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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2024-2학기][입선] Vrije Universiteit Amsterdam (김○을)

Submitted by Editor on 10 December 2025

I. 교환 파견 동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2년 전 운 좋게 참여했던 스누인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에서 1개월가량 생활하면서, 이 갈망은 더 커졌습니다. 전혀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일은, 오래 ‘여행’을 떠나는 일과는 다르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원래의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즉 궤도를 이탈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넓게 말해 다른 나라에서의 생활은 원래의 땅으로부터 떠나 다른 땅으로 옮겨가 다시 궤도를 꾸리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뒤늦게 해외로 떠날 길을 모색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만큼 안전하고 또 쉽게 해외로 떠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환 학기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외딴 나라에 스스로를 던져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는 일종의 실험이었기 때문에 수학 기간을 1년으로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갈망을 해소하러 네덜란드로 향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오랜 고민 끝에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를 1지망으로 썼습니다. 제 경우 ‘유럽권 국가’ 소재 학교 중 ‘2개 학기 수학이 가능’한 곳만 고려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문화예술이 일상 속에서 향유하기 어렵지 않아야 하며, 타 국가로의 이동에 유리하고, 영어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고, 치안에 큰 위협이 없으며 마지막으로 행정 처리가 수월한지를 살폈습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기준에 부합하는 암스테르담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으로 ‘미술 시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서유럽의 중앙으로 큰 허브 공항이 있고,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 수준이 가장 높은 편으로 평가받고, 치안도 무난하며 행정 처리가 디지털화돼 비자까지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네덜란드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역사를 가져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무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새로운 시류가 닥쳤을 때 정책이나 기조를 급진적으로 바꾸기를 주저하지 않아 왔습니다. 자유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이 “네덜란드 문화에는 가만히 있기보단 뭐든 주저않고 해보는,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세가 있다”고 하셨는데, 특히 암스테르담에서 생활하다 보면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파리나 런던에 비견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거리마다 교차하는 운하, 삐뚤빼뚤 서로를 버팀목 삼아 선 건물, 푸른 잔디로 널리 깔린 숲과 공원으로 어느 도시보다도 삶을 충만하게 만듭니다. 그런 환경을 배경으로, 우리가 느끼기에 다소 생경한 담론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정책, 또 거기서 쌓아 올려진 삶의 방식이 갈래갈래 나뉘어 사회에 함께 공존합니다.

 자유대학교는 도시 중심으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Staion Zuid 근처에 위치합니다. 이후에 개발된 지역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은행 등 핵심 기업의 본사가 위치해 있어 암스테르담 중심과는 또 다른 인상을 풍깁니다. 스카이라인이 높게 형성돼 있고 공항이 가까워 비행기가 머리 위를 스치듯 가까이 날아갑니다. 역 주변에 있으면 어쩐지 서울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한편으로 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주택가와 기숙사 단지가 있는데, 바쁜 도심으로부터 자전거로 20~30분 정도 떨어져 지내는 게 오히려 저에게 심적 여유를 주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자유대학교는 교환학생 지원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 안내 메일만 따르면 큰 어려움 없이 비자(거주허가) 신청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학교 웹사이트를 통해 서류를 제출하게 됩니다. 여권 사본, 영문 성적표, 잔고 증명서 등이 서류로 요구됩니다. 잔고 증명서의 경우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 우리은행에서 발급받았는데 별문제 없이 통과됐습니다. 이후 비자 신청이 모두 완료되면, 자료가 학교에서 IND(이민청)으로 자동 이관됩니다. 거주 허가 신청이 완료되면 네덜란드 입국 직후 IND 예약을 잡아 직접 기관에 방문해 생체 정보를 등록하면 이후에 실물 거주허가증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학기 시작 직후에는 다소 예약이 몰려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 미리 IND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 일정을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

 (참고 URL: https://vu.nl/en/education/more-about/exchange-visa)

 

