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국외파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저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학기 중에 다른 나라의 다른 학교에서 학생신분으로 수업을 들어보고, 제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comfort zone인 한국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나라에서의 하루하루는, 20대 초반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저는 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권리 중 학업에만 초점을 맞추며 살아왔는데, 학업의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대부분의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수학한 경험이 있는데, 친구들이 모두 파견을 추천해준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첫 번째, 파견국가를 정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먼저 아시아권은 먼저 배제했습니다. 이전에 중국어를 배워본 경험이 있어 중국도 고려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주/유럽 지역은 높은 물가로 인해 학생 이외의 신분으로는 장기간 체류하기 어려울 뿐더러, 한국과의 거리도 멀기에 선뜻 방문하기 쉽지 않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아예 다른 문화권에서의 경험에 대한 궁금증도 작용하여, 아시아 지역은 배제했습니다. 배제하고 나니,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여타 외국어는 영어밖에 없었습니다. 영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국가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싶었고, 미주나 유럽 지역을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 개인에게 미국은 상대적으로 치안이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유럽 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미국은 배제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영국이라는 선택에 도달했습니다. 영국으로 파견을 다녀온 친구들이 많아 조언을 구하기 쉽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그러나 런던은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고 들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맨체스터가 영국 제 2의 도시이고, 도시에 큰 규모의 공항이 있으며 물가도 상대적으로 런던에 비해 저렴하여 살기에 편리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런던의 UCL과 맨체스터 대학교 중에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 맨체스터 대학교를 1지망으로 제출했습니다. (사실, 교환학생 파견 시기를 2학년 2학기로 다소 급하게 결정하다보니, 지원 기한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었고 대학교를 빠르게 선정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선택하라고 한다면, 런던에 가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항목에서 후술하겠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맨체스터는 도시 규모로 따지면 영국 제 2의 도시이니 부산과 같지만, 실제 분위기는 조용한 편입니다. 산업혁명의 시작이 된 도시이기도 하기에, 과학과 기술의 도시라고 할 수 있고 도시의 전반적인 인상도 합리적이고 깔끔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본교의 자연과학대학이 하나의 도시로 형상화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맨체스터의 시내인 안데일 쇼핑몰 주변으로 그야말로 ‘갖출 것은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기에는 편리한 도시입니다. (다만, 런던과 맨체스터의 차이는 서울과 부산의 차이 그 이상입니다. 런던의 인프라는 압도적이며, 문화생활의 기회 역시 비교가 어려울 정도라는 사실을 런던 여행을 가본 후 깨달았습니다. 평소 매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도보/지하철 10~20분에 모든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비교 불가능한 큰 장점입니다. 저는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런던의 미술관/박물관은 무료 입장인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뮤지컬+쇼핑+아름다운 공원 등 영국 내 그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충분한 문화 생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런던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면 일상이 훨씬 다채로웠으리라 생각합니다. )
맨체스터의 경우 써머타임 전에는 한국과 8시간, 후에는 9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써머타임 후에는 신기하게도 4시면 해가 지는 광경이 연출됩니다. 해는 8시 부근에 뜨기 때문에,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밤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하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날씨가 우중충했고, 2주 내내 햇빛을 보지 못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한 학기 파견이니까 날씨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영국에 가고 나서 제가 날씨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학기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시면 우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혹시 유럽 교환을 두고 시기를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여행과 날씨를 고려할 때 1학기에 가시는 것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맨체스터 대학교는 QS 랭킹이 서울대학교와 비슷합니다. 원자모형으로 익히 알려진 돌턴을 비롯해 다수의 유명 과학자가 위 학교를 졸업했으며, 2022년 기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자타공인 러셀그룹의 명문대입니다. 슈퍼컴퓨터 아틀라스를 비롯해 튜링 테스트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이 곳에서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그래핀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여, 그래핀 디자인을 건물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세계 최대 규모의 그래핀 연구소가 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재학생들의 학업 역량 역시 훌륭합니다. 수업 중간의 poll을 진행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이 private school 혹은 grammar school을 졸업하였던 것이 놀라웠는데,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았을 때 스스로의 사회적 배경 및 지위가 높고, 그 자신의 학업 역량 또한 매우 높기에 자신은 더 큰 성취를 일굴 수 있으리라는 학생들의 자신감과 탐구에 대한 열망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영국으로 한 학기 교환학생 파견 시 영국은 별도의 비자 발급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두 학기 이상부터 student visa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종 성적표를 본부로부터 수령하기 위해서는 여권 사본과 입국 비행기 티켓을 스캔해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메일로 받게 될 ‘Right to study check’ 관련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숙소 지원 방법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학생들은 총 네 가지 종류의 기숙사에서 거주합니다. 기숙사는 사설 기숙사, 그리고 3개의 교내 기숙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설 기숙사는 비용이 높고 아마 단기간 계약이 어려울 것이라, 한 학기 교환학생의 경우 이용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교환학생인데 교내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한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3개의 교내 기숙사는 Victoria Park, City Campus, Fallow Field입니다. 거리 기준으로는 City Campus-Victoria Park-Fallow Field순으로 가깝습니다. 학교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University Place기준으로 각각 도보 10분 내외-도보 30분 내외-도보 1시간 내외의 통학 시간이 소요됩니다.
