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해외 대학에서 수학하고 해외에서 거주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잠시 여행으로 오는 것과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은 저에게 다른 인사이트를 줄 것이라 생각했고, 범죄학을 비롯해 서울대학교에서는 잘 개설되지 않는 분야의 강의를 들으며 제가 관심은 있지만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학문의 공부를 보충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특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우선 저는 나라를 고민할 때, 예전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기억이 좋았기도 했고 영어가 주 언어
다보니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영국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영어 외의 언어 학습 계획
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쪽보다는 치안도 낫고, 여행다니기 편하
기 때문에 유럽권을 선호했습니다.
Sussex 대학교는 Brighton이라는 지역에 있는데, 브라이튼은 영국의 남부 끝 해안지역입니다. 이
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게 그나마 영국 중에서 날씨가 나은 지역이었던 점도 선택 요인이
었고, 바다와 해산물을 좋아해 바다와 학교가 가까운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실
제로 수업 앞뒤로 바닷가에 많이 갔고, 그 순간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런던보다도 항상 조금
씩은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다만 영국 자체가 해산물 요리가 아주 발달한 느낌은 아니라 그런지
해산물 식재료가 특히 더 많지는 않았습니다).
Sussex라는 대학을 선정한 데에는 먼저 한국인 유학생/교환학생의 비율이 제가 고민했던 다른 영국 대학보다는 높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고려대, 이화여대, 부산대에서도 교환학생이 왔고 한국 유학생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많으면 한국인끼리 놀게 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저는 적응이 더 편할 것 같아 한국인 교환학생이 있는 편인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영국은 전반적으로 사회복지학 전공이 있는 학교가 잘 없습니다. 그 중에서 Sussex가 Social work 전공이 개설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회복지학 전공도 해외에서 들어보고 싶었던 저에게는 가장 적합한 학교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Sussex 대학교가 위치한 Brighton은 영국 남부의 해안가 도시로, 여행객들에게는 흰 해안가 절벽인 세븐 시스터즈가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기본적으로 휴양도시이기 때문에 런던보다는 한적합니다. 도시와 학교에 모두 아시아권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고, 브라이튼 시내에 아시안마트도 여럿 있습니다. 이동은 주로 버스나 기차로 하게 되는데, 학교 앞에 있는 Falmer역에서 기차를 타면 2시간 내로 런던에 도착합니다. 축구팀 브라이튼의 홈 구장이 학교 바로 옆에 있어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변 도로나 교통이 매우 혼잡해집니다. 또한 영국에서 가장 퀴어가 많은 도시로, 관련 문화가 활발하고 이에 대한 분위기도 아주 수용적이라고 느꼈습니다.
Sussex 대학교는 공학보다는 인문사회학이 발달한 학교로, 특히 국제 개발학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인문사회계열 강의에서는 대개 시험보다는 보고서나 발표 형식의 평가가 많고, 요구하는 사전 리딩과 자습의 비중이 큽니다. 또한 국제학생의 비율이 약 1/3정도로 높아서인지 학기 초에 교환학생 관련 프로그램이나, 버디 프로그램 등 지원도 많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캠퍼스는 대부분 도보 20분 내 이동 가능한 크기로, 서울대학교보다는 작지만 결코 작은 편은 아닙니다. 교내에 마트, 바, 카페(스타벅스도 있습니다) 등 시설도 다양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도서관, student centre, 강의실 건물 곳곳의 테이블 등 충분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저는 한 학기 교환학생이었고, 영국은 6개월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갔습니다. 하지만 만약 교환학생 앞뒤로 6개월 여행을 하면서 영국에(다른 유럽권 나라에 있는 기간은 합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있을 예정이거나, 아르바이트 등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무비자의 단점은 교환을 연장하고 싶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교환교에서 연장하신 분이 있었는데 비자를 받기 위해 한국을 한번 더 갔다오는 번거로운 일을 감당해야 했고, 연장을 고민하다 포기한 경우에는 비자로 인한 비효율성이나 비용이 포기의 주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비자가 없으니 의료 관련 도움을 받기가 좀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되신다면, 혹은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실제로 염두하지 않고 왔다가도 다들 한번씩 고민을 했습니다) 취득해서 오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일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파견이 확정되고 나면, housing application 관련 메일을 받게 됩니다. 그럼 링크로 들어가서 지원을 하게 되는데 크게 3 종류의 on campus와 off campus standard room 중에 선호 순서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한 카테고리에 또 기숙사 건물과 종류는 다양한데, 이는 세부적인 선호사항을 입력한 내용에 맞춰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기숙사 별 구조와 가격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원할 당시의 가격은 이러했습니다.
