀 과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영학 관련 수업 중, 복잡한 계산이 나오는 과목의 경우 시험 시간에 계산기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빈 대학교에서는 Sprachzentrum(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빈 대학 학생이라면 (교환학생 포함)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기 시작 전에 초집중코스 Intensivkurs를 약 3주 정도 진행하는데 이 강의를 수강하면 추가적으로 할인이 들어가서 2번 할인을 받게 됩니다.
저는 학기 시작 전 9월에 C1 Intensivkurs를 수강하였습니다. 고급반이라 내용은 어려웠지만, 두 번 할인을 받아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좋은 수업 퀄리티와 수업 분위기로 동기부여도 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어학원도 교환학생 자치단체인 ESN과 협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기 때문에 개강 전에 미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정규 학기에도 Semesterkurs, Trimesterkurs, Spezialkurs 등 여러 종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저는 수업 시간 때문에 온라인으로 Spezialkurs 두개를 더 들었습니다.
독일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했고, 아무래도 여러 문서(거주 신고서, 기숙사 계약서, 핸드폰이심 개통 계약서 등)나 설명 글을 읽고 이해해야 하기에, 독일어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영어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영어 같은 경우, 사귄 친구들이 대부분 현지인, 타국가에서 온 학생들 혹은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다국적)이었기 때문에 파견 기간동안 제일 많이 쓴 언어인것 같습니다. 교환을 나가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제일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영어는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어습득은 어쩔 수 없이 많이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비엔나의 편리한 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두 가지 교통권이 필수입니다.
우선 wienerlinien은 비엔나 내 지하철, 트램, 버스, s-bahn을 관리하는 회사인데, wienerlinien앱을 깔은 다음 학기권 구매를 추천드립니다. 학기권은 5개월 정도 (저는 겨울학기로 9월부터 1월말까지 이용 가능했습니다)이고, 비엔나 도시 core-zone 안이라면 그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으며 75유로입니다. 학기권을 구매하기 전 학생증 활성화를 해야하는데, 빈 대학 국제협력본부 OT에서 활성화를 하기 떄문에 OT는 도착 후 빠른 시일 내 참석하는 것으로 신청하세요.
두번째 교통권은 OEBB Vorteilscard Jugend 입니다. 만 26세 이하라면 Vorteilscard (베네핏 카드) 중 Jugend (청소년)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19유로만 내면 1년동안 이용할 수 있는 할인권 입니다. 티켓이 아니라 할인권이기 때문에 기차 티켓은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목적지가 오스트리아 내 혹은 브라티슬라바와 같이 근교일 경우 50% 할인을 받게 됩니다. OEBB는 오스트리아 내 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국가를 이어주는 한국의 KTX나 SRT와 같은 고속열차 회사입니다. 이 역시 OEBB 앱을 깔아서 구매하면 되고, 자동으로 구매일자로부터 1년동안 유효합니다.
교통권 외 유용했던 것은 미술관 연간회원권입니다. 비엔나는 문화 예술의 도시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각 미술관이나 박물관 마다 연간회원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것은 Bundesmuseencard입니다. 99유로를 내면 1년동안 30개가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는데, 유명한 곳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물관 한 곳을 보는 데에도 몇일 소요되기 때문에 이 연간회원권으로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운동 같은 경우, 저는 WU대학의 USI에서 했습니다. USI는 비엔나 내 여러 대학이 연합하여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운동 강좌를 제공해주는 포털 사이트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운동도 많고, 운동 할 수 있는 장소도 다양하기 때문에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USI 스포트센터가 있다면 추천합니다.
공원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운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기준 날씨는 해가 날 경우 매우 더운 편이지만, 비가 오거나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은 매우 쌀쌀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사실 살아보니 비상약 빼고는 정말 필요한 물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출발할 때는 여러가지를 챙겨갔지만, 쓰지 않고 주고 온 물건이 매우 많습니다. 이케아가 비엔나 시내에 있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공산품은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옷걸이를 사지 못해 모든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이케아에서 구입하였고, 식기와 침구 등 모두 여기에서 구입하였습니다. 짐이 여유가 되거나 쓰고 있던 것을 버리고 올 예정이라면 가져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다행이 병원을 가지 않았지만, 병원 접근성이 한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기에, 비상약품은 꼭 가져 가시길 추천합니다. 그러나 비타민 등 영양제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 구입하시는게 더 좋습니다.
