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처음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잉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과 신입생 OT에서 적극적으로 교환학생 활동에 관한 발표가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지러웠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로 파견되어 즐겁게 생활하시고 좋은 경험을 많이 쌓으신 선배님들의 수기와 영상을 보며 나도 한 번쯤 해보면 좋을 활동이라고 생각해왔다. 또한 어렸을 때 막연히 생각하던 ‘해외 대학에서의 공부’라는 것도 한 번 해보고 싶었기도 했다.
1학년 1학기, 2학기 학점이 준수하게 나오며 교환학생으로 파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고 2학년 한 해 동안 교환학생 파견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를 마쳤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이렇게 자유롭게 해외에서 오랜 기간 생활할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20대 중반의 첫 단추를 색다른 경험으로 채우게 되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1) 파견 대학 선정 이유
내가 파견된 학교는 동런던에 위치한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이라는 대학교로, 이하 약칭을 ‘퀸메리’로 통일하도록 하겠다. 퀸메리는 영국 학교들 중에서 토플 성적을 인정해주는 몇 안 되는 대학교들 중 하나이다. 어학 인증 시험으로 토플밖에 보지 않았던 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낮은 토플 점수도 받아주는 대학, 런던에 위치한 대학이라는 조건들까지 걸고 나니 남은 학교는 퀸메리 하나 뿐이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한 퀸메리였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천운이었고 좋은 선택이었다. 추가적으로런던 트래블카드 2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시내외로의 이동이 편리하다는 점 역시 내가 퀸메리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영국으로의 파견을 원하는 학우 분들은 토플보다는 IELTS를 응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뒤늦게 알았던 것이지만 토플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시험이라 주로 미국 대학에서 어학 점수를 반영할 때 사용한다. 영국에서 만든 아이엘츠에 응시하면 유럽 권역, 특히 영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2) 파견 지역 선정 이유
영미권으로 교환학생 파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영어 하나뿐인 것에서 기인한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공부하여 시험을 보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1년 정도의 단기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영어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주 언어로써 사용되는 국가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도이다. 현지에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기에는 아무래도 현지 언어를 잘 해야 된다고 판단해서 미국, 영국 두 나라 정도로 선택지를 좁혔다. 마지막에 영국을 고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유럽 대륙과 가깝기 때문에 유럽 내 다양한 국가들로의 여행이 편하다는 점, 둘째로 일정 수준 이상의 치안을 보장받을 수 있을 점이 이렇게 두 가지이다. 결정타로 최근 2년 사이에 미국 치안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되었고 총기, 마약 등의 범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영국은 총기 규제가 엄격하게 되는 나라인 만큼 영국으로 파견되면 어느 정도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1) 파견 대학 특징
퀸메리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다르게 3년제 대학교이다. 의학, 치의학, 법학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학교이며 실제로 퀸메리에서 배출한 9건의 노벨상 수상 중에서 6건이 노벨 생리의학상일 정도이니 그 위엄을 짐작할 수 있겠다. 학교 캠퍼스는 모두 동런던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과가 있는 Mile End 캠퍼스, 의대와 치대, 그리고 병원이 있는 Whitechapel 캠퍼스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마치 서울대학교와 비슷하다. 퀸메리는 학교 캠퍼스 내에 기숙사가 있으며 교환학생들이 100%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고, 학교 근처에 도심으로 향할 수 있는 지하철 역인 Mile End 역이 위치해 있다는 점 역시 또 다른 큰 장점이다.
2) 파견 지역 특징
세계 3대 도시 중 하나인 런던은 정말 활기 넘치는 도시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광역 도시이다. 런던은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라는 이름으로 주변 지역들을 흡수 통합시켜 시 내부에서도 각각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있는 Westminster, 마천루가 즐비하며 핀테크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City, 고급진 아파트들과 상점가가 늘어선 Chelsea 등 각 지역 별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퀸메리가 위치한 동런던의 지역적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과거에는 치안이 안 좋았던 우범 지역이었으나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져 훨씬 개선되었다고 전해진다. Mile End는 서쪽의 City와 남쪽의 Canary Wharf라는 런던의 두 거대 금융지구 사이에 끼인 지역으로 치안이 나쁘지 않고 상기한 것처럼 교통 역시 아주 편리하다. 밤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불편이나 위험을 경험할 일이 없다. 심지어 밤에도 도심과 연결되는 N버스가 학교 앞에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불편함은 0에 수렴한다. 과거 수기들을 찾아보면 치안이 안 좋으니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지 말거나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말이 있었으니 참고해두어서 나쁠 건 없다. 내가 처음 기숙사에 입주하던 날, 학교 앞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약쟁이와 마주쳐서 귀찮은 일을 겪기도 했다.
학교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지 저녁 8시가 되면 기숙사 앞 도보를 제외한 모든 문을 폐쇄한다. 정문의 보행자 통행로가 밤 10시까지 열려 있는 경우도 있으나 저녁 8시 이후 기숙사 앞 도보를 이용할 경우 기숙사 열쇠 뭉치를 경비원에게 보여주어야 들어갈 수 있다. 가끔 붙잡혀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현재는 이 출입 규정이 굉장히 강화되었는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교내 본관 앞 잔디밭에 외부 이슬람 세력이 허가받지 않은 텐트를 치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낮 시간대에도 학생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고 출입 통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으니 외출을 할 때에는 항상 학생증과 열쇠 꾸러미를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으로 1학기만 파견되는 경우 비자는 신청할 필요가 없다. 영국의 경우 18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고 Heathrow 등 공항을 통해서 입국할 경우 전자 여권으로 자동 출입국 심사가 된다는 점이 아주 편리하다. 물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나는 서울대학교 재학 증명서, 성적표, 영문 계좌 잔액 증명서 등을 준비했었다. 물론 실제로 사용하진 않았다.
다만 나는 굉장히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배를 타고 도버항을 통해서 입국했던 때 입국 심사대에서 대면 입국 심사를 받던 중 있었던 일이다. 이때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러 왔다고 하였는데, Admission Paper나 Accommodation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dmission Paper는 교환학생 지원 절차가 완료되면 MySis라는 퀸메리 자체 포털 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고, Accommodation Paper 역시 MySis 혹은 기숙사비 결제 후 메일 주소로 청구서(Invoice)가 날아오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걸 미리 준비해두지 않아서 나는 나의 신분에 대해 설명하느라 입국 심사대에서 20분 동안 붙잡혀 있었다.
2. 숙소 지원 방법
퀸메리의 경우 교환학생에게 100% 기숙사를 제공하며 MySis 포털을 통한 교환학생 지원 절차가 일차적으로 마무리되고 나서 신청 시 기입했던 메일 주소로 신청 안내 메일이 온다. 해당 링크를 따라가서 기숙사 신청을 차례차례 진행하면 되며 진행 상태나 결과에 대해서는 메일이 오는데 이때 본인이 어디에 살게 될지에 대한 메일이 별로 안 중요한 메일처럼 틱 날아오니 수신되는 메일들의 내용을 모두 꼼꼼히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또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으면 퀸메리 Study-Abroad 팀에 문의하면 된다. 답변을 받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굉장히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특히 기숙사의 경우 혼성 기숙사를 선택해야 En-suite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각 방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형태의 기숙사로 만약 동성 기숙사를 사용하면 공용 화장실, 샤워실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잘 신청하는 것이 좋다. 높은 확률로 Creed Court, Pooley House 등 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기숙사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Pooley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점, 기숙사 뒤쪽에 농구 코트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숙사 Flat 별로 딸린 방의 개수가 다른데 내가 거주하던 Flat에는 6명이 살았고, 친구들이 거주하던 Flat 중에는 9명이 한 집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한 집에 사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부엌 시설이 2배 크다.
