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과 이에 수반하는 해외생활은 고등학생 때부터 제 오랜 소망이었고, 운 좋게도 지난 학기에 그 기회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타지에서의 자립심을 기르고, 외국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영어 실력이나 견문을 키울 수 있길 기대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교환 지역은 크게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로 나뉘는데, 저는 서양사 전공인지라 역사적 볼거리가 많은 유럽을 선정했습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저는 특히 영국 밴드와 축구 직관에 대한 로망이 있어 영국을 선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대학교 중 런던 퀸메리 대학의 커리큘럼이 제일 흥미로워 그곳으로 지망하였습니다. 영국 교환학생이면 유럽 대륙으로 자주 이동할 텐데, 항공편이 압도적으로 많은 런던이 확실히 이 지점에서는 유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사전에 홈페이지에 나온 수강 편람과 실제 수강 과목들이 다르게 나왔는데, 추후에 학교 선택하실 때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런던 퀸메리 대학교(QMUL)은 1785년에 개교하였고, 영국 대학교 협력체인 러셀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하실 Mile End Campus는 동런던 초입에 위치하였는데, 이 동네가 대략 런던의 관악구 같은 느낌입니다. 이곳은 소호나 유명 관광지들로부터 지하철로 20-50분 거리이며, 런던에서 치안이 안 좋아지는 시작점입니다. 다행히 이쪽은 완전히 대학가라 치안은 거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이 동네가 한국의 대학가처럼 번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놀려고 하면 소호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학교 자체는 엄청 조그마해서 서울대 기숙사에서 인문대 건물로 가는 시간이 퀸메리에서는 학교 끝에서 끝까지 가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교내에 헬스장, 세탁실, 편의점 등의 필수시설은 위치해 있으며, Stepney Green이나 Mile End 역까지와의 거리가 가까워 이동이 편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의 경우에는 6개월 이하면 여행과 해외수학 모두 무비자입니다. 유럽국가들 또한 미국과 달리 대개 무비자라 한 학기만 수학하시는 분들은 특별히 비자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예방접종 또한 필요로 하지 않으나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 같은 곳에 가는 경우에는 약국에서 황열 백신 접종과 말라리아 약 처방이 필요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런던은 방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퀸메리 기숙사가 다른 곳들보다는 훨씬 싸더라도 서울대 기숙사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교환학생이 신청할 수 있는 기숙사는 이하와 같습니다.
Perimeter: 주당 183파운드인 여러 기숙사들
Westfield Way: 주당 186파운드
Student Village(Ensuite Standard): 주당 208파운드
Student Village(Ensuite Economy): 주당 203파운드
가을 학기 기준 대략 4월부터 선착순 신청 받는데, 생각보다 방이 빨리 나가니 최대한 빨리 신청하시길 권장합니다. 제가 살았던 기숙사는 Perimeter 중 Ifor Evans Place로, 계약 기간은 9월 14일부터 1월 4일이었고, 기숙사비는 16주에 총 2957파운드였습니다.
