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프로그램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지금,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파견되기 전에 작성했던 교환 프로그램 수학계획서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어떠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의 다짐과 동기를 적어두는 것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활동을 마무리한 뒤에 시작했던 때의 마음을 돌아보고 어떻게 변했는지, 달성하고 싶은 것은 달성했는지를 되새겨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중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때 당시에 적어두었던 교환학생 참가 동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발췌하자면 “고민이 많았던 시기의 결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시야를 넓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지금도 이와 같은 생각은 변함없지만,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제 자신이 양적으로 ‘많이’ 변했다고는 단언하지 못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한 지점에서의 ‘질적’ 변화가 앞으로 제 삶의 가치에 있어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깊게 믿고 있습니다. 항상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변화하기 무서워하는 보수적인 저에게 큰 결심이자 도전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고, 이때 주저하지 않고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 년 간의 영국 생활 동안 보고 느낀 유럽,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친구들은 평생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가장 본질적인 교환 국가 결정 사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전공이 영어와 밀접한 학과인 만큼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학생 때 한 번쯤 영어권 국가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국과 미국 중 하나, 그 외에는 성적 및 여러가지 여건들을 고려하여 영국으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발음이나 문화 등이 미디어를 통해 많이 노출되었고, 노력하면 유럽 지역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반면 영국이라는 유럽 국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 과목에서 영국 문화와 문학을 비교적 깊게 다뤘다는 점, 지명은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는 생각에 전공자로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깊게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음은 영국 어느 지역에 갈지를 고민했습니다. 후보는 런던, 맨체스터, 리즈였는데 런던과 맨체스터, 리즈의 차이점은 런던은 영국의 남부에 있다는 점, 맨체스터와 리즈는 영국 북부의 요충지라는 점일 정도일 것입니다. 리즈가 대학도시라는 점, 종합대학으로 캠퍼스가 모여 있다는 점(런던 같은 경우는 도심지에 있기 때문에 런던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은 시티캠퍼스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합대학처럼 모여 있지 않습니다), 영국 내에서도 (그나마) 교통의 요충지(철도 교통이 많이 발전한 나라인 만큼 기차로 웬만한 도시에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리즈대학교를 1순위로 놓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논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국에서 유명한 축구 클럽인 리즈 유나이티드의 본고장이 리즈인 만큼 제가 가 있는 시기에 1부 리그로 승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가 있는 시기는 아니지만, 돌아온 봄에 승격했다는 소식에 기뻤습니다. 고작 반 년간의 경험이 외국의 한 도시에 이렇게 큰 소속감을 가지게 해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리즈로 교환학생을 간다는 것이 결정되고 난 이후에는 런던에 가지 못한 점이 후회되기도 했지만, 리즈가 교통이 편한 만큼 여러 번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런던은 여행지로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반 년 간 살게 되는 도시는 단순히 ‘여행지’와는 다른 의미를 갖게 합니다. 리즈에 ‘살아보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다르고, 이 다름을 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 번 교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유달리 ‘소문난’ 특별한 특징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그것이 리즈 시티의 매력입니다. 그 심심한 매력이 사람을 집어삼켜 인생에서 잊지 못 할 도시로 만드는 듯 합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사는 도시’와 ‘여행지’의 차이는 크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영국으로 교환을 가게 되면 런던을 1순위로 꼽게 됩니다. 