그리고 기숙사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싶다면 Housing Service 팀에 이메일을 넣어서 문의하면 된다. 듣기로는 체류 기간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늘리는 것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문의에 대한 답장이 굉장히 늦게 왔기 때문에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ㅇ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일단 학생으로서 지불해야 할 학업과 직접 관련된 비용은 등록금, 기숙사비 말고는 없다. 기숙사비는 옵션에 따라 상이할 수 있겠지만 나는 주당 190파운드를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숙사 거주 기간은 5달을 한 주 정도 못 채운 정도였고 지불한 금액은 3,500파운드, 당시 환율로 600만원이었다. 참고로 기숙사 입주 신청을 할 때 보증금 400파운드를 걸어두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다 합치면 대강 670만원 정도를 숙소비로 쓴 것이다. 그리고 보증금은 나중에 원래 결제했던 통장으로 환불되니 평균 월세가 120만원 정도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런던 2구역에서 그 정도 월세면 아주 저렴한 편이다.
기숙사비의 경우 입주 후 2주 내에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구서가 메일로 날아오며 결제 방법에는 인터넷 결제, 현장 결제 등 여러 옵션이 있다. 나는 괜히 나 혼자 일을 처리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학교 캠퍼스 맞은 편에 있는 iQ East Court라는 건물 1층에서 일시불로 현장 결제를 했다. 이게 큰 금액인 만큼 분할 결제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등록금은 서울대학교 1학기 등록 시기에 맞춰 까먹지 말고 잘 납부하면 된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1) 기본 자세
기본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있어야 하고 특히 이메일을 자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신청을 하고 신청 내용을 담은 pdf 파일이 오면 카테고리에 맞게 잘 저장해두는 것도 좋다. 이게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다면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본인의 신분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다.
2) 해외 여행자 혹은 유학생 보험
여러 가지 보험들 중에서 나는 삼성화재의 보험을 들었는데 6개월 정도로 보험 적용 기간을 잡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유학생 보험을 들게 되었다. 약 25만원 정도 들었고 참고로 기본 보장 범위에서 조금 더 강화하여 잡았었다. 방문할 국가를 2개국 이상 설정하면 자동으로 Worldwide로 바뀐다고 하므로 방문 예정 혹은 생각이 있는 국가들은 모두 체크하면 되겠다. 기타 보험사들 역시 조회해보았으나 당시에는 삼성화재의 것이 가장 저렴하였고 이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직접 검색해보시기를 바란다.
3) 유심
실제 생활을 해본 결과 유심을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해외 여행용 e심을 받아서 현지에 도착한 뒤 학교에 도착해서 근처 편의점을 들러 유심을 구매하면 된다. Giffgaff라는 통신사가 한국으로도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이들 추천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효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통신 상태가 불량해서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4) 신입생 대상 행사
1월이라는 시기는 우리에게는 1학기 기간이지만 영국 학생들에게는 사실상의 2학기 기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생 환영 행사 등 친구들을 만들 수 있는 행사의 규모가 확실히 작은 편이며 그 수도 적다. 기억에 나는 건 1월 초 교환학생 환영회와 1월 말 동소제였는데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면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가입 방법은 동소제에서 동아리 관계자들에게 말해도 되고 인스타그램에서 퀸메리 동아리 계정을 찾아 DM을 보내도 된다. 나는 동아리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참 아쉬운 선택이 되었다. 학술 동아리, 운동 동아리 정말 분야에 관계 없이 동아리(Club, Society)들이 많이 있으니 관심 있으면 동아리에 가입하여 친구도 사귀고,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5) 기숙사 입주 전 가구 구매
기숙사 신청이 완료되면 메일으로 어디에서 살게 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적힌 pdf파일이 날아온다. 여기서 본인의 방을 확인하고 기숙사 입주 시 미리 받을 가구들을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필요한물건들을 사면 된다. 이 사이트는 기숙사 신청 후 안내받게 된다. 추천하는 것은 침구 세트, 그리고 조리 도구가 포함되지 않은 식기 도구, 그러니까 접시나 컵, 수저 등만 포함된 식기 도구 세트이다. 조리 도구, 이를테면 프라이팬이나 냄비는 품질이 너무 안 좋아 껍데기가 벗겨지며 칼은 무디니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빨래 카드도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 영국 도착 후 Circuit이라는 앱을 깔아 France House 0층에 있는 빨래방의 식별 코드를 입력하고 돈을 충전하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쓸 수 있다. 조리 도구는 한국에서 주방 칼, 주방 가위, 쇠 수저 등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니치 IKEA에서 구매해도 되는데 쇠 수저는 한국 아니면 구하기 힘들 것이다.
가끔 주문했던 물건들이 방으로 제대로 배송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는 식기 세트, 빨래 카드, 침구 세트를 주문했는데 식기 세트만 침대에 놓여 있어서 Reception House를 찾아갔다. 여기에서 상황을 설명하면 누락된 품목들을 주니 뭐가 없다 싶으면 바로 찾아가서 말하면 된다. Reception House는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처음 기숙사에 도착해서 기숙사 열쇠와 안내 사항을 전달받는 곳이며 가끔 캠퍼스 고양이 퀴니를 보러 방문할 장소가 될 것이다.
6) 빈대와 베드버그
내가 출국하기 직전 유럽에서 빈대와 베드버그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Biokill과 해충 방지 패드를 준비해갔으며 입주하자마자 바로 매트리스를 뒤집어 까서 조치를 해두었다. 다행히도 학교에서 조치를 해둔 탓인지 빈대는 없었는데 가끔 옷을 갉아먹는 벌레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치만 약을 워낙 독하게 뿌려둬서 모두 사체로만 발견했다.
7) 기타
1학기에 파견될 분들은 모두 1월 초에 런던에 도착하게 될 텐데 수치상으로 보여지는 온도에 비해 체감 온도가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그리고 방에 난방이 히터밖에 안 되는데 그마저도 2시간 연속 작동이 최대여서 2시간마다 계속 히터를 켜 주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바닥에 보일러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잘 느꼈으며 한국에서 소형 전기장판을 가져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다.
기숙사에 Maintenance Day라고 해서 시설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플랫에 들이닥치는데 이때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들은 마스터키가 있어서 각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데 옷을 갈아입는 도중 갑자기 문을 따고 들어온 직원과 마주친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내 방이라고 해서 완전히 마음 놓고 있을 건 아닌 것 같다.
택배의 경우 기숙사 주소로 시키면 알아서 퀸메리 공용 라커로 배송되고 배송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이 날아온다. 이 라커는 공용인지라 배송 후 박스를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벌금을 물 수도 있으니 장기 여행이 계획되어 있을 때 배송될 택배가 있다면 친구에게 부탁하여 소포를 대신 받아달라고 하자. 가끔 플랫으로 직접 배송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플랫 공용 주방에 놓여 있곤 한다.
세탁의 경우 France House 0층에 있는 빨래방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앱스토어에서 Circuit 앱을 깔아서 돈을 충전해서 쓸 수 있다. 빨래 1회에 3.2파운드, 건조 1회에 1.8파운드로 한 번 세탁에 총 5파운드 정도 들며 시간은 도합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건조기의 경우 히터가 작동을 안 하는 녀석이 있으니 건조기 문을 미리 만져보고 온기가 남아 있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문제는 정상 작동을 안 하는 건조기가 꽤나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사용하기 위한 특정 앱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의 지역 변경을 해야 한다. 특히 Tesco Clubcard와 Ryanair 등의 앱은 대한민국 앱스토어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으니 알아두자.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 신청을 처음 할 때에는 4개의 과목을 담게 된다. 기숙사 신청이 끝나고 MySis 포털에서 진행되며 안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따라가면 되나 우리는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교과목이 존재하기도 한다. Associate 학생들의 수강 여부에 No라고 되어 있으면 수강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건 빼야 되겠다. 이건 필터를 걸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사실 나는 토플 점수 때문에 들을 수 있는 과목이 굉장히 제한적이라 교환학생 수강 가능 필터까지 적용하고 나니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매우 적었다. 토플의 경우 최소 100점은 되어야 모든 과목에 대한 수강에 제한이 없어지므로 나처럼 요구 점수를 턱걸이로 맞춰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높은 토플 점수 제한이 걸린 과목들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쉬운 소규모 인터랙티브 강좌가 많았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 Fundamentals of Physical Chemistry (과목코드 : CHE114)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물리화학’을 다루는 과목이다. Lecture 중심의 강의로 무려 출석 점수 반영이 없으며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24학년도 봄학기 수업의 경우 전반기 6주는 Palma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열역학을, 후반기 6주는 Di Tommaso 박사님이 가르치시는 반응 속도론을 공부했다. 강의는 월요일 10시~12시까지 2시간이 배정되어 있었으며 3주에 한 번씩은 Exercise Class가 있었다. 퀸메리는 3학기로 돌아가는 학사 일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학기 수업이 12주차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전반기 6주 동안은 6번의 강의와 2번의 문제 풀이 수업을, 후반기 6주 동안도 마찬가지로 6번의 강의와 2번의 문제 풀이 수업을 가졌다.
