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었기에, 대학 진학 후 한국이라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것이 익숙해져 새롭고 도전적인 환경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스누인 EU 프로그램을 통해 루벤 대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며 수업을 들어본 것을 계기로 조금 더 오랜 기간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 수학하며 생활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어 교환학생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이전부터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유럽 지역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다면 지내보게 될 것 같았고,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유럽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교환학생 지원에 큰 영향을 주었던 스누인 EU 이후 유럽 지역 자체에 관심이 많아져 6개월 정도 거주하며 지내보고 싶어 유럽 지역 대학들로 후보를 좁혔습니다.
또, 저는 언어를 고려해 유럽 중에서도 UCL을 1순위로 지원했습니다. 물론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파견 지역과 무관하게 영어로 수업을 수강하게 되겠지만, 생활 전반을 고려했을 때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이다 보니 영어권 유럽 국가인 영국, 그 중에서도 중심도시인 런던에 위치한 대학들로 지원했습니다. 동시에 UCL의 경우 세계 대학 랭킹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수의 대학이라는 평가를 듣고 UCL 학생들, 교수님들과 수업을 듣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런던은 의외로 서울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템스강이 중심부에 흐르고 있고, 뮤지컬이나 공연/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적합하고, 마치 서울도 북촌과 강남과 같이 특색 있는 지역이 있는 것처럼 런던 안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교환학생 기간 동안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 만큼이나 런던 자체를 탐방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UCL은 ‘London’s global college’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중국을 비롯한 국제 학생들이 굉장히 많은 학교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한 수업의 경우 2시간 혹은 1시간 정도의 강의와 1시간 정도의 10명 내외의 소규모 세미나로 이루어져 있어 수업을 따라가고 공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 캠퍼스가 런던의 중심(소호까지 걸어서 20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런던 도시 자체를 즐기기에 매우 좋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의 경우 최대 6개월까지 비자 없이 체류 가능하기 때문에 교환학생 준비 과정에서 따로 비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UCL 교환학생 지원 기간이 지나 전산처리가 완료되면 학교 측에서 기숙사를 지원할 수 있는 사이트와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메일을 보내줍니다. 학생이 최대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비용을 설정해두면 학교 측에서 버젯을 고려해 기숙사를 배정해줍니다. 만약 학교 측에서 제안한 기숙사가 아닌 다른 기숙사로 배정받고 싶다면 다시 메일을 보내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측이 답변이 빠르고 교환학생의 경우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학생의 경우 따로 파견교에 지불해야 할 tuition fee는 없기 때문에 기숙사 비용만 지불해야 했습니다. 다만 기숙사의 경우 방 옵션에 따라 주당 140파운드 ~ 300 파운드 이상까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소 오래된 건물 + 룸메이트와 함께 사용하는 방 + 공용주방/공용 화장실’의 경우 주당 144파운드 정도, ‘신식 건물 + small single room + 공용주방/공용 화장실’의 경우 주당 240 파운드 정도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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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자세한 수강신청 방법과 수강 가능한 BASc과목 리스트를 학교 측에서 메일로 알려줍니다. BASc 전공의 경우 수강 가능한 전체 4과목 중 2과목은 BASc 전공 수업으로 채워야 하고, 나머지 2과목은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학교 측에서 보내준 리스트 이외에 직접 수강신청 사이트에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들을 검색하고 담당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수강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수강신청 기간이 지나더라도 실제로 개강 이후 2-3주까지는 수강 변경이 가능하니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고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Quantitative Method and Mathematical Thinking (BASc 전공)
간단한 파이썬 코딩과 양적연구방법을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수학과 수업이라 강의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걱정했지만, 걱정과 달리 교수님께서 수학적 지식보다는 연구 방법, 연구 질문에 초점을 맞춰 강의를 진행하셨고 세미나에서도 일대일로 튜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Introduction Into Politics (BASc 전공)
홉스, 로크, 루소의 정치학 고전 텍스트를 직접 읽고 이해하는 수업입니다. 난이도가 높지 않으니 고전 텍스트들을 읽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이 과목을 통해 텍스트를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연계전공 정치경제철학 인정과목인 ‘국제정치경제학’과 같은 내용의 과목입니다. 한 시간 강의와 한 시간 세미나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의에서는 이론을 세미나에서는 이론을 현실사례에 적용해보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다만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해주시는 정보의 밀도가 높지 않고 수업 자체도 리딩을 각자 해왔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을 잘 따라가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면 따로 리딩 자료를 읽어가야 합니다. 교수님께서 최근 국제정치학계 이슈와 이론에서 중요한 점을 잘 짚어주시기 때문에 얻어가는 부분이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Welfare Politics
복지국가와 복지제도에 관한 과목입니다. 개별 복지정책 프로그램보다는 전반적인 복지국가 체제에 강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retrenchment of welfare regime, election and welfare policy 처럼 최근 이슈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 세미나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는 국가의 특정한 복지 제도에 대해 발표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수업 후반부에는 기말 과제인 research paper을 위해 연구 질문을 던지는 방법부터 복지국가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프레임을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학습 방법
수업 시간이 최대 2시간인 만큼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이론을 처음부터 설명해주시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 시간 외에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그리고 개별 리딩을 통해 수업을 따라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수업 시간에 만난 친구들과 과제를 같이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필요한 경우 얼마든지 교수님 office hour을 예약해 질문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국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중국식 영어 등 UCL 수업에서는 다양한 발음의 영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언어의 속도와 발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익숙해지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말하기 부끄러워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이야기하거나 발음이 잘못되었을까 걱정하느라 말하기를 망설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어는 결국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상대방이 잘 이해했는지, 내 의도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에 집중해 이야기하다 보면 언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한 학기동안 외국 생활 자체 뿐만 아니라 UCL에서 수강한 수업들, UCL이라는 학문 공동체의 분위기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고, 진로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UCL로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이 관심있는 분야의 흥미로운 수업을 통해 학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런던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우산이 있으면 좋습니다! 또 보조배터리와 여행용 세면용품(린스, 샴푸 등)을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기본적인 상비약도 챙겨두면 좋습니다.
