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해외 생활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는 있었지만, 경제적 이유와 여러 가지 문제를 핑계 삼아 교환학생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며, 대학을 다니면서 교환학생으로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보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교환학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교환 생활의 주 목적을 여행에 두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럽 파견만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는 영어 외의 자국어를 쓰는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가서 생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하는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어만큼이나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익히 들었었고, 네덜란드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여행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생각에 네덜란드 대학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지원한 대학은 Leiden University였습니다. Leiden University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심리학과 법학 분야가 유명합니다. 제가 Leiden University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저보다 먼저 Leiden University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인이 정말 좋았다며 추천해준 것인데,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보기 드물게 한국학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학과에는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정말 많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기 때문에, Leiden University에 간다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Leiden이라는 도시는 지리적으로나 미적으로나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이 도시는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한눈에 반했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도시 곳곳을 지나는 수로와 작은 공원들,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커다란 풍차까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도시 분위기 자체도 굉장히 고즈넉하고 평화로우며, 사람들도 정말 따뜻하고 친절해서 저는 네덜란드의 다른 어떤 도시를 가도 Leiden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스키폴 공항은 기차로 20분,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기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굉장히 좋습니다. 네덜란드에 있을 때 다양한 도시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는데, 웬만한 도시는 1시간 내외로 전부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를 여행하기에도 Leiden은 아주 좋은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한국에서 파견되는 교환학생의 경우 비자를 따로 신청할 필요 없이 거주 허가증만을 발급받게 됩니다. 아마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이후에 파견교로부터 이메일로 전부 안내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생년월일과 한국 주소 등 요구하는 정보를 입력한 후에, 따로 필요한 문서가 더 있을 경우 업로드 요청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통장에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서류도 업로드해야 하는데, 저의 경우 학교 은행에 가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화로 약 34만원 정도의 거주 허가증 발급 비용을 지불하면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제가 네덜란드에 가기 전에 수기들을 읽어보았을 때는 실물 허가증은 보내주는 링크를 통해 따로 IND 데스크와 예약을 잡아 네덜란드에 도착한 후에 직접 수령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제가 파견되었을 당시에는 모든 학생이 특정 날짜에만 Utrecht라는 도시에서 거주 허가증을 수령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기다리면 이메일로 수령 기간에 대한 안내가 오기 때문에, 이메일을 잘 읽어보시고 수령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 일정 등과 지정해준 날짜가 겹쳐 도무지 일정이 안 맞아 그냥 따로 헤이그에 있는 데스크에 예약을 잡고 미리 수령하였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어쩌면 교환학생 파견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파견교의 기숙사 신청에 실패하면 따로 집을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학교측에서도 거주할 공간을 구하지 못하면 파견 자체를 재고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기숙사 신청에 꼭 성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파견 선발이 되고 나서 application 관련 이메일이 오면 제일 먼저 Usis 사이트 아이디를 활성화시킨 후에 기숙사 중개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숙사 중개비를 내는 순서대로 기숙사 신청 가능 인원이 선착순 마감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듣기로는 중개비를 내는 순서대로 추후 기숙사 신청 링크를 보내준다는 말도 있어 저도 이메일을 받은지 3일만에 application을 마무리하고 중개비를 지불하였습니다. 사실 이메일을 받았을 당시에 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3일이 지나고서야 급하게 시작했지만, 여러분은 이메일을 받은 즉시 이 절차를 마무리하셔서 더 안전하게 기숙사 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2학기 파견 기준 6월 즈음에 이메일로 기숙사 신청 관련 안내를 받게 됩니다. 자신이 선착순 안에 안전하게 들었는지의 여부도 이 때 알 수 있습니다. Leiden University에서는 DUWO라는 중개사이트를 통해 기숙사를 신청하도록 되어있는데, DUWO 측에서 보내주는 링크를 통해 사이트에 가입을 하면 신청 기간이 되기 전에 미리 방을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각 방마다 위치와 옵션 등이 나와있으니 미리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떤 방들은 침대가 화장실 위에 올려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에서 모르고 이런 방을 신청했다가 다소 불편하게 생활했던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소한 옵션들도 잘 확인하고 신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활했던 곳은 HKM이라는 기숙사였는데, HKM은 Hooigracht, Middelstegracht, Kloosterpoort라는 세 개의 건물이 붙어있는 형태의 기숙사로, 각 건물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HKM의 방들은 대부분 단독으로 주방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거주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기숙사보다는 월세가 비쌉니다. 