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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O우_Technical University of Berlin_2024학년도 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0 December 2024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꼭 도전해보고 싶은 활동이었습니다. 좁게는 외국 대학에서의 교육, 넓게는 약 반 년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이라는 매력들이 교환학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예전에 수업에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교환학생들과 교류해본 경험이 있어, 이번 기회에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축을 공부하는 제게 한국을 벗어나 다양한 나라의 건축과 도시를 경험해보는 일은 앞으로 두고두고 되새길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했고,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때문에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목표를 ‘한국과 다른 건축 교육’과 ‘여러 나라의 건축과 도시’를 경험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목표에 가장 적합한 국가는 독일이었습니다. 독일, 나아가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으로 묶인 국가들은 슈테테바우(Städtebau)라고 하는 건축과 도시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또 일명 디테일(Detail)을 중시하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또 지리적으로 독일은 유럽의 중심에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자체도 넓은 국토 곳곳의 지역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어, 독일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았습니다.

 

파견대학은 베를린에 위치한 베를린 공대(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 이하 TUB)였습니다.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이자 가장 많은 인구와 외국인 비율을 가진 도시로, 독일어가 미숙한 제게 영어 수업 환경이 가장 잘 갖춰진 베를린 공대는 1순위로 희망한 대학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독일의 상위 9개의 국립 공과대학, 일명 TU9 중 드레스덴이나 다름슈타트 역시 고려하였으나 상대적으로 영어 수업이 적었으므로 베를린이 최선의 선택지였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첫 유럽 여행지가 베를린이었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보다 친숙했으며 더 오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1. 현대적이고 다채로운 도시 구조

베를린은 프로이센 이후 지금까지 독일의 수도라는 역사와 함께, 1920년대에는 세계 3위의 인구 수에 이를 만큼 대도시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도심 대부분이 황폐화되었고, 재건 과정에서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과 다르게 현대적인 건물들이 주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분단 기간 동안 동서로 나뉜 베를린은 각자의 체제 하에 다른 분위기의 모습을 이루었고, 지금까지도 베를린 장벽 등 도시 곳곳에서 그 역사를 담은 다채로운 장소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1. 압도적인 인구 수와 인프라

베를린의 인구 수는 375만여명으로 독일 최대 규모의 도시입니다. 반면 면적은 약 891.8km²으로 서울의 1.5배에 달하며, 비교적 넓은 면적에 많은 인구의 이동을 감당하기 위해 대중교통 인프라가 발달했습니다. 베를린 내 교통은 크게 지상철 에스반(S-Bahn), 지하철 우반(U-Bahn), 트램, 버스로 나뉘고, 독일 내 도시 간 교통은 독일철도청 도이치반(DB)에서 운영하는 KTX와 비슷한 고속열차 이체(ICE, IC), 그리고 ITX 혹은 무궁화호와 비슷한 준고속열차 레기오날반(RE, RB) 등이 있습니다.

 