런던에 있는 많은 학교들은 시티캠퍼스로, 도시 곳곳에 건물들이 나뉘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반면 리즈대학교는 모교인 서울대학교처럼 대학 캠퍼스가 한 곳에 모여 있어 학교 생활하기에는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학이 꽤 크고 예쁘기도 해서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리즈라는 도시가 근처에 있는 맨체스터나 버밍엄, 셰필드처럼 이름이 알려져 있는 도시는 아니지만 영국 내에서는 꽤 큰 도시로, 타 지역에 가서 ‘리즈에서 왔다’고 하면 리즈 유나이티드 – 등 ‘그 동네 안다, 나도 거기 근처 살았다’ 등의 반응과 많이 반가워해줬던 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영국 전체에서 제일 좋았던 여행지, 도시를 꼽자면 에든버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코틀랜드의 매력에 빠졌었는데 스코틀랜드 남부와 런던 중간에 있어 위로도, 아래로도 이동하기 쉬운 지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대학교가 여러 개 있는 대학 도시인 만큼 학생들이 많아 치안도 좋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새벽에(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하진 않지만) 걸어다녀도 위협적이라고 느낀 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즈의 특장점은 마트, 기차역, 버스정류장, 시내 등 모든 곳이 도보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학교 근처에 살게 되면 무조건 학교 기숙사나 사설 기숙사(본인 선택)에 살게 되는데 리즈 도심과는 도보로 모든 범위가 커버 가능합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있었는데,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웬만해서는 옆에 있는 맨체스터 공항으로 이동해 출국할 일이 많아서 항상 기차를 타고 맨체스터 공항까지 가야 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기차편으로 이동할 일이 많은 영국 내 이동은 정말 편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영국 교환학생의 특장점 중 하나는 6개월 동안 무비자로 체류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점도 제가 영국에 가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비자를 받는 것이 힘들지는 않지만, 신경 써야 하는 절차, 가격 등 여러모로 고려해야 하는 점이 많아 살짝 골치가 아플 수 있는데 이 점에서는 너무 편했습니다. 물론 제가 파견 나갈 당시인 2024년 2학기에는 비자가 필요 없었지만, 2025년 1월부터 무비자 국가들에 대해서도 ETA 비자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16파운드(약 30,000원)를 지불하여 https://www.etastravel.com/ 신청할 수 있습니다. 빠르면 몇 시간 안으로, 늦어도 며칠 안에는 해결되기에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리즈대학교의 숙소 지원 방법은 정말 편리합니다. 다른 나라의 모든 기숙사 지원 방식을 알지는 못 하지만, 유럽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다른 친구들의 말로는 주거지를 해결하는 일이 꽤나 어려웠다고 하는 악명 높은 소문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영국의 리즈대학교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오는 메일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숙지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기숙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 정해진 기간 내에 기숙사 1-3순위 결정하여 메일로 오는 파일(form)에 원하는 유형을 작성하여 제출
- 학교에서 기숙사 배정
(1-3순위 내에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1-3순위 내에서 지망한 기숙사에 배정되지는 않았지만, 각 나라의 교환학생들이 많이 배정되는 신축기숙사에 배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계약했습니다.)
- 학교에서 배정된 기숙사에 갈지 안 갈지 결정한 뒤에 만약 가려고 결정했다면, 비용 지불(보증금 조금과 4개월 계약(현지 2학기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기숙사 지원이 완료됩니다. 그 뒤에는 정해진 시기 내에 기숙사 비용을 지불하면, 그 뒤로는 학교에 간 첫 날에 기숙사 앞에서 대학 스태프와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모든 일을 해결해줍니다. 웬만해서는 학교에서 배정해준 기숙사에 사는 것이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 지원할 때 선호도(동성, 혼성/en-suite, 공용욕실/식사) 반영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제출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제가 지낸 지역만의 특징일지, 영국의 전체적인 특징일지는 모르겠으나 주변에서 들은 것까지 종합해보자면 영국의 기숙사 비용이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서는 비싼 축에 속합니다. 독일이나 주변의 다른 나라의 학교 기숙사의 경우 달에 100만원을 넘기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 했는데, 영국은 대부분 달에 100만원 그 이상, 심하면 200만원대 이상으로 올라간 사례(예시: 런던)도 본 적이 종종 있습니다. 리즈 시티의 경우에는 대학 도시라 학교 기숙사 외에도 사설 기숙사들이 많았는데, 사설 기숙사보다 학교 기숙사가 더 비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른 유학생 친구들의 생각에 의하면 보안이나 학교와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4개월 계약에 헬스장 등의 시설 이용을 포함해(식사 미포함) 한화 6,200,000(187GBP per week)원 정도를 지불했습니다. Tuition fee나 student fee는 따로 지불할 것 없이 서울대학교 학비 내에서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로 추가적으로 지불한 비용이라 하면 동아리 가입비 정도인데, 리즈대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 동아리에 가입할 때 비용을 지불하고, 운동 동아리 같은 경우는 수업, 정기 세션 참여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듯 합니다. 저는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었는데, 참가비와 수업 세션에 6만원 정도 소비한 것 같습니다. 물론 라켓도 각자 구비해야하지만, 시내에서 쉽게 라켓을 가성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동아리 활동에도 성실히 참여하면 가성비 좋게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Central Village라는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학교에서 배정해준 기숙사라 1-3순위에 희망했던 기숙사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만족하여 혹여나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적어봅니다. 