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3학년을 다니면서 지나친 욕심에 번아웃이 와 일상에 큰 변화를 주어야 했습니다. 여유가 없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 자유롭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완전한 이방인으로 낯선 장소에 살고 여행을 다니며 더 유연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학생 신분이라는 보호막 아래 하나의 도시에 정착해서 제 손으로 생활을 꾸리는 경험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좋아하는 나라인 독일에 살아보고 싶었는데 2년 전 여행을 통해 뮌헨이 살기 좋은 도시임을 느꼈습니다. 뮌헨에는 TUM과 LMU 두 대학이 있는데 종합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시야를 넓히고 싶어 LMU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두 대학 모두 캠퍼스가 도시에 흩어져 있는데, 저는 생물학과로 파견되고 싶었기 때문에 LMU의 바이오 캠퍼스가 도심에 더 가깝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파견대학/지역 특징
뮌헨은 대도시여서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동시에 영국정원, 올림픽공원, Isar 강 등 도시 내에 충분한 자연이 있어 쾌적하고 여유롭습니다. 남쪽으로는 알프스와 접해 있어 여름에 물맑은 호수로 수영하러 가고 눈쌓인 알프스를 배경으로 등산하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뮌헨이 위치한 바이에른 지역은 맥주로 유명해서 지역축제, 축구경기, 비어가튼(Biergarten)에 친구들과 앉아 맥주 한잔을 하는 것도 일상의 낙이었습니다.
파견대학인 LMU는 메인빌딩이 도심에 있어서 즐길거리가 풍부하고, 버디 프로그램이나 교환학생을 위한 축제 등이 활발히 열려서 적응하기 편합니다. 여름축제와 학과 행사들도 활발히 열려서 활기차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거주했던 올림픽공원 옆 기숙사촌인 올리도프 (Olympiadorf, 줄여서 Olydorf) 는 기숙사 단위로 열리는 행사가 많아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매일이 심심하지 않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저는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갔습니다. 정말 무조건 비자는 한국에서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테어민 잡기 아무리 힘들어도 독일에서 비자 받는 것보다 쉽습니다. 독일 행정 처리가 늦고 소통하기도 힘들어서 비자 발급이 계속 늦어질 것입니다. 비자가 안 나와서 기존 해외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독일에 남아야 했던 친구들도 여럿 봤습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 비자 발급을 해야 한다면 독일 입국하자마자 비자 발급 절차를 밟으시기 바랍니다.
- 숙소 지원 방법
한국에서 LMU에 application을 보낼 때 기숙사 신청하는 파트가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오는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고, 배정 희망하는 기숙사를 기재하시면 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Olympiadorf Bungalow (작은주택) 배정을 희망한다고 썼고 실제로 배정받았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Tuition fee는 서울대 등록금입니다. 기숙사 비용은 Olympiadorf 거주자 기준 한달에 약 400유로 (보증금 약 600유로)였습니다. 계약기간은 5개월이었고, LMU는 3~7월, TUM은 4~8월 계약이었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사실 출국 전에는 비자 발급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외에는 트래블로그/트래블월렛 카드 발급받아서 가면 현지카드 발급 전이나 문제 생겼을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대개 3월 중에 이루어집니다. 학과마다, 들으려는 수업마다 수강신청 방법 및 기간이 다릅니다. 파견 확정 후 LMU에서 학과별 수강신청을 안내하는 이메일이 오므로 이메일 확인을 제때 하시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lsf라는 사이트를 통해 강의계획서를 볼 수 있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데, 몇몇 수업은 직접 교수님께 신청메일을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강의계획서들을 쭉 보면서 듣고 싶은 수업들을 추리고, 추린 수업들의 신청 기간과 방법을 각각 확인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LMU는 3월에 학기 전 어학수업이 열리는데 이 프로그램은 신청안내메일이 따로 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IUCM German Language Course
학기 전 3월 한달동안 매일 수강하는 Preparation Course와 학기 중 주 2회 진행되는 Semester Course를 수강했습니다. Preparation Course의 경우 학기 시작 전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수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교환기간 동안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모두 이 어학수업에서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이었습니다. Semester Course의 경우 IUCM 수업은 대면이었고 다른 기관에서 비대면 수업들도 열렸습니다.
- Graphic Identities - Race, Class, Gender, and Sexuality in Comics and Graphic Novels
그래픽노블과 만화에서 사회의 다양한 정체성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배우는 세미나 수업이었습니다. 매주 읽기자료를 읽어 가서 15명 정도의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정체성을 가진 친구들과 한국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과제는 포럼글 5개, Class Zine (잡지) 페이지, 그리고 기말페이퍼 제출이었고, 시험은 없었습니다.
- Alpine Flora and Vegetation
알프스의 식생에 대해 배우는 생물학과 강의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은 매주 교수님의 강의로 진행되었고, 마지막에 기말시험 하나로 평가되었습니다. 고도와 지역에 따른 식생 군락, 생존기제, 서식 종 등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들었지만, 뮌헨 남쪽이 알프스 지역인 만큼 이 강의 수강생들만 신청할 수 있는 답사 수업도 열렸습니다.
