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2년동안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같은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지루해졌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서울대학교 등록금으로 등록금이 비싼 해외 대학교를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그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를 시간을 들여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에 계절학기 프로그램보다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며 혼자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3지망 모두 미국으로 선정했는데요, 그 이유는 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또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었는데 영국식 영어보다는 미국식 영어를 먼저 배우고 싶었습니다. 지원 당시에는 미국 대학교에 대해 잘 몰라서 쿼터제인지 학기제인지, 학기가 언제 시작하는지, 지역이 안전한지, 토플 성적 및 학점이 충족되는지를 기준으로 학교를 선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UT Austin에 붙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텍사스라고 하면 말과 카우보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는데, 생각보다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들어선 곳입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가 있고, 삼성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근처는 여유로운 시골 느낌입니다. 버스나 우버를 타고 도심으로 나갈 수 있는데, 버스는 UT 학생증만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스틴은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데, 학교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뮤직 어워드에도 방문했습니다.
UT Austin은 공대와 경영대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그래서 교환학생들도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 많습니다. (참고로, 경영대는 경영대 자체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근처에 공항이 있지만 인천 공항에서 직항으로 올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인데, 인천공항에서 달라스로 오고 차를 세 시간 타서 오스틴으로 오거나, LA 등 한 번 경유를 해서 오스틴 공항으로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LA 경유해서 오스틴으로 왔습니다.
텍사스는 멕시코와 붙어 있어서 멕시칸 음식점도 많고, 길거리에 스페인어로 쓰여진 곳도 많습니다. 오스틴은 놀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텍사스 안에서는 달라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같은 도시들로 놀러가긴 하지만 차로 2-3시간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기 중에는 자주 여행하지 못했고, SPRING BREAK과 학기가 끝난 후에 여행을 다녔습니다.
오스틴의 날씨는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1학기에 파견을 갔는데, 겨울용 패딩부터 여름용 반팔까지 모두 챙겨갔고 모두 필요했습니다. 겨울에는 한국만큼 춥지는 않지만 1월에 몇 주동안은 패딩을 입어야 할 날씨였습니다. 또 텍사스는 사막 이미지가 강해서 비가 안 올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비도 자주 와서 우산도 필요했습니다. 4월말 쯤에는 30도가 넘어가는 날씨도 있었는데, 한국만큼 습하지는 않지만 햇빛이 너무 강해 피부와 눈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 출국 전 준비 사항
출국 전에는 크게 비자 준비, 기숙사, 수강신청에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비자 준비는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합격하자마자 비자를 알아보았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OIA 후기를 참고하시면 충분히 쉽게 따라가실 수 있습니다. 비자 인터뷰 때는 조금 긴장했었는데 교환학생들에게는 자세하게 안 물어보고 통과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비자 인터뷰 후 며칠 뒤에 여권을 가지러 가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혹시 비자 준비하면서 해외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염두 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UT Austin에 교환학생을 가시는 분들은 사는 데 있어서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교 기숙사, 사설 기숙사 co-op, 그리고 학생 아파트입니다. 보통 사설 기숙사 co-op을 많이 하셔서 저도 합격하자마자 co-op 신청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Co-op은 선착순으로 진행되고, 저는 비자 발급을 마쳐야지만 신청이 가능한 줄 알고 있었는데 비자 없이도 co-op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안으로 학교 기숙사도 알아보았는데, 학교 기숙사는 9개월 혹은 12개월만 계약이 가능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생 아파트를 sublease했습니다. Sublease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UT학생 중에 학생 아파트를 계약한 학생이 다른 나라로 교환학생을 가는 동안 제가 그 방을 계약하는 것입니다. Sublease가 불법은 아니지만, 계약하실 때 꼭 아파트를 끼고 합법적으로 계약하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sublease를 불법적으로 계약하는데, 잘못하면 일이 정말 복잡해집니다.
제가 살았던 학생 아파트 시설은 방 3개, 화장실 3개로 제 방과 화장실이 있었고, 공용 주방과 거실이 있는 형태였습니다. 아파트에는 헬스장, 스터디룸 등 시설이 좋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한 달에 $1050(관리비 별도)로 co-op 1인실과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살았습니다.
