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은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에서 생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와 연계되어서 파견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할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며 정해진 기간 동안 체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해외에서 거주해 본 적이 없기에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으로 파견을 가보고 싶었고, 한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기회를 얻고 싶었으며, 책에서만 보던 영국 내 문화유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매우 좋아하기에,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SOAS 대학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장점이었습니다. 런던에서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심에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이 학교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고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내셔널 갤러리와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들이 가득한 소호 거리도 도보 20분이면 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리포터의 9와 3/4 기차역으로 유명한 킹스크로스 역이 기숙사에서 도보 10분 거리였기 때문에 영국 어떤 지역으로도 여행가는 것이 편리했고, 유로스타를 통해 해외 여행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는 1~3지망을 모두 영국 안에 있는 학교로 정하였으며, 이는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우선시한 것이었습니다. 2지망 역시 런던 중심에 위치한 Westminster 대학교를 선정하였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였기에 행정 처리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영국에 놀러 온 친구가 갑작스럽게 아파서 응급실을 갔었는데, 이 때 증상을 설명하거나 진단을 받으면서 영어권 국가의 장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런던대학병원(UCLH) 응급실은 별도의 증명서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화상 통화를 통한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수액을 놔주거나 입원을 쉽게 시켜주지는 않으나 진료를 받고 간단한 약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어에 관한 스트레스가 좀 적어 교환 생활의 다른 측면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SOAS 대학교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런던 중심에 위치하여 학교 일정 전후로 다른 활동을 하기에 굉장히 유용하였습니다. 또한 Dinwiddy(기숙사)에 거주할 경우 도보 25분으로 학교에 갈 수 있었기에 등하교하는 것이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는데, 그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매번 걸어 다녔습니다.
런던 교환학생의 경우 수업을 4개까지 밖에 들을 수 없는데, 한 수업 당 일주일에 2시간밖에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목요일, 금요일에 모든 수업을 몰아서 일주일에 2일만 학교에 가면 되었기에 학교 생활 외에도 다른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주로 여행을 다니거나 런던 내에서 문화생활을 하였는데, 이 시간에 동아리나 친목 모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현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추후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동아리나 친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추천합니다.
런던의 경우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좋지 않으며, 흐린 날이 많아 해가 드는 날이면 무조건 외출을 할 정도로 맑은 날이 드물었습니다. 저는 2학기를 마치고 다른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1월의 유럽은 흐린 날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거나 비수기이기에 싼 가격으로 여행을 한 점은 좋습니다. 하지만 여행에서의 날씨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파견 전 여름에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영국은 비가 많이 오는 나라로 유명하기에 날씨에 기분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생활할 때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후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자 매력적인 도시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었고, 공원이 많아서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도서관이 많아서 다양한 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생활에 관해 전반적으로 만족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 교환학생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6개월 미만으로 머무를 경우 비자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서는 따로 준비할 것이 없습니다. 입국 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숙사 계약서와 서울대학교 등록증, SOAS 등록증, 통장 금액 증명서 등을 준비하였는데, E-gate로 통과하기에 별도로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입국 시 E-gate를 통해 여권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일반 입국 심사대를 이용해 입국 도장을 받으려는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국 이유에 관해 질문을 별도로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입국 시 ETA(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 제도가 되었다고 하니, 출국 전 관련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 18,00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영국은 EU 국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다른 국가로 여행을 할 때 입국 심사를 해야 하기에,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탈 때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가야합니다. 특히 유로스타를 타고 프랑스나 벨기에를 갈 때 기차이기에 탑승 시간 바로 전에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해외를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입국 심사와 짐 검사를 모두 진행합니다. 