On campus ensuite room (£193.95 - £208.60* per week)
On campus standard room (£177.33* per week)
On campus budget room (£119.64 - £125.00 per week)
Off campus standard room (Kings Road and Off-Campus) (average cost £164.55* per week)
현재 2025-2026의 on-campus accomodation 정보는 아래의 링크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ussex.ac.uk/study/accommodation/on-campus
저는 가장 비싸지만 개인 화장실이 있는 on campus ensuite room을 1순위로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1순위 지망대로 되었습니다. ensuite room 안에서도 다양한 기숙사 건물이 존재합니다. 다른 종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안에서도 조금씩의 시설 격차가 있고, 각자 장단점이 매우 다릅니다. 이 부분은 조정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월등히 시설이 좋은 경우라면 가격의 차이도 있었습니다. 제가 배정된 건물 이름은 Northfield였고, 기숙사비는 한화 기준으로 약 630만원이었습니다. en suite 중에서 가장 비싼 건물은 아니었습니다. 세부 선호사항 선택에서 동성 플랫메이트를 요청했더니, 요구사항대로 배정되었고 자연을 좋아한다는 칸을 선택했더니 학교의 제일 끝에 있지만 바로 뒤에 산책할 수 있는 동산과 들판이 있는 기숙사로 배정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교통 편의성, 학교 건물들과의 인접성 등의 선택사항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개 그 사항에 맞게 배정이 되는 듯 합니다. 심지어 한국인 플랫메이트를 요청했던 제 플랫메이트 덕분에 6명의 플랫메이트 중에 한국인 친구가 있었어서 정말 좋았기 때문에 기숙사 신청 시 구체적인 요청사항이 있다면 적으시는걸 추천합니다.
(참고로 제 친구들이 묶었던 다른 en suite 기숙사를 조금 비교해드리겠습니다.
- Stanmer Court : falmer역 바로 앞에 있어서 위치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교내까지 들어가지 않는 버스를 타도, falmer 정류장에 내려서 1분이면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용 공간이 제가 지낸 northfield 보다는 좁았고, 제가 느끼기에는 복도에서 노후화된 카펫 냄새가 조금 났습니다. 물도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 따로 있는 방식이라 불편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의 스완보로나, 노스필드보다 조금 더 저렴했습니다. 시설에 덜 예민하고, 위치의 편의가 가장 중요한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장을 보면 짐이 많아져서, falmer에서 교내에 있는 기숙사까지 걸어가는 일이 꽤나 고됩니다. 교내에 다시는 23번 버스는 배차가 길어서 맞춰서 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 Swanborough : 학교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들으러 갈 때 정말 편리한 기숙사입니다. 또한 Stanmer는 아무래도 학교 정문 밖에 있는 기숙사라서, 그보다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건물 바로 앞에 마트도 있고, 공부할 공간도 있고, 학식 먹는 공간도 있고, 세탁소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웠습니다. 정문에서 걸어가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대신 플랫 인원이 좀 많은 편이고, 그래서 혼성 플랫의 비중도 조금 더 높은 듯 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학비는 서울대학교 학비를 냈기에 별도로 지불하지 않았고, 기숙사비용은 앞서 언급했듯 약 63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기숙사 입주 시 학교 사이트에서 침구도 구매할 수 있어 구매했는데, 17파운드 정도 들었습니다. 기숙사 바로 앞에 있는 리셉션에서 받아가면 되어서 편했지만, 학교 밖에서 더 질이 좋으면서 싼 침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후자의 방법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학교 침구는 이불의 질이 좋지 않아, 다소 불편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 분들 중에서, 같은 학교에서 오신 분들이 룸메이트로 해서 Brighton 시내에 집을 구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장보러 다니기가 편하고 (모두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수업 듣는 날은 최대 4과목밖에 못들어서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비용이 기숙사보다는 좀더 저렴하며, 시내의 다양한 놀거리를 교통비 걱정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같았습니다. 재학생들은 2학년부터 거의 기숙사가 불가해서 시내에서 자취를 많이 하는 만큼, 외국인 친구 사귀기도 훨씬 용이해보였습니다.
