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재료공학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학문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네덜란드는 혁신적인 연구 환경과 실용적인 교육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전공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선배님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다들 교환 생활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해서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가 1차 신청을 하며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국 지도교수님께 추천서를 늦게 부탁드리게 되었고 바쁜 일정 속에 신청 마감까지 겹쳐서 1차 신청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꼭 같이 가자고 도와준 덕분에 2차 신청을 통해 네덜란드 교환 자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로 13시간을 날아 유럽에 가는 길에 '내가 과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생활비는 괜찮을까?', '얼마나 많은 도전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그 걱정들이 모두 현실이 되었지만 경험 속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순간들이 오히려 뿌듯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 선정 이유
처음 교환 대학을 정할 때 유럽 중심부에 있는 대학이었으면 재료공학 관련 학과가 있을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고려했습니다. 파견 대학 명단을 살펴보다가 네덜란드의 University of Twente(UT)를 선택했습니다. 재료공학과 가장 관련 있는 학과를 찾다 보니 화학공학을 제공하는 이 대학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했지만 새로운 학과 지원 명단이 변경되면서 다시 코스를 검토했습니다. 그러다 ATLAS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ATLAS는 단순한 학과가 아니라 University College Twente(UCT)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융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ATLAS로 교환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2. 파견대학과 지역의 특징
UT 캠퍼스는 숲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대와 자연에 조화를 잘 이루어진 예쁜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서 걱정했지만 실제로 생활해 보니 Enschede는 조용하면서도 편리한 지역이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했을 시골 느낌이 든 곳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많고 시설이 잘 갖춰진 소도시였습니다. Enschede는 네덜란드 동부에 있으며 독일 국경과 가깝습니다. 자전거로 약 30이면 독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네덜란드 시골 풍경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현대적인 시설과 상업 지구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환경에서 공부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도착 후 부분 포함)
1. 비자 신청 절차
네덜란드에 90일 이상 체류할 경우 거주허가(Residence Permit) 신청이 필요합니다. 거주허가를 받기 위해 먼저 입국 전에 MVV를 신청합니다. 네덜란드 대사관을 방문해서 여권에 MVV 비자 스티커를 부착받습니다. 네덜란드에 도착한 후 학교 국제처에서 거주허가 신청 절차를 안내하며 이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하면 됩니다. 무비자 체류 기간이 최대 3개월이므로 기한 내 모든 절차를 완료해야 합니다. 먼저 시청(Gemeente)에서 거주 등록을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학생 정보를 일괄적으로 제출하므로 정해진 일정에 맞춰 등록하면 됩니다. 등록 후 약 2주 뒤 본인 BSN 번호가 편지로 알려집니다. BSN 번호는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거나 공부할 때 꼭 필요한 개인 식별 번호입니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은행 계좌 개설, 건강 보험 가입 등 다양한 행정 절차에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IND 즉, 네덜란드 이민국 센터를 방문해서 지문과 사진을 등록해야 합니다.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약 2주 후 국제처에서 거주허가증 발급 안내를 받습니다. 학교 단체로 Utrecht에 가서 허가증을 수령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비 EEA 교환학생은 UT에서 ITC International Hotel숙소를 배정받을 것입니다. 따로 집을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숙소 예약을 위해 입국 비자 비용과 은행 잔고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후 Roomspot을 통해 숙소 제안을 받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Roomspot 계정을 만들고 등록 번호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숙소 계약 기간은 5개월입니다.