사람이 많은 경우도 있으니 최소 1시간 이상의 여유를 두고 역에 도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SOAS의 경우 Dinwiddy house(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학교 측에서 소개해주는 기숙사 업체이기 때문에 신청 절차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숙사 신청에 관해 보내주는 메일을 잘 읽고 양식 하나만 제출하면 되기에, 메일 확인만 주기적으로 하시면 됩니다. 만약 1term, 즉 6개월을 머무르는 경우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의 유형은 한정되어 있으며 혼성 방과 아닌 방 중에서만 결정하면 됩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방 안에 있는 구조이며, 주방을 6-7명의 플랫메이트와 공유하게 됩니다. 방은 커다란 책상, 옷장, 서랍장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상보다는 컸고 친구가 놀러 왔을 때 한 명을 재워줄 수 있는 크기입니다! 기숙사의 대부분에 장소는 키를 찍거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고, 24시간 내내 입구에 직원 분이 계셨기 때문에 전반적인 보안에 대해서는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샤워를 할 때 10초 마다 버튼을 눌러줘야 하며 물이 가끔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첫 날 밤에 물이 2시간 동안 멈추지 않아서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세 번째 멈춘 이후로는 샤워 버튼을 두드려 스스로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샤워커튼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 한 번 샤워를 하면 화장실이 물난리가 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으나, 방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에서 그럭저럭 만족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또한 한국과 달리 방 바닥이 카페트로 되어있어 사라지지 않는 먼지가 많고 가끔씩 주방에서 쥐가 발견되어 시설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위치가 매우 좋아 전반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숙소와 관련해서는 쉐어하우스나 아파트 대여 등 개인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위치나 보안, 계약 조건을 꼼꼼히 봐야 하고 계약 전 런던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기숙사 신청의 편리함과 위치로 인해서 Dinwiddy 기숙사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등록금의 경우 파견 대학에 별도로 지불할 필요없이 서울대에만 지불하면 됩니다. 이 지점이 교환학생이 가지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숙사 비용의 경우 파견 전 보증금이 한번, 최종 비용이 한번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 때 큰 금액이 한번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은행 계좌 이체 한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체 제한을 푸는 것을 깜빡하여 처음에 최종 비용이 빠져나가지 않아 당황하여 이 문제에 대해 문의를 하였는데, 내지 못한 경우 3번까지 기회를 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다음 날짜를 지정해주어 그 날짜까지 이체 한도를 풀어 놓았습니다. 기숙사 계약은 16주를 하였고 총 비용은 환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800만원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그 당시 트레블 카드를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국 일반 체크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트레블 카드로 결제를 한다면 환전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 기숙사: 파견 전에 여행을 하여 일정이 안 맞거나 미리 기숙사에 입사하여 준비하고 싶은 경우, Dinwiddy측으로 문의를 넣어보면 빈 방이 있다면 추가 비용을 내고 입사할 수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입사일에 들어가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되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경우 메일로 문의해보시길 바랍니다.
- 카드: 하나은행의 ‘트레블월렛’을 만들거나 영국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주로 사용하던 은행의 신한 Sol Travel 카드 하나로만 생활하였는데, 일상 생활을 하는 것과 여행 중 대면으로 결제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모든 국가에서 다 문제없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다니던 중에 기차표 환불을 받거나 온라인으로 티켓이나 호텔을 예매하는 경우에는 오류가 발생한 적이 많았습니다. 레미제라블 뮤지컬 표를 예매하는 과정에서 5번이나 신한 카드가 결제가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물며 다른 카드로 결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독일 기차가 악명 높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결제할 때 돈은 3번 가져가고 티켓은 1개였던 황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독일 철도에 메일을 넣으면 일주일안에 돈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처음부터 결제 오류가 없도록 외화가 더 강한 은행의 카드를 쓰거나 영국 계좌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국제 학생증: 학생 할인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국제학생증을 발급하는 경우가 많은데(저도 발급받고 갔습니다!), SOAS에서 학생증을 주기도 하고 몇몇 국가에서는 유럽 교환학생이 아니면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에서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모두 영국 교환학생의 경우 EU 국가 교환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도 대부분의 미술관들의 할인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제휴하는 무료 발급 행사 때 발급받는 것을 우선시하고 만약 그 기간을 놓쳤다면 꼭 받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SOAS 수강 신청의 경우 서울대학교와 달리 선착순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마이크로소프트 폼에 듣고 싶은 강의를 순서대로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대부분 듣고자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개강 후 약 2주까지 수강을 정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한국 수업과 달리 Lecture, Tutorial, Seminar로 수업 시간이 구분되는데 Lecture의 경우 교수의 수업으로 진행되며 대부분 별도의 출석 체크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또한 강의식 수업으로 대형 교실에서 다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Tutorial은 소규모로 이루어지며 사전에 제공한 리딩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출석이 참여도에 반영되며,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학문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Seminar는 Lecture와 Tutorial이 붙어있는 수업 형태로 한 번에 2시간이 진행되며 