특이한 점은 퀸메리 대학의 7주차 수업이 ‘Reading Week’라는 명분 하에 수업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수업은 그런거 없이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거기에 해당 주간에는 발표 수업까지 배정해버리니 리딩 위크에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발표 수업의 발표 조는 다른 화학 수업인 Fundamentals of Organic Chemistry 과목의 수강생들과 합쳐서 편성한다. 수업 PPT, 강의 자료가 잘 되어 있어 혼자 복습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이 수업을 들을 경우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하다. 계산기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학생용 Amazon Prime에서 저렴하게 배송비 없이 구매하거나 근처 문구점에 가서 구매하면 된다.
시험은 무려 3번이나 치게 된다. 학기 중 치는 두 번의 쪽지시험과 한 번의 기말고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쪽지시험은 6주차 수업이 끝난 시점에 한 번, 12주차 수업이 끝난 시점에 한 번 총 2번이 있으며 온라인 시험으로 진행되었다. 시험 일정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에 한 번, 그리고 이메일으로 다시 한 번 공지되니 제대로 알아두자. 최종 기말 시험은 화학과의 다른 과목들과 함께 출제되며 나는 해당 과목을 듣지 않는 교환학생이었기에 물리화학 과목만 출제된 특별 시험을 보았다. 이는 5월의 시험 기간 전에 메일로 공지되니 잘 읽어보면 된다. 기말고사 시험 방식에 대해서는 아래 다른 항목을 따로 만들어서 서술하겠다.
2) Our Universe (과목코드 : SPA4101)
천체물리학 강의이다. 강의 수준은 고등학교 지구과학1, 2 정도이며 가끔 그것보다 조금 더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기도 하지만 못 쫓아갈 수준은 아니다.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아무 부담이 없었으며 시험도 벼락치기로 큰 문제 없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이 시험도 물리화학의 기본 과목과 마찬가지로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하다. 시험은 온라인 쪽지시험과 중간, 기말 시험이 있는데 온라인 쪽지시험은 매주 있으나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중간, 기말 시험은 수업 시간의 일부를 활용하여 시행되며 5월 시험 기간에 따로 또 시험을 보지는 않는다. 다지선다의 OMR 용지로 시험을 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수업은 출석을 10% 반영하며 퀸메리 학생용 앱에서 출석 체크를 해야 한다. 해당 앱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후술하겠다. 일주일에 세 시간의 강의와 한 시간의 Exercise Class가 배정되어 있으며 강의는 월요일 11시~13시, 화요일 15시~16시로 특이하게 2+1 구조로 분할되어 있었고 Exercise Class는 목요일 11시~12시로 잡혀 있었다. 강의 교수인 Nelson 교수님은 정말 천체물리학을 사랑하시는 분으로 젠틀하고 유머러스하신 분이셨다. 강의력 역시 좋았던 기억이 난다. Exercise Class에서는 매주 제공되는 연습문제들을 풀며 어려운 점이 있으면 Nelson 교수님 밑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 또 그 분들에게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려운 점들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수업의 최대 고비는 3번의 프로젝트이다. Project라는 이름으로 세 번의 보고서를 써서 내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보고서로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pdf로 정리해서 공지를 해주시는데 스스로 학습해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 처음에는 좀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로 4~6쪽 내외의 보고서를 쓰는 일도 익숙하지 않았고 말이다. 각 보고서별로 성적에 20%씩 반영되며 기한 내에 제출되는 Draft에 대해서 첨삭도 한 번 제공된다.
3) Mathematical Techniques 2 (과목코드 : SPA4122)
무언가를 증명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순수 수학이 아니라 실제 문제 풀이에 사용되는 응용 수학을 다루는 수업으로 EMF(Electromagnetic Fields)라고 퀸메리 물리학과 학생들이 듣는 전자기장 수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수강생이 물리학과 학생들이었다. 미분방정식, 다중적분, 벡터미적분학, 행렬 이렇게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하이라이트는 다중적분과 벡터미적분학이다. 여기에서 전자기장과 관련된 예시나 문제가 많이 다루어지니 이 부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으며 수업을 듣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서울대학교에서 수학1, 수학2를 들었던 학생이라면 아주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목도 Our Universe와 마찬가지로 출석을 성적에 반영하며 출첵 방식은 퀸메리 앱을 통해 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일주일에 세 시간의 수업, 두 시간의 Tutorial Class가 편성되어 있다. 강의는 화요일 13시~14시, 목요일 9시~11시로 1+2 구조로 분할되어 있으며 Tutorial Class는 금요일 14시~16시에 있다. Tutorial Class에서는 강의에서 수업한 개념을 바탕으로 연습 문제를 풀며 이 시간에도 천체물리학 수업처럼 교수님 휘하의 대학원생분들에게 모르는 문제들을 질문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푸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문제 풀이 수업이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시험지 구성이 굉장히 독특한데 중간고사는 EMF라는 과목과 시험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EMF 6문제, MT2 6문제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의 경우 EMF를 수강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 시간에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MT2 파트의 문제만 풀었다. 기말고사는 수학 시험만 독립적으로 출제되었으며 기말고사 방식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서술하겠다.
다른 평가 영역에는 조별 구술 발표와 포트폴리오가 있다. 전자는 무작위로 편성된 조에 소속되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 ‘전자기장과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을 5분 내에 발표하는 것이다. 이 조는 MT1 수업에서 편성된 것이 그대로 이용되며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끼어든 전학생인 나로서는 교수님께 말씀드려 기존에 편성된 조에 끼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발표 일정은 이메일을 통해 공지되며 발표 수업 시간 자체의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롭고 편하다. 포트폴리오는 Pearson 전자교과서를 통해 진행되고 수업에서 다룬 내용들 중 세 파트에 대해서 제공된 연습문제들을 풀면 된다. 미분방정식, 다중적분, 벡터미적분학 세 파트에서 출제되며 도합 70~80문제 정도 되기 때문에 마감 전에 미리미리 해두기를 바란다. 문제의 경우 답이 맞을 때까지 무제한 재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만점을 못 받을 걱정은 없다.
4) 기말고사
기말고사의 경우 과목마다 다르겠지만 마치 일제고사처럼 한 장소에 수십~수백 명의 학생들을 몰아놓고 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 시험 시간표가 MySis 포털을 통해 공개되고, 여기에 시험 장소와 좌석이 지정되어 있다. 주로 퀸메리 본관에 있는 큰 강의실이나 본관에서 시험을 치게 되며 굉장히 무겁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만큼 감독관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시험장의 분위기 자체는 매우 보수적이었고 거의 수학능력고사에 준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택형 시험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연필로 마킹하는 OMR 용지가 제공된다. 시험지에 문제를 풀고 연필로 OMR에 마킹을 하면 된다. 서술형 시험의 경우 답안을 쓸 수 있는 얇은 답안 공책이 제공되는데 여기에 문제를 풀고 답을 적어서 제출하면 된다. 공책의 앞 면에는 문제를 푼 순서를 적어야 하는 칸, 이름을 작성하고 서명을 한 뒤 봉(seal)할 수 있는 테이프를 적어 블라인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점은 시험을 볼 때 감독관에게 확인 받은 필기 노트를 반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학생들이 필기 노트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시험을 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 필기 노트를 반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지 않은 공학용 계산기를 특별한 공지 없이도 지참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겠다.