학교와 시내 중간에 있는 기숙사라 위치가 너무 좋았고, 방도 컸기 때문에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더불어 교환학생들끼리 같은 기숙사로 묶어준 듯 하여 다른 학교, 다른 나라 학생들과의 라포르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나의 단점이라고 하면 en-suite이라는 구조(각자 화장실, 방/공용부엌) 때문에 다른 구조의 기숙사(공용욕실이나 2인 1실 같은 구조)보다는 교류가 적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1인 1실을 추천한다는 점, 공용부엌은 생각보다 좋았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물론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학생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소음, 위생 등)은 없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니 추억이라는 생각, 한국에 와서 당연히 감사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장점이라 하면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이 많은 도시답게 사설 기숙사도 굉장히 많습니다. Vita, Scape, Symons House 등 사설 기숙사에 사는 유학생들도 많은데 교환학생 입장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계약을 하게 되면 상당히 골치 아픈 부분이 많아질 수도 있어서 이 점에 있어서는 깊이 생각 후 결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나는 학교에서 배정해준 기숙사가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돈을 많이 지불하고서라도 사설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이상 학교 기숙사에 있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긴 합니다.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은 기숙사에 배정된 친구들도 마지막에는 기숙사 플랫메이트들과 친해져 아쉬워하기도 했고, 교환학생이라 반년밖에 지내지 않는 만큼 다른 나라 학생들과 몸소 부딪히며 배우는 바도 없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괴롭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와도 살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리즈대학교의 수강신청 방법은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정해진 기간에 듣고 싶은 과목을 적어서 제출하면 수강신청은 끝납니다. 확정될 때까지 메일을 기다리면 되는 방식입니다. 한가지 불편한 점이라고 한다면, 시간표가 우리 학교처럼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과목별로 수업 시간이 겹치지 않는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시간표 간 겹치는 과목이 있기 때문에 시간표끼리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메일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또 골치 아파지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추후에 듣고 싶은 과목이 바뀌면 메일로 취소하고 신청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한 번이 끝이 아니라는 점만 유념하면 됩니다. 교환학생 신분이 아닌 재학생들은 수강신청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을 직접 할 수 있는 것으로 하는데, 이번 학기만 유독 그랬던 것인지, 교환 신분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수강신청 기간이 끝나면 메일로 하나하나 소통해야해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담당자분께서 빠르게 피드백해주셔서 일처리는 정말 빠르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리즈대학교와 리즈라는 도시 덕분에 유럽에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편견이 모두 깨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질문이나 불편함이 있을 때마다 어떤 연락처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주기적으로 안내해주시고 “해외 생활이 힘들 수 있다. 괜찮다. 힘든 지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안내해주셔서 굉장히 학생들을 많이 챙겨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OT의 종류도 여러가지 있는데, 교환학생 OT, 학과 교환학생 OT, 전체 OT 등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마련해두었던 것이 느껴졌는데 “이래서 리즈대학교가 student-friendly한 학교라는 평가를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추천하는 과목이 있다기보다는 한국에서는 전공이나 시간표, 일정 때문에 제약이 있었던 과목이 있다면 교환교에서는 주저 없이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점의 부담이 없다면 영어로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가장 추천합니다. 특히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는 영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 더 쉽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교환 신분이라는 장점을 제일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과목 수강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점을 이용해 성적이나 전공,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듣고 싶은 과목을 들었습니다.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 영국에서는 경영 과목을 한국과 다르게 가르치는지,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경영(Introduction to Management, Anthropology for Business) 과목을 수강했고, 심리학과(Psychology in the Media)에 매력적인 과목들이 많은 것 같아 심리학과 과목을 들었습니다. 영어로 중국어(만다린)도 배웠는데 오히려 영어 구사자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게 한국인들이 배우는 것보다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순이 한국어와는 다른데, 중국어와 영어의 어순은 같기 때문입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에 비해 중국어 발음을 굉장히 어려워했는데, 이 외에도 수업시간에 볼 수 있는 풍경이 언어 전공자로서 새롭고, 재미 있었습니다. 특히 마틸다라는 영국인 친구가 “넌 어떻게 중국어 발음이 그렇게 좋냐”고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런 점에서, 만다린이 아니더라도, 포르투갈어 등 다른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술에 대해 배우는 과목(Traditional Alcoholic Beverages)도 추천을 많이 받아 수강하였었는데 기대와는 달라 돌아가면 다른 류의 과목에 더 도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학습 방법