물론 기숙사가 훨씬 안전하고, 등교가 편하고, 수업 중간에도 기숙사에 와서 밥을 먹으면 된다는 점에서 저는 만족했지만 사람에 따라서 교외 숙소를 선호하는 분도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교환학생 파견이 확정되고 나면, 학교 측으로부터 메일을 통해 한번 더 application 절차를 가장 먼저 밟게 되는데요, 이 때 듣고 싶은 강의를 1지망부터 6지망까지 적어서 보내게 되어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차적인 수강신청이 완료되고(최종 4과목), 다른 희망 강의를 알려주어야 하거나 변경하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이후부터는 단과대 coordinator의 이메일을 통해서 요청하시면 됩니다.
듣고 싶은 강의는 학교 학과 별 강의 목록이나, 강의 검색 시스템을 통해 찾았습니다. 꼭 파견 전공 과목만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자유롭게 흥미 학과의 페이지에 가서 제가 가는 학기에 열리는 수업을 찾아보며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과목 검색하는 방법을 잘 못찾아서 저는 많이 헤맸는데요, 크게 두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1) 우선 모든 모듈이 다 나와있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https://www.sussex.ac.uk/study/modules/undergraduate
2) 혹은 먼저 course에서 관심있는 과를 선택한 후 그 안에서 학년 별로 가을학기 봄학기에 열리는 과목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https://www.sussex.ac.uk/study/undergraduate/
두 방법 모두 강의 개요 페이지로 연결되니 흥미 과목을 고르는 데에는 충분하실 것 같습니다.
Sussex는 자세한 강의계획서, 혹은 그 학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강의계획서는 개강 후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만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수강한 과목은 총 4개, 각 15 credit으로 모두 전공과목이었습니다.
저는 범죄학에 관심이 있어 sociology and criminology 전공으로 파견된 만큼, Victimisation, Social Harm, and Justice라는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듣기 힘든 이주민 관련 복지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 Migrant and Refugee Wellbeing을 수강했고, 파견교에서 유명한 global development 전공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서 해당 전공의 Colonialsim and after, Global development paradigms, policy and politics을 들었습니다. 모두 글쓰기 과제로만 평가되었습니다.
