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경험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다시 없을 기회인 것 같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공부하던 일본어도 사용해 볼 수 있는 일본 지역의 도쿄대학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 대학 및 지역 소개
도쿄대학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대학으로, 18명의 노벨상 수상자, 5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 등을 배출한 아시아의 대표적인 연구 대학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지방 거점 국립대학이라고 볼 수 있는 '구 제국대학' 중 교토대학과 함께 일본의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론되는 대학입니다.
도쿄대학이 위치한 도쿄는 일본의 수도로, 도쿄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수도권은 4,100만 명이 모여 사는 아시아 최고 규모의 도시권입니다. 일본 수도권이 창출하는 경제 규모 역시 뉴욕 경제권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도시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도쿄대학에는 크게 두 개의 캠퍼스가 있는데, 1,2학년들이 주로 교양 수업을 듣는 코마바 캠퍼스(메구로구 目黒区 위치)와 전공을 정한 3,4학년들이 수업을 듣는 혼고 캠퍼스(분쿄구 文京区 위치)가 있습니다. 두 캠퍼스 모두 도쿄 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는 주로 코마바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3. 출국 전후 준비사항
3.1. 출국 전 준비사항
도쿄대 측에서 수학허가까지 완료되면 비자 발급에 대한 안내가 이메일로 전달됩니다. CoE 사본을 도쿄대 측에서 전달받으면 그것을 이용해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 비자 발급 대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크게 어려운 점은 없으니, 서류 제출 기한만 잘 엄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자 외에도 기숙사, 일본어 레벨 테스트 등 다양한 공문이 이메일로 오기 때문에, 놓쳐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때 잘 확인하고 미리 답변해 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학생예비군은 1학기 때 안 가면 자동으로 2학기로 편입된다고 합니다.
3.2. 입국 후 준비사항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 해야 할 일들 중에서는 전입신고, 기숙사 입주, 전화 개통 정도가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전입신고는 구약소(구청 개념)에서 진행하는데, 신학기가 시작되면 이사 온 일본인들과 교환학생들이 뒤섞여 줄이 매우 길어지므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주소를 잘못 기재하든가 하면 정정하러 다시 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므로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기숙사 입주는 이메일로 공문이 도착하면 놓치지 않고 잘 신청하고, 필요한 서류만 잘 송부해 놓았으면 도착하고 나서는 도쿄대 측에서 영어로 다 설명해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 입주 전에 기숙사 방에서 사용할 침구를 살 건지 공문이 오는데, 니토리같은 곳에 가셔서 직접 사도 되지만, 퇴거하면서 처리하기도 귀찮고 하시다면 신청하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침구류 자체의 퀄리티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전화 개통은 통신사별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잘 찾아보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주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숙사 입주 후에 하는 게 좋고, 라쿠텐만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생 통신사라서 그런지 도쿄 안에서도 지하만 내려가면 데이터가 끊기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고 가장 싼 걸 골랐는데, 일본에서는 요금제 가격 안에 통신의 안정성까지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싼 요금제가 사용하고 싶으시면 LINEMO, 아니라면 docomo를 비롯한 대형 통신사 요금제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대부분 아마존으로 시키게 되므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쿠팡 로켓배송 느낌) 대부분의 경우 당일배송까지는 아니어도 3일 안으로는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4. 학업
4.1. 수강신청
도쿄대학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수강신청이 자유롭게 이루어집니다. 정원을 크게 웃도는 숫자의 학생들이 신청을 한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학생 수를 줄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청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 기간은 4월 1일부터 2주일간 정도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4월 두번째 주 월요일부터 수업이 시작되므로, 일주일 정도 원하는 수업의 첫 강의를 들어보고 수강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4.2. 수업 후기
저는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서 여러 학부의 수업을 신청하여 수강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Catalytic Processes for a Sustainable World'라는 영어 강의(GLA라고 불리는, 대부분 교환학생들과 소수의 일본인 학생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수업 종류가 있습니다!)였는데, 교수의 지식을 전달하는 이론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목표로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다양한 전공 및 국가의 학생들이 탄소중립에 대한 자국의 사정을 조사해 오고 발표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수업입니다. 영어로 환경 및 화학에 관련된 내용을 질문하고, 대답하고, 발표하는 좋은 연습이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공학 1(経済工学1)이라는 일본어 강의였습니다. 주식, 채권 및 파생상품의 가격 결정 모델 유도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특이하게 이 강의는 공학부에서 개설되어서 그런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열리는 강의보다 수학적으로 더 엄밀하고 수식적으로 복잡하게 들어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어 강의인 만큼 강의 자료와 시험 문제가 전부 일본어로만 작성되어 있는데, 일본어로 강의를 듣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자로 된 ppt로 공부하고 시험 답안을 일본어로 작성하는 것은 또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본어 관련 수업으로는 일본어의 다양성이라는 수업과 일본의 역사 사회 용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요, 처음에 일본어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서 신청할 수 있는 수업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어의 다양성(日本語のバラエティー)수업을 추천하는데, 교과서에서 배우는 일본어 이외에 각종 상황 및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일본어에 대한 수업으로, 한국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일본어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성적 발표는 8월 말에 한 번에 전부 되었는데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체감상 서울대학교보다 학점을 더 잘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도쿄대 재학생들은 자신의 평점평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취업할 때에도 평점보다는 대외활동, 동아리,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어필하는 것이 유리하고, 평점은 부수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5. 현지 생활
