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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O준_Drexel University_2024학년도 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0 December 2024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대단한 동기가 있어 교환학생에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대학 생활 하면서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끝이었고, 그 덕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있는 동안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했습니다. 교환학생이 제주도 여행 다녀오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여러분은 교환학생에 가는 목적을 잘 생각하신 후 지원하시면 더욱 만족스러운 학기를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가령, 여행이 목적이라면 어느 지역으로의 여행을 누구랑 어떻게 다닐 것인지 가벼운 틀은 짜놓고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공부가 목적이라면 서울대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식이나 경험을 그 대학에서는 얻을 수 있는지, 외국인과의 교류가 목적이라면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신이 있는지 등 목표를 세워두면 학기 중에도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교 목록 중 제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대학으로 점점 좁혀나가는 방법으로 학교를 정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미국의 학교로 가기로 결심했는데, 영어도 잘 못하는데 영어가 제1언어가 아닌 국가로 간다면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 언어를 배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영국은 그냥 뭔가 미국보다 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학제가 15주의 Semester가 아닌 10주의 Quarter인 곳으로 가길 원했는데, 혼자서 외국에 나가서 산다는 게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 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두 Quarter를 지원해서 20주를 보내시는데, 저는 10주만 파견되기를 택했습니다.) 이 두 가지 필터에 어학 성적까지만 고려해도 학교가 몇 개 남지 않습니다. 1지망은 University of California로 지원했는데 탈락했고, 2지망으로 이 학교를 지원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지원한 학기에는 이 학교가 미달이 나서 추가모집까지 갔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다른 학교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Quarter 시스템으로 학기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일 년에 각각 10주로 진행되는 네 쿼터가 있으며, Fall은 9월 말 ~ 12월 중순, Winter는 1월 초 ~ 3월 말, Spring은 4월 초 ~ 6월 중순, Summer는 6월 말 ~ 9월 초이고 이 중 Summer는 계절학기 느낌으로 강좌가 많이 열리지 않습니다. 10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몇몇 강좌는 ‘15주 과정이었다면 더 잘 배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다른 유명한 대학인 UPenn과 Temple도 Semester로 운영되므로 학제가 엇갈린다는 점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제가 느낀 좋았던 부분은 학기 중에 Temple 친구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는 점, 나빴던 부분은 Semester 학교들의 방학 기간에 동네가 꽤 한산해졌다는 점 등이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저에게는 그닥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미국 건국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인만큼 독립기념관이나 자유의 종 같은 유명 관광지가 있고 많은 사람들(특히 학생들)이 방문합니다만 미국 역사에 관심이 없으면 딱히 큰 의미는 없습니다. 미국 동부 관광 패키지 상품을 봐도 뉴욕은 3일, 워싱턴DC는 1.5일을 잡는데 필라델피아는 0.5일입니다. 뉴욕에서 워싱턴DC 가는 길에 잠시 들리는 수준으로 이 도시에서 볼 거는 크게 없어요.

바로 연결되는 장점은, 뉴욕과 워싱턴DC가 모두 가깝다는 겁니다. 뉴욕은 기차 1.5시간이나 버스 2시간, 워싱턴DC는 기차 2시간이나 버스 3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냥 ‘아 따분하다, 내일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왕복 $35 정도에 버스 예매해서 뉴욕을 가볍게 갔다 올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럴 거면 뉴욕으로 교환학생을 가지, 왜 필라델피아로 가냐?’라고 물으신다면, 필라델피아가 동네는 조금 더 조용하니까 복잡한 뉴욕에서 사는 것보다 스트레스나 물가는 조금 나을 것이다…라는 말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습니다. 말씀드렸듯 저는 Quarter 학제의 학교를 가길 원했지, 필라델피아라는 동네가 좋아서 온 건 아닙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따로 작성하지 않겠습니다. 이전 분들이 쓰신 후기나 굳이 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다른 학교 후기에서도 같은 정보 찾으실 수 있어요. 네이버에 검색하시면 자세한 블로그 후기가 넘쳐나니까 참고하셔서 준비하시면 됩니다.