City Campus는 신입생의 비중이 높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기숙사가 많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Whitworth park의 경우 주방에서 쥐가 나온다는 소문을 건너건너 들은 바 있습니다. 파티를 좋아하고, 활달한 신입생이 많으며 상대적으로 비용은 높은 편입니다.
Victoria Park는 조용한 편이며, 구축 기숙사입니다. Fallow Field는 교내 기숙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먼 편인데(1시간 가량 소요됩니다), 이 곳이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들었던지라 처음부터 배제했습니다. 매일매일 파티가 열리고,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소셜라이징을 위한 내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메일에 따라 기숙사 신청 안내 메일이 오면,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를 1~5지망까지 기입하게 됩니다. 저는 3지망, Canterbury Court에서 생활했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학비의 경우 서울대학교에 등록 절차를 완료하면 별도로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숙사 비용은 한 번에 낼 수도 있고, 3번에 나눠서 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숙사비를 결제할 때 환율이 1750원대 후반 정도로 당시에는 이것도 높다고 판단해 분할납부를 택했습니다(현재 환율은 140원 가량 올랐으니, 환율이 낮다고 생각하실 때 한 번에 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보증금을 포함한다면 각기 1,098파운드를 세 번 납부하면 됩니다. 기한은 10월말~11월초/1월 중순/ 4월 말까지 입니다. 런던에 비해서는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맨체스터는 런던을 제외한 영국 내 도시 중 거주비가 비싼 도시라고 합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기숙사 선택을 빠르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처음 기숙사 메일을 받을 때쯤 아주 바빠 메일을 받고 난 후 2-3주 후 희망 기숙사 목록을 제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2 지망 기숙사에 배정되지 못한 것에는 늦은 제출의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빠르게 희망 목록을 제출하면 원하는 기숙사에 거주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맨체스터대학교의 accommodation 홈페이지가 있는데, 이 홈페이지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별 기숙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 화장실 유무(en suite/ share), 급식 유무(self-catered, catered), student type(undergrad/ postgrad) 총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저는 학부생으로 파견된 것이기에 undergrad이었고, 개인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en-suite, 급식이 기름지고 맛이 없다는 후기가 있어서 self-catered를 선택했습니다. 남은 선택지 중 가격, 위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canterbury court를 3지망으로 작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지망으로 제출했던 Weston hall에 거주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 몇 명이 그곳에 거주해 가끔 놀러가곤 했습니다. 제 기숙사와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데, 위치의 장점이 너무나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맨체스터 기차역까지 도보 10분, 캠퍼스 내 주요 건물까지도 도보 10분, 쇼핑센터까지도 도보 15-20분, 한인마트 오세요까지 도보 5분 등 편리한 점이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한인마트 오세요 근처에는 서브웨이 뿐 아니라 여러 식당, 다양한 종류의 마트가 있어 생활에 아주 편리합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크고 꺠끗한 주방을 보면, 조금 일찍 기숙사 메일에 회신할 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저의 기숙사 canterbury court의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거리고 두 번째는 난방입니다. 기숙사로부터 캠퍼스 내 수업을 수강하는 주요 건물까지는 약 25-30분가량 걸어야 했습니다. 버스의 경우 편도에 2파운드인데다, 딜레이가 많이 발생해 최종 소요 시간을 비교하면 도보와 큰 차이가 없어 도보로 다녔습니다. 약 18분 정도로 걸으면 Lidl(가장 저렴한 마트), Tesco(제일 무난한 마트), Superdrug(올리브영), Poundland(영국의 다이소), 팀홀튼 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기숙사와의 거리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학교 및 편의시설이 가깝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제 방의 경우 난방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라디에이터가 있었는데, 평소 세팅된 온도는 18도였고 버튼을 누르면 2시간동안 21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맨체스터가 제가 도착한 9월 초중순경부터 이미 10도-15도의 기온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방은 매번 굉장히 춥게 느껴졌습니다.