저는 공용주방이나 공용화장실보다는 혼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어서 HKM을 신청했지만, 공용 주방 등을 사용하는 다른 기숙사에 비해서 확실히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Leiden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학교를 다니거나 생필품들을 사러 가기에도 매우 편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잘 신청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기숙사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다른 기숙사에 살았던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Sigmaplantsoen이라는 건물은 신식이고 단지 내에 마트와 체육시설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Leiden Centraal 역보다 Lammenschans 역과 더 가까워 자전거 없이는 시내 왕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Hugo라는 건물의 경우 플랫을 공유하여 다른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고 학교와 멀지 않아 걸어다닐 수는 있으나 건물이 다소 낡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수기들과 블로그, DUWO 사이트 등을 통해 위치와 각 건물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시고 원하는 기숙사를 고르시기 바랍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파견 전에 지불하게 되는 비용으로는 기숙사 중개비과 거주 허가 비용, 그리고 보험료 등이 있습니다. 기숙사비의 경우 기숙사 신청을 완료한 후 첫 달과 마지막 두 달 치를 미리 지불하라는 안내를 받게 될 것입니다. 나머지 비용은 네덜란드에서 생활하면서 매달 지불하게 되는데 이메일로 안내가 오니 월세 납부 기간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한국에서 발급한 카드로 지불하려고 하면 꽤 큰 금액의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도착하시면 빨리 계좌를 개설하여 ideal을 통해 간편하게 지불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계좌 또한 은행에 따라서 소액의 계좌유지비를 지불해야할 수 있습니다. 보험같은 경우 저는 그냥 학교에서 추천하는 보험에 가입하였습니다. 보험을 가입할 당시에 시작 날짜와 종료 날짜를 기입하게 되어있는데, 만약 귀국이 당겨질 경우 이 날짜를 수정하시면 그만큼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귀국일이 정해진다면 한 번 더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는 개강 전에 진행되는 OT 참가비, 그리고 OT를 신청하면서 같이 신청할 수 있는 스포츠센터 이용비 등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스포츠센터는 걸어다니기엔 멀어서 이용하지 않았지만, 수영이나 줌바, 암벽타기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니 가까운 곳에 머무실 예정이거나 자전거를 대여하여 사용하실 예정인 경우 이용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네덜란드에는 거주보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독으로 주방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의 경우 나이 제한과 같은 몇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Digid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거주보조금을 받으려면 주소와 BSN number, 네덜란드 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도착하여 주소 등록을 하고 계좌를 활성화하신 뒤에 신청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기숙사 월세는 한국의 월세보다 많이 비싸기 때문에 거주보조금을 받으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방마다 거주보조금 수령을 위해 요구하는 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기숙사를 신청할 때 거주보조금 신청 가능 여부와 그 외의 조건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월세가 일정 금액보다 높아 만 23세 이상이어야지만 거주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방을 신청하는 바람에 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생활하였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application 과정에서 진행되는데,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면 e-prospectus를 통해 각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볼 수 있습니다. 검색 필터를 통해 교환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인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지, 파견 학기에 개설되는지 등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강의의 강의계획서를 읽어본 후에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application 창에서 신청하면, 학교 측에서 확인하고 승인을 해줍니다. 저 같은 경우 신청한 전공 수업들은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거절당하여 전공과 무관한 수업만 수강하였습니다. 교환학생이 최소 들어야 하는 학점은 15EC이므로 이것을 고려하여 수업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과목들은 쉽게 반려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넉넉하게 신청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만약 본인이 승인을 받은 과목의 학점 총합이 15EC 이하이면 입학 허가서가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새로 찾아서 신청하셔야 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교환 기간 동안 총 세 개의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1) Dutch Painting 1400-1950: Introduction to the Art History of the Netherlands
네덜란드의 전반적인 미술사와 각 시대의 유명한 화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기 때문에 난이도가 별로 높지 않은 수업이고, 무엇보다 출석 점수가 없어서 여행 등으로 수업을 빠져도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시험은 작품 분석 관련 주관식과 서술형 문제들로 구성되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작품을 분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반복적으로 훈련을 시켜 주시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흥미롭고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정말 많은 작품을 배우기 때문에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배운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나름의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 작품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해준, 가장 재미있게 수강한 과목이었습니다.