저는 한식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한식 반찬이나 햇반 조금정도로 충분했습니다. 비엔나에서도 현지 마트(빌라, 슈파, 디엠 등)만 이용했습니다. 비엔나는 공산품은 비싼 편이지만, 식자재는 싱싱하고 비싸지 않습니다. 한식이 취향이라 작은 밥솥은 가져오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대부분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탄다면 전기장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핫팩을 챙겨갔었는데, 나중에 귀국할 무렵에는 비엔나에서도 핫팩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나 새로 알게된 사람들에게 줄 작은 선물을 챙겨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간혹 기숙사로 초대하거나,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 선물이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저렴하지만, 외식은 여전히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카페의 도시 비엔나에서 대부분 커피는 매우 맛있지만 우리나라 메가커피와 같은 가격대는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식료품은 저렴하고 신선하면서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유로라는 화폐단위가, 환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작은 물건을 살때는 괜찮지만, 기숙사비를 낸다거나, 여행을 가기위해 숙소나 기차표 등을 예매할 때는 이 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저는 트레블월렛 카드를 만들어, 환율이 떨어질 때 환전 및 충전하여 사용하였습니다. 근처 국가 중 유로를 쓰지 않는 국가(체코, 헝가리)를 방문할 경우, 현금을 환전하지 않아도 되어 매우 편리하게 사용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대부분의 대학 건물은 한개 이상의 학생식당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퀄리티도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특히 경영대 학생식당은 전 메뉴가 비건인데, 카푸치노 한잔도 안되는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음식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스트리아 음식이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일본 돈까스와 비슷하지만 고기와 튀김이 훨씬 얇은 슈니첼부터, 호박씨 오일을 곁들여먹는 감자 샐러드, 다양한 종류의 건강 빵과 디저트가 벌써 그립습니다. 병원 같은 경우, 다행히 한번도 찾아갈 일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학교 OT에서 자세히 알려줍니다.
저는 현지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MOIN이라는 앱을 통해서 기숙사비를 송금했습니다. 유학생 인증을 하면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합니다. 카드 같은 경우 외화 환전을 쉽게 할 수 있는 트레블월렛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현금은 꼭 가져가야 하는데, 비엔나는 아직까지도 현금만 받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기 때문에, 저는 출국 전 유로화로 미리 현금을 준비해갔습니다.
통신사는 현지 마트 브랜드이기도 한 hofer에서 e-sim을 구입하였고, 가장 저렴한 월 9,99유로 상품을 사용했는데도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한국에 비해 핸드폰 통신료는 저렴한 것 같습니다. 근처 국가로 여행을 갈 경우에도, 로밍도 특별한 추가요금 없이 사용합니다. hofer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현재 쓴 용량과 남은 용량을 볼 수 있고 추가 결제도 할 수 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학교 생활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타지에서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외국인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 등등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우선 개강 전~초에 교환학생들끼리 모일 수 있는 자리를 학교 측에서도 많이 만들어주고, ESN에서는 거의 매일 새로운 액티비티를 진행합니다.
본인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정말 재미있게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저희 경영학과에서 진행한 OT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많이 사귀었고, 또 학교 생활을 하면서 팀플이나 수업시간에 만나는 현지인들과도 친해져서 주말에는 친구들과 근교 여행도 다니고 시내도 돌아다니는 등 기억에 남을 경험을 했습니다.
방학기간 동안 일주일에서 이주일간 친구들과 독일, 체코 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친구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것 같고, 이번 여름에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거나,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등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동아리는 서울대학교 만큼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고 4~5개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따로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여행도 중요하지만 현지인들처럼 생활해 보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행-일상생활-배움, 이 세개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습니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어학원 개강날 전까지 주로 당일치기 근교 여행을 다니고 (브라티슬라바, 잘츠부르크, 멜크, 바카우 지역 등), 어학원 개강하고 난 후부터는 주말에만 여행을 다니다가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학교 개강 후부터는 한동안 여행을 다니지 않고 시내를 샅샅이 훑겠다는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비엔나에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관광명소는 거의 다 방문해보았고, 슈테판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거의 3주나 되고, 11월 중순 이후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해가 빨리 지고, 비교적 흐리고 우울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비엔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도시 전역에, 구석구석에 열이고,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시청 앞에는 큰 규모의 빙상장이 열리는데, 조명과 트리 장식과 함께 매우 아름답습니다. 대신 12월 25일부터 1월 2-3일까지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고요합니다. 물론 관광객이 있어 스산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리 물건을 사두지 않으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위에도 언급했듯이 비엔나는 비교적 안전한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밝을 때 돌아다니길 바랍니다. 일단 퇴근 시간이 대부분 6시이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거리에 별로 없는데다가 가로등도 한국에 비해 어두운 편입니다. 특히 9시 이후에는 험상궂은 사람들, 술이나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보일때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마초와 같은 향신성 마약을 합법적으로 판매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약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고, 이 점에 주의하며 지냈습니다.
간혹 지하철 안이나 공공시설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유럽 전역이 이러한 문제(난민 혹은 코로나 여파로 인한 아시아 혐오 등)가 있기 때문에 이점 역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10구역(Favoriten)은 분위기가 다른 구역만큼 좋지 않고, 교외 열차가 다니는 큰 역 주변 또한 기숙사 구할때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스트리아는 거주등록과 거주해제를 해야합니다. 거주등록은 기숙사 입주 3일내에 해야하는데, 직접 자신이 거주하는 구청에 방문해야 합니다. 약속 없이 가면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미리 약속을 잡는걸 추천합니다. 기숙사에 처음 입주하면 기숙사 측에서 나눠주는 거주등록 신청서 (Meldezettel)과 여권을 들고 가면 되는데 인터넷에 검색하면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거주해제 역시 체크아웃 전 3일내 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메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때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기대반 걱정반으로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돌아보니 정말 꿈만 같은 한학기 였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해보며 많이 경험해보고 성장한 것 같습니다. 또 나와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자라 온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느낌이었기에, 비자 문제만 아니라면 비엔나에서 한 학기 더 생활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초반에 가족들이 그리운 것 외에는 힘들다고 느낀 것이 없었고, 대학생이라면 한번 쯤은 꼭 교환 프로그램을 다녀오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