택배를 수령할 경우, 5분 거리의 Dalton Ellis Hall에 Reception이 있어서, 나의 상품이 도착했다는 메일 증빙과 때로는 학생증을 제시한 이후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맨체스터 대학교 측에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 리스트를 제출하면, 학교에서 해당 리스트 내에서 수강신청을 해줍니다. 리스트에는 수강 희망 과목을 5개 작성해서 제출했고, 그 중에서 20 credits에 해당하는 과목 세 개를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맨체스터 대학교 수업의 학점은 10 아니면 20 credit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환학생과 본교 학생 모두 총합 50~60 credit을 수강해야 합니다. 저는 사회학과 수업 20 credit짜리 세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모든 수업은 한 주에 2시간 강의와 1시간 튜토리얼로 진행됩니다. (교내 교환학생 학점인정절차는 수업시간 15시간=1학점으로 계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학점 인정을 많이 받으셔야 하는 분이라면 되도록 튜토리얼이나 세미나가 포함된 20credit 보다 10credit 수업을 여러 개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홈페이지에서 강의계획서를 사전에 조회할 수 있는데, 계획서에 포함된 수업/튜토리얼 시수를 꼭 확인하셔서 사전 수강 신청하시기 바립니다) 수업이 끝나면 수업 녹화본을 올려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회학과의 대부분 수업은 한 번의 최종 에세이를 작성하면 됩니다. 제가 수강한 세 가지 수업도 모두 기말 에세이 한 편이 전체 성적의 100%에 해당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에 에세이를 작성할 때 부담이 컸는데, 교수님께서 제공하시는 reading list에 기반해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에세이를 작성하니 생각지도 못하게 꽤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맨체스터 대학교는 12월 10일 정도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1월 첫~둘째주 가량까지 크리스마스 방학을 진행한 뒤 그 이후에 대면 시험이 이루어집니다. 전체 에세이 과제 제출이었던 저의 경우에는 12월 10일 이후 언제든 귀국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12월 중순 귀국해 서울대학교에서 계절학기를 수강하며 세 과목의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수강한 과목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 Social class and inequality in Britain: 영국 내 사회 계층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으며 불평등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매주 분야별로 공부합니다. 매 수업마다 poll을 진행해 각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Brexit가 영국의 일상과 현실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는지, 그 부작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poll은 유달리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제가 참여한 튜토리얼 수업 그룹 구성이 대부분 영국인으로 구성되어 영국의 불평등 사례를 말할 때 어려움이 뒤따랐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교육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구조적 불평등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토론할 때에는, 애초에 영국에서 초중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는 참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해당 튜토리얼 시간에는 거의 발언하지 못했습니다.
- Social Change in China: 중국인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던 이 수업은 중국의 호구 제도 등 주요한 정책이 어떻게 중국의 사회변동으로 이어졌는지를 탐구합니다. 제시하는 reading list를 읽어가면 중국 현대사의 각종 정책에 대한 상반된 관점 차이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대부분의 수강생이 중국인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친구들이 튜토리얼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서 대부분 제가 말을 하곤 했습니다. 교수님의 목소리가 작고 발음을 알아듣기 아주 어려워,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 자체는 아주 낮았던 수업입니다.
- Racism and Ethnicity in the UK: 영국에서의 인종과 다양한 차별을 배웁니다. 여기서 배운 상호교차성 개념이 인상깊어, 이후 두 개의 에세이를 작성할 때에는 해당 개념에서 모두 파생해 다른 개념과 연동하고, 관련 사례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중간에 흑인 남성 강연자 분이 오셔서 본인이 흑인으로 어떻게 영국의 교육시스템을 겪어왔고, 어떤 점에서 구조적 불평등을 느꼈는지 설명해주신 점이 인상깊게 남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이 아주 깔끔해서 이해하기 쉬웠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면 리버풀에 있는 다른 학교로 옮기신다고 합니다.
