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교환학생은 대학에 오기 전부터 저의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4학기를 보낸 후 졸업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심해지기 전에 해외로 나가서 일상으로부터의 휴식을 취함과 동시에 식견을 넓히고 싶어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 국가로 미국을 선택한 것에는 언어가 통한다는 것이 가장 컸습니다.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기도 했습니다. Rutgers는 미국의 파견교 중 비교적 도시 지역에 위치했고 미 동부를 철도를 통해 이동하기 쉬운 편이라 선택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i. 날씨
날씨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쌀쌀한 편이었습니다. 겨울에는 꽤 건조하고, 눈보라가 쳐서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파견 간 1학기는 4월까지도 기온이 10도 언저리로 추운 날이 꽤 있었으니 옷을 챙길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i. 학교 시설
Rutgers는 서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4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캠퍼스 사이는 셔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가 위치해 있는 College Avenue 캠퍼스는 근처에 거주지와 상권이 있고, 나머지 세 개의 캠퍼스는 서울대학교처럼 학교 시설만 있습니다. 각 캠퍼스마다 헬스장, 도서관, 학생회관, dining hall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헬스장은 학교 학생증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운동기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구장, 클라이밍장,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특정 시간대에 요가나 스피닝 같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도 열리므로 잘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Livingston 캠퍼스에는 학생일 경우 오후 2시 전에는 5불, 그 이후에는 8불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도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Application 절차가 완료되면 Rutgers의 포털 아이디인 RUID가 발급됩니다. 이를 이용해서 DS-2019 발급 신청을 하라고 11월 3일에 메일이 왔습니다. 요구하는 정보를 모두 제출하면 DS-2019를 메일로 보내주십니다. 11월 17일에 DS-2019를 받고 J-1 비자 신청 절차가 정리된 블로그를 참고해서 신청해서 12월 4일에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저는 2019년에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비자 인터뷰 면제자에 해당되었습니다. 면제자여도 비자 사이트에는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라고 뜨는데, 시간은 신경쓰지 않고 날짜를 보고 예약한 뒤 해당일에 요구하는 서류를 지참하여 일양로지스 마포사무소 영업시간 내에 방문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으로 가는 다른 학교들에 비해 절차가 조금 늦어 불안하고 답답한 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없이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비자 발급이 늦어 비행기 표 가격이 걱정이시라면 입주 날짜 확정 이후에 비자가 없어도 티켓을 미리 구매해두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Rutgers는 교환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물이 지정되어 있고, 교환학생의 입주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담당자의 메일로 오는 안내사항을 잘 따르기만 하면 숙소를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기숙사가 배정되면 방 번호와 룸메이트의 메일주소를 안내해주십니다. 가을학기에 입주할 경우 교환학생끼리 방을 쓰게 해주는 것 같은데, 저는 봄학기 파견이라 가을학기에 다니다가 다른 나라로 교환학생을 간 현지 학생이 지내던 자리에 배정되었습니다. 이미 한 학기 동안 방을 같이 쓰고 있던 현지 학생들과 방을 같이 쓰게 되어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교환학생들이 주로 지내는 건물인 University Center at Easton Avenue는 부엌, 거실, 화장실, 2개의 침실로 이루어진 한 방에서 4명이 지내는 구조입니다. 제가 지낸 학기에는 University Center의 방이 다 차서 몇 명의 교환학생은 Sojourner Truth Apartments라는 다른 건물에서 지냈습니다.