5) 기타 좋은 강의들
London Walking Tour라는 수업이 있다고 한다. 나는 토플 시험 점수가 모자라서 수강하지 못했던 수업이지만 런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소규모 수업이라 수강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수업이라고 들었다. 특히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는 수업이라고 하니 토플 점수를 잘 받은 분들은 한 번쯤 수강 신청 구상에 넣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기타 수업들에 대해서는 과거 파견을 갔다오신 분들의 수기를 읽어보고 정보를 얻는 것을 추천한다.
3. 학습 방법
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의 난이도가 한국에서 접하던 것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낮다. 내가 수강했던 수업들이 모두 강의 중심의 수업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수업 들으면서 필기하고 시험 2일 정도 전에 PPT 복습, 연습 문제 복습 등을 해주면 무난하게 다 풀 수 있다. 온라인 시험의 경우 PPT를 보면서, 오프라인 시험의 경우에도 한 쪽짜리 필기 노트를 가지고서 풀 수 있으니 훨씬 더 시험을 준비하고 치는 것은 편하겠다.
Exercise Class, 혹은 Tutorial Class의 경우 해당 교수의 지도 하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문제 풀이나 프로젝트 진행을 도와준다. 그들에게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아주 초보적인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알려주니 이 수업을 잘 활용한다면 효과적으로 강의를 흡수할 수 있겠다.
다만 특이한 점은 객관식 문제들에 대해서도 풀이를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지막 답만 틀렸을 때 만점을 받은 경우, 답은 맞았으나 풀이 과정 불충분으로 감점이 된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풀이가 길어지는 경우 점수를 잘 받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그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기는 하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독해의 경우는 글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런던 지하철의 경우 전파가 터지지 않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지하철에서 유튜브,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렵다. 지하철 역에는 입구에 공짜 신문이 배치되어 있다. 나는 그 신문들을 읽으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 영어로 된 글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영국 특유의 위트 있는 문장들도 경험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고급 신문을 보고 싶다면 유명 영국 언론사를 구독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언론사들 중에서도 The Economist는 학생 할인 프로모션을 아주 강력하게 제공하는데 특히 한국 대학생 신분으로 구독하면 1년에 55,000원 정도 금액(정기 구독료에서 75% 할인)으로 양질의 기사들을 볼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한다.
듣기, 말하기는 역시 친구들과 일상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잘 느는 방법일텐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럴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플랫에 사는 친구들이 워낙 개인 플레이를 하기도 했고 내가 마지막 입주자라 기존 입주자들 사이에 녹아 들어가기 힘들었다. 적은 기회였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고 영어로 된 드라마, 영화 등을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내가 외국인들을 대하는 것에 두려움이 많아 실력이 거의 늘지는 않았다.
쓰기는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으며, 그리고 영어로 쓰는 에세이 과제를 하며 실력이 늘었다. 나는 필요한 내용을 글로 적어서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한 인간이었기에 수업 내용에서 질문이 있어나 문의 사항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물어보는 것보다 메일을 보내는 것을 선호했고 학교 행정실, 교수님들, 여행사 등과 메일을 통해 소통하며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천체물리학 수업의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도 영어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1) 퀸메리 앱 QMUL
퀸메리 앱은 시간표 확인, 출석 체크의 크게 두 가지 기능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퀸메리 Microsoft 계정과 연동되어 작동된다. 시간표의 경우 Timetable 탭에서 매주 시간표가 제공되나 이게 100% 맞지는 않는다. 수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는 경우도 있고 암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것은 강의 계획서에 제공된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시간표에 강의실이 써 있으나 학교 건물, 특히 과거에 지어진 본관이 꽤나 미로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첫 수업은 좀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3월 말~4월 초 사이에는 5월 시험 시간표도 제공한다.
강의 중 출석 체크는 퀸메리 앱으로 진행된다. 퀸메리 앱에 로그인을 하고 스크롤을 내리면 맨 밑에 Check-in이라는 탭이 있다. 교수님들께서 강의 시작에 앞서 칠판에 여섯 자리의 무작위 알파벳을 써주시는데 이것이 그 날의 출석 코드로 Check-in 탭에 들어가서 입력해야 출석이 인정된다.
2) 수강 신청 내역 변경
안내한 대로 수강 신청을 끝마쳤지만 학교 행정실로부터 시간표 중복이 일어났다는 메일을 수신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는 수업을 바꾸거나 드랍을 하면 되고 나는 드랍을 선택했다. 드랍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나는 Timetable Clash가 일어난 김에 드랍을 한 케이스로 퀸메리 행정실 직원을 통해 드랍을 했다. 일반적으로는 단과대학 행정실이나 국제협력본부에서 퀸메리 측으로 드랍 허가 메일을 보내야 한다는데 내가 했던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다.
3) 복잡한 건물의 구조와 학교 캠퍼스 출입
학교 건물들의 구조가 꽤 복잡하다. 특히 Queen’s Building으로 불리는 본관은 정말 미로 같았으며 그래서 첫 주 수업을 갈 때는 많이 헤맸던 것 같다. 공과대학 건물의 경우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할 수 없도록 문이 잠겨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1월 초 학생증을 얼른 받아두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24년 5월 기준) 이스라엘-하마스 반전 시위 때문에 본관 앞 잔디밭이 무허가 텐트에 점거된 상황으로 캠퍼스 출입구마다 모두 보안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외출을 하려면 반드시 학생증을 챙겨야 한다.
3) Microsoft Onedrive
퀸메리 계정은 마이크로소프트 Outlook으로 제공이 되는데 이게 원드라이브 용량을 많이 제공해서 좋았다. 기억으로는 1TB까지 지원했던 것으로 남아 있다. 퀸메리 중앙 도서관 컴퓨터실이나 퀸메리 공용 라커 옆 PC룸에서는 공용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때 퀸메리 계정을 이용해서 접속하면 자동으로 원드라이브와 연동 로그인이 되어 자료 저장과 활용을 편리하게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를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이나 컴퓨터실-기숙사 등을 오가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원드라이브를 쓰면 편리하다. 조별 발표 수업을 할 때에도 공유 문서를 원드라이브에 만들면 조직 내 구성원과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또한 편한 점이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주 충분한 돈이 있다면 사실 배낭 하나만 챙겨가도 교환학생 생활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에서 가져갔을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 한국에서 사서 가져가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 이득인 물건 정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전기장판, 수저 세트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로 챙겨오게 될 것인데 확실히 그 효용 때문에 기억이 남는 것은 멀티탭, 화장품, 랜선 정도였다. 화장품의 경우 원래 한국에서 쓰던 제품이 잘 맞아서 올리브영 해외 배송을 알아보았으나 가격이 거의 3배에 달해 한국에서 6개월치의 분량을 구매해서 가져갔다. 랜선은 현지에서도 구할 수 있었겠으나 도착 당일 컴퓨터를 써야 했을 때 바로 꺼내서 쓸 수 있었기에 챙겨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도착 당일~3일 정도는 먹을 음식들을 미리 챙겨오는 것이 좋으며 기본적인 양념장, 통조림 반찬, 라면, 햇반 등도 아주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다이소에서 파는 공병들을 좀 챙겨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낭 여행을 갈 때 비행기 액체류 반입 제한이 있기 때문에 샴푸, 샤워젤 등을 소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 현지 물가 수준
영국의 1인당 GDP는 5만불 정도 수준으로 대충 계산해봐도 우리나라보다 1.5배 정도 더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물가도 그 정도로 보면 되나 가끔 환율 이슈가 있으면 약간 달라질 수는 있겠다. GDP 비율을 고려하더라도 영국에서 특히 그 재화가 비싸지는 경우라면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경우이다. 즉 인건비에 대한 평가가 높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과일이라도 손질 안 된 과일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껍질을 벗기면 가격이 오르며, 깍둑썰기 등 손질이 많이 되어 있는 과일은 상당히 비싸다. 이는 식료품이 저렴하다는 것과 맞물려 필연적으로 요리를 해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이유가 된다. 식료품, 특히 과일과 유제품, 고기, 빵 등은 정말 저렴하다. 청포도도 한 팩에 3천원 정도이며 우유 3.5L에 4천원 내외의 가격이니 자연스레 English Breakfast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교통비는 물가와 서비스의 품질을 고려하더라도 아주 비싼 편이다. 버스의 경우 1시간에 1.75파운드, 지하철의 경우 Zone 1~2 내 이동에 2.8파운드이며 피크타임에는 3.4파운드까지 받는데 대충 6천원 조금 안 되는 금액을 내고 타는 거라고 보면 된다. 지하철 내 광고에 따르면 25년 3월까지 요금이 동결되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인상 가능성이 있으니 교통비가 정말 많이 깨지게 될 것이다.