- 학습 방법
영국의 튜토리얼 시간은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이 때 열심히 참여하고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는 required reading을 매번 읽어가야 합니다. 20-30페이지 가량을 매번 읽어가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제가 수강한 강의는 사회학과 강의들이었는데, 영국의 역사 내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조망하는 강의가 두 과목이나 있었기에 영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에게는 한 줄 읽을 때마다 관련된 영국의 역사나 사회변화를 검색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매번 읽는 article의 단어도 미국식 영어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옛 영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았습니다. 미국인 친구에게도 생소한 단어가 은근히 많다고 해서 위안이 되었으나, 그만큼 reading의 난이도가 높음을 방증합니다.
다만, 매번 모든 article을 읽어가야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서론과 결론에서 해당 article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고 있기에, 서론과 결론을 먼저 읽은 후 본론의 구체적인 내용을 핵심별로 읽어나가면 됩니다. (해당 방식은 같은 수업을 수강했던 한 모범생 친구도 추천해준 방법입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고등학생 때 토플을 여러 번 응시해본 경험이 있어서, 2학년 2학기 교환학생 파견을 결정하자마자 거의 바로 토플을 응시했습니다. 토플 성적이 나올 때까지의 소요시간을 고려할 때, 제가 교환학생 파견 일정을 늦게 확인하여 알게 된 날 기준 약 이틀 후의 시험을 응시해야만 했습니다. 맨체스터의 경우 토플 총점 92점 이상을 요구했고, 각 영역별 최저점을 규정해두었습니다. 최저점은 학과별로 달라지므로 지원하고 싶은 과가 요구하는 영어 성적 기준을 미리 확인해두시길 바랍니다.
파견 전후에는 별다른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있을 때 항상 영어를 썼는데, 학술적인 영어보다는 확실히 회화 영어가 트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교환학생으로 파견될 당시에는 매일 사용하는 회화 영어의 수준 자체가 높지는 않기에 영어 실력이 는다는 느낌도 잘 받지는 못했지만, 귀국해보니 매일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주로 영어 회화에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은데, 주저하지 말고 본인의 의견을 영어로 많이 표현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모든 영어 문장을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면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고 아시아인은 shy하다는 고정관념을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문법이나 단어를 신경안쓰고 말하려고 노력했는데, 이후에 그 친구들에게 영어에 대한 고충을 말했을 때 오히려 영어 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미 본인의 영어 실력만으로도, 외국 학생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많이 영어로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말해보시길 바랍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맨체스터 대학교에서는 영어 말하기/듣기/쓰기+grammar 총 세 영역에 대한 free workshop을 총 4주, 한 주에 한 번씩 제공합니다. 저도 freshers’ fair와 OT에서 이에 대한 홍보물을 받았습니다. 말하기 수업에 한 번 가본 이후에는 기존 수업 일정과 이동시간이 겹쳐서 더 수강하지는 못했지만, 영어 사용에 있어서 특정 영역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학우분들은 언제든 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학문적 목적으로 위해 교환학생으로 방문했고, 높은 인사이트와 최상위 과제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메일을 통해 각 과목 교수님과의 개인 미팅 일정을 잡으시고 본인의 에세이 주제와 내용 구상에 있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교수님들은 학생의 질문과 참여에 굉장히 열려 있으시고, 적극적인 학생을 존중하십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전기장판, 코인육수, 블럭국, 멀티탭, 어댑터, 상비약, 한국 기초화장품 등을 추천합니다! 전기장판은 앞서 말했듯 영국 포함 유럽의 여러 나라의 집이 낡았기 때문에 난방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꼭 필요합니다. 이동 시 휴대가 간편한 전기장판을 특히나 추천합니다. (그러나, 번거롭다면 현지의 Amazon을 통해 주문하셔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코인육수나 블럭국, 밥앤야채 등도 추천합니다. 평소에 요리 해먹기 귀찮을 때 블록국, 밥앤야채 덕에 완성되는 한 끼 식사가 참 좋았습니다. 코인육수도 요리의 난이도를 훨씬 낮춰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멀티탭과 어댑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초에 어댑터 없이는 충전이 불가능하고, 보통 기숙사에서는 어댑터 하나에 멀티탭을 꽂아두고 생활하게 됩니다.
