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고등학생 시절,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중 틈틈이 친구들끼리 대학생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 묻든 저의 대답은 항상 변함없이 교환학생이었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한국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쉬웠고, 학생 신분으로 학교라는 보호막과 함께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환학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그 꿈을 잊지 않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혼자 계획하며 준비했고, 3학년 2학기와 4학년 1학기를 원하던 학교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희망했던 교환학생으로 일 년간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귀국 보고서를 쓰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깊습니다.
- Sciences Po 선택 이유
저는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해 왔기에 국가 선택에 있어서는 큰 고민 없이 프랑스를 골랐습니다. 한국에서만 공부하다 보니 읽기와 쓰기 공부에만 치중하게 되어 프랑스에서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OIA의 리스트 중 프랑스 대학들 위주로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파리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박물관을 가득 차 있어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선택한 학교인 Sciences Po Paris(이하 시앙스포)는 프랑스의 사회과학 중심 그랑제콜로, 정치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학교가 여러 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서울대학교와 교환학생 협정이 체결된 시앙스포 파리는 수많은 전현직 정치인의 출신교일 정도로 명문인 학교입니다. 학사 3년, 석사 2년(일부 과정 제외)도 구성되어 있으며 시앙스포 학부생들은 모두 3학년 1년을 교환학생으로 해외에서 보내게 됩니다. 떠난 3학년 학생 수만큼 교환학생을 받아들이므로 학부생의 약 3분의 1 이상이 교환학생이고, 석사생의 경우에는 유학생이 매우 많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가장 국제적인 학교 중 하나입니다.
서울대에서는 시앙스포 외에도 지원할 수 있는 파리 내 대학들이 있는데, 저는 그들 중 고민을 하다 시앙스포를 1지망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시앙스포의 가장 큰 장점은 타 공립대학과 달리 영어로 들을 수 있는 강의의 폭이 넓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모든 과목을 불어로 수강할 자신이 없던 저에게는 이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타 대학에 비해 대부분의 시스템이 전산화 되어있으며, 영어로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전산 시스템을 상상하고 가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프랑스의 다른 시설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굉장히 편리한 축에 속합니다. 또한 학생의 상당수가 유학생, 교환학생인 학교인 만큼 모든 공식 이메일과 행사에서 영어를 불어와 함께 사용합니다. 시앙스포 안에서는 불어가 유창하지 않다고 해서 주눅이 들 필요 없으니, 불어를 못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강편람과 강의계획서 등을 미리 확인했을 때도 시앙스포의 수업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였습니다. 후에 소개할 개발 경제학, 환경경제학 등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열리지 않는 수업이 많이 개설되며, 최상위 학교인 만큼 수업의 질도 높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학업적인 부분에서도 시앙스포가 장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 출국 전 준비 사항
- 지원과 메일 발급
서울대학교에서 파견 학생으로 선정 되시고 나면 국제협력본부에서 다음 과정을 상세히 안내해 주십니다. 차근차근 지원 동기 등을 쓰고 각종 서류를 제출하시면 크게 문제없이 따라가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쓸 것이 꽤 많아 미루기 쉽지만, 합격 결과가 빨리 나올수록 이다음 비자 신청 절차가 여유로워지므로 최대한 빨리 지원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앙스포 측에서 합격 후 신경 쓰셔야 할 점은 학교 이메일 발급입니다. 보통은 학생이름.성@sciencespo.fr 형식으로 자동으로 메일 계정을 생성해 주지만 기존 학생 중에 동명이인이 있으면 시스템 오류로 계정 생성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상황에 해당하여 시앙스포 측에 따로 메일을 드려 계정을 발급받았습니다. 이 메일 주소로 향후 welcome program 신청 안내 등 중요 정보가 오기 때문에, 같이 파견 가시는 분들과 채팅방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내 진행 상황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가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비자 신청과 숙소 구하기
출국 전에 교환학생들을 가장 애먹이는 것이 바로 비자와 숙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두 단계는 동시에 진행하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간혹 거주증명서 발급 가능한 숙소가 구해질 때까지 비자를 신청 안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온라인 후불 결제로 예약한 호텔 예약증을 거주 증명서로 제출하는 등 다른 방법들이 있으니 비자는 시앙스포 측에서 합격 서류가 나오는 대로 준비하셔도 됩니다. 비자를 준비할 때는 대사관 홈페이지를 기본으로 준비하되, 헷갈릴 수 있으니, 블로그와 카페(네이버 카페 프잘사)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숙소는 크게 기숙사와 스튜디오(원룸), 그리고 colocation(플랫쉐어)로 나뉘는데 저는 3가지를 모두 시도한 뒤 최종적으로 기숙사를 선택했습니다.