제3자가 나의 교환학생 생활을 본다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발악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첫 번째는 교통비 절약과 관련된 것이다. Oyster Card라는 런던교통공사의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Daily Cap이라는 제도가 있어 Zone 1~2 내에서만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하루에 8.1파운드 이상 출금되지 않는다. 버스도 하루 5.25파운드의 요금 상한이 있으며 Weekly Cap이라는 개념도 있다고 하나 그걸 체감할 만큼 대중교통을 그렇게 많이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기서 추가 할인을 받기 위해서 18+ Oyster Photocard와 16-25 Railcard를 모두 발급받아야 한다. Railcard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차 운임을 할인해주는 카드로 성인 운임의 2/3 운임만 내고서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준다. 물론 기차 탑승 시 반드시 레일카드를 들고 타야 한다. 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하며 이때 레일카드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는다. 레일카드의 할인 혜택은 지하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어서 Oyster Photocard(본인 확인 때문에 포토카드만 되는 것 같음)를 같이 들고 Liverpool Street 역 안내 센터 등에 가서 할인 적용을 해달라고 하면 Off-peak 요금이 2/3로 줄어든다. 피크타임은 6시 30분~9시 30분, 16시~19시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때는 할인 혜택을 못 받으니 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이지만 굉장히 길이 막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Off-peak에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Zone 1~2 내 이동 시 편도 요금이 2.8파운드에서 1.8파운드로 떨어진다. Railcard의 경우에는 디지털 카드로 발급받으면 바로 쓸 수 있으므로 디지털 카드 발급을 추천한다.
두 번째는 Meal Deal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의 슈퍼마켓인 Sainsbury’s Local, Tesco Express 등은 Meal Deal이라는 프로모션을 제공하는데 이는 식사(Main)+간식(Snack)+음료(Drink)를 동반 구매하면 가격을 특정 요금에 맞춰주는 것이다. Sainsbury’s는 3.5파운드, Tesco는 3.4파운드(단, 클럽카드 발급 필수, 앱스토어에서 앱 설치 후 무료 발급 가능), M&S는 5.5파운드에 맞춰주는 방식이다. 보통 샌드위치, 작은 감자칩, 콜라 정도 사는 것이 일반적이며 샌드위치 단품이 보통 3파운드 정도 하기 때문에 Meal Deal을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신기한 점은 콜라가 아주 비싼 편으로 500mL 단품으로 구매할 시 콜라 한 병에 1.5~2파운드 정도 한다. 탄산 애호가라면 Meal Deal을 이용하거나 아예 2L 콜라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마시는 것이 좋다.
온라인 쇼핑에 있어서는 학생용 Amazon Prime만한 것이 없다. 퀸메리 학생 이메일의 도메인을 이용하여 아마존 프라임을 가입하고 학생 인증을 받으면 6개월 동안 무료로 아마존 프라임의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으니 반드시 하도록 하자. 쿠팡 와우 회원처럼 무료로 빠르게 배송도 해주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만 제공하는 미드, 영드도 볼 수 있다. 반드시 가입하도록 하자.
한편 UNiDAYS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퀸메리 학생 이메일이 나오면 학교 도메인을 이용해서 UNiDAYS에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UNiDAYS는 여러 가지 업체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요금을 깎아주는 쿠폰, 바우처를 제공하며 그 범위가 아주 넓다. 교통, 전자제품, 화장품, 옷, 외식 등등 정말 다양해서 어떤 상점에 가기 전 유니데이즈에서 제공하는 바우처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이와 비슷하게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꼭 학생증과 유니데이즈 쿠폰을 들고 다니면서 상점에 들어가 혹시 학생 할인 안 되냐고 물어보자. 예상하지 못한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나의 지출을 평균화하자면,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하고 적당히 절약하며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생활할 경우 300만원~350만원 정도 든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파운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이 기조가 1년 이상 유지된다면 평균 한 달 생활비를 400까지도 봐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저 한 달 생활비에서 기숙사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통신과 금융
영국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통신과 금융이다. 특히 통신이 해결되어야 뭐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에 도착해서 최대한 빠르게 영국 전화번호를 개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뜰요금제를 제공하는 통신사인 Giffgaff와 Voxi가 있지만 나는 둘 다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통신망 자체가 너무 불안정해 여행을 갔을 때나 이동중일 때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대형 통신사인 EE, 3(Three), Vodafone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나는 EE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퀸메리 학교 정문에 있는 Sainsbury’s에서 EE 유심을 1파운드에 판매하니 사와서 바로 개통하고 영국 전화번호를 만들자. 월에 15파운드, 25GB 요금제를 사용했으며 PAY-GO 옵션을 선택하면 전화번호를 정지하고 싶을 때 바로 정지할 수 있다. 해외 여행 시에는 150으로 로밍하겠다는 문자를 보내면 1일 2.5파운드, 7일 10파운드에 로밍을 할 수 있다. Voxi의 경우 SNS 또는 유튜브 요금제가 존재해서 둘을 많이 이용할 경우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 되겠다.
통신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그 다음은 현지 은행 계좌를 뚫어야 하는데 Monzo가 좋다. 영국의 토스라고 생각하면 되고 몬조를 통해서 계좌를 개설할 때 주의할 점은 수입을 높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여기서 계좌 개설이 반려되면 계좌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고 하니 부풀려서 적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1년 수입이 5만 파운드 정도 된다고 작성했고 문제 없이 계좌가 발급되었다. 몬조 계좌 개설과 함께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데 이때 ApplePay에 바로 체크카드를 등록하여 실물 카드가 오기 전에도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 실물 카드 배송은 약 5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카드 배송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반송함을 찾아보거나 그래도 없다면 몬조 업체로 메일을 보면 될 것이다. 몬조 계좌에 돈을 넣기 위해서는 해외 송금 플랫폼인 ‘모인’을 이용하면 된다. 학교 이메일 도메인으로 인증하면 해외송금 수수료 5천원을 감면해주기도 하니 적극적으로 할인 혜택을 받고, 송금 계좌는 한 번 인증하면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게 등록하고 환율이 떨어졌을 때 많이 바꿔두길 권한다. 한 번 송금 한도는 600만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VIVA Platinum 국제학생증을 발급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 도착 직후 사용할 카드 한 장은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달까. 원래는 발급에 17,000원 정도 수수료가 들지만 수수료 감면 기간이 있으니 잘 보고 수수료를 받지 않을 때 신청하자. 얘는 또한 학생증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서 학생 대상 Concession을 받을 때 제시할 수도 있다.
2) 대형마트 및 생필품 쇼핑
영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트들이 존재한다. 우선 학교 안에는 The Village Shop이라는 학교 마트가 존재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시중 마트에 비해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학교 밖에는 캠퍼스 기준 서쪽에 존재하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인 Sainsbury’s와 Co-op이 있다. Sainsbury’s는 정문 바로 앞에 있고 밤 12시까지 운영을 해서 늦은 시간에 간단한 식료품들을 사러 갈 때 애용했고 Co-op은 가격이 좀 비싸서 잘 이용하진 않았다. 학교에서 계속 동쪽으로 가서 Stepney Green 역까지 도달하면 Tesco Express라는 편의점이 있는데 여기도 적당히 물건 사긴 편하고 시설이 깔끔해서 조금 멀어도 자주 갔다. 그리고 한국처럼 24시간 운영하는 마트는 학교 근처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으니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미리 미리 물건들을 사오는 것이 좋겠다. 공산품 구매로는 역시 Primark가 가성비가 좋다. 옷, 기타 잡화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Stratford Westfield에 입점해 있으니 한 번 가봐도 좋을 것 같다. 양말, 슬리퍼 등 싸게 사서 쓰고 버릴만한 것들을 사오기에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형 마트에는 Pixley Street 근처의 Lidl, Stepney Green 역 근처의 Asda Supermarket이 있고 둘 다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식료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나 Lidl의 경우에는 낮은 가격을 위해서 OEM이나 자체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 이외에도 Aldi라는 저가 마트가 있다고 하나 학교 근처에는 없어서 이용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아래에 영국 마트의 계급도?를 간략하게 나타내도록 하겠다:
(상) Morrisons, WHSmith, M&S >> Co-op, Tesco, Sainsbury’s > Asda > Lidl, Aldi (하)
3) 음식 및 식당
나는 미식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식사는 거의 기숙사 주방에서 해결했다. 가장 간단한 볶음밥, 파스타부터 시작해서 치킨도 튀겨 보았고 떡국, 동파육, 수제비 등 별 요리를 다 했는데 앞서 말했지만 물가 때문에 강제적으로 요리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재료들의 가격을 보면 요리하게 되는 음식이 정해지게 되기도 한다. 주로 파스타 계열이나 볶음밥 계열이 만들기도 쉽고 재료값도 저렴해서 많이 먹게 될 것이다. 나는 이틀에 한 번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해 먹었을 정도이다. 생고기 가격도 저렴해서 육류를 이용한 요리도 적극적으로 해서 먹었다.
