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기자인 아버지를 따라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많이 여행하였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지역을 방문해 그 지역을 둘러보고 특징들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지역과 사람들, 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꺾이지 않았고, 스스로 기차와 버스를 타고 우리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하곤 했습니다. 마침 서양사를 복수전공하게 되면서 유럽과 유럽인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이에 유럽으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가 파견된 대학은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카렐대학교입니다. 우선 유럽을 고른 이유는 제가 서양사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으며, 비교적 작은 대륙과 유럽연합의 존재 때문에 교환학생 중 타 유럽 국가를 방문하기 아주 쉽기 때문입니다. 유럽 중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유럽을 고르는 대신 중유럽의 체코를 고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제 관심 분야가 서유럽 역사보다는 중~동유럽 역사이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체코는 긴 역사 동안 음악/예술 등 교양에서 강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체코는 유럽 중앙에 위치해 있어 다른 유럽 국가를 방문하기 아주 편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체코는 슬라브족의 국가이지만, 유럽 중앙에 위치한 특성상 다른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와 접경한데다가 오랫동안 독일인 가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서유럽의 문화적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입니다. 또한, 20세기에는 냉전의 영향으로 소련과 공산주의 문화의 영향도 어느 정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격동의 역사 동안 체코인들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은 꿋꿋이 유지되었고, 체코 특유의 문화를 접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여러 문화권의 특징이 체코인의 정체성과 함께 잘 융합된 곳이 바로 체코입니다. 이 때문인지 (유럽에서 인종 다양성이 적은 편인데도) 상당히 개방적이고 열린 마음의 사람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체코는 관광으로 매우 유명한 나라입니다. 실제로 프라하는 자연과 전통적인 도심이 남아있어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고, 주변의 다른 아름다운 소도시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프라하 성, 카렐교, 구도심 광장 등은 이미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인데, 실제로 프라하에서 살 때는 훨씬 더 많은 역사적/예술적 명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체코의 술 문화도 아주 유명한데, 유명한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외에도 스타로프라멘, 감브리누스 등 맛있는 맥주를 접할 수 있습니다.
카렐대학교는 체코뿐만 아니라 중/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입니다. 인문대학, 사회대학, 이공계 대학 등 여러 전공이 있는 종합대학입니다. 특기할 점으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대학들과는 달리 ‘캠퍼스’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종합대학들은 커다란 부지에 서로 다른 단과대가 영역을 점유하는 식이라면, 카렐대학교는 각 단과대가 건물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이 건물들이 프라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식입니다. 학교 본부는 구도심에, 인문대학과 기숙사는 Praha 8 지역에, 사회대는 블타바 강변에 있는 식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비유하자면, 서울대학교인데 인문대는 서울대입구역에, 사회대는 강남역에, 자연대는 신촌에, 공대는 혜화역에 있는 식입니다. 따라서 카렐대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는 수업하는 단과대의 위치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비자 신청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카렐대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보내자마자 비자 신청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환학생 지원에 합격한 뒤, 메일로 카렐대학교 측에서 입학 허가서(Letter of Admission)를 보내줍니다. 입학 허가서를 받은 뒤에는 주한 체코 대사관 측에 메일을 보내서 비자 인터뷰 신청을 해야 합니다. 비자 인터뷰 신청은 영어로 해야 합니다. 인터뷰 신청 메일을 보낸 뒤 대사관 측에서 언제 어디서 비자 인터뷰를 할 것이고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메일로 보내줄 것인데, 이 답장이 오는 데 몇 주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럽 행정에 한국식 속도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비자 인터뷰 신청 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일정이 메일 답장으로 돌아오면 이제 비자 인터뷰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입학허가서, 여권 사본, 범죄 기록, 은행 계좌 등등 신원 확인+문제 일으킬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서류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들도 메일을 받자마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은행 계좌는 인터뷰 직전에 기록을 받아와야 하므로 평일 일정을 잘 고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자 인터뷰 자체는 크게 별 것 없습니다. 