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던 3학년 1학기, 매 학기마다 반복되는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곳과 정말 많은 것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일을 배우고 겪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어떤 경험이든지 일찍 해 볼수록 그 다음에 선택을 할 때 아는 정보를 기반으로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다면 다시 그렇게 해야겠다고, 나쁜 경험이었다면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배울 수 있으니, 어떤 일이든 간에 많이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고, 치안이 안전하고, 자연 환경이 보기 좋으며 영어 사용이 원활한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또, 이왕 가는 김에 스스로에게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동기 부여를 주고자 한국인들이 특히 많이 가지 않는 곳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후보가 더 있었지만 북유럽 국가 중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 덴마크를 골랐고, 바다 옆에 살며 산책 가는 생활을 해 보고 싶었기에 바다 옆에 위치한 도시를 1지망으로 골랐습니다.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학생 도시라 도시 인구 대부분이 젊고 다국적인 편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오르후스는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수도 코펜하겐이 위치한 Zealand가 아닌 서유럽 국가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Jutland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다 옆에 있으나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도시는 아닙니다. 그리고 바다 옆에 위치해 있지만 의외로 해산물을 자주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파견 간 1학기의 경험상 1월부터 3월까지는 겨울이었고, 서머타임이 시작되는 4월 초부터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며 5월이면 봄이 옵니다. 단, 4월 말에도 패딩을 입고 다녀야 하는 날씨가 있고 드물지만 눈이 옵니다.
겨울은 일주일 중 파란 하늘을 한 번 볼까 말까 한 정도로 매우 흐립니다. 덴마크 전체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지만 오르후스는 바다 옆에 위치해 더욱 그렇습니다. 듣기로는 코펜하겐이나 다른 내륙 지방보다도 날씨가 가장 험한 편이라고 합니다. 바람이 한국의 10~15배 정도 강하게 부는데 거의 매일 눈과 비가 내리기 때문에 겨울에는 바깥 활동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덴마크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며 산이 없고 대부분 언덕이나 평지지만 오르후스는 바다를 옆에 두고 있어서인지 전체적으로 경사져 있습니다. 그래도 전기 자전거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 편이며, 외곽 지역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길기도 하기 때문에 자전거가 이동에는 제일 빠른 교통수단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한국에는 덴마크 대사관이 없어 노르웨이 대사관을 통해 수수료를 지불하고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수수료가 몇십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 저는 현지에서 발급받았습니다. 우선 도착하면 학교에서 거주 서류까지 받은 후(사설 숙소라면 집주인에게 거주증명서를 요청해야 합니다) 시청에 온라인 예약을 하고 기타 다른 서류를 들고 방문해 Residence permit을 신청합니다. 이는 2주 정도 후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는 시청 쪽에서 제 서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제출하고 신청하느라 결국 받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후에는 CPR number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는 주치의를 배정받고, 은행 계좌 개설과 기타 덴마크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이걸 받고 나면 이 번호를 기반으로 MitID 앱으로 계정까지 만들어야 행정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데, 저는 Residence Permit을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이후 다시 시청에 약속을 잡아 CPR number까지 받고 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돌아가기까지 한 달 반 정도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냥 없이 살았습니다.
*지참 서류에는 명시되어있지 않으나, 한국 여권에는 출생지가 나와 있지 않아서 출생증명서를 영문으로 따로 준비해 가야 합니다. 저는 다행히 그때 노트북을 들고 갔기에 즉석에서 발급받아서 처리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학교가 확정된 후 지원 대학에서 기숙사 신청 메일이 옵니다. 이때 3지망까지 고를 수 있는데, 기숙사가 워낙 많기에 특정 위치를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선호 조건을 선택하게 됩니다. 저는 공용 주방에 개인 화장실을 1지망, 공용 주방에 공용 화장실을 2지망, 주방과 화장실을 모두 혼자 사용하는 studio type을 3지망으로 신청했습니다. 기숙사 입주일도 이때 선택하게 되는데, 1월 초, 1월 중순, 2월 초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학기 시작이 1월 말에서 2월 초였기 때문에 저는 조금 앞서 도착할 것을 생각해 1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플랜으로 신청하였습니다. 그 후 1월 15일부터 시작하는 1인실 플랜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에게 들었을 때는 1월 중순부터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없어, 먼저 도착해 호스텔 같은 곳에서 지내다가 2월 초에 입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한 번 배정된 기숙사는 변경이 불가하기 때문에, 배정받은 기숙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외부에서 방을 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례를 몇몇 보았는데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수고와 계약서 문제 등을 제외하면 가격은 1인실 기숙사와 비슷하게 60~70만원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중간 달부터 시작하는 플랜은 한 달 기숙사비가 조금 넘는 비용 + 기숙사 보증금을 함께 결제하게 됩니다. 제가 썼던 1인실은 한 달에 3500kr로 대략 70만원 정도였으며, 주방이나 화장실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그보다 저렴하다고 들었습니다. 2인이서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는 한 달 50만원 전후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공용 주방을 훨씬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화장실과 방은 혼자 쓰는 플랜 등 다양한 기숙사 형태가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캠퍼스이고 기숙사이기 때문에 학교 건물이 정말 넓게 퍼져 있고 기숙사도 그렇습니다.