- 기숙사
기숙사는 가격 측면 장점도 있지만, 혼자 사는 것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크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타지 생활을 하면 외롭거나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막막할 때가 있는데, 기숙사의 친구들과 직원분들이 이 점을 크게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제가 지내던 기숙사는 대부분의 거주자가 프랑스인이어서 현지인 친구들을 만나기도 좋았습니다.
프랑스에는 공립 기숙사 crous와 국가별 기숙사가 모여있는 cité, 그리고 그 외 사설 기숙사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시앙스포는 crous를 지원해 주지 않기 때문에 cité 또는 사설 기숙사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저는 cité 홈페이지와 한국관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지원하고, 나머지 사설 기숙사 리스트를 50개 정도 만들어 이메일을 돌렸습니다. 이때 이메일은 프랑스어로 쓰시는 것이 답장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일부 기숙사는 자체 홈페이지로 지원하라고 회신이 오는데, 링크로 들어가 또다시 지원하시면 됩니다. 저는 15구에 있는 social service breton이라는 곳에서 지냈는데, 위치도 학교에서 적당히 가깝고 일하시는 분들도 대체로 친절하셔서 만족하며 10개월간 지냈습니다. 모든 행정 업무가 프랑스어로 진행되고 대부분의 사람이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못하시면 조금 애먹을 수도 있지만, 직원분들이 친절하시니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월세도 저렴한 편이고, 일반 사설 기숙사가 아닌 일하는 청년과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이기 때문에 주택보조금(APL) 지원도 많이 나오니 파리의 월세가 부담인 분들은 지원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 스튜디오
스튜디오를 구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저는 Sciences Po logement, 프랑스존 두 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프랑스존은 프랑스 한인 교민들의 커뮤니티로, 한국어로 모든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도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장기 거주할 세입자를 구하는 경향이 있어 1년 또는 6개월만 체류하는 교환학생의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영어와 불어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방들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월세가 높은 방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방법은 Sciences Po logement으로, 검증된 집주인들이 직접 방을 올리도록 시앙스포에서 개설한 사이트입니다. 다른 사이트에 비해 사기 거래의 위험성이 낮으며, 집주인들이 교환학생에게 열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점은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집 구하기가 어려운 것을 알아 일찍부터 시작하신 뒤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이 많은데,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입주일에 더 가까워져서야 매물이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알지 못해 일찍 시작할수록 스튜디오를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 Colocation
파리는 서울에 비해 아파트를 나누어 쓰는 colocation이 흔한 편입니다. 이를 구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La carte des colocs과 Leboncoin이 있습니다. La carte des colocs는 룸메이트를 구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사이트로, 여러 가지 필터를 설정하셔서 편리하게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Leboncoin은 우리나라의 중고나라 같은 사이트로 매물이 꽤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사이트 모두 온라인으로 거래하게 되다 보니 계약할 때 사기 거래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 기타 유의 사항
집을 구하실 때는 APL이라는 주택 보조금(흔히 CAF라고 부름)이 가능한지, 이전 세입자는 얼마 정도를 받았는지 확인하세요. 이를 포함하여 월세를 계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말하는 것과 달리 18~20구라고 모두 우범지대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부근에 물가도 싸고 굉장히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아서 선호하는 대학생들도 있고, 이 지역에 매물이 많아 해당 구역을 전부 제외하면 집 구하기에 난항을 겪으실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집을 구실 때 구역만 보시지 마시고 로드뷰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판단하시면 더 쉽게 집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 계좌와 핸드폰
계좌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제가 사용한 방법은 출국 전 revolut 계좌를 만들어두는 것이었습니다. Revolut는 인터넷 은행으로, 계좌를 여닫는 것이 편리하며 계좌 유지비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프랑스 은행은 개강 초에 계좌를 개설하면 약 70유로를 주는 등의 혜택을 주지만, 계좌를 닫으려면 직접 예약을 잡고 지점을 방문하거나 편지를 써야 하는 등 조금 불편한 경우가 있습니다.
