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2학년을 마치고 한동안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내기 시절의 설렘은 사라지고 반복된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 새로운 것에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휴학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던 중, 부모님께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교환 학생을 다녀온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값진 경험이라며 다녀오는 것을 추천하고, 마침 저 또한 영미권에서 생활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이를 기회 삼아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미국 North Carolina 주의 NC State University에 파견되었습니다. 제가 파견 지역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세 가지는 날씨, 인구밀집도, 그리고 치안이었습니다. 제 파견 기간은 겨울에서 봄 사이인 1~5월이었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상 따뜻한 남부 지역이 1차적인 고려 대상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고려했던 건 인구 밀집도였는데, 저는 서울과 같이 화려하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한적한 주를 후보로 추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고려한 건 치안이었는데, 조사 결과 NC가 후보 중 가장 범죄율이 낮고 교육 수준이 높은 주라는 것을 알게 되어 North Carolina를 파견 지역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North Carolina는 미국 남부의 주로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그리고 테네시와 접하고 있습니다. 주도는 Raleigh이며 제가 파견된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역시 이 곳에 위치합니다.
NC는 여유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주입니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느긋하며, Southern hospitality, 즉 남부의 환대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날씨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지만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저처럼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들께서는 패딩을 제외하고도 후리스 정도 두께의 외투를 여러벌 챙겨가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패딩을 입기엔 덥지만 맨투맨 한 장 입기엔 쌀쌀한 날씨가 꽤 오래 지속되어요. 짧은 겨울, 긴 환절기 끝에는 짧은 봄이 오고, 봄 기운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여름이 옵니다. 4월부터는 정말 순식간에 훅 더워지니 여름 옷 또한 넉넉하게 챙겨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반적으로 도시가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노래방, 카지노, 바, 클럽 같은 유흥 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시내인 Downtown마저도 속된 말로 별 거 없습니다. 저는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바쁘고 화려한 미국 생활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아요. 물가는 뉴욕, 워싱턴 DC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 자체의 물가가 높기 때문에 모든 물건과 서비스가 서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NC State University는 Raleigh에 위치한 NC의 주립 대학교입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 일부 교수님들까지, 구성원 모두가 스포츠에 매우 진심인데,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한 날에는 구내 식당에 특별 축하 메뉴가 나올 정도입니다. 체육관 시설 역시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데, 4층짜리 체육관에 헬스장, 수영장, 탁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요가실, 태권도실 등 각종 운동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모든 시설은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요가, 에어로빅, 명상 클래스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학교 부지가 굉장히 넓은데, 서울대 캠퍼스의 두 배에 달합니다. 기숙사에서 교실로, 교실에서 다음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많이 걸어다녀야 하지만 경사진 우리 학교 부지와는 달리 평지가 주를 이루어서 Alexander 기숙사 동에 거주하실 경우 의외로 등하교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학교에 지원하고 나서 입학 허가가 나면 NC State 교환학생 사무실 측에서 비자 신청 안내 메일이 오는데, 주의 깊게 읽어보시고 그대로 따라하시면 큰 어려움은 없으실 겁니다. 다만 비자 인터뷰 예약은 되도록 일찍 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성수기에는 인터뷰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 순서가 밀릴 수도 있고, 만에 하나 인터뷰가 잘못 되어 재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발급 및 수령까지도 시간이 걸리니 시간이 넉넉하실 때 빨리 해치워 버리시는 편이 마음이 편하실 거예요.
2. 숙소 지원 방법
비자 신청과 마찬가지로 학교 측에서 안내 메일이 오는데 꼼꼼하게 읽어보시고 기숙사 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Alexander의 경우에는 경쟁률이 높으니 가급적 빨리 신청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저와 친구들이 각 기숙사에서 거주하면서 느낀 기숙사별 장단점입니다.
Alexander: global village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말 다양한 국적의 거주자들이 모이는 기숙사입니다. 학생회관 역할을 하는 talley에서도 정말 가깝고 학교 근처 상가까지의 거리도 멀지 않아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지하에 주방과 세탁실, 자판기, 탁구대 등의 시설이 있는데 요리 좋아하는 친구들은 거기서 요리나 베이킹도 종종 하더라고요. (저는 주로 다이닝홀을 이용해서 지하는 친구들이랑 모일 일이 있을 때에만 갔습니다) 위치나 시설이 좋은 만큼 경쟁률이 높습니다. 다만 화장실이 방 바깥에 있어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2층 침대에서 내려와 복도까지 나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불편합니다.