2. 숙소 지원 방법

 암스테르담은 주거난으로 유명한 도시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 없이 별도로 숙소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금액이 천정부지로 높기 때문에 부담이 큽니다. 이 때문에 교환학생 대부분은 하우징 서비스인 DUWO 측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를 이용합니다. 비자 신청 과정에서 하우징에도 함께 등록하는데 약 250유로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납부 순서대로 기숙사 신청 안내를 받습니다. 즉, 납부를 늦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기숙사 실제 신청 기간이 늦춰지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나가는 방을 제때 잡을 수 있도록 지체 없이 수수료를 입금해야 합니다. 신청은 정해진 일자에 선착순으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교환학생은 Uilenstede에 있는 Red tower 혹은 Green tower를 선택합니다. Uilenstede는 자유대 자전거 10분 거리에 위치한 기숙사 단지로, 학생이 모여 살아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Red tower는 공용 주방, 공용 욕실, 개인 방으로, Green tower는 공용 주방, 개인 방 및 욕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는 1년간 지내기엔 개인 욕실 있는 방을 택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Green tower를 택했습니다. 고층의 서향 방을 택했는데 아침엔 눈이 부셔 잠에서 깨는 일이 없고 저녁엔 개인 발코니에 나가 노을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플랫별로 분위기가 다르지만, 저는 두 학기 모두 플랫에서 전 세계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들과 깊은 유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파티는 공용 공간이 더 넓은 Red tower에서 벌어집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교 협정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자유대에 내야 하는 student fee나 tuition fee는 없습니다. 다만 비자와 하우징 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나 교환 기간 동안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학생 비용 등 추가로 지출할 요소가 몇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DUWO 하우징 수수료는 250유로 정도, 비자 수수료는 275유로 정도입니다(2024년도 교환 기준). 제가 지냈던 Green Tower는 월 410유로 정도를 내야 했고, 한 번에 내거나 매달 내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저는 환율 상승과 매달 이체의 성가심 등을 고려해 한 번에 12개월치를 다 냈습니다. 외에 파견 준비 비용은 크게 없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모든 정보는 등록한 메일로 안내됩니다. 주기적으로 메일함을 확인하고, 놓치는 정보가 없도록 스팸 메일함까지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궁금한 사항은 incoming 팀에 문의하면 빠르게 답변해 주시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메일을 보내는 게 낫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VU는 학기(semester)가 3개의 분기(period)로 나누어 운영합니다. 수강신청은 안내 기간에 맞춰 학기별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1학기는 period 4, 5, 6 시간표를, 2학기는 period 1, 2, 3 시간표를 신청하게 됩니다. 첫 두 개 period는 정규학기로, 마지막 period는 계절학기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학기별로는 최소 24 ECTS (총 4개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정규학기에 해당하는 period 1, 2, 4, 5에는 수업을 한 개 이상 꼭 등록해야 하고, 계절학기에 해당하는 period 3, 6은 개인 선택에 따라 수업을 아예 수강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저는 period 3, 6에는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수강 신청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Course Selection 기간에 듣고 싶은 수업 목록을 제출합니다. 이후 이수 조건이 부합하는지에 따라 피드백이 오기도 하나, 미리 강의계획서를 읽어보고 제출하면 대개 문제없이 승인됩니다. 다만 이후 설명해 드릴 이유로 인하여 딱 24 ECTS에 맞추기보단 넉넉하게 수업 2~3개 정도 더 추가해서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이후 Course Registration을 통해 정식적으로 시간표를 짭니다. 이 기간에 각 수업 시간표가 나옵니다. 이때 Selection에 넣은 강의끼리 시간표가 겹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정규 시간표가 겹치지 않더라도 시험이나 재시험 시간이 겹치면 그 또한 중복으로 수강이 불가합니다. 이 경우 Register/Deregister 기능을 통해 미리 넣어둔 수업으로 바꾸어 신청하거나, Course Coordinator와의 연락을 통해 새 수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한국 수강신청과는 달리 선착순으로 끊기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기간에 맞추어 신청하는 걸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Period 1