  1. 외국인에 포용적인 사회 분위기

베를린의 외국인 거주 인구는 95만여명으로 전체 인구 중 약 25%에 달하는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그 분포 역시 가장 많은 터키에 이어 폴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 내 이민과 더불어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등 유럽 도시 중에서도 굉장히 다양성이 높은 곳입니다. 때문에 다른 독일 도시들과 다르게 어디에서나 다양한 인종과 언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저 역시 이방인임을 자각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함이나 인종차별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 또한 독일어를 잘 모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베를린 공대는 앞서 언급한 TU9 중 하나이자 뮌헨 공대와 더불어 독일, 나아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과대학입니다. 인문학, 경제학, 경영학 등의 단과대도 존재하나 이름처럼 공학 관련 분야가 주류인 만큼 공대에 재학 중인 학우분들이 적응하기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 교환학생 중 공과대학 계열인 카이스트, 포스텍 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학과 다른 점은 학사 3년 및 석사 2년의 3+2년제로 교육이 이뤄지고, 캠퍼스의 명확한 경계가 없어 도시 안에 자연스럽게 캠퍼스 건물들이 놓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베를린 공대 건축학과의 특징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독일어권 건축의 특징인 슈테테바우와 디테일 위주의 교육이 돋보인 한편, 최근 중요하게 다뤄지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논의 역시 활발했습니다. 더불어 BA(학사)와 MA(석사) 과정은 주로 독일어로 이뤄지지만, 국제 과정인 MA-T(석사)의 경우 입학 시 영어 성적을 요구하고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어 일반적인 독일 건축 교육과는 다른 독특한 학풍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베를린에는 베를린 공대와 베를린예술대학(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두 곳에만 건축 전공이 있었고, 학풍도 베를린 공대의 경우 구조, 환경, 시공 등 공학적인 분야 중심으로 설계 수업이 진행되었으나 베를린예술대학은 미대에 가까운 커리큘럼을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저는 3월에 출국하여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고, 학기가 시작하는 4월에 맞춰 베를린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때문에 독일에서의 행정 업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에서 비자를 받고 출국했습니다. 비자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비자를 먼저 받을 경우 비자 개시일보다 이른 입독이 불가능했다는 사례들을 종종 접했으나, 독일 연방경찰(Bundespolizei)에 직접 문의한 결과 비자 개시일 이전에도 쉥겐 조약에 따라 입독 및 90일 이하의 체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는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핀란드)에서 입국 수속을 했기 때문에 비자와 상관없이 수월하게 EU 국가에 입국할 수 있었으나, 한국에서 비자를 먼저 받고 개시일보다 일찍 입독하고자 하는 학우분들은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하여 연방경찰에 문의해보고, 답변 메일을 출력해 독일에서 입국 수속 시 문제가 생길 경우 사용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래에는 한국에서 비자를 받을 때 준비할 것들을 적어두었습니다.

 

  1. 테어민(Termin)

독일은 테어민의 나라입니다. 테어민은 독일어로 약속을 뜻하며, 대부분의 독일 업무에는 테어민을 통해 예약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한국에서의 비자 업무 역시 서울의 주한독일대사관을 통해 처리하므로 가장 먼저 테어민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보통 최대 3개월 이후 날짜의 테어민을 잡을 수 있고, 테어민 당일 비자 신청 후 발급까지 평균 4주, 최대 6주까지 걸리므로 출국 일정을 고려하여 미리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독일 외무청 사이트의 Terminvergabesystem des Auswärtigen Amts — Seoul에서 신청하며, 테어민 예약이 완료되면 Terminanfrage bei Seoul이라는 이름의 확인 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테어민 당일에 인쇄된 메일 사본을 대사관 인포데스크에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잘 보관해두시길 바랍니다.

 

  1. 서류 준비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주한독일대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서류를 홈페이지에 써있는 순서대로 2부씩 출력해서 준비해야 하며, 스테이플러 등으로 문서를 훼손하면 반려될 수 있으므로 온전한 상태로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서류가 증명서나 사본으로 쉽게 준비하실 수 있으나, 유의할 것이 두 종류 있습니다. 먼저 직접 작성해야 하는 비자신청서와 Motivation Letter입니다. 독일 외무청 사이트의 VIDEX 중 Angaben zur Person에서 온라인으로 비자신청서를 작성한 후 출력하시면 되고, Motivation Letter는 영문으로 워드 1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정해진 형식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먼저 우측 상단에 ‘이름, 한국 영문 주소, 국적,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순서로 기본정보를 작성한 후, 대략 세네 문단 정도로 ‘자기소개, 파견 정보 및 목적, 파견 기간 동안 경험할 것, 파견 경험이 줄 영향’ 등을 포함해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슈페어콘토와 보험은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1. 슈페어콘토(Sperrkonto) 및 보험

슈페어콘토는 독일 파견 기간 동안 학업 및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재정 증명입니다. 보통 엑스파트리오(Expatrio) 혹은 코라클(Coracle)이라는 업체에서 패키지 형태로 신청하는데, 저는 엑스파트리오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슈페어콘토 계좌를 개설하고, 월 934유로에 체류 월수를 곱한 후 보증금과 서류 비용 등 부수적인 금액을 더한 총액을 한번에 입금하면 파견 기간 동안 매월 생활비처럼 934유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인’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송금 후 검토까지 모두 완료되면 확인 메일 혹은 엑스파트리오 사이트에서 슈페어콘토 증명 서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파견 기간 동안의 보험 계약서 역시 필요한데, 공보험과 사보험 중 선택할 수 있으나 저는 엑스파트리오에서 슈페어콘토와 함께 공보험 TK를 같이 가입할 수 있는 패키지를 이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보험이 사보험에 비해 비싸나 보장 범위가 넓고 편리하여 교환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독일의 경우 한국처럼 대학 내에 기숙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studierendenWERK(이하 STW)라는 별도의 기관이 도시 곳곳에 운영하는 기숙사에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파견 전 12월 중순 무렵에 베를린 공대로부터 기숙사 지원 안내 메일이 왔으며, 이후 모든 절차는 STW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교환학생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다음 세 곳이었습니다.