토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강의와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시간표를 짤 때 자신이 듣고자 하는 수업이 어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겹치는 시간대는 없는지를 잘 보고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수강 신청 전에 학교에서 보내주는 시간표 사이트를 참고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견 전 수업 시간대가 궁금하다면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작년 수강 과목들을 참고하면 똑같지는 않지만, 참고 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수강신청 사이트와는 달리 그 사이트에서 신청을 하는 것은 아니고 시간표 짜는 과정 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수강 신청이나 수업 정정과 같은 행정적인 절차가 이메일을 통해서 진행되고 답장이 조금 느려서 걱정될 수 있는데, 개강 후에도 충분한 시간 시간이 주어지니 이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크게 4개의 수업을 들었는데, 윤리교육과에 딱 맞는 수업이 없어서 철학 쪽 강의와 평소에 흥미가 있었던 분야를 중심으로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수업 시간이 1term의 경우 20시간밖에 되지 않아 1과목에 1학점밖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으며, 중간에 1주 정도 리딩 위크(리딩 자료들을 읽는 시간을 주기 위해 휴강을 하는 기간)가 있습니다. SOAS의 경우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학문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이기에 내가 원하는 수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를 참고하여 학업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Screen Cities>: 4개의 과목 중에서 로드가 가장 적었으며, 별도의 리딩을 읽기보다는 영화만 보고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서 가장 편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매주 영화를 한편씩 시청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도시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세미나식 수업이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아프리카, 인도, 베트남 등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깨지는 즐거운 순간들이 많았으며, 그 감상을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나눌 수 있었던 신선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과제의 경우 영화를 감상하고 느낀 점을 담은 다이어리와 하나의 영화를 정해서 분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전공 인정은 되지 않더라도 일반 교양의 차원에서 들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Mind, Culture and Psychiatry>: 정신질환과 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리딩 자료들 중 흥미로운 것이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질환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적 배경과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정신질환과 비교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러한 시각은 이후 전공 공부를 할 때에도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강의는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교양 수준의 수업이었으나, 과제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으며 최종 과제의 경우 인용이나 조건에 관해서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만약 심리학이나 정신질환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울증과 같은 질환을 서양에서 어떻게 다루는 지를 알고 싶은 학생이라면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Confucian World>: 전공 인정을 받기 위해 들은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게 유교 사회에 대해 다루어서 놀라웠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 순의 비중으로 내용을 다루는데, 한국의 삼국시대와 신라의 철학에 대해서 수업을 하는 챕터도 있어서 재밌게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서양 분이셨지만, 동양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셨고 수업을 통해 한국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 사상과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과제의 경우 한 번은 해석 과제를, 한 번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최종 성적도 좋게 나왔기에, 관련 주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Issues in Gender and Development>: 들었던 수업들 중에서 가장 수준이 높고 토의를 통해서
수업이 진행되기에 생각할 점이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젠더와 발전학에 대해 굉장히 설명을 잘해주시고 적절한 리딩 자료를 통해 토의 주제를 정해 주십니다. 그러나, 시험이 까다롭고 과제의 분량이 많아서 부담스러운 점은 있었습니다. 특히 최종 레포트는 하나의 주제에 관해서 3000단어의 분량으로 자기의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데,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도 높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파트너와 매 시간 토론을 해야 하기에 영국 생활 중 가장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싶거나 여성,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의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3. 학습 방법
솔직히 말하면 수업을 열심히 듣거나 과제를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제를 하기 위한 수준 정도로 학습을 준비하였는데, 이것도 여행을 우선시했던 저에게는 꽤 부담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미리미리 각 과목에서 제공되는 리딩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수강한 4과목 중 3과목이 시험이 없이 과제로만 이루어진 수업이었는데, 이 때 영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평소 사용하는 수준의 어휘나 문장 구조가 아닌 전문적인 수준으로 긴 글을 작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작문 연습을 하거나 리딩 과제를 충실하게 읽어서 이를 참고하여 글을 작성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요 문장 구조나 표현 방법을 분석하고 이를 내 문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교환 생활 중에 짧은 에세이라도 매주 하나씩 꾸준히 작성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과제 작성 시 훨씬 수월하게 글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어 