Showed trials: Truth telling in documentary film and court

 국제법 중심지인 헤이그 때문인지, 자유대학교에도 EU나 국제법을 중심으로 한 수업이 많았습니다. Showed trials는 다큐멘터리 영화 속 시각 자료가 국제 재판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룹니다. 영화 속 법과 법 속 영화,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합니다. 재판에서의 시각 증거 사용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에세이, 국제 재판을 사례로 ‘진실’을 모색하는 다큐멘터리 기획 피치, 그리고 스토리 보드 제작 이렇게 총 세 개의 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로드가 많지 않고 수업 자체도 흥미로워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Graphic Design: Histories & Theories

 실용보다는 이론을 중심으로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훑는 수업입니다. 저를 포함한 서너 명을 제하고 수강생 대부분이 자유대학교 재학생이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석사생이었습니다. 미디어 분야 석사생이 들을 수준으로 수업 내용이 심화돼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역사가 상당히 짧고 실용으로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 디자인을 이론적으로 다루다 보니, 개중 따라가기 어렵거나 의의가 모호한 지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기말 페이퍼도 분량이 많은 편이고 주제를 잡기 어려워서, 관련 학과 학생이 아니시라면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Period 2

AudioVisual Anthropology

 영상 민족지를 장르별, 주제별로 나눠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최종적으로는 직접 영상 민족지 하나를 제작하는데 방점이 있는 수업입니다. 수강생 대부분이 인류학 전공생이어서 기본적인 내용보다는 심화 이론과 토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팀 프로젝트로 영상 민족지 기획서와 제작 결과물을 내고, 개별로 리플렉션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으로 로드가 구성돼 있습니다. 분량이 3분 내로 짧은 편이라 제작이 크게 어렵지 않고 오히려 현지 학생과 교류할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Marketing I

 인문대학을 벗어나 다른 분야도 접해볼까 싶어 듣게 된 수업입니다. 마케팅의 기초 이론을 다루어서 비전공자도 듣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이 업계에서 오래 종사하셨기 때문인지 케이스위주의 설명이 많았고, 연사 초청 강의도 2번 정도 있어서 관련 인사이트를 얻기 좋았습니다. 평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기말 최종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당 강의 두 번과 튜토리얼 한 번으로 나뉘는데, 튜토리얼은 출석이 의무이기 때문에 여행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시간표를 잘 고려하시어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Period 4

Imagining the Dutch: themes in Dutch History

 네덜란드 역사를 다루는 수업입니다. 특히 황금시대로 불리는 17세기를 중심으로 기존의 애국주의적, 식민주의적 사관을 뒤트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읽기 자료가 제공돼 부담이 있을 수도 있으나, 사실 수업을 따라가면서 주요 자료만 읽으면 되기 때문에 과제와 시험은 대비하기 쉽습니다. 제가 수강했을 때는 비대면 출석도 가능해서 여행과 병행하기 좋았습니다.

 

History of Collecting and Exhibiting (1500-present)

 네덜란드 곳곳에 있는 박물관, 미술관, 저장고 등을 방문하며 수집과 전시의 역사와 이론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실제로 매주 다른 도시에 가서 세미나를 치르는, 견학 중심의 수업이기 때문에 학기 중 여행을 중점으로 두는 분껜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규모로 수업이 운영돼 교수님과 다른 수강생과 더 유대를 쌓을 수 있고,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는 박물관 저장고나 연구실도 방문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분께는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Period 5

Visual Rhetoric

 시각적 이미지를 어떻게 인지하고 이해하는지를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수업입니다.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포함된 수업이라, 일반 교환학생이 듣기엔 다소 로드가 무거울 수 있습니다. 거의 매주 발표가 있고 20페이지 이상 분량의 보고서와 최종 발표, 기말고사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큽니다. 책임감 있게 출석과 과제 모두 참여 가능한 경우에만 수강하는 것이 좋습니다.