수업의 밀도는 학생이 직접 정하는 것이기에 사람마다 각각 다를 수 있겠지만, 제 경험에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내가 잘하는 것을 들을 것인지, 나 자신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직접 줄 것인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주된 동기가 “영어 말하기”를 잘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Seminar, Workshop이 있는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영국 대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lecture, seminar, workshop 등으로 수업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의, 혹은 실험으로 학교 수업이 구분되는 반면, 영국의 seminar이나 workshop에서는 lecture와는 별개로 학생들의 기말 과제나 실질적인 스킬(엑셀, 자료 분석 등)을 가르쳐 줍니다. 이 수업들은 교수님이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선생님께서 진행하시기도 합니다. 수업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강의식 수업이 많아 발화의 기회가 많이 없지만, 세미나나 워크샵과 같은 수업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발화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물론 현실을 전달해드리자면, 이상적인 해외 수업처럼 영어권 국가 친구들과 완벽하게 소통하거나 의견을 나눌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처럼 자유자재로 대화를 주고받고, 말할 때 긴장하지 않으려면 제가 원어민 급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4개월 반 간의 영국 생활에서 영어 실력이 급진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의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영어로 대화할 때 제 자신이 점점 덜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현재 2025년 1학기에 수강하는 원어민 교수님의 강좌가 더이상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리즈 대학교의 경우 전공 수업은 대부분 학기말 시험 1개, 혹은 학기말 과제 1개로 성적이 부여되기 때문에 굵직한 과제를 잘 수행하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부담의 빈도가 적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과제 하나로 한 학기의 결과를 평가하기에 과제가 대부분 한 학기 동안 배운 모든 것을 이용하라는 조건이 주어집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나 학기말 과제를 다루는 워크샵 같은 것은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가피하게 놓치게 될 경우 다른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거나, lecture를 돌려보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학습 공백을 메웠습니다. 영국 대학의 큰 특징은 lecture는 모두 녹화하여 올려주어 다시 돌려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seminar, workshop은 올려주지 않기 때문에 중요도에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학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험이 있는 과목은 한국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끼리 학교 도서관에 모여 다같이 자습하기도 했습니다. 학습 방법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부담을 더 적게 느낄 수도 있고, 학점의 부담도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조금은 내려놓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영국에 국한하여 설명하자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영어를 많이 안 쓰게 됩니다. 영어 실력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늘지 않습니다. 영어 실력이 늘려면 모국어가 영어인 친구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데, 원어민 급으로 외국어를 구사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이런 친구들과 소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타국 친구들과 영어를 매개로 대화하거나 학교에서 그룹활동, 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영어가 편해지는 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혹은 영어를 한국에서보다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보니 무조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타국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어서 그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하며 영어에 자신감을 조금은 얻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 유용한 정보