3.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서울대학교에 지불한 등록금 외에 학교에 따로 지불한 비용은 없었습니다. 기숙사 비용은 앞서 언급했듯 어떤 기숙사를 배정받는지에 따라 45~70만원 내에서 달라집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자전거는 Swapfiets라는 자전거 대여 업체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자전거를 직접 사기도 하는데 저는 방법이 번거로워 보여 그냥 도착한 지 3일만에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1개월마다 갱신하는 플랜과 3개월 이상 장기 대여 플랜이 있습니다. 업체에서 학교 OT 행사나 studenterhus, 학생회 같은 곳에 할인 쿠폰을 배부하기 때문에 그걸 받은 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자전거 플랜은 한 달 3~4만원 정도입니다. 전기 자전거는 그 3~4배 정도의 가격입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학교에서 수강신청 안내 메일이 오면 단과대마다 있는 과목 코디네이터를 거쳐 교수님께 승인을 받은 후 수강신청을 하게 됩니다. 처음 신청할 때는 주에 수업이 몇 시간 있는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인 일정은 알지 못합니다. 개강 후 수업이 겹친다면 일주일 내에 수강신청 변경이 가능합니다. 단, 모든 수강 변경은 과목 코디네이터를 통해 이뤄지므로 기간 내에 미리 메일을 보내야 하며 교수님에 따라 선행 과목을 보고 수강신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과목 권고 사항을 잘 읽고 코디네이터의 조언을 잘 듣고 해야 합니다.
교환학생은 25~30 ECTS 정도의 강의를 듣는 것이 권장됩니다. 주로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 과목은 10ECT, 학기의 반만 진행되는 과목은 5 ECT이며 특별히 수업 시수와 로드가 많은 과목 중에선 15 ECT 짜리 수업도 존재합니다. 교양 과목은 없고 같은 faculty 내 수업을 최대 한 개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본인의 department 안에서 최소 20 ECT는 수강해야 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기숙사에 라디에이터 정도밖에 없는데 겨울에는 꽤 춥기 때문에 전기 장판은 필수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밖에 여러 방수 외투와 의류가 있으면 좋습니다. 가방도 방수 가방을 추천합니다.
- 현지 물가 수준
유럽이 마트 물가는 저렴하다고 하지만 덴마크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설탕세가 있기에 과자 등 간식류의 가격이 특히 높습니다. 파스타 면, 요거트와 과일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것 같습니다. 외식 비용은 30000~35000원 정도가 평균입니다. math kantine의 뷔페식 학식은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소 13000원부터 시작하고, 샐러드나 샌드위치는 7000~9000원 정도에 사 먹을 수 있었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당과 카페는 시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의료와 은행 서비스는 이용해 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교통은 1회 교통권이 약 5000원 정도인데, MitID를 만들어 Rejeskort라는 교통카드를 구입하면 대략 3600원 정도의 할인받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오르후스가 속한 Mityjylland 지역의 교통 앱인 Midtraffick에서 10회 교통권을 한 번에 구입하면 조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은 현지 유심 Lebara를 편의점에서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유심 핀을 구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 꼭 가져오세요.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동아리는 주로 스포츠 동아리가 많으며 그리 다양한 동아리가 존재하진 않습니다. 대신 단과대마다 학생회가 있고 거기서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studenterhus라는 전체 학생을 위한 곳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저는 Studenterhus에서 바텐더로서 카페 봉사를 했고, Aarhus 대학 학생들을 위한 ESN 여행 프로그램에 신청해 스웨덴과 노르웨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날씨가 안 좋았던 4월 중순까진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해서 코펜하겐 4일, 독일 11일, 스웨덴과 노르웨이 10일, 네덜란드와 벨기에 5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귀국일을 앞당겼기에 5월은 오르후스 내에서만 보냈습니다. 근교로 오덴세, 알보그, 빌룬드 레고랜드로의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합니다. 단 교통비가 많이 나오니 염두에 둬야 합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유럽 국가 중에서는 드물게도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괜찮다고 할 만큼 안전한 곳입니다. 오르후스 내에서 소매치기는 만나지도 듣지도 못했고 다른 강력 범죄도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교통 신호를 잘 지키고 인구 밀도가 적어 교통량도 많지 않아 교통사고도 적습니다. 다만 제가 수학한 학기 중 빌룬드 공항에서 폭탄 테러 위협이 한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지난 1학기 동안 덴마크 오르후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의 다른 나라들뿐만 아니라,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생 중심의 학습 방식과 교수님들의 열린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질문하며,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덴마크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습니다. 덴마크 문화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독립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마을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어 외부인으로서는 폐쇄적이라고 느껴지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문화가 주는 여유와 자율성을 즐기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혼자서도 많은 것을 해 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