출국 전 온라인으로 프랑스 계좌를 만들면 좋은 점은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개통할 때 본인 계좌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핸드폰의 경우 저는 프랑스 도착 직후 bouygues 유심을 신청해 초반 며칠만 한국에서 사 간 단기 유심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프랑스 유심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심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가격, 데이터 제공량 이외에도 속도와 해지 방식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몇몇 통신사는 프랑스답게 해지에도 편지 작성이 필요하기에 저는 해지가 간편하고 속도도 나쁘지 않은 bouygues로 선택했습니다.
또한 한국 핸드폰 번호 유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 번호를 유지하고 싶고, 유럽에서 가끔 한국 핸드폰으로 본인인증이 필요할 때가 있을 듯하여 알뜰폰 e-sim을 미리 구매 후 출국했습니다. E-sim을 이용하시면 한 핸드폰에 프랑스 유심과 한국 e-sim을 모두 유지하실 수 있어 편리하게 두 번호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Welcome program 신청
수강 신청 전에 Welcome program을 신청하게 되는데, 개강 1주일 전에 5일간 교환학생들끼리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약 250유로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 많은 고민 끝에 신청하게 되었는데, 개강 전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목적이라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교 소개나 문화 탐방, méthodologie 강의 등 교육적인 부분을 더 염두에 두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교환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약 20명씩 그룹을 나누어 진행하며, 그룹별 시간표에 맞추어 강의와 각종 활동을 진행합니다. 이때 점심은 제공되지 않으며 아침 활동과 오후 활동 사이의 빈 시간이 길 수도 있어 시간 관리에 대해 불만족한 학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운이 좋게도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를 만나 친해지기도 하고, 겹치는 수업은 없더라도 평소에 같이 도서관에 가거나 파리 시내를 함께 돌아다닐 친구들도 만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수업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부담이어서 미리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으신 경우라면 추천 드립니다. 웰컴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고도 개강 후에 친구를 사귀며 잘 지내는 학생들도 많으니 너무 부담 가지시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 보험
우선 유학생보험은 출국 이후에는 가입이 거의 불가능하니 꼭 출국 전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보험 가입 증명서를 내야 시앙스포 학생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도 하니 미리미리 가입하시고 제출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외에도 프랑스 현지 국가 보험도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ameli라고 불리는 사회보장제도가 있어 의료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데, 교환학생과 같은 학생 장기체류비자 소지자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유학생보험 등 개인적인 보험이 이미 준비되어 있고 체류 기간이 길지 않아 가입하기 귀찮으시더라도 주택보조금 APL을 신청하기 위해서 사회보장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 신청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까다로워 교환학생분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프랑스 행정과의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출국 전에 비자가 나온 직후 ameli 사이트에 가입하셔서 사회보장번호를 신청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출생증명서, ofii 등의 추가 서류는 프랑스 입국 후 제출하실 수 있으니, 필수서류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국가 보험은 보통 (임시번호)-정식번호-carte vitale 순으로 발급이 되는데, 임시번호 이후로는 얼마나 편리한지의 차이일 뿐 모든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으니 carte vitale을 신청하라는 편지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진행 속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저는 프랑스 입국 한두 달 이내에 carte vitale까지 발급 받은 반면, 다른 유학생의 경우 귀국 전까지 카드를 받지 못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실비 보험에 가입하신 경우라면 해외 체류하시는 동안 납부를 중단하시거나 추후에 출입국 사실을 증명하고 환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해외에서 치료하기 힘든 경우가 생겨 한국에 입국하신다면 실비 보험이 있는 상태인 것이 좋으니, 되도록 후자로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프랑스에 있는 동안 한국 실비보험도 매달 납부하였고, 귀국한 뒤 바로 10개월분을 환급받았습니다.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하루 이틀밖에 걸리지 않으니 다른 교환학생분들도 꼭 신청하셨으면 합니다.