의료시스템의 편리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영국 생활을 위해 든든한 상비약 구비는 필수입니다. 체했을 때, 열 날 때, 목이 부었을 때, 알러지가 생겼을 때 등 다양한 상황별 상비약을 준비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GP와의 약속 한 번을 잡는 것도 고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살다보면 정말 건조해진 피부를 발견하실 수 있는데, 저도 현지 화장품을 써도 무관하리라 생각했지만 영국생활을 하던 중 피부가 여러 번 뒤집어져서 한국 화장품으로 다시 바꿨을 때 거의 스킨/세럼/로션 합쳐서 10만원의 지출을 했습니다. 여유있게 기초 화장품 챙겨가세요!
- 현지 물가 수준
영국은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에 해당합니다. 특히 거주비, 외식비, 교통비가 비쌉니다. 거리마다 높은 거주비와 공과금을 감당하지 못한 homeless가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교내 기숙사를 이용하셔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공과금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청구하지 않으니까요) 1파운드가 1760원 부근으로 한국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물가를 자랑합니다. 특히나 계엄 직후 1파운드 환율이 1850원까지 올라, 기숙사비 분납 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외식할 경우 항상 한화 기준 30000원 가량은 지출하곤 했습니다.
영국 국내 여행 시 주로 이용하게 되실 기차는 민영화로 인해 아주 비싼 편입니다. 꼭 본인 나이에 해당하는 railcard를 구매하셔야 합니다. 한 번 여행 갈 때마다 거의 3분의 1씩 할인되기 때문에 에든버러 한 번만 다녀와도 본전입니다.
다만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저렴한 편입니다. 보통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실 텐데요,
마트 물가를 비교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Aldi<=Lidl < Tesco < Sainsbury’s<M&S, Waitrose
정도로 같은 제품을 팔아도 어느 마트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주로 집 근처 Lidl과 Tesco, Sainsbury’s를 이용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과 비교해도 저렴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재료 구매하셔서 음식 많이 해 드시기를 권합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맨체스터에서는 Rudy’s pizza가 가장 유명하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시내 쪽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커리집인 dishoom이 있으니, 예약 후 방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또 Federal café&bar이라는 유명한 브런치 카페가 두 군데 있으니 친구들과 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외에도 차이나타운이 있어서 맛있는 국물요리, 마라 요리등이 그리우시다면 그곳의 식당에 가보세요!
의료의 경우에는 병원에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없고 내가 있는 구역의 담당 의사인 GP와의 약속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GP와의 미팅 일정도 당일에는 잡을 수 없어 보통 약 1주일 이상 소요된다고 합니다. 추가 요금을 내면 당일 줌 미팅 등을 잡을 수는 있다고 주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만나도 웬만하면 항생제를 처방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는 유학생 한 명이 감기에 걸렸는데,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최대한 본인의 상비약을 잘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은행은 Monzo나 Revolut 등 앱을 기숙사 입주 후 바로 설치하시는게 좋습니다. 현지 학생들과 송금을 할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지 계좌가 없으면 대부분 쓰지 않는 현금 거래를 해야 하는데, 더치페이를 할 때 아주 불편할 것입니다. Monzo는 계좌를 만들 때 돈이 없거나 거래가 거의 없어 보이면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 최대한 꾸준한 돈거래가 있을 것처럼 답변을 작성해야 합니다.
학교 캠퍼스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national bus station, train station이 있고 제 기숙사에서 50번을 타고 약 1시간 이동하면 공항에 바로 도착했습니다. 여타 공항버스 없이 바로 2파운드면 공항에 갈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입니다.