지금 돌아보면 제가 교환학생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자’ – 즉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타국에 가면 새로운 설렘과 긴장에 학업만에 집중하지는 못 합니다. 저는 타국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다른 나라도 여행하고, 한국에서 받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도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가는 목적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체력을 잘 안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업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한국에서만큼 많지 않았는데, 이를 잘 조절하고 집중하는 시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여 그에 맞추어 자신의 일정을 잘 조절하는 일이 제일 선순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한국 기준 2학기 교환이라면 무조건 여행용 전기장판을 추천드립니다. 먼저 교환을 갔다 온 친구들이 한입 모아 추천하길래 가지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추울 수 있어서 전기장판이 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특히 아이슬란드 여행과 12월, 1월 동유럽 여행에서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너무 큰 전기장판은 휴대하거나 들고 다니기 힘들어서 여행용 전기장판으로도 충분하니 고려해볼 만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 필수품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현지에서 다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짐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은 딱히 없었고, 한국에서 사 가는 가격적인 메리트도 크게 느끼지 못 했습니다. 만약 한식을 자주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장 종류(된장, 고추장, 쌈장 등) 혹은 고춧가루를 갖고 오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기숙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생각보다 빨래를 자주 하는 게 어려울 수 있어 속옷과 수건, 양말은 여분으로 많이 챙겨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 현지 물가 수준
유럽이고, 영국인 만큼 외식 비용은 정말 비쌉니다. 제대로 식사를 한다면 인당 4-5만원은 기본으로 나오는 듯 하고, 마트 물가는 생각보다 훨씬 쌉니다. 특히 과일, 채소류는 한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청포도 두 송이에 3파운드) 마트에서 장을 봐 친구들과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리즈에는 아시안 마트도 여러 개 있어서 한국 식재료를 구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라면이나 두부 같은 아시안 음식은 한국보다 1.5배, 2배 정도 비쌌지만, 영국에서 한식을 요리해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서 그정도 가격은 감안하고 마음껏 사 요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씩은 외식할 수 있지만, 웬만해선 요리해서 먹는다면 과소비를 조절할 수 있을 수준이라고 말씀드립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체류기간이 4개월이라 현지 은행, 카드 등 개설 없이 트래블월렛, 트래블로그로 해결했고, 환율이 조금이라도 낮을 때 많이 환전해두었습니다. 12월 초에 경제 문제와 계엄령 문제가 같이 발생하며 환율 변동폭이 컸는데, 이때 많이 환전해둔 것이 다행이라 느꼈습니다. 다시 이와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길 바라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교환학생들은 미리 환전을 해두는 것 같습니다.
리즈 시티 내의 교통을 정말 편했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시내(기차역 등)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아 모든 거리를 도보로 해결할 수 있고, 더 먼 거리를 가더라도 버스를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의료와 관련한 문제는 해외에서 해결하기가 정말 힘든데, 특히 한 학기 교환학생들은 비자가 없어 병원에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간혹 가다 예외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최선의 방법은 아프지 않고, 한국에서 처방 받은 처방약이나 한국에서 사 간 약으로 해결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많이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자주 아팠어서 1달 치 처방약을 다 소진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잘 대비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리즈 대학교 바로 옆에 국립병원(Leeds General Infirmary)이 있어 같이 교환학생으로 간 친구가 아무 계획 없이 응급실에 갔다가 진료까지 잘 받고 처방까지 받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있어도 한국에서의 경우보다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통신 같은 경우는 현지 유심 쓰는 것을 추천하는데, 다른 유럽 국가에 가도 자동으로 로밍이 돼 같은 유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기숙사에 들어올 때 Lebara라는 통신사의 유심을 주는데 이 통신사가 유럽에서도 자동 로밍이 되고(원래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 차감되는 형식이라 추가 결제가 필요 없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Giffgaff라는 통신사를 이용했는데 한국 유심과 같이 Esim으로 사용하기 편해서 사용했던 것 말고는 장점이 따로 없었던 듯 합니다. Giffgaff 통신사는 어플만 깔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쓰기 편합니다. 저는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Lebara 유심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오고 싶은 이유 중 하나에는 무조건 ‘여행’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올 일이 없다 생각했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오기 반 년 전에 유럽에 길게 배낭여행을 다녀왔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역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4개월 동안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느꼈던 점은 유럽 여행도 좋지만 영국에 가게 된다면 영국 내를 즐기는 것도 정말 좋겠다는 것입니다. 영국만의 매력, 특히 한국 기준 1학기에 가게 된다면 날씨도 좋고, 일조시간이 긴 기간에 영국의 이곳저곳을 누리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영국을 많이 보지 못 하고 돌아온 것이 참 아쉽습니다. 특히 직접 가본 곳과 친구들의 추천 목록으로 영국 여행지를 꼽아 보자면 – Manchester, Oxford, Cambridge, Bath, Liverpool, York, Lake District, Brighton(Seven Sisters Cliff), Dorset, Stonehenge 등이 있습니다.