Turlington: Alexander 바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까운 만큼 Alexander랑 비슷한 점이 많은데 alexander에 비해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이나 교환학생들의 수가 적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Bragaw: fountain dining hall 바로 옆에 위치한 기숙사입니다. fountain dining hall를 많이 이용하시는 분들께는 좋을 수 있지만 강의실이나 체육관, 학생회관으로부터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어서 dining hall 이용 안 하시는 분들께는 크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Wood: 체육관 근처에 위치한 기숙사입니다. 긴 복도가 있고 복도 양쪽에 방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Alexander 와 달리 하나의 집 안에 몇 개의 방과 공용공간,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 구조입니다. 주방이 지하에만 있는 alexander와 달리 두 개의 층당 하나씩 주방 및 공용 공간이 있어 주방 이용이 비교적 편리합니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어서 5층에 배정되면 매일 계단을 엄청나게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IV.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들었던 과목 중 추천드리고 싶은 과목은 Interpersonal communication (COM 112) 입니다. 인간관계에 관한 각종 이론과 교양 수준의 심리학, 소통 방식 분석 등의 내용을 다루는데 난이도도 높지 않고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누구나 재밌게 들을 만 합니다. 시험은 교재를 한 번만 정독해도 무난하게 풀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상시 과제 역시 적당한 성의만 보이면 손쉽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는 이런 인간관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강의가 드문데 NC state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학과 규모가 꽤 크고 전공 및 교양 강의도 많이 열리니 관련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시면 많은 것을 배워가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2. 학습 방법
저는 전반적으로 NC state에서 들은 강의들이 서울대에서 들은 강의들에 비해 과제나 퀴즈 빈도는 높고 난이도는 낮다고 느꼈습니다. 강의 계획서에 나오는 날짜별 학습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이행하시면 강의 내용을 따라가는 데 큰 지장은 없으실 거예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들었던 영어영문 전공 및 심리학&커뮤니케이션 교양 강의에 한정된 내용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V. 생활
1.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한 학기 내내 세 끼를 거의 다 dining hall 에서 해결했습니다. 학기 초에 meal plan을 결제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meal swipe 와 dining dollar 을 얼마나 구매할 지 직접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meal swipe는 dining hall을 이용할 수 있는 횟수를, dining dollar는 교내 식당 및 식료품점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교 전용 화폐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meal swipe가 50, dining dollar가 50이라면 dining hall을 50번 이용할 수 있고, 교내 식당 및 식료품점에서 50달러 상당의 음식을 현금 대신 dining dollar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dining hall의 경우 뷔페처럼 원하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음식 종류 및 퀄리티는 각 dining hall별로 상이합니다. 전반적으로 음식 맛이 무난하며 종류 역시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는데, 저는 입맛이 크게 까다롭지 않아 웬만하면 식사는 전부 학교에서 해결할 생각으로 flex 800 (meal swipe 무제한 횟수, dining dollar 800) 을 선택했습니다. dining hall 음식이 입에 안 맞거나 직접 요리를 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들은 미리 결제해놓은 meal swipe나 dining dollar을 다 쓰지 못하기도 하니 학기 초에 미리 dining hall에 방문해보시고 음식이 입에 맞는지 확인해보신 뒤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2.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wellness day를 이용해 친구들과 Orlando 여행을 갔는데 2월에도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어 놀이기구 타기 사진 찍기 기념품 가게 구경하기 등의 콘텐츠가 넘쳐나고 비행기로는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가니 부담 없이 다녀올 여행지로서 추천드립니다.
학기말에는 친구들과 캐나다 토론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CN 타워, 세인트 로렌스 마켓 등을 구경했는데 미국과는 또 다른 캐나다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까지 간 김에 가까운 나라들도 여행하면서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다만 미국 교환학생 신분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경우 비자 서류에 추가적으로 받아야 하는 서명이 있으니 꼭 비자 담당자님께 사전에 연락을 드리셔야 합니다. (국가에 따라, 그리고 서명 종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는데 서명을 받지 못할 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