 

Documentary Film, International Law & World Politics

 앞서 Period 1에서 언급한 Showed trials과 거의 유사한 내용의 수업입니다. 다만 필름 피치 및 스토리보드 제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5분 분량의 영상을 만들고 상영까지 하므로, 다큐멘터리 촬영 및 제작에 관심 있는 분께 추천 드립니다. 에세이와 영상 과제 모두 평가가 후한 편이고 피드백도 건설적이라 개인적으로 즐겁게 들었습니다.

 

3. 학습 방법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는 리딩이 많은 유럽권 대학 중에서도 특히 많은 편에 속하는 듯합니다. 수업 전후로 읽어야 할 자료가 많기 때문에 밀리지 않도록 학업 일정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인문대학 소속 수업은 시험보단 에세이 위주의 평가가 흔한데, 대개 수업 자료 인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읽을 때부터 약간 정리해 두면 이후에 편합니다.

 한 period당 6주 정도로 수업 기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진행이 매우 빠른 편입니다. 동시에 수업이 아주 깊게 주제를 파고들지 못하고 표면적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리 강의계획서를 통해 레벨이 100에서 300 사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려하고 본인 선호에 맞춰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네덜란드어는 게르만어파로 영어와 독일어 중간에 있는 언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은 영어 진행 강의만 듣기 때문에 영어만으로도 별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네덜란드어를 배우고 싶으시다면, 학기 전에 미리 언어교육원() 강의를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수강 시 일정 ECTS 크레딧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 독일어 구사가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로 기재된 글은 대충 읽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회화는 Duolingo 앱을 통해 익혔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개강 이후에도 일정 기간 수강신청 변경이 가능합니다. 첫 수업을 듣고 변경하고 싶은 경우, 변경하고자 하는 과목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 정원이 아직 남았는지 허가를 구하고 이후 코스 코디네이터에 상황과 함께 허가를 구했음을 알리면 이후 행정 처리가 진행됩니다. 다만 인원 초과나 이수 조건 미충족 등의 사유로 거절될 가능성도 있으니 처음 수강신청 때부터 꼼꼼히 신청하는 게 낫습니다.

 한편, 네덜란드 대학은 평가 점수 부여 기준이 유럽권에서도 꽤나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낮은 1부터 10까지로 점수가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 5.5나 6을 넘으면 Pass고, 그 이하는 Fail 입니다. 9나 10을 받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합니다. 한국 대학 학풍과는 달리, 대부분의 재학생이 높은 점수보다는 Pass만을 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행 일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5.5나 6 이하로 F를 받더라도 이후 Resit을 통해 성적을 올릴 수도 있으니 너무 낙담하거나 조급해하지 마시고 효율적으로 학업을 분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어딜 가나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라 뭐든 현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산품은 한국에서 압도적으로 저렴하고 질이 좋은 게 맞습니다. 꼭 가져가길 추천하는 물품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외출용 슬리퍼 (원래 신던 켤레 그대로 가져오면 됩니다)
  • 코스메틱 리필 (네덜란드는 화장품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지는 않아서, 개인이 따로 필요할 듯싶은 제품은 미리 구비해가시길 바랍니다)
  • 우비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에서 더 저렴한 제품으로 미리 사 가면 좋습니다)
  • 렌즈나 안경 여분 (사용자에 한해)
  • 여드름 패치 (저는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 자물쇠 (작은 TSA 자물쇠 여러 개와 두꺼운 자전거 자물쇠 한 개 조합을 추천합니다)
  • 육수 큐브 (한식 요리 시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 각종 문구류 (사용할 볼펜이나 노트류)
  • 여분 수건 (현지에서 사기엔 꽤 비싸서 몇 개는 따로 챙겨오는 게 낫습니다)
  • 샤워기 헤드와 필터 (Uilenstede 원 샤워기 수압이 약한 편이라 바꾸는 게 삶의 질에 좋습니다)
  • 젓가락 (현지에는 딱 1세트만 나눠 파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집에서 쓰던 수저 한 세트만 따로 챙겨오면 편합니다)