저희 플랫 기준 혼성 6인의 플랫메이트가 부엌을, 3인이 화장실을 공유했습니다. 개인실은 큰 원룸 사이즈로, 체감상 다른 ensuite(개인 화장실) 플랫들보다 약간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학교 자체가 조그만 지라 저희 기숙사가 off-campus임에도 모든 시설이 가까웠습니다. 강의실은 보통 5-10분 거리이고, 세탁실은 기숙사 단지 내에 있어 다른 on-campus 기숙사에 비해 편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기숙사만 학내 헬스장이 1분 거리에 있어 그 또한 큰 장점이었습니다. (다른 기숙사는 10분 가까이 걸립니다) 다만 불편한 점으로는 저희 학교가 병원이랑 가까워 거의 10분마다 응급차 소리가 들리는데, 방음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저의 경우는 상관없었지만 밤귀가 예민하신 분들은 조금 불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가끔 한국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영국 기숙사 주소로 택배 보내실 때, 학내에 택배보관소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택배보관소는 첫날에 오자마자 가셔야 할 reception center 바로 옆에 있습니다. 다만 저처럼 배송 중에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수시로 배송 현황을 체크해주셔야 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먼저 등록금은 서울대학교 기준으로 지불하면 돼서 그 부분은 기존 학기 다니실 때와 유사하게 하시면 됩니다. 기숙사의 경우 £400을 보증금 개념으로 지급하시고, 추후에 그 차액을 납부하시면 됩니다. 외부 교환학생 장학금은 정말 희박하지만 있으니, 전년도부터 잘 찾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가을학기 기준으로 일정은 이하와 같습니다. 아마 이 글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것 같은데, 4월부터 9월까지 10회에 걸쳐서 퀸메리 측에서 안내메일를 보내줍니다. 여기서 나름 상세히 설명해주니까 그것만 잊지 말고 따라오면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1월 초: 서울대 교환학교 신청
4월 초: application 신청. (영문 교수님 추천서, 영문 성적표 제출)서류 구비하면 unconditional offer로 학적이 변경
4월 중순: unconditional offer 전환 후 기숙사 신청
6월 중순: 수강신청
8월 중순: pre-enrolment 및 교환학생 행사 안내
9월 초: pre-enrolment 요구 절차 및 tuition fee 납부 이후 enrolment. arrival pass 안내
9/13-15: 기숙사 입주 기간
9/16-22: 오티를 비롯한 Welcoming Week
11/4-10: 리딩 위크
12/14: 종강
1월 초: Final Essay 제출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퀸메리 대학교의 수강신청은 가을 학기 기준으로 Welcoming Week인 9월 16일에 시작됩니다. 수강신청 방식과 인터페이스가 한국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 또한 학교 이메일에서 사전에 안내드릴 것입니다. 수강신청이 완료되면 추후 ETL에 해당되는 QMPlus에서 신청한 Module(수업)들이 뜰 것입니다.
영국의 학점은 credit이라 불리는데, 15 credit이 한국에서의 3학점 수업에 해당합니다. (서울대학교의 학점인정 방식은 별도로 이루어지며 더 적게 변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15 credit의 수업은 lecture 1시간과 seminar 1시간으로 이루어졌고, 교환학생의 경우 60 credit의 학점, 즉 4개의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수강신청 하실 때 Semester 1(가을학기), Semester 2(봄학기), 그리고 1년에 거쳐 진행되는 수업들이 있으며, 일부 수업의 경우 교환학생은 수강할 수 없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각 수업에는 level 4~6까지의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여기서 각 레벨은 1~3학년 수업에 해당합니다. (영국은 3학년 이후 학사 졸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영국 대학교에는 교양과 전공 수업의 구분이 없어 전과목이 전공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The Struggle for Italy: 1915-1996(15 credit, Level 5)