(1) Victimisation, Social Harm, and Justice에서는 사회에서 쉽게 간과되는 다양한 범죄 피해자의 유형을 배웁니다. 우리가 범죄 사건을 인식할 때 주의해야 할 부적절한 인식이나 피해자 보상, 추모 등 고민해볼 지점들에 대해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workshop 형식의 수업이었습니다. workshop 이지만 사실상 seminar와 크게 다르지는 않고, lecture 사이사이 조별 토론이 많은 정도의 느낌이라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습니다. 수업 규모도 작고, 교수님께서 조별 토론 시 첨언도 해주시고 기말보고서 개요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모두 관심 분야가 비슷한 범죄학과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2) Migrant and Refugee Wellbeing에서는 이주를 설명하는 이론적 관점을 배운 후, 여러 사례를 통해 이주민과 난민의 복지에 영향을 주는 법적 지위, 언어, 종교, 젠더, 생애주기 등의 세부 주제로 wellbeing을 배우게 됩니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사회 제도나 구조보다는 조금 더 얕으면서 포괄적인 내용들을 다뤄서, 인사이트가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소규모 seminar 수업이지만 리딩도 적은 편이고, 다루는 토의 내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3) Colonialsim and after는 영국의 식민지 역사와 정책이 만든 세계적인 영향 뿐 아니라 그 잔혹함을 배우며 대영제국의 유산을 해체하려는 비판적인 관점의 수업입니다. 교수님들도 decolonialism 관점의 학계에 계신 분들이고, 인종주의나 노예제 등을 다룰 때 학생들에게 혹시 불편한 수업자료가 있으면 피드백을 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 등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lecture와 seminar가 따로 있는데, seminar에서는 강의 내용을 간단히 복습하게 됩니다.
(4) Global development paradigms, policy and politics는 global development 학과의 1학년 전공 필수같은 수업으로, 국제 개발의 등장부터 워싱턴 합의, 지속 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 등 국제 개발의 주요 흐름을 배우게 됩니다. 좋았던 점은 단순히 역사적인 내용과 그 성과만 다루기보다는, 이 패러다임들이 과연 정말 빈곤을 해결하였는지, 한계는 없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에서 이를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접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lecture로만 이루어진 수업이기는 하나, 수업 중에 소규모 토론 활동을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3. 학습 방법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에서 매주 2-4개의 리딩을 요구했습니다. 대개 필수 리딩과 추가 리딩으로 구성되는데, 적어도 필수 리딩은 꼭 읽고 가야 수업 이해나 참여가 훨씬 수월하고, 얻어가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필수 리딩정도는 꼭 읽고 수업에 참여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끔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하는 날에는 논문 초록이나 요약본이라도 꼭 읽고 갔습니다.
저는 시험이 없는 수업만 들어서 무언가를 암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필기도 아이패드 손필기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강의가 너무 빨라서 잘 듣지 못한 내용은, 추후에 녹화 강의가 거의 모든 수업에서 올라오기 때문에(Sussex의 지침인 것 같습니다) 다시 듣기도 했습니다. 자동 자막이 생성되어서 좀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리딩이 나중에 과제하는 데 많이 쓰이고 이를 과제시기에 다 훑기는 어렵기 때문에 매주 읽은 리딩을 노션에 과목과 주차별로 요약정리해두었습니다. 노션이 아니더라도 리딩은 미리 꼭 정리해두시길 바랍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리딩을 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를 많이 찾아보게 되는데, 과목마다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있어서 리딩을 충실히 하는 것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lecture 수업이더라도 수업에서 말을 할 기회가 대부분 있을 텐데, 이런 기회에 조금 자신이 없더라도 그냥 말을 뱉어보고 두려움을 덜다보니 영어 말하기가 향상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리딩을 미리 해 가면 토론 참여도 쉬워집니다.
외국인 친구를 만들거나 동아리에 들어가서 말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알아 듣는 것과, 실시간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이 많았습니다.