주한 체코 대사관에 찾아가고, 서류를 제출하면 직원이 서류를 검토합니다. 은행 기록 등에서 큰 금액의 입출금이 있으면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아르바이트 월급입니다~” 처럼 떳떳한 기록이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인터뷰 때는 체코 의료보험이 필요 없지만, 비자를 수령할 때는 의료보험이 있어야 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비자 인터뷰 이후 비자 수령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비자 인터뷰는 최대한 빨리 잡는 것이 좋습니다. 1~2개월 소요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12월에 비자 인터뷰를 하는 등 빠듯한 일정이면 출국이나 학교 생활에서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체코로 출국한 상황에서 여권만 DHL로 집에 보내 대리인이 비자를 수령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DHL 비용이 굉장히 비싼 데다가 그동안 여권 없이 생활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 비자 인터뷰를 하고 비자를 받은 채로 출국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카렐대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공용 기숙사를 쓰거나 사설 숙소(사설 기숙사, 쉐어하우스 등등)를 쓰게 됩니다. 제가 다닌 인문대 같은 경우에는 인문대학 건물 코앞에 공용 기숙사가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사설 숙소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공용 숙소는 2인실이고, 옆방과 주방/화장실/샤워실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옆방과 친하면 4인 1실처럼 쓸 수도 있고, 데면데면하면 2인 1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한 달 숙소비는 3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인문대학 코앞이어서 아주 가성비가 좋습니다. 다만 2인실이므로 룸메이트 운이 따르고, 기숙사 시설 자체는 조금 오래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군복무를 할 때 12인실을 썼던 경험이 있어서 별 고민없이 기숙사에 지원했습니다. (군대 생활관에 비하면 훨씬 기숙사가 좋습니다) 기숙사 지원은 아주 간단한데, 카렐대학교 측에서 보내는 확인용 링크 중에서 기숙사 지원 여부를 클릭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클릭하면 자동적으로 기숙사 지원 완료입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므로 등록금은 서울대학교에 지불하는 그대로입니다. 국가장학금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교환학생 장학금 프로그램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 미래에셋 장학금이 가장 유명합니다. 학교 측에서도 교환학생 장학금을 운영하므로 잘 알아보시고, 메일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기숙사 비용은 한 달에 한 번씩, 5000 코루나(30만 원)씩 지불했습니다. 카드 결제로 간편하게 비용을 결제할 수 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사설 숙소는 공용 기숙사보다 2배, 심하면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크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에어비앤비로 장기 계약을 하여 숙소를 삼는 경우도 보았고, 같은 대학의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이런 식으로 쉐어하우스를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 방법은 카렐대학교 국제교류사무실 측에서 이메일로 보내주는데, 가끔 늦게 보내거나 체코어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강신청 최종 기간이 체코에 도착한 이후의 OT 기간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카렐대학교 인문대는 교환학생들끼리 모아 OT를 3일 동안 진행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충분히 문의하거나 다른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카렐대학교 인문대의 강의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대 등 타 단과대의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스포츠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문대 수업 학점(ETCS)가 50% 이상이어야 하고, 20 ETCS 이상을 들어야 합니다. 영어 수업은 충분히 많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영어 수업 중 일반 카렐대 수업뿐만 아니라 UPCES 수업이 있습니다. UPCES는 미국인 전용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다른 교환학생도 1개에 한해서 UPCES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UPCES는 CERGE 본부라는 곳에서 따로 강의하므로 도심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대신 재미있는 수업들이 많습니다.