숙소는 도시 중심에 있어서 생활이 편리했습니다. 1인실이라서 좋았고 방마다 개인 냉장고, 샤워실, 발코니, 소파, TV가 있습니다. 입주 첫날 담요, 베개, 침대 커버도 제공됩니다. 층마다 공용 주방 있고 주방에 인던션, 전자레인지, 오븐, 토스토기 있어서 좋았습니다. 0층에서 무인빨래방 있고 세탁기, 건조기, 따로 빨래할 수 있는 공간 있습니다. Reception에서 코인을 구매한 후 세탁기에 투입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조기를 쓰려면 코인을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와이파이는 서울대학교와 마찬가지로 eduroam을 통해 학교 계정으로 접속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주 방 청소 서비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 기간에 방을 비워야 해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숙소 관련 문제 생기거나 문의 사항 있을 경우 0층에서 리셉션이 24시간 운영되므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
학교는student fee없고 tuition fee학생이 따로 지불하지 않습니다. 숙소의 경우 월 기숙사 비용은 약 490~510유로입니다. 30일인 달에는 490유로, 31일인 달에는 510유로로 청구됩니다. 매월 말일까지 거주비를 납부해야 하며 리셉션에서는 현금 결제를 받지 않습니다. 카드 결제는 가능하고, 이메일로 안내받은 계좌번호로 이체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ITC International Hotel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직접 숙소를 찾아야 하지만 단기간 거주할 곳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네덜란드 대학의 한 학기는 두 부분으로 한국과 다르게 Block 1A와 Block 1B로 구분됩니다.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첫 번째 학기는 Block 1A는 9월부터 11월까지, Block 1B는 1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됩니다. 마찬가지로 봄과 여름에 해당하는 두 번째 학기는 Block 2A는 2월부터 4월까지, Block 2B는 4월부터 6월 또는 7월까지 진행됩니다. Block 1A와 Block 1B구분됨에 따라 수강 시기가 두 개 있습니다. 학교 메일로 수강 절차 안내가 오면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Osiris에서 수강 신청을 하면 됩니다. 더치 강의도 있고 영어 강의도 개설됩니다. 영어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수강 정정 및 드랍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마감일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쓰는 ETL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여기서는 Canvas를 사용합니다. 강의 자료, 공지사항, 과제 제출도 모두 Canvas에서 진행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듣고 있는 프로그램은 앞서 말한 ATLAS (Technology and Liberal Arts & Sciences)입니다.
공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통합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학기에 27 ECTS (16.2학점)를 이수해야 학기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ATLAS는 18 ECTS의학교 Semester Team에 의해 구성되고, 나머지 9 ECTS는 Electives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구조입니다. 18 ECTS에 포함되는 주요 과목은 Semester Project, Complex Systems (수학), Electronics & GIS (자연과학), Ethics, Policy & Governance of Wicked Problems (사회과학)입니다. 가장 비중이 큰 Semester Project (9 ECTS)는 팀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주어진 wicked problem (복잡한 사회 문제)을 분석하고 주요 이슈를 기반으로 해결 전략을 세웁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팀 미팅을 하고 최종 레포트를 작성합니다. 다양한 국가,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과 협업하면서 팀워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사회과학적인 시각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두번째, Complex Systems 과목은 개인 또는 팀으로 학습하며 주어진 주제 중 하나를 골라 MATLAB이나 Python을 사용해 모델을 만드는 과목입니다. Electronics & GIS 과목은 Semester Project와 연계되어 진행됩니다. Arduino와 프로그래밍을 사용해서 프로젝트 팀에서 정한 wicked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제작하고 데모와 함께 짧은 레포트를 제출합니다. 유럽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전자 부품을 다루고 회로를 설계하면서 아두이노를 배우는 경험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thics, Policy & Governance of Wicked Problems 과목은 사회과학 과목으로 자유로운 팀 활동과 수업을 통해 wicked problem에 관련된 윤리적, 정책적 이슈를 이해하고 레포트를 작성합니다. 이 네 가지 활동은 레포트나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며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고 제출만 하면 pass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Personal Pursuit (3 ECTS)라는 필수 과목이 있습니다. 이 과목은 학생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계획을 세워 학기 말에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탐구할 수 있어 유익합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한 학기에 약 30 ECTS를 수강하는 셈입니다. 한편, Electives 과목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고 저는 Engineering Solid Mechanics와 Vector Calculus를 들었습니다. 이 두 과목은 일반적인 강의와 시험 형태로 진행되었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큰 부담 없이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학기는 ATLAS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교환학생을 받은 학기였습니다. 아직 교환학생을 위한 규정(학점 구성, 과목 선택 규칙 등)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기 마지막에 저와 다른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과 개선 의견을 수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마 향후에는 이런 부분이 더 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모든 과목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성적에 출석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과목은 스스로 학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레포트만 제출하면 됩니다.