저는 이곳에서 네 과목 모두 역사 전공수업으로 신청했습니다. 이 수업은 이탈리아의 단기 20세기 역사를 다루는 수업으로, 파시즘과 전후 이탈리아가 그 배경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인의 이미지처럼 열정적이셨습니다. 성적 평가는 Seminar Participation(10%), Group Presentation(30%), 그리고 Final Essay(60%, 2500 words)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미나 과제는 2-3개 분량의 논문 또는 책의 챕터, 1-2개의 primary source(사료)였습니다. Group Presentation은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파시즘 관련 주제로 학기말에 4인 1조로 발표하며, Final Essay는 전후 이탈리아의 특정 테마들에 관해 작성합니다. 20세기 이탈리아사가 워낙 격동의 시대였기 때문에 고민해 볼 지점들이 많았고, 교수님께서도 세미나에 들어갈 때 논의할 만하거나 시사할 점들을 잘 짚어 주셨습니다. 리딩이 조금 많은 편임에도 수업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Unraveling Britain: British History since 1801(15 credit, Level 4)
이 수업은 참정권 확대, 산업화/탈산업화, 식민화/탈식민화, 이주, 신자유주의 등 영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테마들을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은 팀 티칭 방식으로 매주 다른 교수님께서 각자의 전공 분야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성적 평가는 Seminar Participation(10%), Source Analysis(40%, 1500words), 그리고 Final Essay(60%, 2000words)로 이루어졌습니다. 세미나의 경우 매주 2개의 논문이나 챕터, 그리고 1-2개의 짧은 primary source를 준비해야 합니다. 중간 Source Analysis는 전반부 세미나에 논의했던 사료 중 3개를 각 500단어씩 분석해야 하며, Final Essay는 각 주차 수업에 대해 제시된 문제를 분석해야 합니다. Level4 수업이라 그런지 리딩의 난이도는 다른 수업에 비해 평이한 편이었으며, 영국인들이 자국의 역사를 보는 시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교환학생으로 영국을 선택한 만큼, 이 수업을 통해 영국이라는 나라를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rom Muhammad to the Ottomans: A History of Medieval Islamic Societies (15 credit, Level 5)
이 수업은 이슬람의 창시부터 오스만 제국까지 신분제, 학문, 젠더, 제도 등 중세 이슬람 문화의 총체를 다루는 수업입니다. 성적 평가는 Seminar Participation(10%), Source Analysis(25%), 그리고 Final Essay(65%, 2500words)로 이루어졌습니다. 세미나는 매주 2개의 논문/챕터와 1-2개의 짧은 primary source를 논의합니다. 중간 Source Analysis의 경우 전반부 세미나 논의했던 primary source를 1000단어 분량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Final Essay는 각 주차 수업에 대해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논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슬람에 대한 저의 사전 지식이 단편적이었던 반면 많은 수강생들은 무슬림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을 잘 안 지키시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Piracy and Civilisation: Antiquity to the Golden Age (15 credit, Level 5)
이 해적사 수업은 외국에 온 만큼 색다른 주제의 수업을 듣고 싶어 신청한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해적 모자와 가방을 들고 다니시며, 카이저 수염을 기르시는 유쾌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만큼 수업 시간이나 세미나 시간이나 항상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시대 범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해적이나, 수업의 상당 부분은 근대 초 대서양의 해적들에 집중되었습니다. 학기 말미에는 현대의 해적에 대해 논의했는데,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넵스터나 우주 시대의 해적처럼 바다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해적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시도들이 흥미로웠습니다. 평가 방식은 Online Participation(40%, 매주 게시판에 제출)과 Final Essay(60%, 2500 words)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는 Economy, Law, Gender, State Violence 등 관심 분야를 첫 주차에 정하였고, 세미나에서 같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끼리 각 주차 리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리딩량은 매주 논문/챕터 1-2개로 다른 수업에 비해선 평이한 것 같습니다. 해적사 수업을 통해 저는 역사를 다루는 공간과 대상을 확장할 수 있었으며, 수업이 약간 두서없었음에도 색다른 사유와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이 수업을 추천합니다.