수강신청 전에 한 번, 예비 수강신청이 있습니다. 원하는 수업들을 순위별로 입력하면 수강신청 기간 전에 미리 수업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UPCES 수업은 인기가 매우 많은 데다가 추가 인원을 받지 않으니 듣고 싶은 UPCES 수업은 반드시 예비 수강신청 때 신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비 수강신청 시간과 방법은 메일로 보내줍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들은 과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Symbolic Figures of Czech History (4 ETCS)
강의 이름은 ‘체코 역사의 대표적 인물들’이지만, ‘인물로 보는 한국사’처럼 인물 위주로 체코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는 강의는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체코 역사와 체코인 민족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 체코인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해석이 시대마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배우는 수업입니다. 때문에 체코 역사 그 자체보다는 역사 해석과 재현에 더 중점을 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rague as Living History: Anatomy of a European City (6 ETCS)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수업입니다. 강의실에서는 거의 수업하지 않고, 프라하 이곳저곳을 교수님과 거닐면서 명소들을 보고, 교수님이 이것에 담겨있는 역사를 설명해주는 방식입니다. 학생마다 한번씩 프라하의 어느 장소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작은 과제가 있습니다. UPCES 강의라서 기본적으로 미국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제 경우에는 비미국인이 저와 프랑스 학생 둘뿐이었습니다. 체험형 수업인데 미국인들 사이에 끼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조별과제처럼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어서 설사 어울리지 못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 학생들이 배타적으로 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 아주 잘 통할 뿐..) 프라하를 거닐고 간략하게 역사 수업을 할 수 있어 좋은 수업이었습니다.
-The World of Violence: Sociological and Historical Perspective (4 ETCS)
교수님의 강의력과 강의의 재미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수업입니다. ‘폭력이란 무엇이며, 어느 상황에서 어느 형태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수업입니다. 상당히 흥미롭고 교수님의 강의력도 아주 뛰어나 몰입이 잘 되는 강의였습니다. 수업마다 토론 참여, 에세이 쓰기 등의 자율참여 과제가 있는데, 참여하면 보너스 점수를 얻습니다. 이런 보너스 점수, 출석 점수, 기말시험 점수를 합산해서 성취도를 평가하므로 적극적으로 자율참여 과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Milestones of Modern Czech History (1848–1989) (8 ETCS)
체코 근현대사를 개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인문대(Faculty of Humanities)가 아닌 Faculty of Arts 건물에서 하는 수업이라서 기숙사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크게 멀지는 않습니다만, 수업 전 30~40분 정도는 비워둬야 합니다.) 교수님 여러 명이서 번갈아서 수업을 진행하시고,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특별 수업도 있습니다. 평가는 출석점수와 기말시험 하나뿐입니다. 기말시험은 전혀 어렵지 않아서 수업만 열심히 듣고 시험 전에 열심히 복습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카렐대 도서관에서 <A History of the Czech Lands>라는 책의 근현대사 부분을 읽고 시험에 대비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History of the Third Reich (1933-1945) II Domination, Occupation and the War Economy (4 ETCS)
2차 세계대전, 특히 독일 내부와 동부전선에 대한 수업입니다. 다른 수업들과 달리 강의형보다는 참여형 수업에 가깝습니다. 매 수업 전에 주어진 텍스트를 읽어와야 하고, 수업 중에는 텍스트에 대해 토의하고 교수님이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는 식입니다. 텍스트 내용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저자에 대한 분석, 텍스트의 핵심을 찾아내는 법, 이와 관련해서 학술적 글쓰기를 하는 법 등등을 배웁니다. 교수님이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십니다. 참여형 수업에 거부감이 없다면 추천하는 과목입니다.
-Volleyball (2 ETCS)
카렐대학교에서 체육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렐대학교 체육대학과 체육관 시설은 프라하 중심부에서 상당히 떨어진 Hostivar 지역에 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도착하려면 한 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는 점 유의하셔야 합니다. 배구 수업을 들으려고 했으나, 3월 초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이 수업은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드랍했습니다.