 

  1. Siegmunds Hof - Haus 1 (월 352-380유로)

에스반 역 Tiergarten 근처에 위치한 Siegmunds Hof는 제가 묵었던 기숙사입니다. 침대, 책상, 옷장 등 가구가 있는 개인방과 함께 주방, 화장실, 샤워실 등 공용공간을 사용하는 구조였습니다. 장점으로 학교와 매우 가까워 걸어서 15분 내외로 통학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학과 스튜디오 수업 특성 상 실습과 팀플로 늦게 귀가할 일이 잦았기에 주저 없이 Siegmunds Hof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건물 전체가 교환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이기 때문에 공용공간에서 마주치며 친해질 기회가 많아 다양한 교환학생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한 편인데, 공용공간의 위생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주방 선반이나 공용 냉장고가 더러워 사용하기 힘들었고, 변기나 샤워실이 종종 막히거나,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으로 다닌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파티를 좋아하는 교환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기숙사라 종종 공용공간에서 밤 늦게까지 파티를 열어 소음 문제로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1. Hans und Hilde Coppi (월 332-395유로)

베를린 동쪽에 위치해있으며,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45분 내외가 걸리는 기숙사입니다. 또한 가까운 에스반 역 Nöldnerplatz에서 10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Siegmunds Hof에 비해 접근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대신 한 층의 모든 인원과 공간을 공유하는 Siegmunds Hof와 달리 2-3명의 플랫 메이트들과 주방, 화장실을 공유하는 구조로 보다 조용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1. Hubertusallee (월 372-440유로)

베를린 서쪽에 위치해있으며,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30분 내외가 걸리는 기숙사입니다. 주변에 가까운 기차역이 없어 주로 버스로 다녀야해서 접근성이 가장 아쉬운 편입니다. 개인방에 화장실이 함께 있고,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신청할 때 가장 적은 방을 제공하고 있어 다른 두 곳에 비해 정보가 많이 없는 기숙사입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독일의 대학교는 student fee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교환학생의 경우 파견교가 아닌 본교 등록금을 내야 하기에 다른 학기와 동일하게 지불했습니다. tuition fee로는 한 학기 교통권인 semesterticket의 발급 비용을 포함하여 240.44유로를 지불했습니다. 제가 거주한 기숙사 Siegmunds Hof의 월세는 352유로였고, 계약 시 보증금으로 두 달치에 해당하는 704유로를 냈습니다. 보증금은 퇴거 후 방의 청결 상태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감한 후 최대 8주 이내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입국 후 14일 이내에 전입신고에 해당하는 안멜둥(Anmeldung), 출국 전 7일 이내에 전출신고에 해당하는 압멜둥(Abmeldung)이라는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역시 테어민이 필수이니 관청(Bürgeramt) 사이트에서 미리 신청하시거나, 매일 아침 7-9시에 취소표가 많이 풀린다고 하니 수시로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1. Isis

개강 전 수강신청으로 수강인원이 미리 정해지는 한국과 달리 베를린 공대는 별도의 수강신청 과정이 없습니다. 대신 eTL과 비슷한 사이트인 Isis에서 수업을 검색해서 등록하여 해당 수업의 수강 여부와 관계없이 수업에 필요한 안내 사항이나 자료 등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해당 수업에 신청한 것은 아니며, 수강신청 방법이나 정원 제한 등의 사항들은 수업마다 상이하니 반드시 매 과목 첫 수업에 참석하여 안내를 듣고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 스튜디오 실습 수업은 Isis에서 별도의 과정을 거쳐 수강신청했고, 다른 세미나 수업들은 첫 수업 때 교수님께서 직접 학생들의 수강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1. Moses