 

<-> 꼭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물품

  • 우산 (어차피 바람에 부서집니다)
  • 그 외 한식 부재료 (현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으니 캐리어 공간이 남는 경우에만 챙겨오는 게 낫습니다)
  • 지나치게 많은 옷 (취향에 따라 갈리지만 유럽 내에만 있는 브랜드나 빈티지 가게 탐방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옷을 만날 수 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암스테르담은 가장 살기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물가가 높습니다. 저렴한 식사도 12유로는 거뜬히 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식보단 직접 플랫에서 요리를 해먹는 게 경제적으로 낫습니다. Uilendstede에 거주하면서 가장 가까운 Jumbo, Gelderplein에 위치한 AH XL,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 있는 Dirk 이렇게 세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곤 했습니다. 브랜드별로 특징이 있는데, 특히 AH는 멤버십 카드 할인 제품이 많으니 꼭 Bonus 카드를 구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도시 곳곳에 로스터리 카페가 많아 다니기 좋지만, 커피값도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필터 커피를 구비해 직접 내려 마셨는데 원두 종류도 한국보다 다양하고 가격대도 괜찮아서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또, Amazon이나 Bol.com뿐 아니라 중고 거래 사이트인 Marktplatz, 학기 초 생성되는 Uilenstede Fleamarket 그룹 채팅방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생필품을 구매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자전거]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전용 도로부터 관련 시설까지 모든 게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교통비가 꽤 비싼 편이고, 2025년부터는 주요 도시를 중점으로 교통비가 인상된다고 하니 더욱이 자전거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구매 후 되팔기 혹은 대여 중 고민을 많이 하실 텐데, 저는 대여를 추천드립니다. 1년 체류하면서 첫 6개월은 Marktplaats 사이트에서 구매한 중고 자전거를 탔는데, 조금 저렴하지만, 수리 보증이 되지 않고 무엇보다 상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매해서 결국 여름쯤 폐기했습니다. 대여는 ‘Swapfiets’가 가장 대중적이고 안전한 선택인데, 앱을 다운 받아 수령 일자를 정하고 가서 픽업하면 끝일 정도로 과정이 아주 간단합니다. 중간중간 수리도 지점에 가서 받을 수 있어 안정적입니다. 다만 구독 취소는 한 달 전에 예고해야 하므로 출국 전부터 잘 고려하여 추가 요금 내는 일 없게 반납 일자를 조정해야 합니다.

 

[교통]

 대중교통을 탈 때 컨택트리스 카드로도 문제없이 승하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OV-chipkaart를 발급해 구독 요금제를 이용했습니다. 한 달 5유로 안팎의 요금을 내면 off-peak 시간과 주말에 기차 4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자주 근교 도시를 다니기에 좋았습니다. 근교 도시 방문 계획이 적다면 요금제를 구독하지 않고, 교통카드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계좌를 연동하면 후불 교통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어 예산 관리에도 편리합니다.

 작은 팁이라고 한다면, OV-chipkaart 소지 시 지연이나 오류에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서울에서처럼 꼭 승하차 모두 카드를 태그해야 하는데, 하차를 빼먹으면 해당 차편의 종점 기준으로 요금이 계산됩니다. 특히 Schipol 공항에 기차를 타고 갔을 때 플랫폼 위층에 있는 기둥에 하차 태그하는 걸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원래 5유로 미만으로 나와야 할 요금이 종점 하차로 계산돼 놓게는 20유로까지도 처리됩니다. NS 웹사이트에서 개인 이용 내역을 확인하고, 실수한 항목에 실제 하차 역과 사유를 설명하면 이후 환불 처리돼 정상 요금만 지불하면 됩니다.