- 출생증명서
출국 전에 이것저것 정보를 검색하면 꼭 나오는 것이 바로 출생증명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류라 생소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공적인 업무에 자주 활용되니 ameli가입, APL 신청, 통장 계좌 개설 등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류다보니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확인서 두 서류를 조합해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한국에서 받은 서류를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고, 특정 절차를 거쳐 아포스티유를 발급받아야 프랑스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컴퓨터만 있으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업입니다.
- 온라인으로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 발급 이력에서 아포스티유 전송 클릭 (발급은 법원에서, 아포스티유는 외교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전송 과정이 필요합니다.)
- 대한민국 아포스티유 홈페이지에서 문서 발급 후 출력
- 번역
마지막 번역 단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미리 공인 번역사에게 번역을 받아 프랑스로 들고 가는 방법과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에서 직접 번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공인 번역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두 번째를 선택하였는데, 한국 대사관에 출생증명서 셀프 번역 전용 컴퓨터가 있을 만큼 안내가 상세히 되어있어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
- 학업
- 수강신청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시앙스포 측에서 안내 이메일이 수차례 오며 정보 전달을 위한 웨비나도 열립니다. Certificate 발급을 원하시는 분들은 학교에서 제시한 방식으로 30 ETCS를 채워서 신청하시면 되고, 아닌 경우에는 서울대에서 제시한 최소 이수 기준을 넘기는 선에서 자유롭게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certificate 신청을 고민하다가 결국 하지 않았는데, 웨비나에서 강조하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certificate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으니 부담 가지지 않고 각자 학기 중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에 따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강 신청은 초반 몇 초 이내로 성패가 결정되는 서울대에 비하면 굉장히 여유롭게 진행되는 편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몇 분 이내에 움직인다면 대부분의 강의를 잡을 수 있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공식 유튜브 계정의 수강 신청 안내 영상을 보시고 사이트의 생김새를 익혀두시면 수월하게 수강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 비해 사이트 디자인이 직관적이지 않고, 잘못 누르면 모든 강의가 삭제되는 버튼도 있는 등 복잡한 부분도 있어서 꼭 한 번 확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또한 강의 검색 기능이 없으므로 메모장에 강의 코드와 이름을 적어놓고 Ctrl+F를 활용하시면 간편합니다.
수강 신청을 할 때 강의실 사이의 거리를 확인해야 하는 서울대와 달리, 시앙스포의 경우 강의실 위치는 크게 신경 쓰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울대와 같은 개념의 캠퍼스는 없고, 파리 중심에 건물이 대여섯 개 있는데 그 각각의 건물을 캠퍼스라고 부릅니다. St. Thomas와 St. Guillaume 캠퍼스에서 열리는 강의들이 연달아 있을 경우 큰길을 따라서 조금 걷기는 해야 하지만 빠른 속도로 걸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은 정도입니다.
- 강의소개
제가 들은 과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ternational Trade and Finance : 10 ETCS 수업으로 매주 한 번의 강의와 한 번의 ta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론과 국제금융론을 수강하지 않은 상태여서 듣게 되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한 경제 수업이었습니다. 다만 함께 수강하는 학생들이 경제를 전공하지 않거나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수님과 조교님이 개념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셨습니다. 또한 경제학부 기준으로 24학년도부터는 10 ETCS 수업을 듣더라도 3학점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수강 신청하실 때 유의하셔야 합니다.