시험 과목도 예전에 비슷한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면 큰 부담 없이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여기에서는 네덜란드어(Dutch)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Personal Pursuit 과목에서는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이 3개월 동안 Dutch를 스스로 공부해서 Learning Language Journal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인사말이나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단어만 간단히 배웠습니다. Dutch는 영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배우는 데에 크게 부담이 없었습니다. Personal Pursuit를 통해 Dutch를 배우게 된 덕분에 교환학생 생활에도 더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비영어권 나라지만, 공식 언어인 더치 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영어만 할 줄 알아도 현지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습니다. 쇼핑이나 외출할 때도 큰 불편 없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고 만약 영어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도 번역기나 간단한 영어 표현, 심지어 수어를 써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친절해서 대화하는 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물론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는 품목 이름이 전부 더치어로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번역기를 자주 썼습니다. 하지만 많이 보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고 게다가 더치가 영어와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익숙해지는 과정도 교환학생 생활의 재미였던 것 같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수강이나 수업에 관련된 문의는 Semester Coordinator에게 이메일 보내거나 면담하면 됩니다. 성적이나 교환에 관련된 문의는 Exchange and Internationalization Officer에게 연락하면 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넉넉한 분량의 약품 챙겨오는 게 좋습니다. 여기 날씨가 흐리고 우울함을 줄이기 위해 비타민 챙겨오는 것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생활용품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많이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바람막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자전거를 타야 할 경우 바람막이를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여행용 멀티 어댑터 가져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럽 플러그는 한국과 같지만 영국이나 스위스의 플러그 다르기 때문에 어댑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유럽에서 사용하는 유로는 원화의 약 1.5배로 생각하면 됩니다. 네덜란드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편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장점은 우유, 치즈, 과일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비싼 사과는 여기에서 2유로로 5 개를 구입할 수 있어서 매우 저렴합니다. 그러나 외식은 한국보다 비싸기 때문에 자취를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요리하는 습관이 없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자취 요리를 마스터하게 될 것입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쇼핑,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도시 중심에 시설들이 몰려 있어서 생활이 편리하다. 생활용품은 Action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다이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네덜란드에서 좋아하는 일상 중 하나는 장보기입니다. 여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는 Albert Heijn(AH), Aldi, Lidl, Jumbo등이 있습니다. Aldi와 Lidl은 가격이 저렴하고 AH는 품목이 다양합니다. 마트는 숙소와 가까워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가면 됩니다. 화장품은 올리브영과 비슷한 Kruidvat이나 Etos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옷을 사려면 가격 저렴한 Primark가 있고 H&M, Zara, Bershka, NewYorker 같은 브랜드에서도 세련된 옷을 구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거인 나라로 유명한데 생각보다 아시안 사이즈와 차이 많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바지 길이가 긴 편이라 한국에서 챙겨오는 게 좋습니다.
도시 중심에는 파스타집, 멕시코 음식점, 스시집 등 다양한 외식 옵션이 있습니다. 외식비는 보통 한 메뉴에 10~18유로 정도로 나오고, 식당 종류는 다양하지만 아시안 음식은 입맛에 맞지 않거나 맛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밥 대신 빵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서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외식비가 많이 들고, 외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자취를 많이 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숙소 근처 아시아 마트에서 라면, 김치, 고추장 같은 한국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쌀은 AH, Aldi, Lidl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숙소 옆에 있습니다. 약품, 예를 들어, 감기약 등과 같은 것은 Etos와 Kruidvat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가게들이 숙소와 가까워서 정말 편리합니다.
여기 카드 결제가 일반적입니다. Visa나 Mastercard 모두 사용 가능하니 현금을 많이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레블 월렛을 추천합니다. 환율이 좋고 결제도 빠릅니다. 저는 실물카드 대신 애플페이 더 편리하고 안전해서 특히 여행할 때 전자 결제가 유용했습니다. 현지 은행 카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직접 은행에 방문하거나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대면으로 앱에서 개설하려면 먼저 계좌 개설 신청을 하고 며칠 정도 기다린 뒤, 우편으로 받은 안내를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여권을 앱으로 인증할 때 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은행 카드를 빠르게 받고 싶다면 직접 은행에 방문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ABN AMRO 은행의 경우 온라인으로 미리 방문 예약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가끔 현지 은행 계좌(IBAN)가 필요한 경우 있으니 Revolut을 개통하는 것도 좋습니다. 앱에서 계좌를 만들면 됩니다.