3. 학습 방법
카렐대 인문대학에서 들은 강의들은 서울대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강의형 수업이었고, 강의를 열심히 듣고 열심히 복습하면 됩니다. 가끔 과제가 주어지는 것도 비슷합니다. 사실 수업의 강도나 시험 평가 기준, 과제의 난이도는 서울대학교가 훨씬 높으니 한국보다 훨씬 부담 없이 수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유럽 대학교라서 그런지 수업 중 참여나 토의의 빈도가 훨씬 잦고, 수업 중 교수님과 학술적인 대화를 하게 될 일이 생기게 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체코어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들도 어려워하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언어입니다. 교환학생 기간 중 체코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배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행히 중장년층 미만의 체코인들은 거의 영어를 구사하는 편이고, 특히 프라하는 관광지가 많아서 식당이나 마트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거나 영어 설명이 없는 곳은 드뭅니다. 물론 프라하 밖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있고, 외국에서 최소한의 외국어는 배워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저는 듀오링고로 체코어를 배웠습니다. 듀오링고로 체코어 회화를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저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구글 번역기로 필요한 표현을 배워 썼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길을 묻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정도의 기초 체코어는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기숙사 지하에 구내식당이 있는데, 점심 때만 운영하기 때문에 삼시세끼를 구내식당에서 때울 수는 없습니다. 구내식당 가격은 메뉴당 100 코루나 안팎으로 적당한 편입니다. 구내식당에서 피자를 만들어 파는데, 이 피자가 판당 100 코루나 정도라서 가성비가 아주 좋습니다. 때문에 교환학생 친구들끼리 모여 피자를 먹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침과 저녁은 스스로 요리해 먹어야 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사실 프라하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은 별로 없고, 한인마트도 두어 곳 있어서 꼭 한국에서 챙겨가야 할 물건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짐을 많이 챙겨오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프라하 곳곳에 Thrift Store라는 중고품 매장이 많은데, 여기서 옷이나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에 출발했기 때문에 겨울옷은 많이 가져갔지만 여름옷은 거의 가져오지 않았는데, 중고로 여름옷 대부분을 사서 해결해 문제없었습니다. 굳이 가져가야 할 물건을 뽑자면 안경이 있습니다. 체코뿐만 아니라 유럽 많은 나라에서 안경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비쌉니다. 따라서 안경을 쓴다면 안경과 스페어 안경, 선글라스(유럽의 태양은 한국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내리쬡니다!)까지 장만해서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편리한 캡슐형 세제 등도 가져오면 좋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프라하의 식당 물가는 한국과 같거나 약간 비싼 정도입니다. 맥주까지 시켜서 배부르게 먹어도 명당 200~300 코루나면 해결되고, 간단하게 먹으면 100코루나 수준에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라하 구시가지의 관광지 식당은 비싸고, 외곽에 있거나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로컬맛집은 훨씬 가격이 쌉니다. 관광지 입장료는 한국보다 비쌉니다. 입장료가 무료인 관광지는 거의 없고, 오히려 유명한 관광지면 (심지어 성당도!)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한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만 26세 미만 EU 거주민-교환학생 포함-에게는 무료로 박물관을 개방합니다. 베르사유 궁전이나 루브르 박물관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 할인가가 있긴 하지만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는 별로 없습니다. 크게 비싸지는 않지만, 물가가 싼 프라하라서 크게 느껴집니다.
프라하의 마트 물가는 한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쌉니다. Albert, Lidl, Billa 등의 대형마트가 여기저기 있는데, 여기서 사는 식품 가격은 체감상 한국의 절반 정도입니다. 유럽의 마트 물가가 한국보다 싼 편이기는 하지만, 체코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입니다. 300 코루나(1만8천원) 정도면 3일치 식품을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고기와 과일이 아주 싼데, Albert 같은 경우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고기를 떨이로 팔아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저는 값싼 돼지고기와 채소를 사서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자주 벌였습니다.
