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두 가지 동기를 가지고 교환 프로그램을 지원하였습니다. 첫째는 전공 탐색, 둘째는 세계를 보는 시각 넓히기 입니다. 귀국 보고서 작성을 위해 제가 작년 교환 프로그램을 지원할 당시 작성하였던 수학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제가 생각하였던 것보다 그때 가지고 있던 목표를 더 많이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에서의 1년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하여 더 깊이 고민해보고 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시간임과 동시에 제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맛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1년간 머물며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또 유럽의 많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억과 경험들은 교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것들입니다.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이 기억들을 아주 소중히 간직할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독일의 남부 지역에 위치한 University of Tübingen에 파견되었습니다. 튀빙겐 대학교를 선정했던 것은 우선 독일의 유서 깊은 대학 도시라는 점, 그렇기에 도시 전체적으로 학생이 많고 그만큼 안전하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독일의 남부에 위치하여 프랑스 서부,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와도 인접해 있어 이동이 매우 용이합니다. 평생 서울에서만 거주해 온 저에게 튀빙겐은 매우 작지만 그만큼 더 새롭고 정감가는 도시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또, 튀빙겐은 독일 내에서도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녹색 도시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점이 1년 간 생활함에 있어 제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또,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슈투트가르트라는 대도시가 있어 이 점도 무척 편리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되게 유명한데, 저도 여러 번 발레단과 오페라단 공연을 보러 슈투트가르트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그냥 옆 동네 구경가듯 슈투트가르트는 자주 왕래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독일 현지에서 비자를 신청하였습니다. 독일 입국일에 맞추어 한국에서 미리 비자 테어민(약속)을 잡아두었고, 덕분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독일 현지에서 비자를 신청한 이유는 이 경우 따로 ‘슈페어콘토’라 불리는 예치금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올해부터 튀빙겐 대학교 측에서 비자를 위한 재정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받아 오는 것이 편리할 것 같습니다.
튀빙겐 대학교에 온다면 당연히 기숙사 거주 신청을 하게 됩니다. 튀빙겐은 대학 도시인만큼 기숙사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기숙사에 배정되느냐는 역시 신청 시기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 기숙사 신청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현지 시간에 맞추어 신청을 하였고, 벌레를 피하기 위하여 고층 기숙사 배정을 요청하였는데 WHO 3동 11층 기숙사에 배정되었습니다. 개인 화장실이 있는 방에 신청을 원하신다면 그 점을 신청서에 피력하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는 신청서의 내용을 반영해서 배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튀빙겐 대학교는 Semester Fee로 한 학기에 96.80유로를 지불합니다. (2023년까진 88.30유로였는데 올해부터 가격이 오른 것 같습니다.) 매달 지불되는 고정비로는 기숙사 월세, 보험비, 교통비(Deutschlandticket)가 있습니다. 기숙사 월세는 배정되는 방마다 다르지만 저는 257유로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비싸도 300유로를 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험으로 TK공보험에 가입하여 매달 120.34유로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또, 교통비로는 매달 34유로를 지불합니다. Deutschlandticket은 일명 ‘49유로 티켓’이라 불리는 것인데, 매달 49유로로 고속기차(IC, ICE)를 제외한 독일 전역의 버스, 지하철, 기차, 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권입니다. 튀빙겐 주민이면 도시 자체의 할인으로 매달 34유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매우 편리하니 꼭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한국 출국 전에 준비 사항이라 한다면, 꼭 안멜둥 (도시 거주 등록) 테어민이 있겠습니다. 안멜둥은 입독 직후로 잡아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안멜둥이 되지 않으면 계좌 개설, 49유로 티켓 구독 등에 있어 제한이 많기 때문에 (또, 입독 후 1주일 이내 안멜둥이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꼭 안멜둥을 먼저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학생증 수령 테어민도 꼭 잡고 오셔야 합니다. 관련 사항은 대학 측에서 이메일로 전송해줄 것이니, 꼼꼼하게 확인하여 놓치는 것 없이 입독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유럽 중에서도 유독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아직도 현금만 받아주는 마트나 식당도 많고, 카드도 독일 현지 카드가 아니면 결제되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따라서 입독 전에 충분한 현금을 준비해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IV. 학업
수강신청은 대학 측에서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이메일로 보내줄 텐데,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복잡합니다. Alma와 Ilias라는 두 홈페이지를 이용하게 되는데, 저는 기본적인 수강신청은 Alma에서 거의 다 완료했는데 간혹 Ilias 등록만으로 수강신청이 이루어지는 과목들이 있었습니다. Ilias는 한국의 코스모스/LearningX 같은 사이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설명을 들으면 복잡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는 경영대학의 수업들과 정치외교 분야의 수업들을 들었는데, 모두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정치외교 세미나 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6명 정도의 소수로 이루어진 수업이었는데, 정치외교 분야의 학술적 글 읽기와 쓰기를 연습하는 강의였습니다.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지 않는 수업이어서 본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의 글 읽기/쓰기에 있어서의 고민거리들을 듣고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Global Strategy라는 경영대학의 대형수업이 있는데, 이는 대형수업이기도 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기에 교환학생들이 정말 많이 수강합니다. 팀플도 하나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친분을 다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V. 생활
저는 1인용 밥솥을 가져와서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또, 어느 학기 파견이시든 독일에 오신다면 작은 전기장판은 하나 꼭 가져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올해는 7월 초까지도 독일 날씨가 꽤 쌀쌀했고, 7월 말이 된 지금도 최고 기온이 27도 정도로 여름 치고 그리 덥지 않습니다. 저는 6월 초까지는 전기장판을 계속 사용한 것 같습니다.
