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겠다 결심한 건, 공인영어성적도 하나 없이 4학년을 바라보고 있던 늦가을이었습니다. 대학에 온 후 수많은 선택지들이 갑자기 눈앞에 주어졌을 때의 막막함을 아마 다른 학우분들도 한 번쯤은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막막함 속에서 실패가 두려워 아무런 도전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학업을 넘어, 집안일을 하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간단한 일조차도 때론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이런 두려움을 아주 극단적인 방식으로라도 극복하고 싶어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습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하고 혼자 타국에서의 삶을 잘 살아낸 경험을 얻어낸다면, 한국에서 저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아주 작은 일처럼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나아가, 저는 다른 학우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부족했습니다. 제 가장 취약한 점을 정면으로 돌파해본다면 그것 역시 제게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교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고, 안정적이고 편안했던 제 기존의 삶에 그저 안주하고만 싶었던 때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변화해야 했고 꼭 달라지고 싶었기에, 제 삶의 다음 장을 위한 첫 걸음으로 교환학생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체코는 한국 학생들이 교환학생지로 많이 선택하는 나라는 아니다 보니, 모두 제 선택을 생소해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교환기간 중 다른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프라하로 많이 놀러 왔었는데, 다들 제가 어떻게 살고 있나 본 뒤에는 “이렇게 교환학생 하기 좋은 나라를 왜 너만 알고 있었냐”고 타박하기도 했습니다. 체코, 그 중에서도 수도 프라하가 교환 프로그램으로 가기 좋은 나라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럽 국가들 중 물가가 정말 싼 편입니다. 특히 식료품이 싼 편이라 일주일에 5만원어치 정도의 장을 보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고, 교통권도 학생요금으로 3개월에 2만원 정도입니다. 공산품이나 외식비는 대체로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유럽 국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영어가 잘 통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체코어는 체코인들만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체코인들은 외국인에게는 영어로 대해줘야 한다는 기본 생각이 있습니다. 프라하, 특히 관광지 주변에서는 웬만한 가게, 식당, 택시 등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가 올라가면 영어를 아예 못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다들 번역기를 능숙하게 사용하시거나 못 알아들어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체코어를 전혀 할 줄 몰라도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 솔직한 이유로, 지원할 때 높은 영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고, 제2외국어 어학 성적을 추가로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의 대학들과 비교해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이 많이 열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 다른 나라와 접근성이 좋습니다.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1시간 이내 거리입니다. 제가 있던 기숙사에서는 버스 하나로 30분이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체코는 유럽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네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육로 이동도 쉬운 편입니다. 기차를 탈 수 있는 프라하 중앙역 역시 시내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프라하 내 교통이 좋습니다. 프라하는 한국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대중교통을 갖추고 있습니다. 트램, 지하철, 버스가 매우 자주 다니고, 지하철 막차 시간도 늦고 야간 버스도 많이 있는 편입니다. 또한 교통수단이나 역 내부가 청결하고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 치안이 좋습니다. 관광지의 중심인 카렐교 인근을 제외하고는 소매치기도 없는 편입니다. 카페도 주요 역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짐을 놓고 다녀도 잘 안 없어집니다. 새벽에 홀로 돌아다녀도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동유럽이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편견이 많이 있는데, 저는 인종차별 역시 거의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조금 더 위험하고, 특히나 외국인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항상 조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프라하의 구시가지 쪽에는 옛 유럽식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아서 아름답고 또 역사적입니다. 한국인들이 신혼여행지로 많이 선택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 한국인 교환학생 비중이 낮고, 관광객 비중이 높습니다. 체코 대학과 교환협정을 맺는 한국 대학이 많지 않다보니, 외국어대학교에서 체코어를 전공하는 친구들 이외에는 한국 교환학생을 찾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이점이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나라 학생이 많으면 그 나라 학생들끼리 어울리느라 외국어 노출이 적게 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던 제게는 주변에 한국인 학생이 없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시내에 나가면 한국인 관광객 비중은 높았는데 이 점은 낯설고 외로운 타국 생활 속에서 제게 소소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프라하지만, 미리 생각해보아야 할 몇몇 단점들도 함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 이후에 서술할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겠지만, 행정 처리가 굉장히 느립니다. 뭐든지 빠르게 처리하는 한국과 다르게 행정 관련 직종의 근무 시간도 짧고, 대응도 느린 편입니다. 특히 메일에 대한 답장이 즉각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답답했습니다. 이는 유럽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나, 체코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항상 시간을 여유롭게 갖고 행정처리를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 1인 1실 숙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공동 화장실이나 공동 샤워실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학교들이 대부분 플랫 형태의 기숙사가 많긴 하지만, 체코의 기숙사 건물들은 국가 특성상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공동생활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문에 요즘은 사설 숙소를 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유로화를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유로 환율이 폭등하는 등 경우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주변국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새롭게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국내에서도 체코 CZK를 취급하는 은행 지점이 적어 해당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Application 준비(-2024.3.31)
Charles University 측에 Application 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총 6가지였습니다.