Governing Climate Change : 평소 기후 변화에 관심이 많아 들은 수업이었는데, 파리 협약, IPCC 등 기후 변화 거버넌스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지구 공학 등 익숙하지 않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주제는 흥미로웠지만 매주 리딩을 바탕으로 조별 토론과 공유가 수업의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강의식으로 교수님께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싶었던 저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조별로 4,000단어 분량의 보고서를 쓰는 과제가 성적의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공동으로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었고 매주 조별 모임을 가질 정도로 부담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주 모인 만큼 체계적인 글을 작성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아 뿌듯했습니다.
Development Economics: 서울대학교에서는 잘 열리지 않는 개발경제학 수업으로, 시앙스포에 오시는 경제학부 학생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강의입니다. 교육, 건강, 환경 등 다양한 주제로 이론적인 모델과 실증적 연구를 모두 배운 뒤 비교합니다. 계량 경제학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실제 논문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Behavioral Economics: 무난한 행태 경제학 수업으로 제가 수강했을 때는 교수님이 수업을 맡으신 것이 처음이라 교과서 없이 슬라이드로 수업했으며 강의 계획이 굉장히 유동적이었습니다.
Introduction to Environmental Economics: 환경경제학 강의로, 서울대학교에서 잘 열리지 않기 때문에 수강하였습니다. 미시 경제학을 수강하신 분이라면 무난하게 수강하실 수 있는 경제 전공선택입니다.
Economic Outlook Assessment: 경제 전망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수업으로, 데이터 분석은 간단한 엑셀 활용에 그쳐 다른 통계 패키지 사용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Évaluer LE Politique : 프랑스어 수업으로, atelier méthodologique가 어떻게 진행되나 궁금하여 수강하였습니다. 강의 계획서를 보고 기대한 것과 달리 엑셀 활용(피벗 테이블)이 주를 이루는 강의였으며 같이 수강하는 학생들도 엑셀 사용을 거의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엑셀 활용 이상의 데이터 분석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예술과 체육 과목을 많이 들은 편으로, 와인, 펜싱 등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와인 강의는 매주 시앙스포 근처의 와인 강의 전문 장소에 가서 들었는데, 한 강의 당 약 7종류의 와인을 시음해 보며 와인의 종류, 역사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 와인을 배우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기회이니 프랑스어가 가능하신 학우분이라면 수강하시기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펜싱은 몽파르나스 근처의 체육관에서 진행했는데, 느슨하게 진행되어 체계적으로 배우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펜싱도 체험해 보는 즐거운 기회였습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지만, 영어만 구사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에 겁내지 말고 신청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 각 수업의 로드
수강 신청 전에 저는 몇 ETCS를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수업마다 크게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5 ECTS 수업이 서울대 3학점이라고 생각하시고 신청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경제 수업 같은 경우에는 중간, 기말고사 이외의 과제가 없고 배우는 내용도 2학년 전공 수준이기에 3학점보다 조금 쉽게 느껴졌고, 다른 수업 중에 에세이, 발표 등이 많은 경우에는 이보다 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강의계획서를 잘 읽어보시고, 학기 중 여행과 학업의 비중을 잘 생각해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학점 인정이 잘되지 않는 한국 학생들은 30 ETCS보다 수가 적게 듣는 경우가 많았고, 학교 간 학점 인정이 잘 되는 유럽 학생들의 경우에는 최대 학점을 가득 채워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첫 학기에는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으로 언어 수업 1개를 포함한 20 ETCS를 들었고, 그다음 학기에는 30 ETCS를 듣는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아 저도 30 ETCS를 들었습니다. 수업이 6개였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과제가 없는 경제 전공이었기 때문에 문화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프랑스어 강의 수강과 언어 습득