저는 8월 초에 교환학생에 합격한 이후 Winter Quarter를 위해 12월 말에 출국하신 다른 분들과는 달리 Spring Quarter를 위해 3월 말에 출국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아주 넉넉했습니다. 그냥 파견교에서 보내주는 Instruction을 따라 준비하기만 해도 저는 충분했는데, 출국까지의 여유가 별로 없으시다면 먼저 찾아보고 파견교에 독촉도 몇 번 하셔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분의 후기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마찬가지로 파견교 측 이메일 계정만 잘 확인하시면 내부 포털을 통해서 놓치지 않고 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숙소 지원 방법보다는 선택하실 수 있는 숙소 옵션에 대해 좀 써 보겠습니다.

교환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 공식 기숙사는 Caneris Hall과 Stiles Hall입니다. Caneris Hall은 6인 3실 구조이며, (무슨 소린지 잘 모르시겠다면 우리 학교 919동 기숙사 사진을 찾아보면 얼추 비슷합니다.) 주방과 빨래는 층 공용시설을 이용해야 합니다. 가격은 Quarter 당 $3,905이며, 캠퍼스 내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을 가실 때나 체육관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하실 때 편리합니다.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의 가장 중심 기차역인 30번가 역과 뉴욕으로 버스 타고 가실 때 자주 이용하시게 될 Megabus 정류소가 가깝습니다. 이 기숙사에 지원한 교환학생들을 모두 한 층으로 몰아두는 건지 저는 룸메이트도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이었고, 층 로비는 항상 모여서 노는 친구들로 북적였습니다. 다른 층은 조용했다고 하네요.

반면 Stiles Hall은 모든 입주자가 개인 침실을 보장받으며, 주방 및 화장실을 공유하는 사람 수에 따라 최소 1인 1실부터 최대 3인 3실까지의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싼데, 3인실은 $3,825부터 1인실은 $5,065까지 갑니다. 위치는 캠퍼스 내부가 아닌 필라델피아의 도심입니다. 필라델피아의 이곳저곳을 탐방하시거나 여러 상점을 이용하시려면 이쪽이 훨씬 편리하지만, 캠퍼스로 무료로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는 15~45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시간표를 숙지하고 생활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거 쓰면서 찾아보니 2024/25학년도에는 Stiles Hall은 개방하지 않는다네요. 모두를 Caneris Hall로 보낼지 다른 기숙사를 열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의 후기를 읽어보다 보면 학교 기숙사를 열어주지 않아 The Summit이라는 곳에서 지냈다는 분도 있으십니다. 여기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저도 종종 방문해봤기 때문에 이 아파트에 대해서도 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점으로는, 시설이 말도 못하게 좋습니다. 새로 지은 근사한 유리 건물인 데다가 캠퍼스 근방의 제일 높은 건물일 거에요. 가장 높은 층에 라운지가 있었는데 뷰가 끝내줍니다. 건물 내에 자체적으로 헬스장, 공부 공간, 당구대나 탁구대, 오락기, 영화관 등 여가 시설, 바비큐 파티 가능한 시설과 캠프파이어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학교 공식 식당과 여러 상점도 이 건물 1층에 입주하고 있고, 캠퍼스 끝에 위치한 Caneris Hall과 달리 이 건물은 캠퍼스의 한 중간에 있어 캠퍼스 내에서 이동하기도 편리합니다. 단점은, 직접 계약을 알아보려면 힘들고 짜증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 기숙사는 학교 포털로 신청하고 돈만 내면 끝인데, 여기에 아예 거주하는 친구도 계약 문제로 종종 머리 아프다고 하는 걸 보면 잠시 지낼 교환학생이 계약하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렌트비도 학교 기숙사보다 저렴하다는데,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곳이라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공식적으로 학교에 납부한 비용은 기숙사비 $3,905가 끝입니다. Tuition Fee, Immunization Processing Fee, University Fee(?), 그리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일부 수업의 Lab Fee까지 모두 면제되었습니다. 강의 시간표에 공식적으로 Lab Fee가 얼마라고 쓰여 있는 강의들이 있는데, 이게 다 면제되는 것 같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추가 비용 $630짜리 음악 개인레슨 수업이나 들을 걸 그랬습니다.