- Certificate of English
- Copy of Passport
- CV : 이력서입니다. 자기소개서와 달리 줄글이 아니라 자신의 이력을 항목별로 적어야 합니다. 구글에서 영어 CV 양식을 찾으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Cover Letter(Letter of Purpose) : 자기소개서입니다. 왜 이 학교 이 학과에 지원하였으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고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을 서술하면 됩니다.
- Letter of Recommendation : 교수님 추천서는 본교 선발 당시에도 제출하였으나, Charles는 영문추천서를 추가로 요구합니다. 저의 경우 지도교수님께 영문추천서가 필요하다고 간단한 개인정보(GPA, 공인영어성적)와 함께 부탁드렸더니 서울대학교 양식서에 작성해주셨습니다.
- Transcript of records : 학내 포털(my SNU)에서 영문성적표 출력하시면 됩니다.
위 6가지 서류를 pdf로 변환하여, 메일로 안내된 Charles 대학교의 자체 홈페이지에 직접 붙여넣으면 됩니다. 홈페이지에 붙여넣을 때 주소 등 좀 더 추가하여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도 빠짐 없이 다 채워넣으면 됩니다. 다만, 학교 메일(@snu.ac.kr)은 비지니스 메일로 분류되어 간혹 파일이 첨부되어있는 외국 메일을 받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메일을 못 받았다는 사실도 알기 어려우므로, 저 역시 중요한 메일을 두 번 정도 놓쳐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gmail을 사용하거나, 같이 지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서로 못 받은 메일이 없는지 더블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Application 기간은 3월 31일까지로 넉넉했지만, 비자 문제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입학허가서를 받는 것이 좋으므로 준비가 되었다면 최대한 빨리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하나은행 계좌 개설
체코 통화(CZK)는 생각보다 희귀통화입니다. 따라서 외국 통화 접근성이 가장 좋은 하나은행 계좌가 여러모로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개설해두었습니다. 하나은행 중에서도 일부 지점에서만 원화-체코화 환전이 가능합니다(서울대입구역점도 가능 지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으니 환전을 미리 시도하고, 미리 전화로 환전이 가능한지 꼭 확인을 해보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3. ISIC 국제학생증 발급
저는 서울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국제학생증을 미리 발급받았는데, 파견 시작 전 미리 여행을 다닐 것이 아니라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Charles 대학교의 학생증을 발급할 때 일반 IC 카드로 발급할지, 혹은 체코 국제학생증 카드로 발급할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코에서는 오직 체코 소속 대학의 국제학생증을 이용하여서만 교통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유럽의 많은 관광지들도 유럽연합 소속 국제학생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생증을 체코 국제학생증으로 받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4. 기숙사 보증금 송금(2024.05.28)
Charles 대학교는 기숙사를 학생이 선택해서 지원할 수 없습니다. Application시 기숙사에 지원하겠다고 선택하면 단과대에 따라 자동 배정됩니다. 저는 Faculty of Arts 소속으로 제가 배정된 기숙사는 Kolej Hvezda입니다. 2인 1실, 공용 화장실/욕실, 공용 주방 형태로 서울대학교 구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숙사 시설이 매우 좋지는 않기 때문에 자이트리움 등 개인 숙소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학교 친구들과 친밀감을 쌓고 싶은 분들은 학교 기숙사를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5. 국외수학 허가신청(-2024.05.31)
my SNU를 통해 국외수학 허가신청을 하였습니다. 들을 과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교환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니 빨리 신청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혹시 몇 달이 지나도 허가신청이 나지 않는다면, 멈춰 있는 단위에 메일로 문의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6. 입학허가서 수령(2024.06.03)
Charles 대학교에 Application을 마치고 대략 1-2개월 후에 입학허가서와 기숙사 서류를 발송하였다는 메일이 도착합니다. 입학허가서 발송 시기는 단과대별로 상이해서(한 달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Application만 제대로 했다면 다른 단과대에 지원한 학우들보다 메일이 늦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자신청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소식이 없다면 해당 대학의 입학담당자와 서울대 OIA에 메일로 문의를 드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2024년 3월 16일에 Application을 완료했으나, 4월 30일에 입학허가서를 받은 인문대 소속 학우와 달리 5월 20일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5월 20일에 Charles 측과 본교에 각각 메일을 드렸고, 양 측 모두에서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6월 3일에 메일로 입학허가서 사본(pdf)을 받았고, 비자를 받을 때 필요한 입학허가서 원본도 EMS로 일주일 안에 수령하였습니다.