대중교통 가격도 아주 저렴합니다. 학생증이 있으면 프라하 대중교통 패스를 3개월에 360코루나로 살 수 있습니다. 가끔 불시에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는데, 벌금이 1000 코루나에 달하니 그냥 학생 요금으로 정직하게 대중교통 패스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대중교통 패스로 지하철, 버스, 트램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블타바 강에서 페리도 탈 수 있습니다. 다른 도시나 국가로 이동할 때는 기차표를 따로 사야 하는데, 이조차도 아주 저렴합니다. 정말 급한 게 아니면 택시를 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교통이 좋은데 가격도 싸서 생활하기는 아주 좋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인문대 건물 바로 앞의 기숙사 지하에 앞서 말한 구내식당이 있습니다. 인문대 1층에 카페가 하나 있지만 썩 좋지는 않고, 기숙사 1층에 자판기도 여러 대 있습니다. 또 Lokni라는 앱을 깔고 로그인하면 쓸 수 있는 정수기(하루 3리터까지)도 1층에 있는데, 유럽은 수돗물을 주로 마시지만 수질이 썩 좋지 않으니 정수기를 자주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프라하 시내에는 식당과 펍이 아주 많고, 대부분 영어 메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한국에 비해서 좋지 않습니다. 의사 부족과 과로 현상에 시달리는 나라라(많은 체코 의사들이 더 여건이 좋은 독일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전문의에게 진료받으려면 2주~3달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보건소나 가정의학과에 해당하는 poliklinic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이쪽은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도 많아서 체코인 친구가 통역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는 교통사고가 난 이후 무릎 쪽의 통증 때문에 바로 응급실에 갔었고, 그 이후 추가 진료를 받아야 했는데 영어가 통한다는 병원들은 전부 정액제 회원제여서 시도할 수 없었고 의료보험이 통하지 않은 병원들도 많았는데다가 다른 정형외과들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체코인 친구를 데리고 poliklinic으로 가야 했습니다. 참고로 한국과 달리 감기 등의 사소한 병은 병원이 아니라 약국에서 해결하는 편입니다. 의료보험은 상당히 느리고 불친절하므로 건강하게 사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체코에서 현지 은행계좌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트래블월렛 카드를 만들고 현지인들과의 거래에 쓸 수 있는 레볼루트 계정이면 충분합니다. 현금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KB나 Reiffesen Bank ATM에서 출금하면 수수료가 없습니다. 다른 ATM들은 수수료를 받아가므로 여유가 있으면 이들 은행 ATM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체코는 거의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라 웬만하면 카드만으로 거래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통은 앞서 말했듯이 학생 가격으로 프라하 대중교통 패스를 사면 됩니다. 종이 패스도 있지만 스마트폰 앱에 띄우는 패스가 여러모로 편합니다. Pid Lidacka 앱에서 교통패스를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하려면 IDOS 앱과 Muj Vlak 앱을 다운받으면 됩니다. 이 두 앱이면 체코 내의 거의 모든 기차표를 살 수 있습니다. Ragiojet와 플릭스버스 앱도 물론 좋습니다. 체코는 기차 노선이 아주 촘촘하게 잘 연결되어 있어서 기차 여행을 하기 좋습니다. 택시는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서는 싸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쌉니다. Bolt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따릉이와 비슷한 공유자전거도 여기저기 있지만, 프라하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는 아니라 크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체코와 유럽에서 쓸 수 있는 통신사로는 Vodafone이 있습니다. 학생 요금으로 유심을 사서 쓰면 됩니다. 통신사 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므로 부담없이 데이터 무제한 유심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체코뿐만 아니라 다른 EU 국가에서도 통하므로 여행을 다닐 때 아주 편리합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카렐대학교는 서울대학교에 비해 동아리가 부실한 편입니다. 동아리 자체의 수와 규모도 서울대학교보다는 적고, 무엇보다 교환학생에게는 홍보가 거의 되어있지 않습니다. 교환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ESN 주관인 듯합니다)도 있습니다만, 이쪽은 제가 참여한 적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왓츠앱 오픈채팅방처럼 여러 동아리 채팅방이 있고, 지인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는 것밖에 모릅니다. 카렐대학교 학교 내 동아리는 직접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하는 식으로 알아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펜싱부에 활동중인 상태라 카렐대학교에서도 운동을 이어서 하기 위해 카렐대학교 펜싱부를 찾아봤는데, 영어로 구글에 검색하는 방법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아리 사이트가 영어가 아닌 체코어로만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체코 현지인 친구를 통해서 겨우 인문대 펜싱부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고(체코어라서 크롬 번역을 돌려야 했습니다) 연락을 취해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동아리 사람들은 흔쾌히 저를 받아주었고, 동아리 생활도 (불미의 교통사고로 중단하기 전까지) 재미있게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경로로 찾아온 다른 외국인 학생도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는 영어를 쓰는 등 다들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활동은 재미있게 했습니다. 