또 한 가지 수강 신청 전에 고민이었던 것은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강의(언어 강의가 아닌 전공 강의) 수강이었습니다. 시앙스포 지원 당시에는 공부할 언어로 불어와 영어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수강 신청 전에 두 언어 모두 B2 이상 자격증을 제출하면 문제없이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는 불어 B2 자격증이 있기는 하지만 말하기나 쓰기에 자신감이 부족해 조별 과제가 있는 수업 수강을 망설였는데, 다른 교환학생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였고 현지 프랑스인 학생들도 대부분 친절하기 때문에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어를 하실 줄 아신다면 파리에 왔을 때 프랑스어 수업을 한 개라도 수강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 교환학생분들도 수기에서 언급하셨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는 언어가 저절로 늘지 않습니다. 수업을 한두 개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이 점을 간과해서 1학기에는 귀만 조금 트이고 소소한 일상생활만 불어로 하곤 했습니다. 시앙스포 학생들이 대부분 영어를 잘하다 보니 프랑스인 친구더라도 저도 모르게 더 편한 영어로 자꾸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2학기에는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친구들과 최대한 불어를 사용했고 1학기보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잘 안되는 불어로 문장을 만들려니 답답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주변을 돌아보니 창피하더라도 불어 문장을 뱉고 보던 친구들이 가장 크게 실력을 향상한 것 같습니다.
- 생활
- 음식
익히 알려져 있듯 파리의 외식비, 공산품 가격은 한국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서울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기에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해 드신다면 생활비 자체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다양한 마트가 있는데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monoprix와 franprix 등은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며 lidl, auchan 등의 대형 마트가 굉장히 저렴합니다. 특히 채소와 과일 가격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고 소량으로도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만 부지런히 마트에 다니시면 건강한 음식을 얼마든지 드실 수 있습니다.
아시안 마트로는 중국계 체인인 tang frères, 한국 마트인 ace mart와 k-mart 등이 있는데, 마트마다 품목과 가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tang frères가 가장 저렴하지만, 한국 식재료가 많은 편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ace mart에 가서 떡, 한국 쌀 등을 사 왔습니다. 한국 마트 같은 경우에는 일정 금액을 넘기면 온라인 주문과 배달도 가능하니 쌀처럼 무거운 식재료를 살 때는 친구들과 함께 공동 구매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생활 용품
처음 기숙사나 스튜디오에 입주하시면 스스로 구비해야 하는 생활용품이 매우 많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라 하나둘 사 모으다 보면 꽤 큰 비용이 듭니다. 저는 파리 생활 초반에 멋모르고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monoprix에 가서 샀는데, 간단한 조리도구나 수납 용품이 30유로를 훌쩍 넘겨 지출이 상당했습니다. 파리에 적응해 가며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다른 루트들을 점점 알게 되었는데, 초반에 이 정보를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 학우님들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선 수납용품, 침구 등은 ikea가 저렴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한국에서 다이소에 가서 구매할 법한 물건이 필요하다면, normal, gifi, hema, c’est deux euros 등에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normal은 화장품, 세면용품 등이 주를 이루는 곳으로, 입구부터 출구까지 동선이 정해져 있어 매장을 꼭 한 바퀴 다 둘러보게끔 설계되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Hem은 화장품뿐 아니라 간식, 선물, 문구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곳으로 파리 시내에 매장이 많은 편입니다. Gifi와 c’est deux euro는 파리에 매장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천원 샵과 비슷한 컨셉입니다.