그 외 간접 비용이 보험료 $654, 비자 발급 $220+, 건강검진 서류 발급 비용 (서울대 보건진료소 기준 약 10만 원) 등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다른 국가에서 파견된 교환학생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여기에서 가입한 보험을 이용해 건강검진 서류에 필요한 모든 검사와 서류 발급까지 커버가 된다고 해요. 건강검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이 ‘성적표를 받지 못한다’이므로 사실상 종강 전까지만 내면 되는 거라서, 여기에 오셔서 검사받고 서류 발급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단, 따로 확인은 해보지 않은 내용이니 보험의 보장 범위는 직접 확인해 보세요.

 

4. 기타 유용한 정보

파견교 측 이메일은 수시로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같이 파견되는 분들과 채팅방 개설해 두면 서로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 전에 수강 과목을 먼저 정해야겠죠! 강의 시간표는 termmasterschedule.drexel.edu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아무나 접속할 수 있어서 교환학생 지원하기 전에도 대략적으로 어떤 강의가 열리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이번 학기 중에 로그인을 해야만 접속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계정 만드신 후 여기에서 강좌 조회하고 시간표 짜시면 됩니다.

교환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Academic Advisor가 배정되는데, 교환학생 및 신입생은 이분을 통해서만 수강신청이 가능합니다. Advisor가 선이수 과목 수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수강한 과목 리스트를 달라고 할 거에요. 인정받은 선이수 과목을 토대로, 시간표를 짤 때는 선이수 과목의 수료 여부와 본인 소속 단과대학에서 듣는 학점이 50% 이상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만 지키면 그 안에서 시간표를 어떻게 짜는지는 자유입니다.

Advisor가 담당하는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라서, 답장에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미리미리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이 학교도 인기 있는 강좌는 금방 정원이 마감되는데, 수강신청 초반에는 자리가 잘 빠집니다. Waitlist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순서대로 좌석이 배정되니까 초기에는 마감된 강좌라도 다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수강신청 일정은 구글에 ‘Drexel time ticket’이라고 검색하면 나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CS 전공 2과목 6학점, 기타 예체능 교양 4과목 9학점을 수강했습니다. 전공이 50%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하겠습니다.

 

CS 265: Advanced Programming Tools and Techniques (K. Schmidt)

50% Bash, 50% C 언어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Bash를 가르쳐주는 과목이 없는 걸로 아는데, 체계적으로 배우고 나니 스크립트 짤 때 도움이 좀 될 것 같습니다. 수업 중 제출하는 Activity, 매주 제출하는 Lab, 3번 나오는 Assignment까지 직접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과제의 양은 적지 않은 편인데 채점도 좀 깐깐합니다. 교수님 수업도 아주 지루하니 가능하면 다른 교수님으로 들으세요. 참고로 저는 4학년인데 선이수 과목 인정을 별로 못 받아서 들을 수 있는 전공 수업이 별로 없어서 전공 50% 채우려고 C 언어 잘하는데 그냥 들었습니다. 저는 전공 공부하러 교환학생 온 게 아니라서…

 

CS 461: Database Systems (H. Tissot)

SQL 배우는 과목입니다. 시험 없이 개인 과제 50%와 팀 과제 50%로 평가합니다. 수업 내용은 쉬운 편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었으면 훨씬 심도 깊게 배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요. 이 학교는 학업 목표로 오는 곳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는 굉장히 좋은 학교예요. 교수님 수업이나 수업 진행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DANC 107: Hip-Hop Dance Techniques I (C. Evans)

서울대 교환학생 후기에서 꼭 등장하는 과목 1입니다. 수업은 아침에만 편성되어서 억지로 일어나서 대충 아침 운동 하는 기분으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동작이 굉장히 현란하고 빨라서 뒤로 갈수록 다들 허우적대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꼼꼼하게 봐주는 수업은 아니고 학생들이 많은 동작을 체험해 보는 데에 더 초점이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질보다는 양이랄까요. 아무튼 그냥 즐겁게 듣기에는 아주 적절한 수업이었습니다.