개강 이틀 전인 1월 13일부터 기숙사 입주가 가능했고, 5월 9일 오전까지 퇴소를 마쳐야 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Rutgers에 지불하는 모든 비용은 term bill을 통해 안내됩니다. 처음에 생성되는 term bill에는 납부 비용이 약 16,000불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중 tuition을 포함한 일부 비용을 Rutgers에서 부담합니다. 개강 6일 전에 담당자분께서 Rutgers에서 부담하는 금액이 얼마인지와 그를 제외한 비용을 납부하는 방법이 상세히 담긴 이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meal plan 50개 비용을 포함해서 8,094불을 납부했습니다. Term bill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불방법 중 하나인 Flywire를 이용하면 한국 은행의 가상계좌로 원화로 납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출국 전에 지불을 마쳤지만, 지불 마감 기한은 개강 후 2주 뒤로 미국에 있을 때 지불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Application 절차부터 사용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수강하고자 하는 강의들을 제출하면 담당자가 수강신청을 해주십니다. 선이수과목이 있는 강의의 경우에는 해당 강의가 개설된 단과대의 학장에게 승인을 받아야 수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우선 선이수과목이 없는 강의들로 12학점을 채워 주셨습니다. 저는 선이수과목이 있는 강의를 수강하고 싶었지만 담당자가 개강 전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가고, 개강 후 일주일간의 수강변경 기간에는 단과대 학장이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아서 결국 선이수과목이 없는 강의들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행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선이수과목이 있는 과목의 수강을 원하시는 경우 개강 전에 미리 적극적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개강 후 사무실에 찾아가서 수강허가를 받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홈페이지(https://classes.rutgers.edu/soc/#home)에서 개설 과목과 시간은 미리 확인할 수 있으나 특이하게 강의계획서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부 강의의 경우는 구글에 과목 이름 + Rutgers syllabus라고 검색하면 단과대의 syllabi directory에 과거 강의계획서가 공개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참고해서 수강과목을 골랐습니다.
Intro to Supply Chain Management
경영학과 전공 수업으로 강의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Tony Bell 교수님 분반으로 수강했는데 학기 중 신청자에 한해 근처의 음료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로드는 3번의 시험과 1번의 주제가 정해진 팀발표로 많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Public Economic Policy
공공정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로 경제학 지식이 거의 없음을 전제하고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수업 중 의견 교환을 지향하는 분위기여서 현지 학생들이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시험 없이 한 번의 팀 발표와 기말 페이퍼 하나, 그리고 페이퍼를 쓰기 위한 중간과제 2회가 있었습니다.
Philosophy of Language
언어철학의 기본적인 이론을 다루는 강의였습니다. 철학 수업인 만큼 리딩이 있었지만 교수님께서 전부 읽어가지 않아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중간 기말 에세이와 기말 주제발표로 성적이 평가되었습니다.
Food as Medicine
식품영양학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 교양 강의입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편의를 많이 봐주셔서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 꿀강으로 통합니다. 비대면 시험 3회와 간단한 조사 과제가 있었습니다.
Intro to Urban Planning
도시계획의 기초적인 부분을 다루는 1학년 과목이었습니다. 3학점짜리 강의이지만 주 1시간 20분만 대면수업을 했고 대신 매주 Reading Response 과제가 있었습니다. 각자 하나의 도시를 정해서 그 도시에 대해 발표하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3. 학습 방법
대부분의 강의가 90점이 넘으면 A가 나오는 절대평가입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들이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쉬운 강의들이라 시험이 있는 2개의 강의는 시험 전에 간단히 복습만 진행했고, 과제와 리딩도 길게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집중해야 할 때는 기숙사에 있는 작은 학습공간이나 도서관을 이용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학생증을 이용해서 학교 도서관이나 컴퓨터실에서 인쇄를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당 30달러가 충전되어 있어 한 학기 동안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가방: 백팩 (등교, 짧은 여행), 손가방 (외출), 크로스백 (당일치기 나들이 등)
세면도구, 화장품: 현지에서 사고 싶지 않아서 돌아올 때 버릴 수 있는 용량으로 챙겼습니다. 기내 반입 가능한 사이즈의 샘플이나 공병이 있으면 여행 다닐 때 편합니다.
옷: 압축팩 이용, 실내용 슬리퍼
겨울에 건조해서 챙겨간 미니가습기를 잘 활용했습니다.