주방용품, 욕실용품, 침구류 등을 비롯한 생활용품은 소호 쪽에 위치한 ‘Primark’에서 오프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아마존/테무에서 미리 기숙사로 배송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옷, 신발의 경우 소호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바람을 고려해 모자 달린 옷, 그리고 추운 날씨 (1학기 파견의 경우)를 고려한 따뜻한 외투가 있으면 좋습니다. 온도 자체가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이 오는 날씨는 아니지만, 낮은 온도에서 비바람이 불다 보니 3월까지는 목도리나 코트가 적합한 날씨였습니다.
필요한 경우 햇반이나 라면과 같은 한식을 챙겨오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런던에 한인마트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구매할 수 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은 외식 물가가 비싸지만, 마트 물가는 파운드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한국보다도 저렴한 편입니다. 외식을 하게 된다면 한 사람당 적어도 2만원 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트 물가, 그리고 생활용품 물가는 저렴한 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카드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최근 ‘tap and pay’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 시 버스에서 카드를 태그해 지불하는 방식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옵션이 가능한 카드를 소지하는게 편리합니다. 또한 현금을 사용할 일은 생각보다 없어서 많이 환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파견 전 학기 중에 낮은 환율에서 파운드를 조금씩 환전해 트레블월렛 카드에 담아두고 사용했습니다!
* 통신
저는 영국 현지 통신사인 Three에서 ‘pay as you go’ 요금제를 사용했습니다. 매달 결제해 유심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한 달에 ‘35GB + 유럽/미주 로밍’ 옵션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Three의 이 요금제가 유럽/미주 로밍을 포함하고 있어서 여행하는 데에 따로 로밍을 신청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런던에서도 충분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교통
런던 도심은 지하철과 버스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신용카드로 그때그때 태그하고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다만 대중교통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고, 대부분 걸어가는 시간과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다르지 않아 사실 걸어 다녔던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식당
영국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이 있지만..! 런던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이다보니 아무래도 맛집이 많습니다. 영국 음식 중에서는 fish and chips보다는 Sunday roast가 맛있었고, 인도 커리가 유명하니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의료
영국은 NHS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GP를 등록하고 예약을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저는 한국에서 챙겨온 약(감기약 등)을 활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UCL의 학제가 9월에 시작해 다음해 6월에 끝나고, 1-6월에는 사실상 10주 정도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기에는 학기가 너무 짧아 따로 동아리 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의 경우 2월 즈음에 있는 일주일 간의 reading week, 3월에 있는 한 달 간의 March break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5-6월에도 시험이 없을 때에는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시험이나 과제 마감 일정을 미리 확인해두고 여행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더불어 런던에서 미국 동부까지는 7시간 정도 걸리고 비행기 가격이 합리적이니, 유럽 지역 뿐만 아니라 미국 동부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은 새벽에 걸어 다녀도 학교 근처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늦은 밤에는 혼자 이동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기숙사를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이 될 것 같아 괜찮았던 기숙사를 추천합니다.
: Langton Close (오래된 건물이지만 가격이 합리적임, small single room), Astor College (학교/소호 근처로 위치가 매우 좋고 새 건물, small single room)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경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에 정착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생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마주해야 했고, 국적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늘 어느 정도는 긴장한 상태로 지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환학생 시기가 대학 4년 중 전반부 2년을 마치고 떠난 제게는 중요하고 필요했던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동안 진로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전과는 달라진 점이 많아졌고, 이제 제게는 앞으로 남은 2년의 대학 생활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처럼 ‘교환학생’은 여행을 가거나 대학 졸업 이후 외국 생활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적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꼭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