또한 ELAS라는 비영어권 학생들을 위한 2시간 강좌가 있는데, 스피킹, 세미나, 글쓰기, 인용하기 등등 다양한 주제로 열립니다. 이것도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서 한번 들어보실 법 한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인용 수업이 과제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수업에서는 Sussex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Harvard style의 인용법을 배웠고, 학교 홈페이지에서 인용 관련 정보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논문이나 자료 검색은 어디서 하면 좋은지 등등을 알려주셨습니다. 다른 수업 대비 학생들에게 말도 거의 시키지 않으셔서, 부담없이 들으실 수 있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우선 lecture가 아닌 seminar와 workshop도 평소 한국에서 중간에 토의가 많은 전공들을 들으셨다면 부담 가질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평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한 시간입니다. 참여도도 전반적으로 조금 더 높기는 하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는 친구들과 아닌 친구들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과제 점수의 평균이 한국보다 낮습니다. 보통 100점 만점에 40-60점대가 평균이고, 70-80점대면 우수하며, 80점 이상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그래서 점수가 낮다고 실망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출석 점수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주에 특정 퍼센트 이하로 출석하게 되면 단과대별 기준에 따라 메일로 경고가 옵니다. 어느 정도는 출석에 성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영국에서 구하기 힘든 한식이나 한국 식재료를 가져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런던에 oseyo, seoul plaza 등 저렴한 한인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코인육수 등 구하기 힘든 것들도 있었습니다. 라면도 한국이 훨씬 쌉니다. 특히 라면은 여행 시에도 식비를 절약하는 데 유용했습니다.
의외로 기숙사가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은 전기장판도 필수로 가져가실 것을 추천드리고, 휴대용 접이식 전기포트와 미니 전기밥솥도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전기포트는 싼 유럽 숙소로 여행을 가다보면 그정도도 없는 경우가 있어 유용했고, 전기밥솥이 있으면 쌀을 사서 밥을 해먹을 수 있어서 식비가 많이 절약됩니다.
생각보다 옷은 많이 안챙겨가도 가서 사셔도 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Primark 등 한철 싸게 사서 입고 버리고 가기 괜찮은 브랜드도 있고, 블랙프라이데이 때 할인율이 꽤 커서 이때를 노리면 괜찮게 옷과 신발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영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또 괜찮은 가격대의 옷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양제나 약도 한국에서 많이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로 인해, 다들 본국에서보다 평균적으로 자주 아팠던 것 같습니다. 저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던 감기약이 부족해져서 약국에서 다시 여러번 사야했습니다. 병원을 가지 않고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약을 사서 그런지, 제조된 여러 알의 약보다는 그냥 한알짜리 약을 먹고 나아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저는 학식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학식이어도 한화로 가장 저렴해야 7천원 이상의 가격이었고, 교내 마트 중에 co-op도 특히 비싸기 때문에 최대한 기숙사에 다시 가서 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래도 식료품 물가는 싼 편이라, 브라이튼 시내의 세인즈버리나 aldi, poundland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교내에서는 그나마 taj 물가가 괜찮았습니다. 그러면 생활비는 한달에 50만원 이내로 들었습니다.
다만 교통비가 비쌉니다. 버스 한번에 2파운드인데, 2.5파운드로 올해 올랐습니다. 그래서 한번 나갈 때 바다도 구경하고, 장도 보고 하는 등 최대한 많은 것을 해결하고 들어왔습니다.
옷 같은 경우는 환율 때문에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는 비싸다고 느꼈지만, 할인을 잘 노리면 더 싸게 살 수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영국은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식당은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Brighton에서 추천드릴 만한 식당은 두 군데가 있었는데요,
먼저 영국 차와 스콘, 커스터드 크림을 먹을 수 있는 Leman tea room 정말 추천합니다! 친절하게 먹는 법도 알려주시고, 가게도 예쁘고, 가격 대비 스콘도 정말 푸짐해서 거의 끼니 대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또간집입니다.
다음으로는 영국의 피쉬 앤 칩스를 먹을 수 있는 Little Jack Fullers 입니다! 피쉬 앤 칩스에 대한 편견이 깨진 곳입니다. 별 소스 없어도 생선튀김이 정말 맛있었고, 양도 아주 많았습니다. 가격도 싼 편입니다. 최소 2명이 가서 한 메뉴를 나눠드시기를 권장합니다. 역시 충분히 식사 대용이 됩니다. 브라이튼 해변과 멀지 않아서, 포장해서 바다에서도 많이 드시는 것 같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 식당 바로 앞에 테이블도 있습니다.