2) Culture and society of the Netherlands: An inside view
네덜란드의 역사와 문화, 특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과목입니다. 마찬가지로 출석 점수는 없고, 교환학생들이 대부분인 수업입니다. 수업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고, 시험도 객관식으로 나와서 수업 자료만 잘 읽어보면 통과하는 데에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조별로 네덜란드의 도시 중 하나를 골라 탐방하여 주제에 맞는 브이로그를 만들어서 제출하는 과제가 하나 있는데,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3) Histories of Modern South and Southeast Asia: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식민지 시대와 해방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알아듣기 힘든 전문 용어들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렵고 난이도가 있었던 수업입니다. 시험은 서술형으로 진행되며,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을 정해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자서전을 작성하는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수업 자료를 잘 뜯어보며 공부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것 같은 과목이긴 하나, 공부와 기말 에세이에 시간을 꽤나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고 역사에 관심이 매우 많으신 게 아니라면 별로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3. 학습 방법
모든 수업 공지와 자료들은 교수님들께서 brightspace라는 곳에 올려주십니다. 앱을 다운받으시면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으며, 해당 수업의 자료를 미리 다운로드 받아 수업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저는 시험 공부도 대부분 수업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업의 경우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에게 필기를 빌려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 교수님이나 친구들에게 요청하면 다들 잘 도와주기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학교 측에서 학기 초에 교환학생들을 위한 OT를 진행할 때 학습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교환 기간 동안 여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영어 외의 다른 언어는 거의 접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어도 따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보는 단어들은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번역기를 돌리지 않고도 마트나 기차역 등에서 필요한 단어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여행가기 전에 듀오링고라는 앱을 이용하여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공부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Leiden University 한국학과 학생들과의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신청했었는데, 저의 경우 언어 교환 파트너를 잘못 만나서 한 학기동안 만나서 활동한 적은 없었지만, 주변에 같이 신청했던 친구들은 종종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놀러가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언어교환을 신청할 때 원하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Leiden University 홈페이지에서도 단과대 단위의 buddy program 등 여러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꼼꼼히 잘 살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2학기에 파견 가시는 분들의 경우, 네덜란드는 10월 즈음부터 비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우니 전기장판을 챙겨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짐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못 가져가시겠다면 가서 사실 수는 있으나 확실히 성능 차이가 납니다. 비바람에 대비하여 우비도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저는 우산을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우비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바람이 세서 우산을 펴기 힘든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가져오시거나 네덜란드에 도착하신 후에 하나 구매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8월 출국이어서 여름 옷도 조금 챙겨 갔었는데, 네덜란드의 여름은 한국의 여름보다 훨씬 시원하고, 9월부터 금방 선선해지기 때문에 여름 옷은 많이 챙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여행용으로 조금 넉넉한 배낭 하나도 챙겨 가시면 아주 좋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유럽여행을 다닐 때는 보통 저가항공을 많이 이용하는데, 캐리어와 같은 수하물은 추가 비용을 내야지만 들고 탈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도 돈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은 배낭을 메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크면 마찬가지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행을 위해 작은 압축백도 챙겨갔습니다. 그리고 일회용 슬리퍼 몇 개 들고 가시면 여행을 다니실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유럽의 숙소들은 슬리퍼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므로 여행 다니실 때 하나씩 넣어 가시면 편합니다. 도난방지용 스프링과 자물쇠도 몇 개 챙겨 가시면 여행 다니실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편식품으로는 우선 블럭국 추천드립니다. 저는 특유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감기에 걸렸거나 가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편합니다. 그리고 요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동결 건조된 다진 마늘도 챙겨 가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아시안 마트에서도 깐 마늘은 있지만 다진 마늘은 찾아보기 어려워 들고가시면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라면 같은 경우 당연히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지 않아 많이 챙겨오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주방 용품으로는 쇠젓가락과 집게, 과도, 주방가위 등을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쇠젓가락은 거의 찾을 수 없고 주방용 집게나 가위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숙사 측에서 패키지를 제공해주었으나 들어있는 칼이 굉장히 무디고 잘 썰리지 않아서 가져간 과도로 거의 모든 걸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유럽은 병원비가 아주 비싸고 병원에 가기도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아플 때를 대비해 상비약들을 챙겨 가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약국에서 두통약과 종합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연고와 반창고 등을 구매했으며, 저는 집 근처 병원에서 평소 감기 증상대로 감기약과 항생제를 미리 처방받아 갔는데 이 약들이 실제로 감기에 걸렸을 때 아주 유용했습니다.