 

[은행]

 네덜란드에서도 Mastercard 나 Visa를 대부분의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종종 Maestro만 받는 곳도 있습니다. Maestro는 네덜란드 은행에서 발급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인데, 대부분 거주지와 거주허가증을 요구해 초반에 바로 발급받기가 어렵습니다. 제 경우, 한 달 정도까지 인증 없이 카드가 발급할 수 있는 인터넷 뱅크 Bunq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계좌 개설 및 애플페이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이후 행정 처리가 다 완료된 이후에는 Bunq 계좌를 해지하고, ING와 Revolut에서 각각 계좌를 열고 카드를 받았습니다. ABN Amro나 Rabobank를 이용한 경우도 봤는데, 취향에 맞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의료]

 네덜란드는 지정 의사제도가 있어 자유대학교에서 보내는 안내에 따라 GP를 등록해야 합니다. 크게 다친 일이 없어 병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실제로 방문하려면 예약과 이용 절차가 꽤나 복잡하니 미리 알아봐 두는 게 좋습니다. 한국에서 상비약을 가져가는 건 필수적이고, Kruidvat이나 Etos 같은 가게에서도 상비약이나 기본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통신]

 처음 Introduction 기간에 무료로 받은 Lebara 선불 유심을 사용했습니다. 처음엔 Pre-paid를 이용하다가 요금이 더 저렴한 Sim-only로 변경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용이 가능하므로 별도로 로밍하거나 추가 결제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내는 동안 한국 번호로 인증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국내 번호를 아예 정지하기보단 문자는 받을 수 있는 기본 요금제로 변경해 두는 게 좋습니다.

 

[거주 보조금]

 Uilenstede의 Green Tower는 거주 보조금 대상 주택에 포함됩니다. 매년 DUWO 측에서 나눠주는 Housing Service Fee 파일을 참고해 신청하면 매달 90-100유로가량의 보조금이 나옵니다. 다만 네덜란드 계좌를 요하니 입국 이후 거주등록증과 계좌 개설까지 전부 완료된 이후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 사이트
https://www.belastingdienst.nl/wps/wcm/connect/nl/toeslagen/content/inloggen-op-mijn-toeslagen

 

[문화생활]

 네덜란드 박물관, 미술관은 학생 할인이 적용돼도 가격이 20유로 안팎으로 저렴하진 않은 편이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해 75유로의 Museumkaart를 구매하면, 거의 네덜란드 내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3개 이상만 가도 이미 70유로 이상의 값을 치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꼭 구매하면 좋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박물관/미술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네덜란드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 Rijksmuseum (국립미술관), Van Gogh Museum, Anne Frank’s House, Mauritshuis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소장 미술관)
  • 현대미술을 좋아한다면: Stedelijkmuseum, H’ART Museum, Voorlindenmuseum
  •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Openluchtmuseum, Rembranthuis, Rijksmuseum van Oudheden

 중앙역 쪽 OBA 도서관과 박물관 광장 쪽 Concertgebouw도 적어도 한 번은 방문해 볼만한 곳입니다. 자유대 캠퍼스에 있는 Rialto VU에서는 학생 할인으로 영화를 저렴하게 볼 수 있고, 1920년대 영화관처럼 꾸려진 Pathé Koninklijk Theater Tuschinski에서는 아름다운 영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자유대학교는 본교처럼 동아리가 아주 활성화된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Introduction Week, ESN 주최 행사, Uilenstede 내 이벤트 등에 참여하며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를 찾았습니다. 교환학기 이전 신청이 이뤄지는 Buddy Program을 통해 현지 학생과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1학기에는 일주일 가량의 휴일이 자주 있어 길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2학기에는 수업 시간표에 따라 가까운 곳으로 짧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스카이스캐너에 ‘어디든지’를 검색하면 네덜란드에서 일정 기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보여주는데, 이를 애용했습니다. 유럽은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값을 올리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버스나 기차도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오히려 경험에 둔해지고 체력도 소모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 경우 한 달에 한 번씩만 여행을 떠나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특히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에선 학생 할인이 흔하고 그 혜택도 크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두고 어딜 가든 학생 할인이나 혜택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경비 절감뿐 아니라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 사항