정상적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나면 학기 중간 즈음 교수님으로부터 시험 등록에 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Moses라는 사이트에서 수강중인 과목을 조회하여 정해진 등록 기간 안에 등록하면 학기 말에 시험, 과제 등 평가를 마치고 이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처럼 별도의 드랍 제도는 없고, 시험 등록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드랍한 것과 같아 성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때 교환학생은 Moses를 통해 전산상으로 성적을 받을 수 없어, 따로 과목별 교수님들께 Schein이라는 수기 성적표를 요청하여 받은 후 TU Portal에 업로드하여 최종적으로 전체 이수 과목의 성적이 표기된 학기 성적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과정들이 한국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최대한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여 무사히 이수하시기 바랍니다.

 

  1. KVV

건축학과의 경우 수강신청 시 별도의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매 학기 개강 전 학과 홈페이지에 Kommentiertes Vorlesungsverzeichnis, 줄여서 KVV라는 커리큘럼 pdf 파일이 올라오는데, 여기에서 해당 학기의 모든 건축학과 개설 강의들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Isis나 Moses의 정보와 다르더라도 우선적으로 이 KVV를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KVV 초반에 건축학과 OT 및 오픈 스튜디오 일정들이 적혀있으니 건축학과 수업, 특히 스튜디오 수업을 듣고자 하신다면 꼭 OT를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세 과목 모두 건축학과 수업을 들었습니다. 건축학과 수업들은 학사 과목은 주로 독일어로, 석사 과목은 주로 영어로 열렸습니다. 예전에 한국 건축학과 교환학생 중 4학년 이상은 독일에서 석사로 등록되어 석사 과목을 들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저의 경우 등록 때 석사로 인정받으려면 학사 졸업장이 필요하여 결국 학사로 등록됐습니다. 과목별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BRICK BY BRICK

(Entwerfen und Baukonstruktion III)

인도 출신 건축가 교수님의 스튜디오 수업으로 유일하게 영어로 진행되는 학사 스튜디오였습니다. 독특하게도 학사, 석사 과정이 함께 들을 수 있었고, 약 60명 정도의 수강생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모든 스튜디오는 항상 2-3명씩 팀을 이뤄야 했고, 교수님은 한 학기 중 주로 중간, 최종 크리틱 때만 평가를 하고 그 외에는 WiMi라고 하는 세 명의 설계 조교님들과 매주 데스크 크리틱을 통해 설계를 발전시켰습니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건축 교육 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고, 더불어 영어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교환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수업 내용은 제목 그대로 벽돌이라는 재료를 중점적으로 탐구하고, 최종 과제는 학교 바로 옆 공원인 Tiergarten에 다양한 목적의 벽돌 파빌리온을 계획하는 것이었습니다.

 

  1. From Augustus to Mussolini

(Baugeschichte - Architektur als Ausdruck politischer Tendenzen I)

고고학 전공 교수님의 세미나 수업으로 역시 학사, 석사가 함께 들을 수 있는 영어 수업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역사, 특히 파시즘에 의해 변화된 로마의 장소들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초반 3주 동안은 교수님의 기본적인 강의가 이뤄졌고, 이후 학생마다 로마 곳곳의 장소들 중 하나씩을 조사하여 15분 내외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최종 과제는 발표 때 다룬 내용을 요약하여 4페이지 분량의 짧은 기말 에세이를 제출했습니다.

 

  1. “Sublime”

(Architekturtheorie/Kritik I)

원래 건축이론 전공 교수님의 강의였으나, 해당 학기에는 독특하게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미학 전공 교수님께서 학기 중 짧게 방문하여 진행된 세미나 수업이었습니다. 수강생 5-6명 정도의 작고 밀도 있는 규모였고, 미학의 개념 중 숭고를 중심으로 여러 철학자들의 글을 읽고 가볍게 토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었으나 수업 전 읽어야 하는 글의 양이 적지 않았고, 미학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들인 수업이었습니다. 최종 과제는 수업 때 다룬 여러 철학자들의 숭고론을 요약하고, 이를 각자가 정한 주제와 연관지어 숭고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제시하는 10페이지 분량의 기말 에세이를 제출했습니다.