Enschede의 대중교통은 시내버스와 기차가 있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이고 기차역은 약 10분 거리입니다. 대중교통 수단 외에 사람들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차량도로 옆에 잘 마련되어 있고 자전거 전용 신호등도 있어서 교통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숙소에서 학교까지는 1번 버스를 타면 25분 정도 소요되며 하루 교통비로 5유로가 듭니다. 반면 자전거로는 약 20분이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어서 운동도 되고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중고 자전거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Enschede의 자전거 가게에서는 중고 자전거도 판매하므로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근처 자전거 가게에 문의하면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Visa나 Mastercard는 버스, 트램, 지하철에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차를 탈 때는 별도의 교통카드인 OV-chipkaart가 필요합니다. 기차는 주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사용되는 교통수단입니다. 자주 기차를 이용한다면 교통비 많이 들게 되는데 그를 절약하기 위해 NS Season Ticket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NS Season Ticket은 매월 지불하는 할인 카드인데 여러 패키지 선책할 수 있습니다. 저는 NS Flex Dal Voordeel 패키지를 구매해서 매달 5.95유로의 요금을 지불합니다. 이 패키지는 기차를 이용할 때 평일 비피크 시간대와 주말에 40%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 신청 방법은 NS 사이트에서 원하는 패키지를 선택하고 신청하면 약 1주일 후 OV-chipkaart가 주소로 배송되며 받은 날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카드는 본인 이름으로 등록되고 한 명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단체 티켓(Group Ticket)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티켓은 2인 이상이 함께 동시에 이동할 때 유용합니다. 사용 방법은 미리 NS 앱에서 인원수와 승객 이름을 입력하여 구매하면 QR 코드를 발급받게 됩니다. 이후 해당 QR 코드를 통행 게이트에서 앱을 켜고 찍으면 됩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1인당 요금이 낮아지며 최대 7명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요금 정보는 NS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외 여행을 할 때는 주로 기차, 비행기, Flixbus를 이용하게 됩니다. 먼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저는 Ryan Air를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다. 왜냐하면 비행기 가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Ryan Air는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이 아니라 Eindhoven 공항을 이용합니다. Enschede에서 Eindhoven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약 2시간 반이 걸리고 기차 요금만 31유로 정도 나옵니다. 그래서 앞서 소개했던 단체 티켓이나 NS Season Ticket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비행기 티켓은 늦게 끊을수록 가격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기 외에 다른 저렴한 방법으로 Flixbus(장거리 버스)도 있습니다. 다만 Flixbus는 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격이 저렴해서 인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꿀팁 하나 더 드리자면, Student Beans와 UNiDAYS 웹사이트를 통해 Flixbus 10% 할인 코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코드를 사용하고 나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새로운 코드를 다시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할인 코드는 Flixbus 앱에서 티켓 구매할 때 적용할 수 있어서 교통비를 조금 더 아낄 수 있습니다.
통신의 경우, 미리 한국에서 이심 로밍을 며칠치 구매해 두고 네덜란드 도착 후 현지 심카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여러 통신사 중에서 Lebara를 사용했습니다. Lebara는 한 달 11GB 데이터 요금제가 있는데 데이터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 영국, 스위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여행할 때도 아주 편리했습니다. 11GB 정도면 일상생활이나 여행용으로 충분했습니다.
4. 학교생활
개강 전에 Kick-i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Kick-in는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인데 학교 탐방, 스포츠, 게임, 문화 체험, 시내 투어 같은 다양한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캠퍼스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낮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밤에는 실외 파티와 실내 파티도 열립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정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꼭 참여해보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네덜란드 대학의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이 정말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다닌 ATLAS처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중심이라서 계획 세우는 것부터 실행까지 모두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또한 교수님이 학생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 거리도 가까워서 수업 중에도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고 오히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캠퍼스에는 문화시설이 정말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운동시설, 당구장 같은 곳도 있어서 시간 날 때 이용하기 좋습니다. 다만 이런 시설들을 이용하려면 Student Union 사이트에서 UnionCard를 구입하고 월 이용료를 따로 내야 합니다. 한편, 교내에는 다양한 식당들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어서 친구들과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기도 좋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연못 주변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캠퍼스 분위기가 여유로워서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5. 여행
프로젝트 때문에 여유 시간이 줄였지만 교환 기간 동안 유럽 나라들을 여행할 기회는 놓칠 수 없었죠. 네덜란드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9월에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를 돌아보았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크지 않아서 도보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골목골목마다 운하가 흐르고 자전거가 정말 많았습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지나가는 자전거가 빨라서 부딧칠 뻔한 때도 많았습니다. 예술에 큰 관심이 없지만 암스테르담에 오면 Van Gogh박물관에 안 가는 것은 네덜라드에 온 적이 없는 것과 마찬까지라고 생각이 들어서 Van Gogh박물관 한번 가봤습니다. 당일 현장 구매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해서 방문 일주일 전에 오후 시간대를 예약했습니다. 국립미술관(Rijksmuseum)도 갔다 왔는데 규모가 아주 커서 천천히 감상하고 돌아보니 반나절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하루에 두 번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지쳤네요. 다음날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Zaandam과 Zaanse Schans를 다녀왔습니다. Zaandam에서는 레고처럼 생긴 독특한 건물을 보고 Zaanse Schans에서는 풍차가 돌아가는 동화 같은 마을을 걸으며 여러 종류의 치즈를 시식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와중에 숙소의 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 단체와 함께 바다로 유명한 Den Haag도 다녀오고 Utrecht에 가서 거주허가증을 받으러 가는 김에 주변도 한번 돌아봤습니다.