당장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쓸 필요가 없는, 특히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건은 가서 상황을 보고 구매하면 됩니다. 저는 현지 학생들과 방을 쓰게 되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물건(드라이기, 주방용품, 청소도구 등)은 빌려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정착하는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식비만 지출하게 되는데, 학교 주변의 웬만한 음식이 한 끼에 12불 내외입니다. 팁을 지불하는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끼니당 20불대를 쉽게 넘어가기도 합니다.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으면 식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음식)
Term bill을 낼 때 Meal plan도 신청할 수 있는데, 학기당 일정 개수의 meal swipe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자신의 swipe 중 10개까지 guest swipe로 친구와 함께 먹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등록금을 낼 때 50개를 신청해서 빠듯하게 다 사용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지 1학년 학생들은 학기당 200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혼자 소진하기가 어려워서 혹시 친해진다면 guest swipe를 이용해 dining hall에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Meal plan이 없더라도 그때그때 돈을 지불하고 식당에 갈 수도 있으며, 계산해 보았을 때 이것이 가격 측면에서는 더 합리적입니다. 다만 돈을 미리 지불하고 학기 중에는 식비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저는 만족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swipe를 dining hall에서 사용했습니다. Cook/Doug, Livingston, Busch에 있는 dining hall은 뷔페식이라서 들어갈 때 결제를 하면 안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 메뉴가 달라지지만 큰 틀에서 비슷한 음식들이 나옵니다. 과일이나 빵을 포장해 나와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College Ave에 위치한 식당인 Atrium은 푸드코트 느낌의 식당인데, 한 swipe로 메인 메뉴 하나, 간식거리 하나, 음료 하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Rutgers dining 웹사이트에서 meal swipe를 사용할 수 있는 캠퍼스 내의 다른 매장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한 swipe당 10달러로 이용할 수 있는데 금액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에 swipe를 소진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이용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기숙사 근처에서는 Bravo Supermarket에서 식재료를 구할 수 있고 학생증으로 5% 할인이 됩니다. 이외의 대형마트들은 다 차로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차로 15분 정도 가면 있는 H Mart에서 웬만한 한국 밀키트와 간편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은행)
저는 하나 트래블로그 카드, 비상용 신용카드와 어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갔습니다.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교와 제휴가 된 PNC Bank의 계좌를 개설했는데, 개설 자체는 여권을 지참하고 서류를 조금 작성하면 되어서 편리했지만 은행 창구가 아니라 학교에서 개설했기 때문에 실물 카드를 배송받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기숙사 근처에 여러 은행의 지점이 있으니 따로 시간을 내어 원하는 은행에 방문해서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현금을 비상용 200달러 정도 제외하고 전부 PNC 계좌에 넣어서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하거나 달러로 송금할 일이 있을 때 이용했습니다. 트래블로그는 시카고 지하철 개찰구를 제외하고는 제가 결제 시도한 모든 곳에서 문제없이 이용 가능해서 비상용 카드가 필요한 일은 없었습니다.
(교통)
뉴욕까지 가는 기차는 NJ Transit 앱을 이용해서 모바일 티켓을 구매해서 이용했습니다. 캠퍼스가 위치한 뉴브런즈윅의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 이용해보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NJ Transit 앱으로 티켓을 살 수 있습니다. 차가 필요한 거리의 마트나 쇼핑센터를 갈 때는 4-6명을 모아 우버나 리프트를 탔습니다.
(통신)
Mint Mobile의 eSIM을 데이터 무제한으로 3개월 이용하고, 사용량을 보고 월 15GB 3개월로 갱신했습니다. 저는 은행이나 학교 일 등으로 한국 번호가 필요할까봐 한국 번호를 정지시키지 않고 미국 번호와 함께 사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Rutgers Get Involved라는 웹사이트에서 활동중인 동아리 소개와 가입 방법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Rutgers University Choir에 들어가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합창연습을 하고 공연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교수가 지도하고,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료하면 1학점을 받을 수 있는 등 강의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어 회화클럽의 모임에도 학기초에 한 번 참여했는데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더 가지는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1시간이면 뉴욕에 갈 수 있어서 주로 토요일에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학생증으로 할인을 받으면서 미술관과 박물관도 다녔고, 스포츠 경기나 오페라 공연도 관람했습니다. 겨울에 야외 스케이트를 탄 것도 좋았습니다. 뉴욕으로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교환교로서 Rutgers의 정말 큰 장점이니 충분히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3월 둘째주에 있었던 Spring break를 이용해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LA를 여행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주말을 끼고 워싱턴 D.C.를 다녀왔고, 수업은 종료되고 시험 준비를 하는 리딩주간에 나이아가라 폭포와 시카고를 다녀왔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육로로 캐나다로 넘어갔다가 돌아올 수 있었는데, DS-2019에 Travel signature는 필요했지만 캐나다 비자는 필요하지 않았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가지 않았지만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도 기차로 갈만 한 도시들입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치안이 나쁘지는 않지만 제가 파견간 학기 중 서너 번 근처에서 총격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밤늦게, 특히 downtown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4달간 새로운 환경에서 미국 대학 생활을 경험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대학생활 가운데 한 학기를 쉬어가면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앞으로를 준비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회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