현지 유심은 Lebara를 사용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친구 추천 코드를 받으면 첫 두세달 정도는 5 파운드, 그 이후부터는 10파운드면 한 달에 25GB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여타 유심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저렴했습니다. 코드는 구글에 검색하면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한 달에 정해진 시간 몇 분은 한국으로도 통화를 걸 수 있었고, 유럽 내 제가 여행했던 9개국의 경우 별도의 절차 및 요금 부과 없이 그대로 lebara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어서 특정 동아리에 가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식 개강 전 한 주 welcome week 기간에 societies’ fair가 열립니다. 동아리 박람회인데,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동아리에 가서 설명을 듣고 가입할 수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학생회도 존재하고, 상상도 못한 다양한 흥미를 바탕으로 한 동아리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숨바꼭질 동아리, 테일러 스위프트 동아리까지 관심사에 맞게 누구나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Korean Society에서 진행하는 Korean class의 tutor로 활동했습니다. 한 주에 한 번, 1시간씩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고급반을 담당했는데, 한국의 언어 및 문화에 대해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문법이나 관용표현을 가르치고, 한국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토론해볼 수 있는 즐거운 기회였습니다. 또한 다른 tutor들을 이 곳에서 알게 되어, 맨체스터 대학교 내 한국인 유학생과의 교류가 가능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저는 맨체스터에 9월 11일 경 도착하기 전 가족과 함께 11일 정도 이탈리아 여행을 했고, 유럽에 있던 기간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크로아티아/프랑스+네덜란드/독일+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했습니다. 맨체스터 공항이 커서, 외국 여행 다니기 편했습니다. 항공권은 sky scanner에서 구매했고, 빨리 구매할수록 저렴하기에 여행일정을 정하는 즉시 티켓을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기차 티켓은 trainline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데, 역시 날짜가 지날수록 비용이 급격히 오른다는 점을 유의해주세요. 특히 영국에는 기차가 민영화되어 있다보니 delay repay서비스가 발달해 있습니다. 영국의 기차는 걸핏하면 delay가 발생하는데, delay된 시간대별로 나누어서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일례로 저는 3시간 이상의 delay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delay repay를 바로 신청했고 전액 환불을 받았습니다.
모든 나라와 도시가 나름의 특색이 있어서 여운이 많이 남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단연 스페인이었습니다. 겨울의 유럽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청량한 하늘과 비교적 따뜻한 날씨,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첫 번째 장점입니다. 자라, h&m등 수많은 SPA브랜드가 스페인의 것이고, 구매를 한 즉시 가격과 상관없이 택스리펀을 받을 수 있으며 그 비율도 높다는 측면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예쁜 건물도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스페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건축양식과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슬람의 지배를 가장 마지막까지 받았던 곳이 바로 스페인이기 때문입니다.
봄이나 여름에 유럽에 계시는 분이라면,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두브로브니크 먼저 방문하신 후 플리트비체 공원에 가시면 아마 크로아티아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 다니실 때의 편리함을 위해 국제학생증을 미리 발급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은 학생 친화적인 곳이기에 26세 이하의 학생이라면 상당한 폭의 할인이 적용됩니다. 특히 EU 국가에 거주하는 학생이면 아예 주요 관광지가 무료 방문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영국은 EU국가가 아니기에, 저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만일 유럽 내 국가 간 원활한 이동 및 문화생활을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누리고 싶으시다면, EU 내 국가로 파견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앞서 상술했듯 하반기의 유럽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집니다. 스페인의 경우 12월에도 오후 5시 넘어서 해가 지지만 영국은 4시면 집니다. 더불어 가로등도 적은 편이기에, 밤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니기가 무서울 수 있습니다. 저도 기숙사 가는 길이 굉장히 어둑어둑해서 밤에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동행이나 친구와 함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적한 곳에는 밤에 절대 혼자 가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밤에 공원은 웬만하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합니다. Homeless와 마약거래의 장이라고 들었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석회물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샤워 필터기는 꼭 챙겨가지고, 현지에서 브리타를 꼭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영국에서 건강이 조금 안 좋아졌습니다. 브리타와 샤워기 필터를 사용해서 꾸준하게 정수된 물을 사용했으나, 매번 정수하기도 번거로울 뿐더러 완벽한 정수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예민해짐을 느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10월 말 온 얼굴이 붉게 부어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한국의 피부과에 방문하셔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라는 말을 들으셨고, 약국에서 가서 항히스타민제와 바르는 연고를 꾸준히 복용하니 괜찮아졌습니다.
저는 채선당 샤브소스를 가져가서 샤브샤브 해먹는 것을 즐겼습니다. 근처에 중국인 마트가 크게 있어서 샤브용 얼린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구매해서 먹었습니다. 샤브샤브용 재료를 한 번 사면 여러 번 해먹을 수 있고 요리 실력을 요하지 않아서 편했습니다.