국내 여행을 마친 후에 국외 여행은 그리스로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그리스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Flixbus를 타고 벨기에로 이동한 후Brussels Charleroi Airport에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산토리니였습니다. 10월이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덥고 비수기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여름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섬 곳곳에서 본 일몰은 정말 아름다워서 모든 수고가 다 잊힌 것 같습니다. 다음날 자킨토스(Zakynthos)로 이동했습니다. GetYourGuide에서 출해 여행 패키지를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한 해변에 갔습니다. 해변에는 선박이 반으로 부서져 모래에 반쯤 잠긴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즐기려 했지만 10월이라 파도가 3m 가까이 일어나면서 배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저를 포함해 관광객 절반이 멀미로 토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물 색깔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지금까지 본 바다 중 가장 예쁜 물빛이었고 멀미로 힘들면서도 최선을 다해 풍경을 눈에 담으려 했습니다. 출해를 계획한다면 멀미약을 미리 챙기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날은 아테네(Athens)였습니다. 아테네는 음식이 정말 저렴하고 맛있었고 교통도 편리해서 여행하기 참 좋았습니다. 유적지는 아크로폴리스를 포함해 일부가 공사 중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해 질 무렵 유적지를 배경으로 보는 풍경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려면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음은 스위스 여행입니다. 기차를 타고 밤새 이동해 스위스에 도착했고 이번 여행은 주로 자연 풍경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숙소는 인터라켄 중심지에 잡아서 여기저기 이동하기 편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기차와 선박을 자주 이용해야 한다고 해서 3일 동안 기차와 선박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Swiss Travel Pass(CHF 244) 구매했습니다. 스위스는 외식비가 비싸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머물면서 Coop Mart에서 도시락, 라면, 그리고 맛있는 로스트 치킨을 사서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첫날의 일정은 Weggis 산이었는데 아쉽게도 날씨가 흐리고 비까지 내려서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타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구름과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체르마트(Zermatt) 산에 올라갔을 때였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원래는 정상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올 예정이었는데 실수로 산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길은 등산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가는 코스인데 저와 친구들은 특별한 장비 없이 중간중간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 산길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밤이 오기 전에 산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알프스 산맥의 압도적인 풍경에 몰입하면서 두려움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뜻밖에도 인생 풍경을 얻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여행입니다. 첫날은 베네치아로 갔습니다. 하지만 비가 내려서 날씨가 흐릿했고 다시 한번 여행에서는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날에는 피렌체(Florence)로 이동했습니다. 피렌체는 정말 만화 속에 나올 법한 예쁜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였습니다. 작은 골목길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두오모 대성당(Duomo)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그림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미술관, 조각상, 고풍스러운 다리가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쳤습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 크림 파스타를 먹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음식이 제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그날 밤부터 속이 안 좋아지고 결국 다음 날 하루 종일 힘들게 토했습니다. 피사의 사탑(Pisa)을 보러 이동할 때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사서 겨우 몸을 추슬렀습니다. 이탈리아는 파스타로 유명하지만 모든 음식이 다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밀라노로 갔습니다.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은 압도적인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했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는 비둘기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손에 비둘기 먹이를 올려주며 그 다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상황은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파리 여행은 새벽에 친구와 함께 Enschede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Flixbus를 타고 출발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에펠탑은 낮과 밤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으며 밤마다 정시가 되면 5분간 반짝이는 조명 쇼가 펼쳐져서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원래 루브르 박물관을 가려 했지만 실수로 화요일 휴관일을 몰라서 입장하지 못하고 대신 오르세 미술관으로 일정을 바꿨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은 특히 5층의 인상파 전시가 훌륭했고, 모네와 반 고흐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셋째 날에는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해 모나리자, 승리의 여신 니케, 밀로의 비너스를 직접 보고 이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이동해 오후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세느강 주변과 마레 지구를 걸으며 파리의 느긋한 일상을 즐겼고 곳곳에 있는 작은 가게와 맛있는 페이스트리를 경험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26세 이하 유럽연합 학생 혜택 덕분에 주요 박물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Île-de-France Mobilités 앱을 이용해 교통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파리 지하철역에서는 소매치기가 자주 발생하므로 안전을 위해 가방을 앞으로 메면 더욱 안전합니다. 파리는 치안이 불안하고 길거리가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깨끗해서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여행했습니다.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부터 열리기 시작하고 12월 24일, 25일, 26일에는 가게조차 거의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그전에 맞춰 여행을 다녔습니다. 