 

3. 학습 방법

 

건축학과의 특성 상 평가 방식이 시험 없이 전부 과제로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시험 기간에 정해진 내용을 공부하지는 않았고, 대신 과제 마감 기한을 고려하여 평소에 조금씩 관련 책이나 논문을 읽거나 과제물을 제작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쪼개어 준비했습니다. 위의 (2)와 (3)과 같은 세미나 수업들은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 것 외에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으나, (1)처럼 스튜디오 수업의 경우 주차별로 한국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도면, 모형 등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요구하여 분위기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개강 전 교환학생 대상으로 열리는 독일어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독일어를 적극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버디 프로그램으로 만난 베를린 공대 학생과 친해지면서 종종 언어 교환인 Tandem으로 저는 독일어를, 버디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약간이나마 일상 독일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버디와의 대화는 모두 영어로 나누었기에 영어 회화 역시 파견 전에 비해 상당히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서는 스튜디오 수업의 경우 항상 팀을 이뤄 작업하기 때문에 팀원들과 영어로 소통했습니다. 또한 크리틱에서 설계 조교님들과 교수님들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미리 대본을 쓰고 직접 읽어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학술적인 영어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대본이나 기말 에세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영어 글쓰기에 ChatGPT나 DeepL 등의 AI를 활용하면서 시간도 단축시키고 보다 매끄러운 영작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글이 어색해지거나 표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마무리는 직접 본인의 손을 거쳐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건축학과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들이 Ernst-Reuter-Platz 북동측에 위치한 건축학과(Institut für Architektur, 이하 IfA) 건물에서 열립니다.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을 적어보았습니다.

 

  1. 건축 도서관 (Bereichsbibliothek Architektur und Kunstwissenschaft)

건축학과 건물의 저층부에는 건축 도서 위주의 도서관이 별도로 있습니다. 베를린 공대의 다른 도서관들 역시 좋았지만 항상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반면 건축 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상당히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건축 관련 도서들이 많아서 수업을 준비하거나 공강으로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TU Library 사이트에서 건축 도서관 및 다른 베를린 도서관들의 도서 현황을 검색할 수 있고, 베를린 공대 학생증으로 책도 2주 동안 대여할 수 있습니다. 좋았던 점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처럼 다른 기관의 자료들도 베를린 공대 학생임을 인증하고 온라인으로 조회 및 저장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Detail 등 유명한 건축 잡지들을 pdf로 저장할 수 있어 건축학과 학우분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인쇄 공간 (IfA Druck, copy print Kopie & Druck GmbH)

베를린 공대의 스튜디오 수업을 듣게 된다면 대부분 크리틱 때 도면과 모형 등 아날로그 과제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자주 인쇄할 일이 생기는데, DM 매장 중 인쇄 가능한 곳들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대부분 사진 인화용이고 특히나 A3 규격 이상의 용지는 인쇄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저는 건축학과 건물 0층(Erdgeschoss, 한국의 1층)에 있는 IfA Druck라는 인쇄 사무실에 인쇄할 파일을 메일로 보내거나 Ernst-Reuter-Platz 남서측에 위치한 copy print라는 인쇄소에서 주로 출력했습니다. IfA Druck의 경우 직원분께서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을 수 있으니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방문하는 것이 좋고, copy print는 출력 전용 카드가 있어야 출력할 수 있어서 저는 직원분께 얘기하여 카드를 대여한 뒤 출력하고 카운터에서 정산했습니다. 두 곳 모두 인쇄비가 한국보다 꽤나 비싸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모형 재료 (Boesner, Modulor, Material Storage)