3. 학습 방법
제가 수강했던 과목들은 에세이와 사료 분석 위주였기 때문에, 논리적인 영어 작문 능력이 많이 요구되었습니다. 역사 전공의 경우, 교수님들께서 에세이나 사료 분석 과제를 작성할 때 그 사료의 시대적 맥락을 굉장히 중요히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250 단어 당 인용 1회를 권장하셨는데, 퀸메리 학술DB와 도서관의 자료가 풍부한 편이 아니라 서울대 DB나 google scholar, 챗gpt를 잘 활용해야 했습니다. 특히 저는 챗gpt와 함께하는 첫 학기였는데, 아직 관련 분야에 대한 개요를 잡거나 리딩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굉장히 유용하다 느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한국 논문이나 번역서 위주로 찾아봤었는데, 이번 학기를 통해 영어 자료에 거부감이 줄어 좋았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토플 요건도 맞추고 왔으니 영어 실력은 크게 문제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대학에서의 영어는 생각보다 더 난이도 있었습니다. 특히 학술적 텍스트에선 일상에서 쓸 법한 표현을 더 격식 있게 변용하기 때문에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국 온 후 한 달 동안은 여행도 덜 다니며 주어진 리딩을 최대한 많이 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의 리딩과 라이팅에서 계속 응용할 수 있도록 막히는 단어를 단어장에 기입했습니다. 한 달 정도 열심히 하다 보니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는 하는데, 그것이 계단식으로 는다고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하는 학교 커리큘럼에 더해서 외국인과 어울리거나 기타 활동을 해야 영어 실력이 더 늘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실력이 원어민 만큼 유창해지리라 기대했는데, 그만큼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가끔 교수님의 개인 사정이나 학과 사정 등으로 세미나 일정이나 장소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여 항상 이메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 이메일은 outlook으로 접속하는데, 저는 컴퓨터에서 찾는 데 조금 헤맸습니다. 이메일은 모바일 QMUL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편하실 겁니다. 학기 초에 gradintelligence라는 곳에서 이메일이 올 텐데, 저희 학교 시스템과 달리 이곳에 가입해야 재학증명서나 성적표 등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들 이메일을 잘 확인하셔서 저처럼 한국에서 부랴부랴 인증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영국 대학교의 채점 기준이 한국과 달라 70점대 점수가 나와도 상당히 잘한 편입니다. 그러니 에세이나 시험 점수가 나쁘게 나와도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저의 경우에는 한 달 배낭여행을 다니다 입국했기 때문에, 필요한 짐은 한국에서 배송받았습니다. 그러나 택배비가 굉장히 비싸고 영국 아마존에서 웬만한 물건은 다 팔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물건만 받아가시는 걸 권장합니다. 다만 저희 기숙사 같은 경우에는 라디에이터도 별로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저처럼 추위에 떨기보다는 한국이나 영국에서 꼭 전기장판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여기서 국을 먹기가 힘들어서 코인형태로 된 국을 한국에서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옷이나 밥솥 등은 현지에서 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결국 쓴 적은 없지만 혹시 몰라 각종 서류들을 챙겼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권 사본, 영문잔액증명서, 입학허가서, 기숙사 확인증(계약서/허가서), 서울대학교 영문 재학증명서/성적증명서, 토플 성적표, 항공권 및 숙소 등 예약 증명서 사본, 국제학생증, 여행자보험 증명증
2. 현지 물가 수준
다들 아시다시피 런던의 물가는 악명이 높은데, 그 중 소호 중심지의 물가가 굉장히 비쌉니다. 간편한 식사도 £15 내외고, 제대로 된 식당으로 가면 £20를 넘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도 외곽으로 가면 그 정도 가격은 아니고, 저희 학교 주변에는 £10 이내의 케밥집이나 아시안 식당도 있습니다.
다행히 영국 장물가는 비싸지 않고, 특히 과일이 한국에 비해 훨씬 쌉니다. 저의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외식비를 아껴 다른 곳에 탕진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식비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교환 온 친구들끼리 같이 식사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 외 교통비나 이발비 등 전반적인 물가가 대략 한국의 두 배 정도 나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당) 제가 외식을 안 하기도 하고 저희 동네가 식당 자체가 별로 없는지라, 주변 맛집이라 할 만한 곳을 추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ifor evans 기숙사 옆에 wetherspoon의 생맥주가 £2라 학기 초에 많이 갔습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체인점으로는 costa cafe, pret a mange, 식당으로는 itsu(일식), nando(포르투갈 치킨), five guys(햄버거)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곳은 hard rock cafe라고 유럽인들이 엄청 많이 입고 다니는 옷가게 겸 식당인데, 런던 본점에서 먹었던 햄버거가 제 삶에서 가장 맛있는 버거였습니다.