먼저 DB기차를 타서 네덜란드와 제일 가까운 독일 쾰른(Cologne)과 본(Bonn)을 방문했습니다. 본은 베토벤의 고향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 속에서 걷는 본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따뜻했습니다. 쾰른에서는 대성당 앞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는데 반짝이는 조명과 달콤한 냄새가 가득한 시장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함부르크(Hamburg)로 이동했습니다. 이곳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산타가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다음으로는 오스트리아와 프라하가 가까워서 함께 여행을 다녔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정말 동화 속 세상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났습니다. 회전목마, 아이스 스케이팅장, 작은 대관람차가 곳곳에 있었고 골목마다 반짝이는 조명과 따뜻한 음료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이어졌습니다. 여행 중에 눈까지 살짝 내려서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비엔나에서 베토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 미리 티켓을 예약했습니다. 공연은 정말 웅장했고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영상을 남길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다만 시간 부족으로 유명한 오페라하우스를 구경 못했고 오페라는 아쉽게도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라하를 여행했습니다. 프라하에서는 레스토랑 음식이 정말 저렴했고 구시가지 광장과 성 주변 풍경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도시 전체가 따뜻한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다시 꼭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독일의 음식이 가장 맛있고 마켓 분위기도 제일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비엔나와 프라하 역시 각각 다른 매력으로 동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유럽 특유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아시아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이었고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24년 마지막 날에는 영국 런던에서 카운트다운을 하기로 계획했습니다. 다만 런던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를 제대로 보려면 사전에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티켓이 금방 매진되어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 티켓 없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Westminster Bridge, London Eye 근처를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Westminster Bridge에서는 런던 아이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지만 관람이 허용된 구역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므로 사전에 공식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저녁 8시부터 몰려들어 있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신호도 약해져 친구들과 연락이 어려워졌습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좋은 자리를 잡지는 못하므로 불꽃놀이를 완벽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영국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는 분위기 자체가 정말 좋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행사 후에는 많은 교통경찰들이 현장을 잘 관리해주어 사람이 다치지 않고 질서 있게 해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카운트다운 행사로 인해 주요 도로는 전부 통제되었고 대중교통도 대부분 중단되기 때문에 숙소까지는 걸어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자정 무렵이라 걱정도 됐지만 친구들과 함께 이동했고 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아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런던에서는 핸드폰 절도가 빈번할 수 있어서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람 많은 곳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핸드폰을 포켓에 넣지 않고 항상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길을 걸을 때 지나치게 핸드폰 화면에 집중하지 않도록 합니다.
6. 안전 관련 유의사항
유럽 나라들 중에서 네덜란드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입니다. 수도권이나 큰 도시의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Enschede는 매우 아늑한 분위기라서 밤에 외출하거나 마트에 가는 것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밤늦게 혼자 다니는 것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주의는 항상 필요합니다. 특히 사람이 적은 골목이나 외진 곳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전거를 사용할 경우 도난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항상 두꺼운 자물쇠로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지어 자전거 두 대를 연결해 묶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럽 내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의 기차역, 버스터미널, 공항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방을 앞에 매거나 중요한 소지품은 몸 가까이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방은 항상 지퍼가 닫힌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는 안전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잘 지킨다면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하반기라서 날씨가 여름처럼 완전히 좋지는 않았지만 연말에 다채로운 활동이 많았고 특히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가득 찼습니다. 이번 교환을 통해 제 인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장을 열게 되었고 20대에 유럽으로의 교환학생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색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새 그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의사소통, 책임감, 창의성의 중요성을 배우고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도 인상 깊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특히 영국에서 본 건물들이 말레이시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건축물들을 보면서 식민지 시대의 역사가 문화와 건축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쳤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그리운 순간도 많았지만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떠나기 싫어지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제 학업에 녹여 더욱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번 교환학생 경험은 저에게 정말 값진 시간이었고 이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