스튜디오 수업에 필요한 모형 재료의 경우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들이 베를린 내 몇 군데 있습니다. 건축학과 건물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Boesner라는 곳을 자주 갔고, 주로 지류, 자, 칼판, 커터칼, 접착제, 스프레이, 클레이 등을 구매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취급 품목들은 한국의 화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가격이 1.5배에서 2배 정도 비쌌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규모가 크지 않아 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에 있는 Modulor라는 곳을 갔는데, 한국의 호미화방과 비슷한 대규모의 가게였습니다. 둘 모두 건축 모형 재료 뿐 아니라 미술 작업에 필요한 물감, 캔버스 등도 판매하니 미대 학우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학생들이 사용하고 남은 재료들 중 상태가 좋은 것들은 버리기 전에 지하의 재료 창고 같은 곳에 보관해두어 필요하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건축학과 건물 0층의 인포데스크에서 창고 열쇠를 받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아이디어팩토리처럼 여러 재료들을 가공할 수 있는 워크숍 공간이 건축학과 건물 안에 몇 군데 있습니다. 그 중 지하에 있는 IfA Modell에서 레이저, CNC, 3D프린터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레이저와 CNC의 경우 별도의 교육을 신청해서 이수해야 이용할 수 있고, 3D프린터는 라이노 모델링을 USB에 담아가면 Heiko라는 직원분께서 확인 후 이상이 없으면 작업한 뒤 며칠 후에 작업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저는 한 달 동안 여행을 먼저 다니고 기숙사로 이동했기 때문에 짐을 최소화했습니다. 기본적인 물품들은 독일에서 구할 수 있으니 꼭 가져가면 좋을 몇 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1) 여행용 백팩 혹은 소형 캐리어가 있다면 가볍게 여행을 다닐 때 체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2) 여분의 안경은 안경이 파손될 경우 새로 맞추는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고 비싸기 때문에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3) 각종 증명서, 특히 여권 사본, 본교와 파견교 재학증명서 등 본인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들을 출력해두면 소매치기 등으로 짐을 잃어버렸을 때 보다 수월하게 대처하실 수 있습니다. (4) 햇반, 라면, 국분말, 고추장 튜브 등 가볍고 보관이 편한 한식 물품들은 현지 식사에 질렸을 때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입니다. (5) 미니 선풍기는 여름학기에 오실 분들께서 특히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베를린의 여름은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대부분의 장소에 에어컨이 없어 더위를 식히기 힘들었습니다. (6) 타이레놀, 종합감기약, 소화제, 밴드와 연고 같은 기본적인 상비약들은 여행 중 아플 때 큰 도움이 됩니다. (7) 충전기, 배터리, USB 등 소형 전자기기들은 독일에서 구할 수 있지만 비싸고, 부피가 작아 소지하기 어렵지 않으니 준비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8) 소매치기 방지를 위한 휴대폰 손목 스트랩, 자전거용 자물쇠, 웨이스트 백 등의 물품 덕분에 보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독일의 외식 물가는 한국보다 1.5배 이상 비쌉니다. 특히 패스트푸드가 아닌 요리가 나오는 식당의 경우 한 끼에 15유로 내외로 지출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Rewe, Edeka, Aldi, Hit Ullrich 같은 마트에서 재료들을 사서 직접 요리해 먹었습니다. 마트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육류와 유제품의 경우 오히려 저렴할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의 노브랜드 같은 ‘ja!’라는 상표의 상품들이 저렴하여 자주 구매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당

학교 근처에 저렴하고 괜찮은 식당들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기차역 Zoologischer Garten 근처에 있는 Burgermeister는 독일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비교적 맛있고 저렴한 수제버거 식당입니다. Ernst-Reuter-Platz 서측에 있는 케밥집 Rüya Gemüse Kebap과 중식집 Tu-Long이 10유로 이하로 먹을 수 있는 맛집들입니다. 그보다는 가격이 약간 높지만 Savignyplatz에 있는 일식집 Heno Heno도 일본분들이 운영하셔서 상당히 괜찮은 가게입니다. 한식이 그리우실 경우 학교 근처에 있는 Seoul Garden과 Soban이 한국분들이 운영하시는 인기 있는 한식집이지만 가격은 대체로 메뉴 당 15유로 내외입니다. 가장 저렴한 식당으로는 학생식당인 Mensa가 학교 내 여러 곳이 있는데, Mensacard라는 별도의 카드에 돈을 충전해야 결제할 수 있으며, 뷔페식이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건축학과 건물에 있는 Mensa의 파스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1. 의료