전기밥솥, 브리타는 현지 아마존으로 구하시면 됩니다. 아마존에서 학생을 위해서 6개월 가량 아마존 프라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바로 배송이 오기 때문에 간편하고, 후라이팬, 웍팬 등은 이곳에서 구매했습니다.
침구는 Unikitout에서 구매했습니다. 기숙사 도착 직전에 미리 구매하시면, 배송 날짜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가격은 좀 있지만, 침구를 이곳에서 일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번거로움을 많이 줄일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빨래는 기숙사 1층 빨래방을 이용했는데, 기숙사 빨래방 벽에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되어있습니다. 해당 앱을 설치하면, 그 시간대에 건조기/세탁기가 이용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래와 건조를 다 하면 거의 5파운드 정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하얀빨래/ 색깔빨래를 구분하여 적당한 주기에 한 번씩 빨래를 했습니다. 다만, 건조기가 그렇게 깨끗한 것 같지 않습니다.
평소 여행 경비나 생활비를 관리할 때 Weple money라는 앱을 사용했습니다. 각 영역별로 지출을 한 눈에 확인하고,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었고 이 때 잡힌 가계부 작성의 습관이 귀국 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에게는 필수인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파견이 결정된 후 출국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모든 순간이 설렘으로 가득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출국이 임박하자, 새로운 곳에서 시작될 삶이 마냥 기대되지만은 않았습니다. 설렘과 긴장을 한가득 안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막연히 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실제 교환학생 생활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매일 왕복 한 시간 동안 캠퍼스를 오가야 했던 것도, 난방이 미약한 방 안에서 전기장판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갑작스럽게 얼굴에 올라온 알레르기 반응, 주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다행히 쥐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왜 나 스스로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이토록 고생을 자초했을까’라는 회의감도 한때는 저를 괴롭혔습니다.
자취를 처음 해보는 저에게는, 음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습니다. 매주 쓰레기를 비우고, 방과 화장실을 꾸준히 청소해야 한다는 당연한 일조차 때로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교환학생으로 보낸 시간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값진 성장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comfort zone’을 벗어나는 일이 더욱 어렵고, 사고방식은 점점 경직되어 갈 것입니다. 교환학생 경험은, 제게 이 귀한 시기에 유연한 사고를 확장하고, 스스로를 단련할 기회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깊이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인 친구들이 나와 대화하지 않고, 그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 익숙하고 편한 환경에서 존중받으며 살아온 저에게는, 이런 어색함이 낯선 감정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절대적 '소수자'로서 살아야 했기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나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어쩌면 나 역시 한국에서 누군가에게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적은 없었을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인권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하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수업 성적을 위한 공부에만 집중하던 제 학습 태도 역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니, 여행지에서도,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훨씬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이에 앞으로는 평소에도 해외 뉴스와 세계 정세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과 성장 역시, 영국에서의 실제 경험이 아니었다면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한국에 대한 인식을 나누었던 경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괜히 움츠러들곤 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지도의 상당 부분이 문화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한 친구는 케이팝과 삼성전자를 통해 한국을 '성공을 거듭하는 부유한 나라'로 인식했지만, 영화 『기생충』을 본 뒤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인종과 국적을 넘어, 다양한 친구들과 여러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하고, 함께 여행하며 쌓은 추억은 다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조금 늦게 기숙사를 선택했던 제 선택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교환학생 생활의 대부분 불편함은 결국 '낯섦'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벌써 귀국한 지 5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은 마치 꿈을 꾸고 온 것 같습니다. 당시 했던 고민들은 한국에서 하는 진로나 학업 고민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습니다. 진로와 학업에 대한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힘든 순간마다 핸드폰 갤러리 속 추억을 꺼내보곤 합니다. 그때 나누었던 대화들, '나'라는 개인으로서 새로운 인연을 맺었던 순간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교환학생 생활이 기대와 다를까 봐 실망한 친구들에게도,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 조심스레 조언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갖지 못한 것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는 한국의 편리한 생활을 그리워하며, 때론 진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교환학생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영국에서의 경험이 몹시 그립습니다.
혹시 지금 교환학생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교환학생 파견을 결심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파견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언제나 빠르고 친절한 답변으로 응대해주셨던 OIA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