의료) 영국은 nhs라는 의료보험 시스템이 유명한데, 저희는 6개월 이내 단기체류이기 때문에 이에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교환학생도 그냥 가입을 시켰습니다. 학기 초에 의료 서비스에 가입한다면 학교 내의 보건실이나 학교와 연결된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boots라는 큰 약국 체인점이나 동네 약국에서 해결하였습니다.
은행) 한국카드의 경우 저는 환전 수수료가 없는 토스 해외결제 체크카드를 메인으로 사용하였고, 아이슬란드 같은 곳을 여행할 때 트레블월렛 체크카드를 서브로 활용했습니다. 한국 체크카드로 해외결제하면 대부분 인증절차가 있어, 인터넷 결제용으로 영국 현지카드를 만드는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아마존 같은 경우는 해외카드로만 결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국 카드로는 monzo 인터넷 계좌가 대표적인데, 한국 토스처럼 앱으로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우체국 같은 곳에서 현금 입금할 때마다 수수료 £1가 들어 한번에 대량 충전하시길 권장합니다. 이외로는 moin도 있는데, 그것으로 계좌이체하는 과정이 다소 번거로워 monzo 계좌로 이체하는 쪽이 더 편합니다.
교통) 저희가 쓸 법한 교통수단이면 택시, 버스,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이 있을 텐데, 우선 택시는 매우 비쌉니다. 1시간 이내 거리 공항까지가 15만원이라고 들었는데, 매우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비추천합니다. 런던의 대중 교통 시스템은 서울과 상당히 흡사하나, 그 가격이 2-3배입니다. 런던 지하철은 Tube라고 불리며, 엄청 빼곡하게 있어 환승이 편하지만 가격이 £2.8+@(외곽으로 나갈 경우)입니다. 참고로 지하철+지하철, 버스+버스 환승은 가능하지만 버스+지하철 이런 식으로는 환승이 안 됩니다. 또한 지하철의 역사가 길어 엄청 낙후된 노선도 몇 개 있으며(다행히 학교를 지나는 district라인과 central라인은 양호합니다), 대부분의 역에서 데이터가 안 터지니 경로를 미리 검색하셔야 합니다.
결제는 일반 체크카드도 가능하나, 각 도시별로 있는 oyster 카드를 발급받는 것이 더 싸고 편할 겁니다. 런던 oyster카드는 공항이나 모든 지하철 역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역에서 충전 가능합니다. 다만 영국 내 다른 도시에서는 사용 불가하니 그때는 체크카드로 결제해야 합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16-25 railcard를 신청한다면, 지하철 요금이 £2.8에서 £1.8로 할인됩니다. 인터넷에서 railcard를 발급받은 후 큰 역에서 역무원분께 oyster card에 탑업 해달라고 말씀하시면 앞으로 할인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유럽은 기차값이 일종의 싯가 비슷해서 당일에 사기보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리미리 사시길 바랍니다. 영국은 기차값도 비싸서 국내여행 갈 바에는 비슷한 가격으로 외국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런던의 공항으로는 히스로, 스탠스태드, 개트윅, 루턴 공항이 있습니다. 히스로 공항의 경우 가장 큰 공항으로 elizabeth라인 지하철이 다니며(1-2 역만 더 가면 학교입니다), 스탠스태드 공항은 mile end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편합니다. 개트윅 공항이나 루턴 공항은 지하철에서 철도로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할 것입니다. 저희가 애용하는 저가 항공사들은 보통 히드로 공항을 제외한 세 공항으로 주로 다닙니다. 앞으로 라이언에어를 위시해 이지젯, 부엘링 등 저가항공사들을 많이 이용하실 텐데, 지연도 잦고 여타 애로사항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저의 경우에는경유지에서 3박4일 체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가항공사로는 경유를 이용하지 않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신 가격이 왕복 10만원 내외로 시작해서 슬금슬금 30만원까지 오르기 때문에, 2달 전쯤에 친구들과 일찍이 유럽 여행 일정을 짜시길 권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런던 공항의 면세점이 영국답지 않게 위스키가 싸서 오갈 때 장만하시면 좋습니다.