의료의 경우 엑스파트리오를 통해 공보험 TK에 가입했으나 제대로 혜택을 누려보지 못했습니다. 입독 후 슈페어콘토와 함께 TK를 활성화하면 독일 주소로 TK 어플에 가입할 수 있는 우편이 오는데, 저는 모종의 이유로 우편이 오지 않아 TK 어플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약 한 달 정도 지나니 자동으로 독일 계좌에서 보험금이 인출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정기적으로 돈을 냈지만 막상 혜택은 누릴 수는 없는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귀국 전 해지할 때에는 TK 측에 메일을 보냈고, 간단한 서류 작성과 귀국 비행기 티켓, 압멜둥 서류를 요구하여 제출하니 보험금 잔액이 추가로 빠져나가고 해지가 완료됐습니다. 더불어 병원을 이용할 때 역시 독일은 테어민을 요구합니다. 저는 병원을 이용하지 않았으나 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진료 테어민을 예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몸이 아프실 경우 가벼운 증상에는 DM이나 Rossmann, 혹은 Apotheke라고 표시된 약국에서 여러 약들을 구매하셔서 자가치료하시길 권합니다. 꼭 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 베를린에는 한인 병원이 여럿 있어 ‘베를린리포트’ 같은 한인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한인 병원에 테어민을 잡고 방문하시면 보다 수월할 것 같습니다.

 

  1. 은행

입독 후 슈페어콘토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독일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보통 교환학생들은 N26이나 Vivid, Revolut를 사용했는데 저는 그 중 N26을 이용했습니다. 앱스토어에 독일 계정을 새로 만든 후 어플을 설치할 수 있었고, 가입할 때 화상 통화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실물 카드를 받기 위해서는 추가 금액을 내야했으나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실물 카드 없이 잘 생활했습니다. 같은 N26 계좌끼리는 송금이 빠른 편이었고 다른 은행 계좌에는 1-2일 정도 소요됐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어플에 현금 인출 기능이 있어 Rewe나 DM 등 현금 인출이 가능한 매장에서 바코드를 보여주면 수수료 없이 바로 계좌의 돈을 인출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했고, 덴마크나 영국처럼 다른 화폐를 사용할 경우 실시간 환율에 따라 자동으로 인출됐고 수수료도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없어 실물 카드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해외 결제가 가능한 트래블월렛 등의 카드를 따로 한국에서 발급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교통

교환학생을 포함한 베를린 공대 재학생은 학기 초 등록 과정에서 교통권(semesterticket)을 발급받는데, 한 학기 동안 고속열차(ICE, IC)를 제외한 독일 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 내 도시 간 이동 시 열차들을 원활하게 확인하기 위해 도이치반(DB) 어플을 설치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도이치반에서 가입비를 내고 일정 기간 할인된 가격으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반카드(BahnCard)라는 제도도 운영중이니, 독일 내 열차 여행을 자주 다니실 분들은 가입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3개월 동안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BahnCard 25를 이용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반카드는 자동 해지가 아닌 만료일 기준 최소 4주 전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간이 연장되어 필요 이상의 금액을 내야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통신

저는 3월 초 출국하여 한 달 동안 여행하고, 4월 개강에 맞춰 베를린에 도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독일 유심을 구매할 수 없어 첫 한 달은 SKT의 T 로밍 요금제를 이용했습니다. 여행자 유심을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0 청년 요금제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로밍 가격이 50% 할인되어 경제적 이점이 있었고, 한국번호를 유지할 수 있어 출국 후 한국에서의 용무를 처리할 때 수월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독일에 도착한 후에는 SKT의 장기 일시정지를 신청했고, Aldi 마트에서 AldiTalk 유심을 구매하여 생활했습니다. 다른 유심들에 비해 저렴하고 EU 뿐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 지역(스위스는 불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선택했습니다. 주의할 점은 첫 구매 시 충전권이 아닌 Starter-set이라 적힌 스타터팩을 구매하셔야 하고, 활성화 과정에서 N26처럼 화상 통화로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금제는 Kombi-Paket S 혹은 M을 주로 썼으며, 각각 4주에 9유로, 14유로로 10GB, 20GB의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1. 학교 생활