7. 학생비자신청(중요)
체코와 독일은 유럽 비자 양대산맥의 국가입니다. 그만큼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 어렵고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선 비자 인터뷰 예약 및 비자 발급에 입학허가서가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입학허가서 원본을 발송했다는 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주한체코대사관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비자 인터뷰 예약 메일을 보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약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필요 서류는 아주 미리부터 준비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비자 발급 타임라인을 하단에 공유드리겠습니다.
- 5월 1차 서류 준비 :
필요한 서류들 중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범죄경력회보서와 아스포티유를 받고, 이것의 체코어 번역본도 준비하였습니다. 체코어 번역 기관은 개인적으로 사설 업체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비자신청에 관한 서류는 주한체코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많은 블로그들에 비자 서류를 준비하는 자세한 방법이 나와있습니다.
- 6월 4일 비자 인터뷰 예약 :
예약 메일을 보내면 예약을 확정하는데 최소 10일에서 최대 4주까지 걸린다는 안내메일이 도착할 것입니다. 모든 교환학생들의 일정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하면 순서가 한없이 밀리게 되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EMS로 받은 Application 서류와,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비자신청서 역시 준비해두었습니다.
- 6월 11일 예약 확정 메일 도착 :
저의 경우 예약 확정 메일이 일주일만에 도착하였고, 인터뷰 날짜는 7월 3일로 확정되었습니다. 학생 비자 발급은 인터뷰 이후 최대 60일이 걸립니다. 필요 서류가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 인터뷰를 다시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출국 전에 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니 서류 준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7월 3일 비자 인터뷰 :
종로에 위치한 주한체코대사관에 직접 방문하여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국인 직원이 한국어로 질문을 하시지만, 비자 발급은 각국의 안전과 신뢰에 관한 문제이므로 다양한 항목을 상당히 엄격하게 질의하십니다. 너무 겁먹지 않고 질문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8월 6일 비자 발급 완료 메일 도착 :
메일 도착 후 수령 예약을 잡았습니다. 보통 일주일 정도 후에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 8월 13일 비자 수령 :
수령 시 비자 기간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체코 보험이 필요해서, 보험 서류와 여권을 제출하고 비자를 수령하였습니다.
8. 항공권 구매(2024.06.27)
당시 비자 인터뷰가 확정되었으므로, 안심하고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비자 날짜는 개인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하고, 기숙사 입주기간 동안의 비자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천재지변으로 입주기간보다 늦게 도착할 경우 기숙사 입소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저는 비자 기간보다 3일 더 일찍 체코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주한체코대사관 측에 문의해보니 이 경우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재량에 따라 입국이 허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으므로 이 점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9. 유심/카드/공동인증서 발급
체코 통신사에서 유심을 구매하기 전까지 사용할 E-sim을 구매하고,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들을 발급받았습니다. 저는 트래블로그(하나은행)와 트래블월렛(자유롭게 계좌연결 가능) 이 두 개의 카드를 가져갔는데, 트래블로그가 환전 우대율이 더 좋은 반면 어플이 해외에서 훨씬 느리게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주 사용 은행에서 미리 공동인증서/금융인증서를 발급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에 가면 핸드폰을 정지하기 때문에 ARS 인증, 문자 전송 인증 등이 어렵습니다. 인증이 불가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10. 출국(2024.09.12)
9월 12일에 예정대로 출국하였습니다. 저는 비자 날짜로 인한 출입국 문제는 없었으나 상기한대로 100%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IV. 도착 후 처리 사항
1. 기숙사 입소
대부분의 기숙사 오피스가 굉장히 짧은 운영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숙사 운영시간은 Charles 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일주일에 평일 3-4일, 그마저도 하루에 6시간 내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권 상황과 공항-기숙사 간 이동 문제 등으로, 오피스 운영 시간 안에 기숙사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미리 기숙사 오피스와 메일로 상의하신 후, 안내에 따라 24시간 근무하시는 사감 선생님들을 통해 기숙사에 입소하실 수 있습니다.