병원의 경우, 비자가 없어서 nhs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superdrug, boots, 혹은 시내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구입했습니다. 교내에도 약국이 있지만, 여는 시간이 다소 한정적인 것 같습니다.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만 알면 사실 생각보다 병원을 갈 일은 없었습니다.
트래블월렛 등 원화결제 카드 외에 영국에 와서 준비하시면 좋은 것은 monzo입니다.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거나 사진을 찍는 등으로 파운드를 송금해줄 일이 종종 있으실텐데, 이 때 해외계좌로 송금하려면 monzo 계좌를 하나 개설해두시면 편합니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교내, 브라이튼 시내, 그리고 더 멀리 나갈 때로 나누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교내에서는 23번 버스와 저녁(대략 오후 7시 이후)에만 교내로 다니는 25번 버스가 있습니다. 기숙사가 교문과 먼 경우, 이 버스들을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교내에서만 이동하는 것은 내리는 정류장을 말씀드리고 타면 무료이기 때문에 간혹 시간이 맞는다면 수업 갈때도 이용했습니다. 다만 버스가 배차간격을 잘 지키지 않아 불편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특히 23번 버스가 있다가도 사라지기 때문에, 너무 오래 기다리시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브라이튼 시내를 나갈 때는 다양한 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는 카드를 찍고 타도 되지만, brighton and hove라는 어플에서 학교 학생증으로 인증을 받아 학생 요금을 내고 다니시는 것이 더 저렴합니다. 그리고 기간권(3개월 등)도 있기는 하나, 3개월 기간권의 경우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버스를 이용해야 이득이었기 때문에, 그정도로 시내를 자주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그냥 그때그때 24시간권을 끊어서 이용했습니다. 24시간권은 2번 이상만 타도 이득입니다.
런던 등 멀리 나가시거나, 간혹 브라이튼 시내를 갈 때도 falmer역에서 기차를 이용하게 됩니다. 보통 trainpal이나 trainlane 두 어플 중 하나를 이용하는데, 저는 표가 좀더 저렴한 trainpal을 사용했습니다. 또 railcard라는 것을 구매하시면 좋은데, 이는 미리 특정 금액을 내고 할인된 금액으로 기차표를 끊을 수 있는 카드입니다. 특히 oyster 카드(런던 교통카드)와 연동하면 약 1/3의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학기 교환이라고 해도 충분히 이용할 만 했습니다. 추가로, 런던을 당일치기로 다녀오실 때는 왕복 티켓으로 구매하시면 훨씬 쌉니다.
유심은 저는 한국에서 미리 사온 쓰리심과 ee 두가지를 사용해 보았는데요, ee는 영국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영국에서는 어디서든지 잘 터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쓰리심, 레바라 등은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다른나라를 갈 때 유용하고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지만, 쓰리심은 제 경험 상 런던에서 종종 잘 안되어서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영국을 벗어나면 괜찮았습니다. 친구가 레바라를 쓰다가 체코에서 데이터가 아예 안 된 적도 있었습니다. 날짜를 잘 계산하셔서 ee와 유럽여행 시 다른 유심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참고로 Sussex에서는 기숙사에서 데이터가 거의 안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내 와이파이를 이용하셔야만 합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학기 초에 동소제와 유사한 fresh fair을 가시면 여러 동아리 소개 부스에서 관심있는 동아리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정 동아리를 들어가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동아리에서 첫주에는 누구나 무료로 활동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주는데 이 때craft society에서 여는 행사가 흥미로워보여 참여했습니다. dog walking society에 가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나 문화권에서 결성한 동아리도 많은데, 이런 동아리의 경우 정기적으로 누구나 올 수 있는 오픈 행사를 엽니다. 저는 Japanese society에서 지브리 영화를 상영해줄 때 가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Korean society에서 연 행사에도 가보았고, abacus라는 아시안 커뮤니티도 있습니다. 이런 오픈 행사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던 것 같습니다.