통신) 저의 경우에는 Lebara(vodafone 산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했는데, 3개월 반값 할인(구글에 치면 나옵니다)받아 월 £15로 사용했습니다. +유럽 국가 월 30기가 로밍도 가능합니다. 다만 레바라 데이터가 잘 안 터지는 편이기도 하고, 저와 친구 모두 배송 지연을 겪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를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대표적인 통신사로는 vodafone(맨유 옛 스폰서), 3(첼시 스폰서) 등이 있고, giffcaff는 한국에서 미리 유심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정말 중요한 점은, 해외결제나 인증 시 한국번호가 필요할 일이 있어 꼭 유지하셔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영국 유심+한국esim으로 생활하였고, 헬로모바일 월 1000원 esim 요금제를 사용했습니다.
기타 편의시설) 앞에서 옷은 대부분 현지에서 사라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주로 primark나 zara에서 샀습니다. Primark는 의류계의 다이소 느낌으로 품질이 좀 많이 떨어지는 대신, 맨투맨 £5 후드집업 £9 이 정도로 매우 쌉니다. zara도 품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한국에 비해 싸기 때문에 외투류 등 구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외 해외 브랜드들은 가격이 싸도 (2024년도 가을학기 기준 1850원이었던) 환율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에 세일철에 구매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영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이후 박싱데이, 프랑스와 스페인은 1월 초중순이 세일 기간입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교내활동) 9.16-22일까지는 Welcome Week라고 교환학생들이나 신입생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행사들을 여럿 엽니다. 나중에 링크를 보면 행사가 매우 많을 텐데, 정적인 행사들보다 파티 등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주에 동아리소개제도 여는데, 저는 한국 정서를 돌이키고 싶어 가라오케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동아리에서는 대개 사이월드 감성 노래를 부르니 음악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 런던이나 다른 유럽 도시들에서 가장 좋았고 인상깊었던 점은 문화적 저변이 굉장히 폭넓었다는 것입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미술관, 박물관인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중세~인상파), 테이트 모던(현대미술) 모두 무료이며(테이트 모던 제외 예약 필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두 번 이상 방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잭 더 리퍼 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있고, 가끔 뱅크시의 작품을 거리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유럽 내륙에도 루브르 미술관부터 우피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이 있는데, 브랙시트 이슈로 인해 저의 경우 할인을 거의 못 받았습니다. 그래도 종종 학생할인이 있으니 국제학생증을 꼭 발급받으시길 바랍니다.
공연) 제가 영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영국 밴드 음악이었으나, 불행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은 이번 학기에 전부 잠적해버렸습니다. 대신 재즈바 공연을 가끔 보러 다녔는데, 가장 유명한 Ronnie Scott’s를 비롯하여 The bloomsbury Club, Jazz Cafe, Nightjar Shoreditch/Carnaby 등의 공연장들이 있습니다. 또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라고 영국의 김광석 같은 아이코닉한 가수가 있는데, 매년 12월에 백밴드의 추모콘서트가 열리니 에이미의 팬이라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런던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상당수의 학생분들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런던으로 오는 것 같은데, 저는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기 직전 숙제 느낌으로 보았습니다. Todaystix 통해서 미리 예약하면 5만원 내외로 연극, 뮤지컬 티켓을 구할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다른 분들 수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스포츠)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영국은 축구의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학생들은 오히려 축구를 별로 안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동 계급의 스포츠라는 이미지와 달리 티켓가격은 수십만원을 호가합니다. 보통 멤버십이 있어야 정식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멤버십이 없으면 Stubhubs나 Livefootballtickets 등 중고거래 업체에서 구매합니다. 리버풀이나 맨유, 아스널 등 저희가 아는 인기 구단은 멤버십 자체가 제한적일 뿐더러, 중고 티켓 가격은 30-70만원에 달합니다. 그나마 토트넘의 경우 티켓이 싸고 멤버십을 신청하기 쉬워서, 좋아하는 팀이 북런던에 원정 오셨을 때 직관하시길 권합니다. 제가 오히려 추천하는 건 영국 국가대표 경기인데, 멤버십 제한도 없고 종합선물세트처럼 각팀의 슈퍼스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웨스트햄 근처라 시간 되시면 직관 가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기타) 이외에도 런던에서 가보실 만한 곳은 버로우 마켓, 캠든 마켓, 브릭 레인 같은 시장이나, 하이드 파크(겨울에는 대형 놀이공원 개장), 빅토리아 공원(학교 근처), 리젠트 공원(+프림로즈 힐) 등의 공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국이 순수 관광으로는 은근 별로인데, 오히려 날씨 좋을 때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휴식할 때 영국의 진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을 학기에는 할로윈 한 달, 크리스마스 두 달 동안 유럽 전역이 항상 축제 분위기에 마켓이 열려있습니다.