저에게 가장 신경쓰였던 점은 수강신청이었습니다. UT는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주사를 맞는 것이 가장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다른 주사들은 한국에서 맞을 수 있지만 결핵검사는 꼭 UT에서 받아야 합니다. 때문에 수강신청을 하기 전에 미국에 가서 결핵검사 후 수강신청을 하기를 권장하는데, 저는 개인사정으로 수강신청 전에 미국에 갈 수가 없어서 학교에 오랜 연락 끝에 수강신청 후에 결핵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강신청 며칠 전에 미국에 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는 출국 전에 가져가고 싶은 짐이 너무 많아서 미리 택배로 부쳤습니다. 오스틴에 지인이 있어서 그 분 주소로 택배를 부쳤고, 항공으로 가는 택배는 비싸서 선박우편으로 부쳤고, 도착하는 데 총 두 달이 소요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후기를 적는데 저는 미국도 처음 가봤고, 비자 준비도 처음 해봐서 서류 작성할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잘못 써서 문제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 모든 서류는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저는 Advanced Second Year Chinese(6학점), First Year Spanish(6학점), English Speaking(5학점) 이렇게 세 개의 수업 총 17학점을 수강했습니다. 제가 학점 인정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언어 수업을 골라 들었던 이유는 먼저 서울대학교에서 하고 있는 주전공이 UT에는 없었고,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업을 들어도 학문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언어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중국어는 원래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서울대학교 중급 중국어와 비슷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수업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님 중 한 분 혹은 두 분 모두 중국인이지만 본인은 미국인인 Chinese-American 친구들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아시안의 마음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인의 마인드도 갖고 있어서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원래 한국보다 수업 참여도가 훨씬 높은데, 언어 수업이다보니 특히 분위기가 더 자유로웠고 소통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스페인어는 처음 배워보기 때문에 초급 스페인어를 들었습니다. 텍사스가 멕시코와 붙어있기 때문에 라틴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고, 스페인어로 된 간판들이 많아서 즐기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로드가 정말 많아서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스피킹 반에는 학생의 절반이 한국인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어학연수 온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나이대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고, 중국인부터 중동, 아프리카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많은 수업이어서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나중에는 그분들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아져서 저에게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 대학 수업과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중국어로 연기도 해보고, 스페인어로 동화책도 만들어봤습니다. 한국의 대학 수업보다 훨씬 활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각자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생활
1. 식생활
저는 요리를 못하는데, 한식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버스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한인마트에 가서 냉동식품을 사와서 먹었습니다. UT에도 한식당이 두 개나 있지만,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수업 중간에 밥을 먹을 때에는 학교에 있는 Chick-fil-A라는 한국에 맘스터치와 비슷한 곳을 정말 자주 갔습니다. 처음에는 한식 아니면 잘 안 먹었는데 몇 달 지나고 나니 햄버거를 주식으로 먹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에는 한국인 유학생들과 친해져서 그 친구들이 요리해주는 한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2. 은행
제가 미국에 가자마자 했던 일이 은행에 가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chase bank에서 계좌를 만들었고, 미리 가져갔던 150만 원 정도의 달러 현금을 입금했습니다. Apple pay로 chase 계좌를 썼고, 실물카드로는 하나은행에 트레블로그 카드를 썼습니다. 트레블로그 카드는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고, 자동충전이 돼서 정말 편리했습니다.
3. 교통
많은 분들의 후기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오스틴은 학생증만 있으면 버스가 무료입니다. 하지만 저는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가서 가장 놀란 점이 노숙자가 정말 많다는 점이었고, 버스에도 노숙자가 많아서 저는 불편하고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게 되면 친구들과 같이 타거나 대부분은 친구들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 운동
저는 한국에서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한 가지이상 운동을 하곤 합니다. 저는 테니스를 도전해보고 싶어서 학교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그룹 수업을 두 달 동안 받았고, 이후에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곤 했습니다. 또 UT는 체육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체육관에 가서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볼링을 치기도 했습니다.
- 여행
저는 크게 네 개의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 투어, 라스베가스, 뉴욕, 달라스/ 캐나다 토론토/ 그리스 산토리니/ 영국 런던입니다. Spring Break이라고 학기 중간에 봄방학 일주일이 주어졌는데, 그때 친구들과 토론토에 갔습니다. 미국에 살다가 토론토에 가보니 거리가 정말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토론토를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UT에서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 만으로 너무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보통 봄방학 때는 칸쿤을 많이 간다고 들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조금 더 웅장한 자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랜드 캐니언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라스베가스 출발 1박 2일 코스였고, 한국인이 가이드하는 패키지 여행이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포함한 네 개의 캐년과 홀슈밴드를 여행했는데, 정말 자연에 압도당한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인지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멋있었고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이틀 정도 보내게 되었는데, 제가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미국에서는 만 20세로 미성년자였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놀거리가 많았는데 미성년자였던 관계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았고, 대신에 서커스를 보고 호텔 투어를 다녔습니다. 라스베가스 호텔은 무료로 분수쇼와 같은 쇼를 제공해주고, 호텔마다 테마가 있으며 어디에 가나 카지노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미성년자 신분으로 라스베가스를 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라스베가스에서 바로 뉴욕으로 넘어갔는데, 뉴욕은 정말 영화 속에서 보던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UT는 거의 시골에 가까워서 정말 여유로웠고, 라스베가스도 사람들에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뉴욕은 정말 사람이 많고, 교통도 혼잡하고 거리도 지저분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여유가 없어진 느낌이었고, 자연을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메트로 폴리탄과 모마 미술관을 갔는데, 제가 교과서에서만 봤던 작품들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나서 미술관이 이렇게 재밌는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뮤지컬을 볼 일이 많이 없었는데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뮤지컬은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화려했고, 화룡점정으로 야경이 그랜드캐년만큼 저를 압도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싫어하는 저도 뉴욕에 한 번쯤은 꼭 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친구가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어서 유럽으로 넘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이 그리스 산토리니였는데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산토리니는 생각보다 갈만한 곳이 많이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힐링하는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고, 거리도 예뻤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정말 여유로워 보여서 저도 같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와서 정말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런던에 갔습니다. 제가 본 런던은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복잡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리는 예뻤고, 빅벤과 타워브릿지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인종차별이 있었고, 비가 오고 흐린 날씨여서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여행보다는 정말 관광과 쇼핑을 하러 가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전체적인 소감
저는 제 인생에 큰 변화가 두 번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은 고등학교 생활이고 두 번째가 이번 교환학생 생활입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이해했고, 제가 20년동안 생각해왔던 방식이 변화했습니다. 진로도 바뀌었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많이 울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웃고 행복했던 시간이 많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저는 교환학생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정도로 친해질 수 있다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네 달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질 때 많이 울고 종강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인생에는 공부 말고도 중요한 게 많고,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고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표 미리 끊지 마시고 충분히 즐기다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