또한 저는 평소에 렌즈를 착용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착용할 렌즈와 사용할 인공눈물도 한국에서 구매하여 챙겨갔습니다. 일회용 렌즈를 챙기려고 하면 부피가 너무 커질 수 있으니 2주나 한달용 렌즈를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네덜란드의 식당 가격은 최소 한국의 1.5배에서 2배 정도입니다. 특히 한식당 같은 경우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돈을 아끼고 싶으시다면 직접 요리해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굉장히 저렴하여 식재료 구매는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과일, 요거트, 치즈, 빵류가 한국보다 굉장히 저렴하고 질이 좋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많이 드시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의 라떼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으니 유럽에 가시면 따뜻한 라떼를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의류 같은 경우에도 다 챙겨오시는 것보다 현지에서 일부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럽에서도 괜찮은 옷들을 가성비 있게 구매하실 수 있는, 이름이 익숙한 매장들이 꽤 많습니다. 짐을 챙기실 때 넣을 자리가 부족하다면 일부는 와서 직접 구매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교통비는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버스비도 한국보다 비싸며,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기차를 많이 이용하시게 될텐데 생각보다 지출이 꽤 크니 구독권을 끊어서 비교적 가성비 있게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당
네덜란드에는 사실 뛰어난 맛집이라고 할 만한 곳은 딱히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Leiden에서 추천할 만한 곳은 몇 군데 소개하겠습니다.
D.E. café: 이 카페는 사실 Leiden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도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입니다. 커피 맛도 괜찮고 특히 머핀 종류가 굉장히 맛있어서 추천드립니다.
Madame Marie: 애플파이가 정말 맛있는 카페입니다. 주인 아주머니도 굉장히 친절하시고 커피도 맛있으니 한 번씩은 꼭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Mamie Gourmande: 프랑스식 빵집입니다. 아몬드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가 정말 맛있습니다. 저는 먹어보진 못했지만 친구들에 의하면 바게트도 맛있다고 합니다.
Paco ciao: 역 바로 근처의 인기 맛집입니다. 음식이 꽤나 맛있어서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보카도와 닭고기가 올라간 토스트와 치킨 바오번 메뉴가 맛있습니다. 그러나 주말에는 인기가 많아 예약이 필수입니다.
Roos: 작은 브런치 카페입니다. 전반적으로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2) 의료
네덜란드에서 병원에 가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우선 가까운 병원에 개인 의사를 지정해두고 방문하기 전에도 미리 예약을 잡아야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상비약을 많이 챙겨가기도 했고 큰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병원에 갈 일은 딱히 없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기숙사 바로 아래층의 병원에 개인 의사를 지정해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교환학생들은 따로 지정하지 않았으니,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은행
네덜란드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계좌가 필요합니다. 큰 마트나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트래블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지만, 간혹 작은 식당, 카페나 특히 현지 시장의 경우 현금이나 네덜란드 은행 카드만 이용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파견되었을 당시에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BUNQ나 ABN을 이용했는데, BUNQ는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이 간편하지만 매달 계좌 유지비를 지불해야 하고, ABN은 계좌 개설과 카드 발급에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되고 절차가 다소 복잡하지만 학생 계좌는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저는 ABN을 통해서 계좌를 개설했지만 사실상 BUNQ의 계좌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편한 방법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계좌를 개설하실 때는 은행에 직접 방문하실 필요는 없고, 앱을 통해서 간편하게 개설하실 수 있습니다. 학생 계좌 개설을 선택하신 다음 요청하는 정보를 모두 입력하면, 세 차례에 걸쳐 우편물을 받게 됩니다. 우편물로 보내주는 확인 코드 등의 정보를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계좌를 개설하고자 하시는 주간에는 우편함을 늘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우편물 중 하나로 제공되는 카드 pin 번호는 첫 결제를 하거나 ATM기를 이용하실 때 필요하기 때문에 꼭 잘 기억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거주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업로드하면 계좌 개설이 마무리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계속 반려되어 약 한 달간 애를 먹었는데, 결론적으로는 BSN number가 적혀 있는 서류를 업로드하여 승인을 받았습니다.