 

MUSC 109: University Orchestra (R. Erwin)

학교 공식 오케스트라 수업입니다. 제가 오케스트라를 항상 좋아했는데 서울대에서는 사정상 하지 못했어서 여기에서라도 해보려고 악기까지 가져가서 수강했습니다. (덕분에 짐 옮길 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디션을 봐야 수강할 수 있으며, 10주간의 연습 후 학기 말에 연주회를 합니다. 성적은 뭐 출석만 보고 A+ 받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교환학생들이 자주 들을 과목은 아닐 텐데, 이 과목 말고도 합창단같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할 수 있는 수업도 많이 있으니 음악 과목도 한번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THTR 116: Philadelphia Theatre Let’s Go! (A. Sullivan)

꼭 등장하는 과목 2입니다. 10주 수업 중 6번은 필라델피아 시내의 극장에 가서 연극을 감상하고, 나머지는 교실에서 작품에 대한 토의를 합니다. 연극을 감상해야 하다 보니 수업은 목요일 저녁으로 고정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여행가거나 노는 일정 잡는 데 걸리적거릴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과목의 초점은 문학으로서의 연극이 아닌 연극 제작자의 입장에서의 연극입니다. ‘줄거리가 어땠고 등장인물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가 아닌, ‘조명은 어땠고 배경 음악은 어땠고 소품과 세트 제작은 좀 별로였다’가 포인트입니다. 영어 대사가 어렵고 빠르기 때문에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다행히도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러 분반이 개설되는데 연극 관람만 같이하고 나머지는 각 분반이 따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제 분반에서는 모든 연극마다 짧은 후기(감상평 X)를 올리고 다른 친구의 후기 3개 이상에 답글 남기는 과제와 학기말 에세이로는 5페이지 분량의 글쓰기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귀찮은데 어차피 성적 잘 주시므로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앞서서 언급했듯 Lab Fee $100은 교환학생은 면제됩니다.

 

THTR 210: Acting: Fundamentals (G. Garrett)

수요일에 시간이 너무 붕 떠서 아무거나 찾아서 넣었는데 저는 이 과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기 수업’에 기대되는 재미있는 활동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교수님은 정말 친절하시고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중간 발표로는 독백 연기를, 기말 발표로는 2인 1조 코미디 연기를 하는데 매주 다양한 활동을 가져오시기 때문에 즐겁게 준비하여 특별한 경험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목을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3. 학습 방법

지극히 개인적인 제 생각이지만… 정말 이 학교는 학업을 위해 오는 곳은 아닙니다. 열심히 안 하셔도 좋은 학점 받으실 수 있어요.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어 실력을 늘리는 게 목적이시라면 영어로 계속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내향형 인간이라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문화가 워낙 개방적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한테도 말 거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5. 기타 유용한 정보

시간표 짤 때의 조건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그렇게까지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건 아니더군요. 저는 선이수 과목을 너무 깐깐하게 쳐주는 바람에 듣고 싶었던 과목을 못 들었는데, 교수님께 사정 설명 드려서 허락을 받으면 Advisor가 바로 넣어준다고 합니다. 전공 50% 제한도 저는 일단 맞춰서 신청한 다음에 수강신청 마지막 날에 ‘나 이제 보니까 이 과목 다 아는 내용이라서 들을 필요 없는 것 같은데, 다른 과목 다 마감돼서 다른 전공으로 대체할 수가 없네 ㅠㅠ 그냥 취소해도 될까?’ 했더니 허락해 줬습니다. 예체능 교양 9학점이 너무 듣고 싶었어서 이렇게 할 수밖엔 없었네요.

그래도 소속 단과대 50% 이상 학점 수강이라는 조건이 있긴 하니까, 처음 지원하실 때 어느 전공으로 지원하실지를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부인데, 여기에는 정보대학이 하나의 단과대로 설립이 되어 있어서 ‘전공’의 인정 범위가 상당히 제한됩니다. 반면, 인문대랑 자연대 등은 그냥 ‘Arts and Sciences’로 묶여 있어서 수리과학부 전공이신 분이 역사 과목만 들어도 모두 전공인 걸로 취급됩니다. 이걸 잘 활용하시면 수강신청을 조금 더 여유 있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챙겨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이소에서 최대 3천 원이면 구할 수 있는 사소한 물건들을 사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 외 필요한 물품들은 아마존 프라임 학생용 무료 체험 신청하셔서 무료배송으로 이용하시면 물건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한인 마트가 가깝지는 않은데, 가면 진짜 한국 마트 수준으로 없는 게 없습니다. 굳이 한국 음식 잔뜩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 현지 물가 수준