마트 물가는 유럽 중에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식 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직접 요리해먹었던 것 같습니다. 튀빙겐 내에는 한식당은 따로 없고 그나마 중식당이 있습니다. 제일 가까운 한식당은 슈투트가르트에 있습니다. 또, 한인마트는 없고 아시안마트가 두 군데 있는데 대부분 필요한 한국 식재료는 두 곳에서 모두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독일 현지 계좌로 슈파카세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독일은 현금, 혹은 독일 현지 카드만 받아주는 곳이 아직 많기 때문에 독일 현지 계좌를 하나 만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튀빙겐 교환학생들은 거의 슈파카세 계좌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미리 준비하실 것 없이 안멜둥 후 (안멜둥 서류가 필요합니다) 은행에 직접 찾아가셔서 개설하시면 됩니다.
휴대폰 요금제로는 알디톡을 사용했습니다. 알디(ALDI)라는 마트에서 유심을 구매하셔서 사용하시면 되는데,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요금이 꽤 비싼 편이었는데 (한 달 20GB에 20유로) 이번에 요금제 개편이 되면서 요금이 많이 합리적이게 바뀌었습니다 (한 달 20GB에 14유로, 30GB에 19유로).
저는 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녔는데, 튀빙겐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슈투트가르트가 있어 여행에 매우 용이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4시간 정도 소요되고, 오스트리아까지도 직행 기차가 있습니다. 튀빙겐에서 버스로 50분 거리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도 꽤 비행기가 많이 뜨기 때문에 여행하기에는 독일에서 최적의 위치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유럽은 버스로도 여행을 많이 하는데, 튀빙겐에서 밀라노, 스트라스부르까지 직행 버스가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도 빈, 파리 등 다양한 곳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우실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지 고민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학기 시작하기 직전에 하는 International Advisory Course입니다. 같은 전공에 속한 교환학생들끼리 팀을 묶어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일주일 정도 진행되고 캠퍼스 투어, 다같이 학식(Mensa) 먹기, 튀빙겐 관련 여러 정보 전달,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 튀빙겐 시내 투어 등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다른 나라의 교환학생 친구들이었습니다. 유명한 대학 도시이다 보니 튀빙겐 대학교에 정말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교환 프로그램을 오는데, Advisory Course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잘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학기 시작 일주일 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독일은 제가 느끼기에 유럽 내에서도 가장 치안이 좋고 안전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튀빙겐은 도시의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데, 일례로 한 교환학생이 버스에 노트북을 두고 내렸는데 무사히 찾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타국인지라 저는 가급적 늦은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일은 만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독일, 특히 튀빙겐 대학교로 파견을 오신다면 치안은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벌써 귀국 보고서를 쓰고 있다는 게 잘 실감이 나지 않네요. 위에서도 말했듯 생각보다 1년간 제 스스로 깨닫고 배운 것이 많은 것 같아 참 알찬 교환 생활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제게 많은 것을 알려준 교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건 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타국에 혼자 와서 1년간 살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1년이 참 빨리 흐른 것 같다가도 1년간 있었던 많은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1년이 정말 짧지는 않은 시간이구나 하고 다시금 느낍니다. 이렇게 1년간 경험한 모든 일이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귀국까지 한 달 가량이 남았는데, 남은 한 달을 더 소중히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