4) 교통
네덜란드 교통수단은 OV chip 카드로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컨택리스 카드로도 이용은 가능하나 유기명 OV chip 카드를 사용하실 경우 구독권을 신청하여 가성비 있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피크 시간대 제외 기차 이용료 40% 할인, 주말 무료 등 다양한 옵션이 있으니 얼마나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지를 계산해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구독권을 신청하여 이용하시면 됩니다. 구독료 및 이용료는 매달 계좌에서 후불로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OV chip 카드 신청은 네덜란드 계좌 개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버스보다도 자전거를 정말 많이 탑니다. 교환학생들도 파견 기간 동안 자전거를 대여하여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swapfiets를 이용하는데, 저는 네덜란드 자전거가 체구에 비해 많이 큰 편이기도 하고 원래도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이 아니어서 대여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네덜란드로 파견이 결정되었을 때는 자전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친구들도 꽤 있고 제가 신청한 기숙사는 학교나 마트까지 걸어다니기 좋은 위치였으며,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 버스를 타기 쉬웠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5) 통신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Lebara 유심을 이용합니다. 저의 경우 기숙사 패키지로 유심이 기본 제공되었으며, 개강 전 OT에서도 무료로 유심을 하나 제공해주니 따로 구매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Lebara 앱을 통해서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실 수 있으며, 저는 sim only를 사용하였는데 매달 비용이 후불로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형식이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에는 앱에서 필요한 만큼 추가하거나 매달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요금제를 선택하실 땜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 자동 충전되지 않도록 data cap 옵션을 꼭 추가하시길 권장드립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동아리 활동은 ‘탁잡담’이라는 한국학과 동아리에 참여했습니다. 매 학기 초에 언어교환 프로그램과 함께 신청할 수 있으며, 탁잡담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매주 한국학과 친구들과 특정 주제에 대해 한국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무래도 사용하기 편한 언어로 진행되다보니 큰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 한국학과 친구들이 생각보다 한국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아는 것도 많아서 여러모로 새롭게 느껴졌던 경험이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자유롭게 같이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며 친해질 수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활동했습니다. 특정 시간 이상 활동할 경우 수료증도 발급해주시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여행은 유럽이 처음인만큼 런던, 파리, 융프라우, 바르셀로나 등 각 나라에서도 보통 많이 가는 여행지들을 위주로 다녔던 것 같습니다. Leiden은 스키폴 공항과도 가깝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기 굉장히 편하고, 가까운 독일 도시나 벨기에, 파리의 경우 기차를 이용해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저렴하게 여행하고 싶으시다면 Flixbus를 이용하실 수도 있는데, 비행기보다 이동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짐 검사하는 절차가 없고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근처 나라를 여행하거나 여행지 간 이동을 할 때 자주 이용하곤 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녔는데, 여행을 너무 자주 다니면 지치고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올 수 있으니 본인의 체력을 잘 고려해서 여행을 계획하시길 바랍니다.
유럽은 뮤지엄들이 학생 할인을 굉장히 많이 해주기 때문에 여행 다니시면서 가능한 한 많은 곳들을 방문해보시는 걸 강력 추천드립니다. 특히 파리는 유럽 교환학생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뮤지엄이 무료이기 때문에 마음껏 즐기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가신다면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뮤지엄은 꼭 한 번쯤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각 도시마다 유명한 화가의 뮤지엄들이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뮤지엄 패스로 가성비 있게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뮤지엄 패스는 한화로 약 5만 5천원이고 1년 단위로 발급되지만, 네덜란드에 있는 뮤지엄을 몇 군데만 방문해도 충분히 가성비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으므로 관심 있으시다면 발급받아보시기 바랍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가 주 교통수단이 됩니다. 거의 모든 곳에 자전거 도로가 잘 형성되어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침범할 경우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와 충돌할 수도 있으니 자전거 도로를 잘 보고 다니셔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길의 경우에도 자전거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잘 살피셔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유럽 어디에서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안전하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 밤에 돌아다니는 일은 되도록이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또한 유럽에는 소매치기가 많기 때문에 평상시에 항상 조금씩은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저는 평소에 도난방지용 스프링으로 휴대폰을 항상 손목에 연결하고 다녔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한국 계좌에서 네덜란드 계좌로 송금할 때 모인이라는 앱을 이용하였습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수수료는 지불해야 하지만 교환교 학생증 등을 통해 유학생 인증 절차를 거치면 추가 수수료를 내지 않고 송금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환 기간동안 잘 이용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낮은땅 높은꿈’이라는 페이지에 가입하시면 네덜란드에 거주중인 한인들의 글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위에서 언급했던 탁잡담과 언어교환 프로그램 신청도 그곳에서 이루어집니다. 특히 궁금한 점들이 생겼을 때 편하게 물어볼 수 있으므로 알아두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초반에는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꽤나 힘들었지만,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값진 5개월이었습니다. 가끔은 힘들고 한국이 그립기도 했지만 네덜란드에서 만든 소중한 추억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고, 원없이 여행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음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누군가 교환학생을 추천하는지 물으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는 여러분 모두 저보다 더 멋진 경험을 하고 오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