학생이 대충 한 끼 때울 수 있는 푸드트럭 음식이 $10 혹은 14,000원 정도이고 제대로 된 식당 가서 비싸지 않은 음식 먹고 나오면 세금과 팁 포함해서 $20 혹은 28,000원은 써야 합니다. 음료 한 잔 마시려면 $7 혹은 10,000원입니다. 미국 오시면 돈은 엄청나게 깨질 거예요. 각오하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 식당 이용하지 마시고 Dining Plan도 사지 마세요. 가격도 비싼 데다가 (Dining Plan 없이 이용하면 저녁 기준 약 $17) 크고 짜기만 한 버거, 피자, 샌드위치, 그리고 샐러드 코너랑 탄산음료 이런 거 나오는데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저걸 주기적으로 먹기에는 한국인 입맛이 못 버팁니다. 한인 마트(H Mart Upper Darby가 가장 가깝습니다.) 가면 다양한 식재료 다 파니까 요리해서 드세요. 저랑 같이 파견되셨던 분은 요리를 잘하셔서 매 끼니 정말 잘해 드시더라고요. 저는 요리를 아예 못 해서 조리 다 된 찌개나 제육볶음 같은 거 사서 데우기만 하고 반찬이랑 햇반이랑 과일이랑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인 마트는 우버 편도 $15~20 정도로 다녀오실 수 있는데 저는 그냥 지하철 타고 다녔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만난 현지 분들에게 여쭤보니 환한 대낮에도 못 갈 정도의 치안 나쁜 동네는 아니라고 하셨고, 제가 느끼기에도 너무 외부인 티를 내며 다니지만 않으면 별일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인 안전은 본인이 챙기는 거니 불안하시다면 꼭 우버 타고 다니세요.

 

의료 관련으로는 저는 아무 문제도 없었어서 딱히 쓸 내용이 없습니다.

 

은행은 TD Bank 계좌 개설해서 이용했습니다. 미국 계좌는 소지하고 있는 달러를 보관하거나 미국 친구들에게 송금할 때 필요하고 일반 결제할 때는 한국 카드 써도 별문제는 없었습니다. TD Bank가 학교 공식 은행이라는 글을 봐서 여기에 개설했는데, 캠퍼스 건물 내부에 있는 ATM은 모두 TD Bank 것이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즉, 출금해야 할 때는 편리하지만 지점도 캠퍼스 밖에 있어서 지점 방문이나 입금 등 업무(교내 ATM에는 입금 기능이 없어요!) 할 때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 이 은행은 동부 지역에만 있어서 시카고 정도만 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본인의 니즈에 따라서 적절히 개설하시면 되겠습니다.

 

지하철 및 버스는 본인 신용카드 이용해서 바로 태그하시면 $2에 2시간 내 환승 2회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Regional Rail이라는 중거리 철도(공항행 포함)는 별도 승차권이 필요합니다. 지하철은 상태가 매우 열악해서 악취는 기본에 선로에 쓰레기와 쥐, 약물 주사기까지 그냥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밤에는 타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별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단순 이동의 목적으로는 탈만 합니다. 시외 교통은 30번가 역의 Amtrak 열차나 학교 근처에서 출발하는 Megabus, 그리고 Spring Garden이라는 학교 멀리에서 출발하는 Flixbus, Greyhound, Peter Pan Bus 등을 이용해서 뉴욕이나 워싱턴DC 등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예매 시점에 따라 가격이 변하므로 일찍 예매하시는 게 유리합니다. Amtrak은 Fully Refundable한 옵션의 가격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여행이 가능할 것 같은 날짜에 그냥 다 예약 걸어놓고 날짜가 돼서 못 갈 것 같으면 취소하는 전략을 쓰시면 유용합니다. Megabus는 UNiDAYS라는 사이트에 가입해서 학교 인증하면 $3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고, Flixbus 및 Greyhound(같은 기업입니다.)는 국제학생증 ISIC에서 10~15%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Peter Pan Bus는 출발 시각이 임박했을 때까지도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폰은 Mint Mobile에서 첫 3개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월 $15에 이용했습니다. 제 휴대폰은 eSIM을 지원해서 한국 번호는 최저 요금제로 살려두고 로밍을 걸었고 (가끔 한국 IP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로밍 데이터를 이용하면 한국 IP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번호까지 하나의 기기로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미국 휴대폰 번호랑 이메일은 따로 있는 게 확실히 편하긴 하더라고요. 미국 이메일도 하나 파셔서 각종 프로모션이나 무료 체험에 막 활용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쇼핑 관련해서 추천드리고 싶은 매장 몇 개만 소개하자면, (Caneris Hall에서 가까운 곳 위주입니다.)