2. 교통권
기본 정보 : 체코의 교통수단은 크게 지하철, 버스, 트램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교통권은 서로 호환됩니다.
구매 장소 : 모든 지하철역과 일부 큰 버스정류장에 있는 노란색 기계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분들은 국제학생증을 수령하신 이후에는 학생 패스를 구입하기 위해 앱을 사용하시게 될 것입니다. 앱 이름은 Pid Litacka입니다.
사용 방법 : 교통권은 시간제입니다. 30분, 40분, 90분, 24시간, 48시간, 72시간 교통권이 있고 큰 짐을 소지하고 있을 때는 짐 교통권도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실물 교통권을 사용한다면 지하철의 경우 개찰구에서, 버스와 트램의 경우 내부의 노란색 기계에서 펀칭을 꼭 해야합니다. 앱 교통권을 사용한다면 타기 전 미리 활성화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검표원이 돌아다니면서 표를 확인하는데, 펀칭이나 활성화를 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합니다. 하차태그는 따로 하지 않습니다.
학생 등록 : 앱 내 국제학생증을 등록하여 1개월, 3개월, 6개월, 12개월 패스를 학생 요금으로 살 수 있습니다. 가격은 3개월에 2만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간혹 앱을 통해서 국제학생증 등록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Mustek 역사 내 창구에서 이를 처리해주십니다.
3. 학교 등록/ESN 카드 수령
단과대별로 상이할 수 있지만, 파견교에서 등록 절차를 위해 개강 전 미리 학교를 방문하기를 요청하실 것입니다. 안내해주시는 대로 등록 절차를 마치면 학교 홈페이지와 수강신청 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게 되며, 학생증 역시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학생증을 기본 학생증으로 받을지, 혹은 추가금액을 내고 국제학생증으로 받을지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상기한대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위해 이를 꼭 국제학생증으로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SN은 유럽 전역에 걸친 교환학생 네트워크입니다. ESN 가입은 학생증 수령과 별개로 할 수 있는데, 이 ESN 실물 카드를 개강 전 시기에 수령할 수 있습니다. ESN 카드가 있으면 ESN 주관 각종 모임에 참여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교환학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에서 할인과 무료 수하물 추가 혜택도 얻을 수 있으니 가입을 추천드립니다.
4. 수강신청
Charles University에는 SIS(https://is.cuni.cz/studium/eng/index.php)라는 수강신청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과목 검색을 하고 강의계획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만 수업을 듣고 싶은 분들은 언어를 영어로 선택하고 과목검색을 하시면 됩니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제 교환 기간 주된 목표였기에, 주로 어학 수업을 신청하였습니다. 저는 English B2와 Academic English Reading을 수강했는데, 영어로 듣고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영어로 전공과 관련하여 30분 간 발표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차후 체코어를 공부할 계획이 없으시더라도, 체코어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일상생활에서 인사, 주문, 계산 등을 할 때 체코어를 조금이나마 사용하면 훨씬 친절하게 대해주시기도 하고, 체코인 현지 친구들도 훨씬 우호적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체코어 수업은 교환학생들만 수강하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친해지기 좋습니다. Czech for Beginners – Survival Skills 과목은 아주 기초적인 체코어를, Czech for Beginners – Basic Curriculum은 A1 수준의 조금 더 심도있는 체코어를 학습하기 좋은 수업입니다. 자신이 6개월동안 거주할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더하여 파견교 OT자료에서 교환학생들을 위한 교양 과목들도 추천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과목은 교환학생들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홈페이지 상에 공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미리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 수강 가능 여부를 여쭤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커뮤니티
체코의 주 SNS인 왓츠앱(WhatsApp)에는 ESN 단체방, 기숙사 단체방 등 단체채팅방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필요한 정보나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존에 쓰던 생활 물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들을 구하거나, 국가번호를 통해 같은 교환교에 파견 온 한국인 친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6. 생활 물품 구매
1) 식료품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대형마트는 Billa, Lidl, Tesco 등이 있습니다. 식료품은 한국보다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일, 채소, 빵, 유제품이 그렇습니다. 한식 식재료는 비싸지만 구매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K-Food에서 다양한 종류의 한식 식재료와 밀키트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라면과 소주는 Mini Market 등 정말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햇반이나 블럭국, 3분요리 등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하신 경우 미리 한국에서 구입해오시면 좋습니다.