- 중고 거래
또 한 가지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중고 거래를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교환학생분들은 프랑스존이나 프잘사 카페 등 한인 커뮤니티에서만 거래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만 범위를 넓히면 거의 모든 물건을 중고로 구할 수 있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주로 leboncoin을 사용하는데, 한국 온라인 중고 거래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사기의 위험이 있으니 밝을 때 시내에서 직거래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또 의류 같은 경우에는 vinted라는 플랫폼이 따로 있습니다. 각종 옷부터 액세서리, 신발까지 취급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들고 올 수 있는 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적절한 옷이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고, 또 짧은 체류 후에 떠나야 하므로 새 옷을 사 짐을 늘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Vinted와 같은 중고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격 부담도 줄이고, 귀국 전에 다시 되팔거나 부담 없이 의류 기부함에 넣을 수 있으므로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아 다른 교환학생분들께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가져가면 좋은 물품
식재료의 경우 대부분은 ace mart, k-mart 등의 한인 마트와 tang frères 등의 아시안 마트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는 가져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전기장판과 밥솥은 있으면 요긴하게 쓰이지만, 들고 오기 부담스러우시다면 오셔서 중고로 사는 방안도 있습니다. 특히 입국을 조금 일찍 하시는 편이라면 귀국 정리하는 다른 교환학생들에게서 물품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폭이 좁고 긴 1인용 전기 매트를 들고 왔는데, 방이 난방과 단열이 잘되지 않는 편이라 가을부터 초봄까지 잘 사용하다 중고로 처분하고 돌아왔습니다.
파리의 날씨는 가장 추울 때는 숏패딩 또는 롱코트가 필요하며, 여름은 한국과 비슷하게 입으시면 됩니다. 한 번에 모든 계절의 옷을 가져올 수 없으니, 적당히 들고 오신 뒤 현지 날씨와 스타일에 맞게 새로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짐을 넣다 보면 끝이 없는데, 웬만한 것은 파리에서 살 수 있으니 필요한 것 위주로 챙기시고 ‘이건 파리에서 두 배 가격 주고 사기 너무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는 작은 것 위주로 가져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손톱깎이, 작은 우산, 비상약을 챙겼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비상약은 평소에 잘 듣는 약이 있다면 넉넉히 챙겨오시면 좋습니다.
- 추천하는 문화 생활
파리 필하모닉의 공연과 오페라 공연은 청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dernière minute이라는 티켓을 판매합니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공연 시작 30분 전까지 팔리지 않은 티켓을 약 10유로에 현장 구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의 요건을 잘 읽어보셔서 관람을 원하시는 공연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지 확인하시고, 공연 시작 30분 전에 현장 매표소에 줄을 서시면 됩니다. 가끔 상당히 좋은 자리 티켓을 받을 수도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니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학생분들이라면 적극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시앙스포의 BDA에서 운영하는 BDA billetterie 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연극부터 클래식, 뮤지컬 공연까지 다양한 예술 공연의 티켓이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오곤 합니다. 다만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인기 있는 공연의 경우 수 분 내로 매진되기도 합니다. 공연 관람을 좋아하시면 인스타 알림 설정을 해놓으시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공연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파리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에도 관심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해 10월 1일(2024년에는 올림픽으로 인해 6월에 진행되었습니다.) 저녁부터 그다음 날 새벽까지 열리는 la nuit blanche를 대표적인 축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날은 각종 박물관과 정부 기관 등이 밤늦게 시민들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개최합니다. 미리 인기 있는 행사를 알아보고 줄을 서도 좋지만 저는 친구들과 함께 chatelet 근처 등 각종 시설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거닐며 문이 열려있는 곳에 자유롭게 들어갔는데, 오히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보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1학기에 파견을 가시는 경우 종강 이후 여행계획을 짜실 때 fête de la musique를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매년 6월 21일에 진행하는 행사로, 카페와 레스토랑부터 루브르 박물관까지 도심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집니다. 또한 길거리나 센 강변에서도 버스킹을 하거나 음악을 함께 부르며 춤을 추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날입니다. 이날만은 다른 걱정 없이 음악을 즐기는 행복한 시민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6월 말까지 유럽에 계신다면 꼭 21일 저녁과 22일 새벽은 파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시길 추천드립니다.