GIANT Heirloom Market (3401 Chestnut St): 캠퍼스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식료품점입니다. 싼 가격에 각종 식자재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GIANT (60 N 23rd St): 아주 큰 규모의 식료품점입니다. 위 매장보다 조금 멉니다.

Old Nelson Food Company (3438-3448 Lancaster Ave): 여기도 식료품점인데 주인이 한국인이라 한국 제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라면은 거의 없는 종류가 없고, 냉동 불고기나 김치볶음밥, 김밥, 떡볶이, 한국에서도 볼 수 없는 많은 종류의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순두부찌개 키트 등까지 있습니다. 캠퍼스 가까운 곳에서 한국 제품 구하기 가장 쉬운 곳이니 방문하셔서 제품 리스트 파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샌드위치 매장까지 겸하고 있어 간식 먹기에도 좋습니다.

H Mart Upper Darby (7050 Terminal Sq): 한인 마트입니다. 언급하였듯 없는 게 없고, 우버 혹은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2층에는 한식 식당가가 있는데 맛은 그저 그렇습니다.

Ikea (2206 S Christopher Columbus Blvd): 기숙사 입소 전 여기에서 침구류나 간단한 가구 저렴하게 구입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완전 내향형 인간인 저는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대신 혼자서 여행은 아주 자주 다녔습니다. 가까운 뉴욕과 워싱턴DC는 수시로 다녔고, 비행기 타고는 보스턴-나이아가라-토론토, 애틀랜타, 시카고, 시애틀-포틀랜드-LA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에 살았다면 방문하지 않았을 도시’에 많이 방문해 보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Google Flights에서 싼 항공권이 나오는 도시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Frontier나 Spirit을 이용하면 $30로도 시카고에 갈 수 있습니다. (대신 짐은 배낭 한 개로 제한됩니다.) 가격이 싼 만큼 다른 모든 것은 포기해야 하는 항공사인데, 저는 한번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결항이 돼서 20시간을 공항에서 노숙하기도 했습니다. (보상은 100% 환불이나 자사 다른 항공권으로 교환이었는데 100% 환불해봤자 $30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이 정도 극한 상황은 여러분께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하고 예약하는 저렴한 항공권이라는 점은 알아두세요. 저는 이런 경험도 20대 때 하는 거라는 생각으로 그냥 버텼습니다. 숙소는 저렴한 호스텔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호스텔에서 지낼 예정이 있으시다면 개인 자물쇠와 여행용 세면도구는 필수이니 미리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솔직히 켄싱턴이나 캠든 같은 대놓고 위험한 지역만 아니라면 너무 외부인 티만 내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필라델피아가 치안이 나쁘다고 소문이 난 것 같은데, 제가 느끼기로는 캠퍼스 내부는 아주 안전하고, 시내도 더럽고 냄새나고 노숙자가 많지만 무슨 일을 당할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남자이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이런 후기를 쓰는 게 맞긴 합니다만, 적당히 주변을 잘 경계하고 모르는 사람은 적당히 무시하면서 다니면 큰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안전은 스스로가 챙기는 것이므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무조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세요.

 

6.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한인 교회도 미리 찾아봤었습니다. 제가 다닌 곳은 임마누엘교회(4723 Spruce St)인데, 캠퍼스 선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라 청년층이 많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만난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어로 연락할 수 있는 현지 사람을 여럿 알아둔다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교환학생이 아닌 한국인 학생들과 만날 기회는 되게 적은데, 여기에서 대화해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주중에도 자주 만나서 놀고 가끔은 차가 있는 분과 같이 멀리 바다 여행도 다녀오는 등 제 교환학생 생활의 정말 큰 부분이었습니다. 한인 교회를 찾으시는 분이라면 꼭 이곳으로 알아보세요!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후기는 되게 시큰둥한 분위기로 작성했습니다만 20대에 다시없을 소중한 경험을 한 3개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과 교제하고 (미국에 대한 환상도 다 깨부수고…) 영어 실력까지 늘리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지만, 여러분은 교환학생을 떠나는 목적을 확실하게 하고 가신다면 후회 없는 교환학생 생활 보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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