리즈 대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굉장히 알차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동아리 소개 기간에 Give It A Go라고 동아리를 한 번 체험해보는 기간이 있는데, 그때 다양한 동아리를 둘러보며 관심이 있는 동아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입 기간에 가입하면 되는데 웬만한 동아리가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갈릴지도 모르지만 저는 웬만한 동아리가 맞지 않다고 느껴 둘러보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테니스 동아리와 한인회에 가입했고, 아직도 가입기간이 유지되고 있어 이번 보고서를 쓰며 오랜만에 다시 Leeds Students Union에 들어가보았습니다. 동아리 소개 기간에 구경을 가게 된다면 친구들과 같이 가는 것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특히 동아리나 학교 생활의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학교 홈페이지도 좋지만 https://www.luu.org.uk/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학교 생활과 여가(여행) 간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둘 다 챙기려다가 체력적으로 무리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후회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의 시기를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아쉬운 점을 남기고 돌아온 만큼, 저도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다는 점에서는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유럽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던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 치안이나 보안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었고, 도난 당하거나 위험에 처한 일도 없었습니다. 물론 교환학생 생활 중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인이 아닌 만큼 현지에 무지하고, 어디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교환교 근처에서든,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든 무조건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최선일 듯 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몰려 다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특히 저는 유럽 대륙에 있는 영국에 다녀왔기 때문에, 유럽 각지의 나라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는데 유독 위험하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에서는 이른 시간에 귀가하거나 소지품에 주의 더 기울이기, 샛길이나 사람 적은 길로는 돌아다니지 않기 정도로 주의를 더 기울였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안전에 신경썼다고는 생각하지 못 했는데 5개월 간의 해외생활 동안 무엇을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린 일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생활 측면에서 전달하고 싶은 두 가지 팁을 생각해보면, 첫번째는 해외 계좌(MONZO 혹은 교환국의 현지 계좌)가 있으면 은근히 편할 수 있다 – 하지만 없어도 괜찮다는 점 – 그리고 두번째는, 귀찮아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자서 스스로를 챙기는 습관을 들이자는 점입니다. 해외 계좌를 쓸 일이 많지 않을 뿐더러 수수료가 교환학생들이 흔히 쓰는 카드(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아 손이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한국에서 택배를 보낼 때, 혹은 특별한 상황에서 외화로 송금해야 할 때 간간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해외 계좌가 없어 유학생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만약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유용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제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있을 시기에 한국에서 계엄령이 발표되어 트래픽 증가로 한국 계좌가 잠깐 막혔던 적이 있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교환학생 특성상 지켜야 할 일정이 많고, 특히 외국에 있을 때는 한국의 생활처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학교 과제, 여행 일정, 납부 일정 등 중요한 일을 스스로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해결하지 못 할 일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 했으나,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두 세배로 길게 해결하게 된다든가, 여러모로 골치 아프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을 여러 번 본 뒤에 ‘자신의 일은 자기가 해결하자’는 다짐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지해야 할 점은, 충전과 휴식이 다르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는 것입니다. 저는 2023년 2학기부터 2024년 1학기까지 학업을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삶에서 번아웃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변화를 도모해도 해소되지 않는 것 같다는 마음에 교환 생활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이 ‘휴식’의 시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영국에서도 최대한 많은 경험과 생각을 쌓고 오고 싶다는 욕심에 ‘휴식’과 ‘충전’을 모두 놓치고 온 것 같기는 합니다. 환경의 변화에 한국에서 다시 일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는 생겼지만, 자신이 처음에 교환학생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것을 실천할지 명확하게 구분한 뒤에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1년 간 독일에 체류하는 친구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간 지 2달 정도 뒤에 자신의 현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돌아본 일이 있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어떠한 활동의 마무리를 맺을 때 항상 그 활동을 시작했던 기점을 찾아 되돌아보곤 합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의 마음가짐은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영어를 전공하고 있는 것 만큼 영미문화권을 직접적으로 체험해보는 것, 그리고 나에게서 어떠한 종류의 변화이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얼마나 거창하고 웃기지만 소중했던 교환 지원 동기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보니 제가 목표했던 것은 거의 달성하지 못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했던 학문적인 방향에서는 그렇습니다. 저는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을 알게 된 듯 싶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는지,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타지에서도 결국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갔을 초반에는 ‘태어나서 제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왜 교환을 그렇게 추천하는지, 행복하기만 했다고 평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느낀 점은 다를 수 있지만 힘들었다는 후기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아보니 교환 생활을 무조건적으로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 내내 힘들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교환학생 생활이 너무나도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결국 행복했던 기억들만 여과되기 때문입니다. 이 추억과 사람들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만약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