- 여행
교환학생을 유럽으로 오는 경우 여행에 비중을 크게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유럽에 오려면 큰맘을 먹어야 하고 성수기에만 시간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 프랑스에 있을 때 저렴한 교통편으로 이곳저곳 다녀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저도 이 점 때문에 주위 친구들을 따라 여행을 더 다녀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프랑스에 살아보는 경험에 더욱 몰입하고 싶어 해외로 많이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간혹 친구들이 Erasmus tour나 학교 BDE에서 주최하는 1박 2일 투어 등을 같이 가자고 하여 벨기에에 가기도 하고, 당일치기로 무려 버스를 타고 뮌헨에 가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도 했지만 주로 프랑스 내에서 여행을 즐겼습니다. 스트라스부르, 니스, 에트르타, 클레르몽페랑 등 다양한 도시를 다녔고 친구 집에 초대받아 낭트에서 방학을 보내기도 했는데, 관광객으로 가득 찬 파리를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현지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릴 만한 것으로는 우핑(WWOOFing)가 있습니다. WWOOF는 유기농 농장들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로, 노동력과 숙식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웹사이트가 있어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가입하면 수많은 농장의 리스트를 볼 수 있는데, 와이너리, 동물 농장 등 각 농장의 특징을 잘 살피시고 다른 우퍼들의 후기도 읽어가며 방문하고 싶으신 곳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우핑을 가시게 되면 하루에 네다섯 시간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우퍼 또는 호스트와 함께 요리하고 자유시간에 함께 주변을 탐방하거나 여가를 즐기게 됩니다. 저는 프랑스 중부에서 두 번 우핑을 하였는데, 호스트는 물론이고 다른 우퍼도 굉장히 좋은 분들이라 그 어떤 여행보다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파리에서도 이미 프랑스 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인이 잘 찾지 않는 시골에서의 경험은 훨씬 강렬했습니다. 치즈의 문외한인 저에게 모든 종류의 치즈를 계속해서 시식하도록 권하던 치즈 가게의 사장님, 자신이 운영하는 양조장을 구경시켜 주시던 동네 주민분 등 파리에서는 만나기 힘들 다정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나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농활 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우핑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동아리
저는 서울대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던 편이 아니었는데, 파리에서는 오케스트라에 들어 1년 동안 활동했고, 이는 제가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로 듣던 대형 강의들에서는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았는데, 동아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어 좋았습니다. 실제로 파리에서 만난 친한 친구 중 대다수가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친구들입니다. 매주 연습하고, 엠티 겸 합숙 연습을 가며 학기 말에 있을 공연을 준비했고 센 강의 섬에 있는 성당에서 공연을 할 때에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악기를 들고 가지 않아 초반에는 악기점에 가서 대여하기도 하고 연습할 장소를 찾아 Cité 까지 매번 가기도 하는 등 쉽지만은 않았지만, 서울에서 있고 있었던 여유를 찾게 해준 점,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점이 정말 만족스러워 다른 학우분들께도 동아리 가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Ⅵ. 마치며
이 보고서를 찾아서 읽고 계신 분이라면 시앙스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교환학생 지원을 생각하실 때 여러 가지 고민이 드신다면, 너무 염려 마시고 일단 지원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저는 교환학생을 오랫동안 희망하고 계획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저마저 막상 지원 기간이 다가왔을 때는 미리 생각해 둔 학교부터 기간까지 모든 것에 확신이 안 서고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기간을 1학기로 할지 2학기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입학 전부터 꿈꿔왔던 파견이기 때문에 최대한 길게 있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주변을 보니 대부분의 서울대 학생이 한 학기만 파견을 가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교환 생활을 마친 지금 돌아봤을 때는 2학기를 채우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4학년 1학기를 서울대에서 공부했다면 배웠을 것보다 더 큰 것을 파리에서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생활은 제가 생각한 것만큼 좋았고, 동시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경험과 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동질적인 집단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니 서울에서부터 들고 온 제 불안과 고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해결할 수 있었고, 서울에 남아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힘까지 얻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교환학생을 다녀오실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 행운을 꼭 쓰시기를 바랍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제가 1년 간의 파견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 그 경험을 공유하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부모님, 국제협력본부, 그리고 경제학부 교환학생 담당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