또 buddy scheme을 통해 buddy를 매칭받아 buddy 친구를 사귀고, buddy scheme에서 매주 여는 language cafe에도 참여했습니다. language cafe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스웨덴어 등등 다양한 언어를 배우며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소규모 그룹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티칭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자원해서 언어를 알려주는 것이라서 원하신다면 한국어 튜터로도 참여 가능합니다.
저는 여행을 자주 다닌 편인데요, 여행 다니기 좋은 시기는 학기 중 공강날, 중간고사 기간에 수업을 쉬는 reading week, 그리고 학기 시작 전후 앞뒤로 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셔야 하는데, Sussex에서는 개트윅 공항이 압도적으로 가깝고 가기도 편하기 때문에 최대한 개트윅 공항을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히드로나 스탠스태드는 항공권이 싸다고 해도 학교에서 가는데까지가 멀고 교통비가 많이 듭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미리미리 끊어두셔야 싸고, 미리 끊어둔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공항까지 가는 교통편도 끊으셔야 훨씬 쌉니다. 개트윅을 갈때는 보통 팔머 역에서 기차를 타는게 가장 저렴했고, 그 외에는 national express 버스를 타는 방법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스탠스태드 공항으로 가실 경우 공항열차와 런던 지하철 등을 여러번 갈아타셔야 저렴합니다. 그리고 이지젯, 라이언에어 등의 저항사는 기본 백팩을 초과하는 수화물에 모두 추가금이 붙어서 최대한 배낭여행을 하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많은 여행을 갔지만,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컵라면, 큐브국, 누룽지 등을 여행에서 많이 활용하면서 식비를 아껴서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가까운 나라로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이 많다면 미리 같이 여행을 많이 계획하실텐데요, 저는 생각보다 교환 와서 알게된 친구들과도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미리 계획해온 여행이 많아서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조금 여유를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사전에 유럽에서 여행갈 수 있는 나라 전반을 조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알게된 가고싶은 나라들을 갔더니, 나중에 결국 시간이나 비용 상 더이상 갈 수 없게 되어서 아쉬운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브라이튼 시내는 시간이 늦어지면 클럽이나 술집 주변 말고는 다소 한적해집니다.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는 지하철 막차에 사람이 많듯이 사람이 많지만, 거리는 한산하니 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간혹 새벽에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 때문에 나올 때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올 수 있으니 정류장 옆이나 주변에 서있으시는게 좋습니다. 저도 몰랐다가 한번 무서운 경험을 한 뒤 아무도 정류장에 앉아있지 않고 주변에 서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술이나 약에 취한 사람을 마주치면 최대한 상대해주지 말고 벗어나세요...
런던은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사람이 없어서 무서울 일은 잘 없지만, 역시 사람이 많은 만큼 소매치기에 유의하시고 이상한 사람이 꼬일 일에도 유의하시면 좋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브라이튼이나 영국의 치안은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대체로 안전불감증의 상태로 있다가 한번씩 정신차리게 되는 사건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추가로, falmer 옆에는 lewes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 동네가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하니 혼자서는 가지 않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Brighton이나 Falmer 쪽은 대학가라 그런지 심하지 않은데, 그런 동네를 벗어나면 조금 더 심한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인종차별도 직접 위해를 가하는게 아니라면, 점차 익숙해집니다...! 물론 달리는 차에서 상한 날계란을 던지고 가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고, 며칠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려고 나왔고 혹은 행복하려고 여행 온 건데 그런 부당한 일 하나로 하루 종일 기분을 망치면 제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중후반기부터는 우리가 포교 무시하고 잘 지나가듯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하는 사람이 잘못된거니까요. 그리고 다니다 보면 그런 나쁜 사람들보다는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사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사람, 한국을 좋아한다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람 등등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그들에게서 받은 기분 좋은 감정이 부당한 인종차별로 느낀 속상함을 압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영국이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 아예 거짓인 것 같지도 않아서 이 부분을 길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문제로 영국 교환에 걱정인 분들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또한 영국은 무단횡단을 많이 하는데, falmer 정류장 앞은 신호등이 없고 차가 매우 빨리 달리는 4차선 도로라 건너지 않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양쪽 다 학교랑 이어져있어서 건너야 할 일이 없어요!! 실제로 제가 있는 동안 인명사고도 발생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교환학생에서 친구사귀는 것에 대해 걱정인 분들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학기 초에 교환학생 행사나 단과대 행사가 많아서 여기서 우선 웬만한 한국인 친구들은 다 만날 수 있어요! 저는 단과대 행사에서 외국인 친구도 많이 만났습니다. 비슷한 수업을 듣거나, 비슷한 강의실을 다니기 때문에 이후로도 마주치더라고요.