- 학습 방법
세미나 수업의 경우 매주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수업들이 많아서 매주 나오는 읽기자료와 작은 과제들을 밀리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미나든 강의식 수업이든 적극적으로 임하는 만큼 얻어간다고 생각합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슈퍼마켓, 우체국 등이 아니라면 사실 뮌헨은 대체로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해서 독일어를 하지 못해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저는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서 출국 전 겨울방학에 괴테어학원(주한독일문화원)에서 A1.1을 수강했고, 입독 후에는 3월에 A2.1, 학기 중에 A2.2를 수강했습니다. 특히 괴테어학원은 처음부터 독일어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실전적인 독일어를 배울 수 있으므로 추천합니다. 독일에 가서는 대학에서 안내해주는 어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정육점이나 식당 등 일상생활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꾸준히 부딪혀야 실력이 빨리 늡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OIA와 LMU에서 이메일로 중요한 행정처리 및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수시로 옵니다. 문의사항이나 제때 오지 않은 서류가 있다면 꼭 담당자에게 적극적으로 메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독일은 행정처리가 기본적으로 느려서 필요한 사람이 미리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답장도 보통 늦게 옵니다..
V. 생활
- 가져가면 좋은 물품
웬만한 물건들은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쇠젓가락, 와이파이 공유기, 피크닉매트는 챙겨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현지 물가 수준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뮌헨은 거주민들이 요리하게 만드는 도시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외식 물가는 비싸고 마트 식재료는 저렴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 손을 거치면 비싸집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마트, 식당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마트가 일요일에 영업하지 않고 평일에도 저녁에는 닫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일요일에 외식할 것이 아니라면 식재료를 전날 미리 사둬야 합니다. 주로 이용하는 마트로 Penny, Aldi, Lidl, Edeka가 있습니다.
- 의료
병원진료는 보험에 가입했다면 진료예약 어플인 Doctolib으로 예약하고 방문합니다. 어플에 영어가 가능한 의사인지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 은행
교환학생 대부분 Wise, Revolut 등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므로 실제로 은행을 방문할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입국 후 레볼루트 카드를 발급받았고, 현금인출을 위해 실물카드도 발급받았습니다.
- 교통
학생들에게는 월 29유로의 할인가로 제공되는 도이칠란드티켓(Deutschlandticket)으로 지하철, 트램, 지역기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도 이용 가능합니다.
다만 intercity train/bus을 타야 하는 도시 간 이동은 따로 표를 구매해야 합니다. Bahncard에 가입하면 DB 기차를 예매할 때 할인 받을 수 있어서 기차여행을 자주 다니실 계획이라면 가입을 추천합니다.
- 통신
저는 마트에서 알디톡 유심을 구매했습니다. EU 내에서는 추가금액 없이 독일 내에서와 동일하게 데이터 사용 가능합니다. 지하철, 건물 내에서는 데이터 잘 안 터집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독일은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 아주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당일치기나 근교여행까지 포함하면 저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 다닌 것 같아요. 그만큼 ‘여행을 가야할 것만 같은’ 이상한 압박이 생길 수 있는데, 세상에 좋은 곳은 무궁무진하고 그걸 다 가볼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본인이 행복할 만큼 다니시기를 바랍니다. 관심 가는 곳과 가까운 곳 위주로 먼저 다녀오세요. 혼자 가는 여행과 친구랑 함께하는 여행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여행 다니는 것만큼이나 뮌헨에서의 생활도 좋았습니다. 날씨 좋은 날 학교 친구들과 영국정원으로 피크닉을 가고, 특히 여름에는 매달 열리는 지역 축제를 즐기고, 다양한 학교와 기숙사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가 머무는 곳의 생활 구석구석에 충실했습니다. 귀국하니 친구들과 방에서 마시던 맥주, 집 앞 올림픽공원에서의 밤산책과 같이 소소하고 여유로웠던 뮌헨 일상이 가장 그립습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뮌헨은 굉장히 안전한 도시이지만, 그래도 유럽이므로 기본적으로 소지품을 잘 챙기시고 중앙역 근처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근교 등산을 간다면 산을 많이 타본 사람들과 동행하거나 사람들이 많은 코스부터 시작하는 게 안전합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다른 기숙사촌도 마찬가지겠지만, 뮌헨 올리도프에 거주하신다면 기숙사 왓츠앱 톡방으로 중고물품이 활발히 거래됩니다. 자잘한 식기부터 쇼파나 의자까지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 톡방 외에도 기숙사 단위의 행사 공지나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톡방 등도 있으니 관심갖고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생활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현지인한테 도움을 구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귀국한 지 일주일 정도되니 교환생활이 꿈같습니다. 원래도 호기심이 많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하여 세상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행정처리부터 배경이 다른 친구들을 사귀는 것까지 모두 처음부터 해냈더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보니 이제는 택하지 못한 길을 곱씹으며 지나치게 아쉬워하지도 않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좋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정말 많이 얻었습니다.
학생 신분이라는 보호막 아래 하는 외국 생활은 귀중한 경험입니다. 학생이기에 실수해도 이해 받을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관계 맺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편하고 안정적인 외국살이인 것 같습니다. 분명 그때는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돌아보니 행복한 기억밖에 없네요. 너무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