 대마와 홍등가로 인한 선입견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안전한 분위기입니다. 밤에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걷기보단 안전한 감이 있었고, 대중교통이나 혼잡한 지역에서만 조심하면 소매치기도 흔하진 않아 보였습니다. 다만 홍등가나 Coffee shop(일반 카페가 아니라 대마를 취급하는 곳)가 몰린 구역에선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여전히 유럽이기 때문에 주의를 놓지 않아야 합니다. 본인 소지품을 항상 잘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인종차별이나 시비 등 위협에는 되도록 대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암스테르담 카테고리별 추천 장소

  • 마켓: albert cuyp market (길거리 음식/기념품), waterlooplein (구제), noord markt (공예품/식재료), IJ-Hallen (대형)
  • 감자튀김: Vlaams Friteshuis Vleminckx, Manneken Pis Damrak
  • 놀러다니기 좋은 동네: de 9 straat, jordaan, de pijp
  • 빈티지 가게: ENSŌ VINTAGE, Penny Lane Vintage Boutique, Episode, Zipper, Nho girls
  • 카페: Bakkerij Wolf, YUSU, Groot Melkhuis, Screaming Beans
  • 브런치: Omelegg, Oeuf
  • 디저트: Van Stapele Koekmakerij, et Claire, SAINT-JEAN, Le Fournil de Sébastien, Monte Pelmo
  • 식당: Xi'an Delicious Foods, Phu Thai Thai Take Away, Flo's Delicatessen, Nnea Pizza, Spaghetteria, Caldi e freddi, Warung Spang Makandra, The Pancake Bakery

 

 

.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출국 직전 커다란 여행 가방 2개에 온갖 짐을 눌러 담으면서 제 삶에 무언가 변화가 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삶을 바꾸는 경험, 인생이 달라지는 감정, 그리고 일생 동안 기억할 순간! 부푼 마음으로 떠났지만 생각보다 어디서 지내든 일상의 리듬을 찾기 마련이라 어느 날에는 익숙해지고 또 어느 날엔 지루했습니다. 사실 우리 삶을 통째로 뒤집어 놓을 큰 일은 살면서 잘 벌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일이 누적되고 쌓여 아무도 모르게 야금야금 우리가 걷던 길의 각도를 바꾸는 듯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달린 날이 있습니다. 한참을 간 끝에 건물도 바깥세상도 보이지 않는 나무로 둘러싸인 평야를 마주했습니다. 무작정 심심해 무엇이든 해보는 아이처럼 다 같이 챙겨 온 과일을 꺼내 먹고, 몇몇은 호수에 발을 담그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가로이 잔디밭에 한참을 누워 있었습니다. 날이 어둑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암흑 속에서는 자전거 전조등에 비친 친구들의 뒷모습만 보였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 야외 연극 무대를 지나치고 숨은 맥줏집을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헤맨 끝에 다시 동네에 도착했을 때 함께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때, 그 순간에 저는 문득 이날을 오래 떠올리게 되겠단 예감이 들었습니다.

 일 년 후 기숙사를 떠나기 전 빈방을 바라봤습니다. 일 년 전 기숙사에 들어와 마주했던 빈방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제 삶의 경로가 그 빈방에 들어섰다가 나오는 동안 아주 약간은 변했다고 믿습니다. 사랑을 향한 믿음, 사람이 집이 될 수 있다는 위안, 무모하더라도 발을 떼 보는 용기, 그리고 언제든 어디로 떠나면 어떻게든 생활을 꾸릴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살아가며 표면으로 뜬금없이 떠오를 내 안의 작은 변화들. 도리어 작은 것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기 마련이고 저는 암스테르담에서 그런 것을 무수히 얻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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