해외여행) 저의 경우 이번 학기 동안 영국 오기 전 배낭여행 한달을 포함하여 대략 두 달 조금 넘게 여행했습니다. 에든버러나 리버풀 등 국내 여행을 포함한다면 조금 더 늘 것이고, 수업을 빠지지 않는 선에서 거의 나와있던 것 같습니다. 장기여행을 다니면서 저는 절대 여행을 무리해서 다니면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걷는 걸 좋아해서 3일간 계속 걷기만 하다 보니 족저근막염에 걸렸고, 덕분에 학기 내내 여행할 때 많이 고생했습니다. 다들 부디 일정을 여유롭게 짜시길 바라겠습니다. 두번째로는 P이신 분들이라도 최소 관광지 정도는 최대한 빨리 예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곳들은 생각보다 매진이 빨리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다니실 때 오히려 유럽에 살지 않았다면 절대 안 가볼 것 같은 나라에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파리나 로마 같은 유명 관광지는 다른 기회가 생기겠지만, 교환생활 중 아프리카나 북유럽, 동유럽 등 색다른 경험을 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에는 원래 소매치기가 별로 없다고 알려졌는데, 요즘은 소매치기가 늘고 있어 조심하셔야 합니다. 가을학기는 입은 옷이 많아 소매치기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제 주변에 도난 사례도 있어 항상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런던 공원에 가로등이 없는데, 밤에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 출입을 자세하셔야 합니다. 동런던의 치안이 안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있지만, 학교 쪽은 거의 대학생이나 거주민만 있는 동네라 치안 문제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교환학생을 위해 출국한 후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약 140일을 국외에서 지냈는데, 총 비용은 약 2500만원이 나왔습니다. 그 중 두 달이 조금 넘은 여행경비+항공편이 약 1500만원, 기숙사비가 약 500만원, 국내외 여행을 제외한 평소 식비가 약 200만원이 나왔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런던에서 청빈하게 살고 타국에서 방탕하게 살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생활 비용을 제외한 비용, 특히 식비를 많이 아껴서 다른 분들은 이보다 더 많이 지출하실 것 같습니다. 여행의 경우 숙박비를 많이 아꼈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오래 전부터 바라왔던 교환학생이었는데, 돌이켜보니 미완의 경험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기대보다 외국인 친구들과 평생 친구가 될 만큼 깊은 관계를 쌓지 못했던 것 같고, 건강 문제로 여행 다닐 때에도 다소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권태의 나날들이 앞으로 찾아올 때, 그때의 기억들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그곳에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던 순간들도 있었고, 황당했던 일들조차 술자리에서 유쾌하게 풀어낼 일화일 것입니다. 그곳에서의 행복의 등락폭이 컸기 때문에 순간순간들이 더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들도 교환학생이 아무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추억과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쌓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