2) 생필품
이케아, Pepco, DM, Rossmann 등에서 생필품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공산품의 가격은 한국보다는 꽤 비싼 편입니다. 체코와 한국은 미적 기준이나 제품 성분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사용하시던 스킨케어 제품, 화장품 등은 6개월치를 넉넉히 가져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체코는 230V를 사용하므로 한국 대부분의 전자제품 플러그가 호환됩니다. 그렇지만 드라이기 등은 체코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져오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3) 책
Academia나 Charles 대학의 학교 서점 등에서 다양한 책과 대학 교재 등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코에는 유명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영문 책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단일 언어를 쓰는 국가이기 때문에 체코어로 된 책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영문 책이나 한글 책을 다양하게 읽고 싶으시다면 미리 챙겨오셔야 합니다. 제 경우 출국 당시 캐리어 무게의 30% 이상이 책이 차지하는 무게였습니다.
V. 기타 흥미로운 것들
1. K-POP 댄스 클래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역 체육센터에서 K-POP 댄스 클래스를 운영하고 계시는 선생님을 찾았고, 4회 정도 수업을 들었습니다. K-POP에 관심 많은 체코, 우크라이나 분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혹 도움을 얻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인스타그램 주소를 함께 첨부합니다. @solyadance_prague
2. 스냅 사진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프라하에 거주하시는 한국인 스냅 사진 작가분을 찾아, 프라하에서 멋진 사진을 남겼습니다. 검색해보시면 한국 사진 작가분을 여럿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6개월이나 거주한 곳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3. 한인 택배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여행을 다닐 예정이기도 했고, 귀국 비행기에 수하물을 전부 실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한국으로 짐을 부치기 위해 한인택배를 알아보았습니다. 택배를 부칠 때 체코 우체국을 이용할 수도 있고 가격도 비슷하지만, 체코 우체국 직원 분들은 영어를 아예 못하시는 데다 오직 체코어로만 되어있는 송장을 작성해야 해서 오발송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V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제 삶이 얼마나 바뀌었냐고 물으면 명확한 대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삶은 여전히 막막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혼자 6개월의 삶을 꾸려나간 경험은 제게 마음 한 구석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혼자 여행도 다녀보고, 영어가 모국어에 가까운 친구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도 해보는 등, 한국에만 있었으면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교환 프로그램 과정에서 엄청난 것을 성취한 것은 아니지만, 도전의 경험 자체가 주는 힘이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모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라하 댄서분께 K-POP 수업을 수강하면서, 서로의 언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이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2024년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전 세계 친구들이 다 같이 기숙사에 모여서 자신의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서툰 솜씨로 만든 한식을 좋아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친구들을 보며,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뿌듯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저는 교환 초기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서,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게 다가와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도 많이 보냈지만, 조금만 손을 내밀어 더 일찍 가까워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들곤 합니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제 자신감은 충분히 개선되었고, 한국에서는 공부하기 어려운 리스닝과 스피킹 능력도 점차 향상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력을 정량적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TOEIC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교환 후 이전보다 약 150점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교환학생이 되고자 했을 때 다짐했던 것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최선의 정도로 이루어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정말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 체코 교환학생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따로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어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런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드리고자 조금 더 자세히 수기를 작성하였습니다. 제 수기가 체코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