한편 나는 일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일식은 재료 특성상 내가 직접 요리를 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런던에는 Wasabi, Itsu 등 일본식 즉석식품 프랜차이즈가 많은데 얘네들은 마감 30분 전에 반값 세일을 하기 때문에 밤 늦은 시간에 가서 구매하여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이러면 일본식 벤또, 스시 세트 한 팩이 7~8천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다. 학교에서 Mile End 역 쪽으로 가면 KFC와 Subway가, Stepney Green 역 쪽으로 가면 비(非)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 많이 있다. 이런 가게들도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니 지나다니면서 할인 가격을 제공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가끔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런던교 근처의 Borough Market이라는 신선 시장을 가는 것도 방법이다. 버러마켓의 시그니처 음식인 딸기초코, 시장 한 가운데에서 줄 서서 먹는 Bomba Paella, 치즈가 많이 올려진 돼지고기 샌드위치인 Black Pig 등 유명한 가게들이 많으며 무엇보다도 맛있는 것은 굴이다. 시장 한 가운데에 있는 Oyster Bar는 비싸고 바깥쪽에 Richard Haward’s Oyster라는 가게가 다소 저렴하게 굴을 판매한다. Small(이지만 전혀 작지 않다) 6마리에 8파운드 가격으로 판매하니 한 번쯤 가서 먹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펍은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학교 근처에 2~3개 정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Regent’s Canal 옆의 Cherry, 학교 정문 앞의 The Bancroft Arms, 그리고 Stepney Green 근처의 The Half Moon 정도였고 특히 The Half Moon은 해가 떨어지고 나면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하다. The Bancroft Arms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 TV로 축구를 틀어주는데 오래되신 열성 팬 분들이 유니폼을 입고 오시기도 하며 영국의 응원 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다.
4) 체육 시설
학교 내에 Qmotion이라는 헬스장이 있다. 학생의 경우 Peak 요금과 Off-peak 요금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 월 23파운드, 후자의 경우 월 15파운드 정도로 굉장히 저렴하다. Peak 회원은 7시~22시에 이용할 수 있고 Off-peak 회원은 7시~15시만 이용 가능하니 저녁 운동을 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면 전자가 낫다. 주말 및 공휴일에는 11시에 열고 17시에 닫으니 저녁에 가면 문이 잠겨 있는 헬스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저녁 8시가 넘어서 간다면 학교 후문을 이용하지 못하므로 정문으로 가야 해서 가는 길이 귀찮다.
Qmotion의 머신들은 그냥 저냥 쓸만한 수준이고 종류도 있을 건 다 있는 정도이다. 프리웨이트 존의 파워랙이 4개, (사선) 스미스 머신이 1개이며 Performance Studio라고 머신 존에서 뒷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추가 공간까지 합치면 총 파워랙이 8개이다. 벤치는 3개 있다. 하지만 피크타임에 가면 그 랙과 벤치들이 가득 차서 심지어는 한 벤치를 3명이서 번갈아가며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과 다르게 기구를 쓰고 있는 사람들한테 가서 같이 써도 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허다하고 애초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벤치, 랫풀다운 등 인기 있는 운동 기구들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덤벨도 4kg부터 50kg까지 2kg 단위로 모두 있으니 중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Female Gym이라고 여성 전용 운동 공간도 있다. 학교 밖에 있는 사설 헬스장을 이용해도 되는데 가격은 좀 더 비쌀 것이다.
이외에는 Mile End 공원에 수영장이 있고, Aldgate 역 앞에 City Bouldering이라고 실내 암벽장이 있는데 신입 회원의 경우 2주간 무제한권을 30파운드에 판매하니 이 기회에 클라이밍에 입문해봐도 좋다. 신축이라 시설도 깔끔하고 일정 기간을 두고 문제도 바꿔서 푸는 재미가 있었다. Stratford에 새로운 체인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니 24학년도 2학기 이후 파견되실 분들은 그 지점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벽화는 한 번 대여에 4파운드이고 짐초크는 3파운드로 꽤나 비싸니 장비가 있는 분들은 한국에서 본인들의 것을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또 런던 마라톤이나 자전거 행사 등도 간헐적으로 있어서 참가해봐도 좋을 듯하다.
보충제의 경우에는 Holland & Barrett이라는 상점에서 구매하거나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면 된다. Holland & Barrett은 건강식품 판매점으로 모노크레아틴, 부스터, 프로틴 등 여러 제품들을 판매하며 가끔씩 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3월 초중순 Mother’s Day 프로모션에 크레아틴을 반값에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5) 의료
크게 아픈 적은 없었어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적은 없었으나 학교에 도착해서 학생증을 수령할 때 직원이 NHS 등록 방법을 알려준다. 양식에 맞게 서류를 작성해서 지리학과 건물 옆에 있는 보건실?에 제출하면 NH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NHS가 국영 의료인 데다가 요즘 상태가 썩 좋진 않은 만큼 우리나라에서처럼 감기에 걸리거나 발목을 삐었다는 이유로 병원을 갔다간 아주 오랜 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 경우들은 모두 집에서 치료해야 하며 영국 약의 약효가 센 편이기 때문에 약만 먹고도 금방 나았다고 경험자들로부터 들었다. 그래도 사람이 아픈 상황에서 나가서 약을 사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약을 준비해오는 것도 좋고 특히 원래 처방받아서 먹는 약이 있다면 많이 쟁여두길 바란다.
감기약 등 상비약들은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며 대충 6~7파운드로 가격이 센 편이었다. 기숙사 근처에 있는 The Village Shop이라는 학생 마트에서는 3~4파운드대의 가격에 약을 판매하니 약은 학생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6) 한인 마트
학교 캠퍼스에서 나와 Stepney Green 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快易行Shop&Go라는 중국 마트가 있고 거기에서 한국 식품들도 많이 팔고 있다. 또 런던 도심 Tottenham Court Road ~ Leicester Square 구간에는 차이나타운이 조성되어 있고 그 사이에 여러 한인 마트 체인점들이 끼어 있다. 그 이외에도 구글맵에서 서울플라자, 오세요 등을 검색해보면 런던 각지에 체인점들이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라면이나 고추장, 쌈장 등 한국 특유의 식품들을 구매하러 갔으며 가격은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 비해 꽤 비쌌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가게 별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이 달라 원하는 특정한 제품이 있을 경우 여러 가게들을 돌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러 체인점들을 돌면서 정말 못 구한 제품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기억 나는 건 사골 육수 뿐이다.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 코인 육수 같은 것으로 준비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한식이 생각날 때 가끔씩 방문했으며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몬조 애플페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실물 카드를 챙겨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다.