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거나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인 친구들끼리만 주로 소통하여 영어 실력의 유의미한 향상을 체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영어 표현이나 학교 수업 중 토론 활동을 통해 최소한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말을 적극적으로 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었지만, 작은 대화 하나하나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기 말이 되었을 때 영어 실력이 향상하지는 않았으나 말을 거는 뻔뻔함은 확실히 늘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나 모임에 자주 참여하려는 시도를 하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늘어나므로,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한국에서 회화 연습을 조금이라도 하고 온다면 영국에서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SOAS의 경우 런던에 위치한 대학이기에, 런던 대학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 도서관은 물론, 인근에 위치한 대영도서관이나 UCL 도서관 같은 시설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장소들은 공부나 과제 준비뿐만 아니라,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현지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생각보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미리 과제를 마무리해두면 종강 이후 여행이나 여가를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아시아권 국가 밖에서 이렇게 오래 생활해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짐을 꾸리는 과정이 무척이나 걱정되었습니다. 다이소를 여러 번 방문하며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계절감에 맞는 옷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과, 먼저 파견 생활을 마친 사람들로부터 물건을 전달받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브리타임이나 블로그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양도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싼 가격에 사용감이 많지 않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영국을 떠날 때 이불, 브리타, 토퍼 등등을 판매하고 왔기 때문에 분명히 판매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국에는 다이소가 없기 때문에 생활용품을 구하는 일이 은근히 한식 재료를 구하는 것보다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텀블러, 그릇, 반찬 통, 수세미 등 한국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물품들은 미리 챙겨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전기장판을 많이 추천 받았지만 저는 런던의 겨울이 생각보다 견딜 만해 구매하지 않았고, 오히려 밥솥을 가져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현지에서 한국 재료와 음식, 특히 햇반을 구입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에, 장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밥솥이나 간단한 조리 기구를 가져가는 것도 좋습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예상할 수 있듯이, 런던의 물가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비쌉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외식에 한정되는 것으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식료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는 달리 요리를 직접 해먹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기숙사에서 약 15분 정도 걸으면 엔젤(Angel)역 근처에 위치한 Oseyo 매장이 있어, 이곳에서 한국 음식 재료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 재료의 경우 일반 마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또한 Tesco나 Sainsbury 같은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다양한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보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과일과 야채는 한국보다 저렴하거나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아 자주 구입해 먹었고, 고기나 파스타, 기본적인 조리 재료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외식은 저렴한 레스토랑을 찾더라도 한 끼에 15~20파운드는 기본이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활비를 절약하려면 직접 요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옷을 쇼핑할 때는 영국의 높은 물가를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제품은 물론이고, 일반 의류도 기본 가격이 한국보다 상당히 비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계절에 맞는 옷을 충분히 챙겨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스위스나 덴마크와 같은 추운 나라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고려해서 미리 옷을 준비해오는 것이 금전적으로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저렴한 가격대의 Primark 매장에서 주로 옷을 구매하여 비용 부담을 줄였습니다. Primark는 품질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의류나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교환학생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당의 경우,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런던에 있는 다양한 식당들을 많이 가보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적당한 중간 지점을 찾아 돈을 아끼는 동시에 현지 식문화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Blacklock이나 Dishoom 같은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특히 Dishoom은 교환학생에서 만난 영국 친구들에게 요즘 MZ들의 맛집이라고 많은 추천을 받았으나, 예약이 꽉 차있어 방문해보지 못했습니다. 미리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의료의 경우, 런던에서 병원을 직접 방문해본 경험은 한번 뿐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응급실을 찾았는데, 매우 긴 대기 시간과 붐비는 인파로 인해 기다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한 구급차를 부르는 것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영국에서는 수액 처방이나 제조 약 제공은 드문 편이지만,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낄 경우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학교 의료 상담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로 아픈 경우는 파견 중 다행히 없었습니다.