5.1. 기숙사
교환학생으로 가시는 분들이라면 별 문제 없이 도쿄대학 국제학생용 기숙사(Komaba International Lodge)에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코마바 캠퍼스에서 도보 8분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시모키타자와, 시부야 등 번화가도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A, B, C, D동은 1인 1실이기는 하나 화장실과 욕실이 공용이라는 문제가 있어, 조금 돈을 더 내더라도 개인 욕실 및 화장실이 방에 딸려 있는 Main동을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런데, 기숙사의 바로 앞으로 전철이 지나가기 때문에 소리에 민감하신 분들은 선로 쪽을 마주보는 방(전체의 절반이 해당됨)을 배정받으면 밤마다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으실 수도 있으니 1/2의 확률을 뚫을 자신이 없으시다면 다른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른 기숙사들은 학교 캠퍼스와는 먼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비교적 방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있던 Komaba Lodge Main의 경우 4평 조금 안 되는 방에 방값이 한 달에 7만 엔 정도 했습니다. 부엌은 공용이었는데, 식기나 취사도구도 사기 애매해서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5.2. 교통 및 여행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서 교통비가 굉장히 비싸고, 도쿄에는 여러 회사들이 운영하는 철도가 난립하기 때문에 이동 경로별로 가격도 달라집니다. 어딘가 갈 곳이 있다면 구글 지도와 함께 야후 교통안내까지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생의 경우 정기권을 학교에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꼭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숙사 옆 캠퍼스에서 주로 수업을 들어서 정기권은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도쿄 밖으로 일본 국내 여행을 갈 때는 신칸센이나 비행기를 주로 이용하게 될 텐데, 신칸센의 경우는 학생할인이 가능하므로 교내 상담창구(코마바 캠퍼스 내 GO 오피스)에서 학생할인을 신청하고, 교내 JR 매대에서 기차표 발권까지 완료할 수 있습니다. 신칸센은 정말 비싸기 때문에 (할인 후 도쿄에서 나고야 왕복 17만원), 학생할인은 필수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비행기가 신칸센보다 쌀 때가 있으므로 스카이스캐너 등으로 비행기표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번 학기에 일본 국내 여행으로는 후쿠오카, 나고야, 나가노, 홋카이도, 도쿠시마를 다녀왔는데, 후쿠오카를 제외하고는 전부 도착해서 렌터카를 빌려서 다녔습니다. 일본 시골에는 전차나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가 있다면 훨씬 여행의 질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에서 면허가 있는 분들이라면 국제운전면허를 가지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렌터카 회사에서는 국제운전면허로 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시간과 돈과 품(한나절 정도의 일본식 행정과 4만원 가량의 비용)을 조금 더 들이면 국제운전면허증을 일본 면허로도 바꿀 수 있는데, 그것까지 하면 우리나라의 쏘카같은 카쉐어링 서비스도 가입할 수가 있어, 원할 때 드라이브를 가는 것도 가능해지는 등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일본은 우핸들에 좌측통행이어서 한국과 전부 반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적응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고, 운전 매너도 한국에 비교해 훨씬 부드럽고 양보도 잘 해주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교통법규에 적응만 한다면 운전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5.3. 현지 학생과 교류
도쿄대에는 서울대학교의 스누버디같은 동아리가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직접 일본인 학생들과 교류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면 현지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잘 없습니다. 도쿄대 측에서 작년부터 재학생 파트너단을 새롭게 만든 것 같은데,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들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는 않고, 가끔 개최되는 국제교류행사들이 있긴 한데 그마저도 교환학생들끼리 교류하는 것이 주가 되는 느낌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 수강한 소규모 수업, 일본어 수업 등에서 일본인 친구를 몇 명 만들 수는 있었지만, 동아리(서클)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일본 친구들(특히 도쿄대학 학생들)은 한국에 비해서 다소 내향적이고 낯을 가리는 경우가 많으니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말을 거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가끔 가다 교환수기 등에서 동아리에서 외국인이라서 안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경험담도 본 적이 있는데, 저는 운 좋게도 그런 것은 겪지 않고 같이 동아리에서 여름 합숙도 가는 등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5.4. 지진 및 기상
제가 있는 동안 큰 지진은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진도 1,2 정도의 작은 지진은 2주에 1번 정도 오는 것 같은데, 처음엔 좀 놀랐지만 금세 별로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8월 중순에 미야자키현에서 난 지진 때문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경계 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발표되는 등 한국에서도 굉장히 큰 화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쿄는 지진이 난다 하더라도 직접 영향권이 아니라 그런지, 제 주변 도쿄 사람들은 대부분 무심한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사 시 대피 장소를 숙지하고 있는 등의 준비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쿄대학 측에서도 학기가 시작하기 전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지진 및 대피소에 관한 내용을 교육합니다.
도쿄의 여름은 굉장히 덥습니다. 체감 온도가 40도를 상회한 날도 며칠 있었고, 33도는 기본에 35,6도까지도 꽤 자주 올라갑니다. 기온 자체도 높지만 습도도 매우 높기 때문에, 서울의 가장 더운 날이 7,8월 동안 계속되는 느낌입니다. 밖에 다닐 때는 항상 열사병을 대비해 마실 수 있는 물 등을 소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양산을 쓰고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꽤나 많습니다.
6. 교환학생을 마치는 소감
한 학기 동안 일본에서 사는 경험은 확실히 여행으로 일본에 오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운 교환학생 학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학기동안 만난 도쿄대 재학생들은 일본의 최고 대학에 다니는 수재들인 만큼 공부에 대한 열의가 느껴지는 학생들이 많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좋은 자극을 받아 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일본인 친구들과 교류를 통해서 한국에서 배우던 일본어와는 다른 느낌으로, 실제 일본 사람들이 쓰는 일본어를 알게 되는 등 교환 전에 비해서 일본어 실력이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니 5개월이라는 기간이 정말 짧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사람들, 문화에 대해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