7) 기타
남학생들의 경우 이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6개월 간의 생활 동안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나와 Mile End 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Salon de Coiffure라는 미용실이 있는데 남성 커트가 25파운드로 꽤나 비싸다. 그냥저냥 동네 미용실 정도 느낌을 생각하고 가면 된다. 그리고 그 미용실은 현금만 받기 때문에 이용할 생각이 있으면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Cambridge로 여행을 갔을 때 이발을 했었는데 대학 도시라서 학생 할인이 잘 되어 있었던 점이 좋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발 후 샴푸는 포함되지 않는다.
가구나 주방 용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IKEA를 가는 것이 좋다. 침구, 조리 도구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나는 IKEA에서 구매한 샤워 호스를 필터 샤워기와 연결하여 잘 사용했다. En-suite 옵션 방 화장실에 제공되는 빌트인 샤워기는 천장에 샤워기만 띡 매달려 있는 방식이라 필터 샤워기를 설치하기가 곤란했는데, IKEA에서 저렴하게 샤워 호스를 구매해서 설치할 수 있었다. 덕분에 화장실 청소도 쉬워졌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1) 스포츠 직관
영국은 연극, 뮤지컬로 굉장히 유명하다고 하지만 나는 사실 그런 쪽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남자들의 로망들 중 하나인 EPL 직관을 꿈꾸고 영국으로 왔을 정도인 나는 런던에 있는 동안 여러 EPL의 경기들을 직관했다. 런던에는 북부의 토트넘과 아스널, 동부의 웨스트햄, 서부의 첼시와 남부의 크리스탈 팰리스 등 여러 클럽들이 위치해 있어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좋으며 단순히 EPL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목표이신 분들께는 웨스트햄 경기 직관을 추천한다.
우선 토트넘의 홈 구장은 런던 지상철 White Hart Lane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며 지어진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구장인 만큼 시설도 깨끗하고 잘 되어 있다. 다만 토트넘은 EPL 클럽들 중에서도 티켓값이 가장 비싸고 공홈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멤버십에 필수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나 이 멤버십은 시기를 잘 맞추면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데 1월 초중순에 토트넘 홈페이지에 들어가본다면 멤버십 세일 판매를 하는 코드를 안내하고 있을 것이다. 티켓 구매는 홈페이지의 eTicketing 사이트에서 언제부터 가능한지 안내하고 있고 설령 제때 티켓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Resale 티켓을 구할 수 있다.
웨스트햄은 학교 근처 Stratford 역 서쪽에 있는 London Stadium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구단으로 학교와 가깝기 때문에 응원하는 클럽과 관계 없이 직관을 자주 가고 싶다 하는 경우 추천을 한다. 티켓값도 토트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멤버십 강매도 하지 않는다. 이쪽도 신축된 구장인 만큼 경기장 내 시설이 깔끔하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학교 앞에서 339번 버스를 타거나 Mile End 역에서 전철을 타고 Stratford 역에서 내려서 갈 수 있다. 그리고 웨스트햄 서포터들은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들인지라 런던 더비가 있는 날에 타 팀 유니폼을 입고 홈 팀 서포터석에 앉아있는 것은 매우 추천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Wembley Stadium, London Stadium은 A매치 경기나 특별한 이벤트 매치를 진행하기도 한다. 각 이벤트들에 대해서는 경기장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을 것이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인근 버스 정류장, 기차역이 폐쇄되곤 한다. 이는 경기 관람을 위해 6만여 명의 사람이 모이므로 그들을 잘 통제하기 위함인데 경기가 끝나고 퇴장할 때 직원들이 안내를 해주니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면 금방 열차를 탈 수 있다. 괜히 머리 써서 한 정거장, 역 앞으로 이동했다가 폐쇄된 역을 보고 돌아오는 일은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2) 여행 – 교통수단 편
영국에 있는 동안 나는 국내 여행을 집중적으로 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옥스브릿지, 바스, 브리스톨, 그리고 스코틀랜드 등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영국이라는 나라가 섬에 있다는 점에서 섬 밖으로의 이동이 썩 편하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리미리 예약한다면 기차가 최고의 교통 수단이다. Trainline이라는 대행사를 통해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앞서 이야기했던 Railcard를 이용하면 2/3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앱에서 레일카드 옵션을 달고 예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으며 최소 한 달 이상은 남겨두고 예매해야 이득이다. 여행 일자에 인접해서 예매를 하려고 앱을 켜면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앱에는 애플 페이와 연동되어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카드를 걸어 놓으면 결제를 편하게 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의 기차 티켓 가격은 꽤나 비싼 편이라 짐이 많지 않다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므로 잘 비교해보고 상황에 맞는 교통 수단을 고르자.
버스의 경우 돈을 절약해야 하거나 여행에 임박해서 예매를 할 때 장점을 발휘한다. 주로 Victoria Coach Station에서 시종착하는 고속버스를 타게 될 것이며 학교 근처의 Stratford Bus Station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영국 국내 고속버스는 National Express라는 업체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National Express 공홈에서 예매가 가능하며 유니데이즈에서 15% 학생 할인 바우처를 제공하니 적극 활용하자. 또한 Stratford에서는 프랑스 파리로 가는 국제 고속버스인 Flixbus를 탈 수도 있는데, 나름의 묘미도 있지만 시간이 9시간 반이나 걸리고 출입국 심사도 대면으로 해야 하기에 귀찮은 부분 역시 있다. 그렇지만 야간 버스를 타고 도버항에 가서 카페리를 타는 경험은 색다른 경험이니 한 번쯤 해볼 만하다. Filxbus도 유니데이즈에서 학생 할인 바우처를 제공한다. 추가로 영국은 지방 거점 도시들에도 시내 버스가 잘 되어 있으며 도시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2파운드 정도의 편도 요금을 받는다. 버스 업체의 앱을 설치하여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해도 되고, 아니면 버스에 타서 컨택리스로 요금을 결제할 수도 있다.
비행기의 경우 브리튼 섬 밖으로 나갈 때나 스코틀랜드 등 국내에서도 먼 곳으로 이동할 때 주로 이용할 것이고 웬만한 경우 비용 절약을 위해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저가 항공사에는 Ryanair, Easyjet 등이 있으며 이들은 런던 시내에 있는 Heathrow에 잘 취항하지 않고 런던 밖의 Luton이나 Stansted, Gatwick 등 다른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삼고 있으니 거기까지 이동하기 위해 또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야 한다는 귀찮은 점이 있다. 항공 티켓은 위탁 수하물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가격 차이가 크며 또 출발에 임박할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기내 반입용 소형 가방은 엄격하게 규격 검사를 하지는 않으나 불시에 항공사 직원이 규격 검사 박스를 가져와서 검사하기도 한다. 이때 박스에 가방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벌금을 꽤 세게 물린다(70파운드 정도). 아마존 프라임에서 항공사별 규격에 맞는 가방을 검색하면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니 그중에서 구매하면 된다. Easyjet은 모바일 체크인 후 전자 티켓을 받는 것이 가능하여 게이트 통과가 아주 쉬우나 Ryanair는 모바일 체크인을 하고서도 공항에서 직접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다시 지류 티켓을 받아야 하는 점이 귀찮다. Vueling의 경우에는 아예 모바일 체크인이 되지 않으니 참고해두는 것이 좋겠다.
영국 대중 교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고 없는 Cancel과 Diversion이다. 기차역에서 전광판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타야 할 기차에 'Cancelled'를 띄우거나, 시내 버스가 갑자기 가던 길을 바꾸어 엉뚱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만큼 당황스러운 순간이 없다. Diversion의 경우에는 런던교통공사 공식 앱인 ‘TfL GO’에서 안내를 하고 있으니 앱스토어에서 다운받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런던 내에서는 TfL GO가 대중교통 길 안내에 있어서 가장 정확했었다. 비행기의 경우에는 연착이 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30~50분 정도 연착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가야 좀 낫다.