은행의 경우, 별도로 방문할 필요 없이 한국에서 발급받은 카드로도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과 식당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소액 결제도 원활하게 이루어져 현금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간혹 현금을 받는 소규모 상점이 노팅힐 시장과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으니 소액의 파운드를 준비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교통의 경우, 런던은 교통비가 상당히 비싼 도시 중 하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레일 카드를 구매하여 Oyster Card에 연동하여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Off-Peak 시간대에는 전철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주말이나 이동량이 적은 시간대를 활용해 이동 비용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버스의 경우, 지연이나 파업으로 인해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여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였습니다. 레일카드는 런던 외곽이나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 요금도 할인 받을 수 있어, 공항 철도 이용 시에도 유용했습니다. 여행 가는 경우가 많아서 공항 철도 할인 만을 통해서도 레일카드 가격이 나오니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통신의 경우, 출국 전 한국에서 로밍을 신청해 가서 초기에는 별다른 불편 없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현지에서 Levara 유심을 구매하여 사용했는데, 이 유심의 장점은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갈 때 추가 로밍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유심 신청과 등록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보다 간편한 절차를 제공하는 다른 통신사를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또한 포르투갈에서 통신 오류로 인해 로밍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해 여행에서 차질을 빚는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통신사들과 비교를 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용은 대부분의 통신사가 비슷할 텐데,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한 달에 약 5~10파운드 정도로 합리적인 수준이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동아리 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관심이 있다면 학기 초에 진행되는 동아리 홍보 행사 기간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주기적으로 정기 모임이 있는 형태보다는, 부원들이 시간이 맞을 때마다 자유롭게 모여 활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SOAS에는 요가 동아리, 와인 동아리, 스포츠 동아리 등이 있었고, 각 동아리 마다 분위기와 운영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은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기를 추천합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로는 파견 첫 주에 교환학생들을 위한 Drink Reception이 열려 서로 얼굴을 트고 가볍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여기서 파견 온 다른 국가의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기 중에는 할로윈 파티를 비롯해 소규모 문화 행사나 워크숍들도 열렸으며, 이러한 이벤트에 참여하면 학교생활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웨스트엔드에서 다양한 뮤지컬을 관람했는데, todaytix라는 앱을 통해 rush ticket(당일 아침에 할인 판매하는 티켓)을 구매하여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인기 있는 공연의 경우 선착순 경쟁이 치열했지만, 교환학생 기간 동안 이런 작은 도전을 매일 반복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영국 생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박물관과 미술관 대부분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다양한 곳을 방문했으며, 하루 만에 모든 전시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 여러 번 나누어 관람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영국박물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전문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면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의 경우 유로스타와 같은 국제 열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기숙사가 킹스크로스 역과 가까운 덕분에 공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런던에서 바로 파리, 브뤼셀, 암스테르담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기차로 국경을 넘는 경험 자체가 색다르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의식적으로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만약 늦은 시간에 외출하게 된다면 절대 혼자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기숙사가 위치한 킹스크로스 근처는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많고 가로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무조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여행지에서도 늦은 시간에는 외출을 삼가며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슈퍼마켓과 같은 공간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었고, 길거리에서 밀침을 당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을 낮에 지나다가 캣콜링을 들은 적도 있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조심하는 태도가 안전한 교환학생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소매치기의 경우 직접 피해를 입은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소매치기는 매우 빠른 동작으로 범행을 저지르며, 한 번 물건을 빼앗기면 되찾기 어렵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친구는 식당에서 지갑을 도난 당했는데, CCTV를 확인했음에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 모든 여행 경비를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었습니다.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여행 기간 내에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주의하고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파견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는 가방을 바닥이나 의자에 무심코 두지 말고 항상 몸 가까이에 두며, 지퍼를 반드시 닫고, 물건을 테이블 위에 방치하지 않는 등의 기본적인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작은 주의가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여행 계획을 전반적으로 파견 전에 세워두고 출국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것 같습니다. 저는 파견 생활 중 틈틈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비행기나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었습니다. 특히 시험 기간이나 과제 제출 기간과 겹치면 심리적 부담이 컸기 때문에, 학업과 여행을 병행하려면 사전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구체적으로 항공권이나 숙소를 미리 확정하지 않더라도, 어떤 나라를 방문할지, 어떤 도시에서 무엇을 볼지, 어디에 숙박할지를 대략적으로 정리해두면 전체 일정을 조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유로스타나 저가 항공권은 미리 예약할수록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요 이동 구간만이라도 사전에 예매 해두면 예산을 절약하는 데도 유리할 것입니다. 이렇게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영국 생활 중 갑자기 시간이 생겼을 때 더 수월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나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낯선 문화 속에서 생활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외로움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다른 문화에 내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책이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해왔던 다양한 세계를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 결과, 런던에서 생활하는 것이 저에게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본가에서 통학을 했기에 혼자 살아보는 경험도 처음이었으며, 계획없이 여행을 가보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 각자의 가치관, 세계관 자체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런던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포용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는 저에게 '다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문화로부터 오는 불편함이나 충격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계시민의식과 조화로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이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살아온 한국보다 편안한 공간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자기 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피곤했지만, 그 것을 감안할 정도로 많은 경험과 배움을 할 수 있었고 생각을 넓히게 해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자기주도적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며 움직이는 과정은 때로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컸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저는 주어진 틀 속에만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삶을 이끌어 나가는 자세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으며 런던에서의 생활이 그 스위치가 되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