건축학과에는 수업 시간 외에도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Roundabout과 IfA Kollektiv는 동아리나 학생회와 비슷한 학생 단체로 학기 초 리크루팅과 행사 홍보를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여름학기에 오시면 학기가 끝나는 7월 중순에 1년 동안의 모든 스튜디오 결과물들을 전시하는 IfA EXPO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 이틀에 걸쳐 건축학과 건물 전체의 각 방에 여러 전시들을 보실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강연이나 토론 등 여러 행사들도 수시로 진행됩니다. 독특한 점은 테크노의 도시로 불리는 베를린답게 학기 중, 그리고 IfA EXPO의 마무리 행사로 건물 뒤편 Cafe A 마당에서 밤새 테크노 파티를 연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열리는 파티는 생소한 문화여서 굉장히 새롭고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1. 여가 생활

베를린에는 평소에 즐길 거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도시 곳곳에 있는 Biergarten은 야외에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특히 Tiergarten 안에 있는 Cafe am Neuen See가 좋았습니다. Tiergarten, Tempelhofer Feld, Mauerpark 같은 공원들은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고 피크닉하기 좋아 자주 찾아갔습니다. 베를린 공대 말고도 훔볼트 대학 도서관이나, 두 곳의 베를린 시립 도서관이을 공부하기 위해 즐겨 방문했습니다. James-Simon-Galerie, Neue Nationalgalerie, Reichstag 같은 훌륭한 현대 건축물들도 많아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는 분들은 Berliner Philharmoniker을 추천드리고, 특히 저는 밴드 공연을 좋아하여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밴드들을 보기 위해 Bandsintown이라는 어플을 통해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 소식을 찾아보고 예매해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인디 밴드들의 공연은 티켓 가격이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아 교환학생 때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1. 여행

앞서 언급한 도이치반 어플로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 인접 국가들의 여행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차 예매는 빠를수록 가격이 저렴하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급격하게 비싸지니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실수록 좋습니다. 그 외에는 FlixBus라는 고속버스로 보다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고, 보다 먼 국가들은 Ryanair, easyJet 등 저가 항공으로 충분히 다닐 수 있습니다. 주로 스카이스캐너로 먼저 가격을 비교한 뒤 해당 항공사에서 예매했는데, 저가 항공의 경우 수하물 규정이 빡빡하여 짐을 쌀 때 주의하시고, 연착이 잦아 이동할 때 1-2시간 정도 넉넉하게 일정을 비워두시기 바랍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독일은 대체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입니다. 베를린 역시 대도시 중 치안이 좋은 곳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주의를 요합니다. 학교에서 가까운 기차역 Zoologischer Garten 근처는 무척 번화한 곳이지만 노숙자와 정신이상자가 많아 늦게까지 돌아다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소매치기의 경우 베를린에서는 거의 볼 수 없어 한국에서처럼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과 지갑을 넣고 다녔지만, 그럼에도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짐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학교 안까지도 종종 도둑이 들 수 있어 이동할 때에는 항상 짐을 챙기고 다녔습니다. 주의할 점은 2024년 4월 1일부터 독일 전역에 대마초가 부분 합법화되어 이전보다 자주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밤 늦게 혼자 외출하시는 것은 자제하시고, 평소에도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있는지 조금이나마 주의를 기울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독일에서 우편과 택배를 받을 때 굉장히 까다로웠던 것이 불편했습니다. 기숙사에 입주하면 바로 자신의 방 번호에 해당하는 곳에 이름을 적어 붙여두시길 바랍니다. 우편과 택배가 배송될 때 명패에 본인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으면 대부분 반송되거나, 저도 모르게 다른 방이나 심지어 다른 건물의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원래 안멜둥을 마치면 우편으로 방송수신료(Rundfunkbeitrag) 납부 고지서를 받는데, 제가 머문 Siegmunds Hof의 경우 저를 포함하여 우편이 오지 않아 결국 끝까지 방송수신료를 내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기숙사의 경우 그 층의 대표 1명이 내는 방식이라는 정보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다녀오는 과정에는 예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교환학생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지금까지 한국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면서 외국의 사례들을 많이 접해봤지만, 직접 가서 경험해보지 못해 아쉬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교환학생으로 머리로만 알던 곳들을 직접 두 발로 걷고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고, 이는 크나큰 배움이자 앞으로 제 인생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배움보다 더 값진 경험은 약 반 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온전한 저의 모습을 마주해본 것입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의 삶은 가족, 친구, 사회 등 수많은 관계들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고 없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다보니,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김과 동시에 차분히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해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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