3) 여행 – 숙박 편
여행 숙박은 Agoda와 Booking.com을 주로 이용했다. 숙박비 지출은 사람 수가 아예 적거나 아예 많으면 이득이 되는 구조로 2~3명의 여행이 가장 돈이 많이 깨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숙박이 필요한 여행에 있어서는 혼자 여행만을 했는데 그렇게 되면 혼성 도미토리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1박에 4~5만원대 숙소들이 가장 많고, 저렴하면 3~4만원대의 숙소들도 찾을 수 있으며 4만원 정도에 도심에 위치한 숙소라면 정말 가성비 괜찮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아고다나 부킹닷컴에서는 가격을 두 가지 옵션으로 제공하는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면 변경 가능 옵션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장바구니에 넣어둔 뒤 한 동안 결제를 안 하면 가격이 떨어지기도 하니 이 방법도 참고를 해볼만하다. 4인 이상의 경우 차라리 Airbnb로 숙소를 빌리는 것이 좋다고 하나 내가 해보지는 않아서 실제 사용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리고 특정 도시들의 경우 숙박 일수에 비례하여 City Tax를 떼기도 하니 아고다에서 확인한 가격에 비해 돈이 더 드는 경우도 많다.
혼성 도미토리의 경우 8인 1실, 많게는 40인 1실의 방을 이용하게 되며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은 수건, 최소한의 세면 도구, 슬리퍼 정도였다. 수건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에서 꽤 비싼 요금을 받고 대여해주니 꼭 챙겨가도록 하고 업체에 따라 헤어 드라이어는 물론 샴푸와 비누까지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으니 세면 도구 역시 반드시 챙겨두자. 이때 세면 도구들을 기내 반입 배낭에 가지고 비행기를 탈 경우 공항에서 제공하는 소형 비닐팩에 그것들이(액체류) 모두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이소에서 작은 공병들을 몇 개 사와서 샴푸나 샤워젤을 소분해두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럼에도 제공되는 비닐팩이 작기 때문에 너무 많이 챙기는 것은 좋지 않다. 슬리퍼의 경우 도미토리가 기본적으로 공용 욕실을 제공하기 때문인데, 바닥 상태가 깨끗하지 않으므로 슬리퍼 한 켤레를 챙겨가면 위생적인 측면에서 좀 낫다. 그리고 도미토리인 만큼 개인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제공되는데 그렇기에 자물쇠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다이얼보다는 열쇠를 이용하는 자물쇠가 좋으며 Mile End 역 앞에 Post Office에서 자물쇠를 파니 2개 정도 사가면 좋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를 운영하는 업체도 있으니 혼성 도미토리 이용이 꺼림칙한 여학우들의 경우 이용을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한편 호스텔은 1층에 펍을 같이 운영하기도 한다. 날에 따라 다르겠지만 펍에서 행사를 하기도 하니 펍에 가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다.
4) 시내 외출
나는 천성적으로 가만히 있지를 못해 일정이 없는 날이면 시내로 자주 나가서 길거리를 활보하거나 공원에 앉아서 쉬기도 했다. 주로 Borough Market이나 Piccadilly Circus를 많이 갔으며 Hyde Park에서 Knightsbridge, South Kensington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런던의 부유함의 정수를 보여주어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영국에는 좋은 공원들이 많은데 학교 근처의 Victoria Park, Greenwich Park, 런던 중심부의 Hyde Park나 The Regent’s Park, 런던 남서부 외곽의 Richmond Park 등을 가보았다. 영국 공원들은 잔디가 아주 잘 관리되며 자유롭게 잔디밭에 들어가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런던에 며칠 없는, 비가 안 오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사람들이 공원 풀밭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리치몬드 공원은 가는 건 좀 어렵지만 방목해서 기르는 사슴들을 볼 수 있으니 가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5) 대형 쇼핑몰
영국에서만 파는 제품들, 혹은 영국에서 구매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기 위해 런던에서 쇼핑을 할 텐데 대표적으로 Westfield라는 쇼핑몰이 있다. 학교 근처의 Stratford 지점과 런던 정 반대편의 White City 지점이 있고 규모는 White City 지점이 더 크다. 이외에 Battersea Power Station이라는 과거 화력 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쇼핑 복합 공간도 있으며 Canary Wharf의 지하 상가도 있다. Oxford Road ~ Bond Street 도심을 다니다 보면 Selfridges라는 백화점과 Hamley's라는 장난감 백화점도 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학교 캠퍼스가 위치한 동런던은 앞서 말한 것처럼 썩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다. 길을 가다 보면 어디든 노숙자들이나 부랑자들이 보이며 Aldgate East 역부터 Stepney Green 역까지는 밤이 되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좀 음침한 느낌이고 대로변에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니 큰 길로만 다니기를 추천한다. 영국에서는 밤 늦은 시간에 공원을 가는 것도 좋지 않다.
그리고 소매치기로 유명한 곳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런던은 소매치기 문제가 심각하지 않으나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이 세 나라가 심하니 경계를 풀어선 안 된다. 한국에서 가방 자물쇠나 휴대폰 스트랩, 여권 사본과 사진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고 예비 휴대폰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영국 현지에서의 휴대폰 구매가 꽤 비싼 편이다. 그리고 치안 자체가 좀 안 좋은 곳도 있는데 파리 북역, 마르세유 구시가지 근처는 내가 경험했던 장소들 중 무섭다고 느낀 몇 안 되는 곳들 중 하나이다. 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숙소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부랑자들과 그들의 위협적인 체구와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풍경을 찍는 나에게 소리치며 이리 와보라는 손짓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었다. 그들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길에 나타나니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에서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
내가 가장 불쾌했고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은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대마초를 태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남녀노소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는 길에서, 학교 캠퍼스 내부에서도 대마초를 태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밤길을 혼자 다니면 약을 권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 부분을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겠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여행을 갈 때에는 오프라인 지도를 좀 다운을 받아두거나 여행지의 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이 갑자기 안 되는 경우가 꽤나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를 대비하여 나는 항상 휴대폰 지도에 오프라인 지도를 저장해두곤 했다. 호스텔에서 나누어주는 지도를 챙기기도 했고 말이다. 타지에서 길을 잃는 것에 대해 극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인지라 자연스레 생긴 습관 중 하나이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기간에 국내에서 선거가 있는 경우 중앙선거관리본부에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고, 영국 대사관에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영국 대사관은 지하철 District 선의 St James Park 역 근처에 있으며 투표가 있는 날이면 대사관 건물 0층 외벽에 투표소 안내 문구를 붙어 있을 것이니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또 여행 중 여권 분실 등의 문제가 생겨도 대사관을 찾아가야 하니 각국의 대사관 위치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교환학생 파견 기간 동안 해외에서 보내는 여섯 달, 모든 일상이 나는 신선하고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출국 전 ‘나는 교환학생 신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으며 교환학생 생활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여러 여행지도 방문하고, 외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도 경험해보고, 또 앞으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어보고도 싶었다.
영국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생활하는 도시인 만큼 별별 에피소드가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를 볼 수 있는 사건도 있었고,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기행을 뛰어넘는 승객들도 있었고,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 클럽을 향해 때로는 공격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응원하는 축구 응원 문화도 볼 수 있었다.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그런 훈훈한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관광지에서 눈탱이를 맞은 적도 있었다. 뭐 이제는 다 끝나가는 과정이니까 담담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힘든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며 정신적으로 심하게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교환학생 생활의 목적이었던 영어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말하고 신문을 보고 일상에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우선시되는 삶을 사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라면 강제성이 없었을 것이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인데, 어쩌다 보니 정말 영어가, 특히 읽기와 쓰기 부분에서 많이 는 것도 같다. 굳이 멋있는 말로 포장을 해보자면 영어 공부의 당위성을 깨달을 수 있었달까. 그것만으로도 이번 교환학생 시간은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며 사후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퀸메리로 파견될 분들을 위해 내가 경험했던 일들, 유용한 정보들을 알려주며 그들이 퀸메리와 런던에서의 생활을 더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 런던에 처음 도착해서는 알기 어렵거나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담고자 노력했으니 후에 파견될 학우 분들은 내 수기와 다른 기 파견자들의 수기들을 총체적으로, 그리고 본인의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활용하면 좋겠다. 그대들은 나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기에, 내게 아쉬움과 물음표를 남겼던 부분들을 걱정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점만 가득한 6개월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교환학생 생활 전반에 있어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신 국제협력본부와 단과대학 선생님들, 퀸메리의 모든 관계자 분들, 한국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들, 영국에 와서 새롭게 사귄 친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질적, 정신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보내준 가족에게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