그리고 플랫 메이트들이랑도 친해질 기회가 많고, 수업에서도 말하는 시간이 많아 항상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조금만 적극성을 발휘하면 외국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society에 다니다 보면, 조금 더 동질감이 느껴지는 아시아계 학생들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있는 영국 친구들 만나기도 수월하고, 그 한두명에서 이미 친하던 재학생들과 점점 넓게 친해지는 경우들도 보았습니다. 이처럼 친구를 만들 기회는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많이 계획해 두어서 결국 못했지만 한 동아리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길거라고 생각했던 4개월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생각보다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기에는 준비도 부족했고, 노력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조금 더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친구들과도 놀러다닐걸 하는 후회도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은 결국 적어도 제가 교환학생을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좋았기에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Sussex에서의 한 학기는 제가 영어 말하기에 가지던 두려움을 없애고,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학문을 접하면서 진로 방향성을 잡고, 생활력도 강해지고, 새로운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생각에 없던 유학도 고민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도 만나게 되었고요.
특히 저는 진로와 관련해서 교환학생이 정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발달하지 않은 범죄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접해볼 기회가 없으니 진로까지 관련된 분야로 진출해야겠다는 확신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범죄학으로 유명한 두 나라 중 한 나라로 교환을 가서, 범죄학 수업을 듣고, 범죄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님과 면담하고, 또 범죄학을 공부하고 있는 각국의 친구들(주로 영국, 미국 친구들이 많았어요)과 매 수업 토의하는 순간들이 진실로 즐거웠습니다. 한 번은 범죄피해자의 유족분께서 강연을 오셨는데, 그날 들은 이야기와 질의응답의 내용들이 정말 인상깊었고, ‘아, 나 이쪽 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을 통해 저는 진로의 방향성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에만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유학도 새롭게 고려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 만큼 한학기 교환학생이 자신에게 큰 변화를 만들지는 않을 수 있지만, 분명히 저마다의 무언가는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것이 진로 목표 설정과 관련된 것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언어, 여행, 사람들, 해외거주 경험 등등 또 다를거에요. 하지만 하나 분명한 점은 다들 무언가 얻어온다는 것이죠. 저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을 얻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매주 장을 보고 매일 요리를 해먹다 보니 생활력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요리라 하면 라면이 다였는데, 이제는 혼자 여유롭게 하고 싶은 요리 해먹는 것이 소소한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좀더 건강하게 요리를 해먹고 지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여건이 된다면, 긴 인생에서 몇 개월 정도는 교환학생에 할애하여,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실질적으로 제 영국 교환은 여행까지 합쳐서 딱 4개월이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보다는 여유로운 생활을 했고, 이것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되지 않을까 고민도 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몇 개월로 저는 한국에서 수 년간 고민하던 문제들을 해결했고, 우리의 긴 인생에서 교환학생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나고 보면 듭니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그런 시간적 문제로 인해서 고민 중인데, 조금이라도 가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가 남을 것 같다면, 그정도 마음이라도 있다면 저는 교환학생을 꼭 경험해보기를, 정말 추천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는 교환학교의 선택지가 정말 월등히 많은 편입니다. 그런 만큼 서울대학교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많이 누리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