물론 (체코답게) 운동 끝나고 뒤풀이도 잘 낄 수 있었습니다. 찾는 데 약간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동아리 활동도 자신있게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오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행이었던 것만큼, 저는 부상을 당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여행을 아주 꾸준히 다녔습니다. 체코 내부의 경우, 체코 내의 버스와 기차가 아주 잘 연결되어 있어서 웬만한 도시는 문제없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프라하를 떠나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고 다들 외지인에게 친절하여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플릭스버스, 레지오젯, 어라이바, IDOS, CD를 잘 활용하면 싸게 체코 내부나 체코 주변 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경로에 따라 버스가 기차보다 더 빠른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체코뿐만 아니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덴마크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많이 방문했습니다. 쉥겐 국가들은 따로 입출국 절차가 없기 때문에 여행이 아주 간편합니다. 기차와 버스로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거리에 따라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손해이고, 유럽 내부의 비행기표는 아주 싸기 때문에 비행기도 추천합니다. 특히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 저가항공이 유용한데, 여행 계획을 미리 짜고 몇 달 전에 비행기표를 사면 오히려 기차나 버스보다 가성비가 좋을 때도 많습니다. 특히 네덜란드, 프랑스 정도만 해도 기차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저가항공을 적극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저가항공인 만큼 수하물이나 비행의 질에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체코는 위치가 유럽의 중심에 가깝기 때문에 동유럽, 남유럽, 서유럽, 북유럽 모두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차도 버스도 비행기도 주변 어느 나라든 가기 편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럽 여행을 하시기 추천드립니다. 교환학생 그룹 내에서 만나는 유럽인 친구들의 조언이 힘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여행 정보나 현지인만이 아는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코에서의 학생비자가 만료된 뒤에도 여행객 신분으로 체코에 더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학생으로서의 활동이나 노동 등의 활동은 엄격히 금지당하므로 말 그대로 여행만 아셔야 합니다. 체코뿐만 아니라 독일, 폴란드 등의 국가는 비자 이후에도 연속 입국이 가능한데, 프랑스, 헝가리 등 여러 국가는 입국이 불가능합니다. 나라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입국 가능 기준이 다르므로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유럽을 추가적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꼭 각 국가의 대사관에 연락하여(영사업무에 해당합니다) 방문/여행이 가능한지 여쭤보시기 바랍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저는 체코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체코의 의료 편의성이나 보험 편의성은 한국에 비해서 좋지 않습니다. 언제나 안전하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혹시 차를 타게 될 일이 있으면 꼭 안전벨트를 하셔야 합니다. 제가 겪었던 교통사고에서도 탑승자 4인이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무사했습니다.
체코는 치안이 상당히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감하게 다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어쨌든 노숙자나 취객 등 길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까지 대중교통이 다니고 밤거리가 상당히 안전하기는 하지만, 혼자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특히 도심이 아닌 교외 지역은 상당히 어둡고 인구밀도가 낮습니다)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코의 주류가 유명하지만, 밖에서 술에 만취하는 일도 없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치안이 좋은 곳이어도 만의 하나의 일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프라하 시내에 한국 식료품점이 두어 개 있으므로 간장, 쌈장, 고추장, 김, 단무지 등 한국 음식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들만 있어도 정말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는데, 한식을 조리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교환학생 친구들과 체코 학생들과 친분을 많이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음식 재료도 가격이 싸니 예비 교환학생 여러분들도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프라하 시내 곳곳에 있는 중고샵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마켓, Bazos 등 온라인으로도 중고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Bazos 앱을 많이 사용했는데, 생활비를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학생으로서, 여행객으로서 유럽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체코는 방방곳곳 돌아다니고 체코인들과 어울리며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교통사고라는 엄청난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50개가 넘는 유럽 도시들을 방문했으며,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비록 생각처럼 진행되지는 않았던 한 학기였지만, 제가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