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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김O경_University of Auckland_2024학년도 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0 December 2024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예전부터 외국에서 살아보는게 평생 로망이었어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학교에 간다면 교환학생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가 어릴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영화가 반지의제왕인데, 영화 촬영지가 전부 뉴질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지역 (호주, 뉴질랜드) 쪽으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유럽이나 그런 다른 여러 나라들은 여행으로도 충분히 가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뉴질랜드 쪽으로는 따로 여행을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 기회에 남반구 지역들을 구석구석 둘러보고자 뉴질랜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생활이 평화롭고 여유넘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실제 삶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오클랜드 대학교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대학교 입니다. 오클랜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접근이 편리하고 여러 나라의 국제학생들이 모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의 수도는 아니지만 수도의 역할을 할 만큼 가장 큰 도시이고, 그만큼 생활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문화 도시라 그런지 인종차별이 거의 없고 한국 음식점이나 다양한 아시아 마트도 많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비자는 별도의 인터뷰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본인 또는 가족구성원의 은행 계좌에 1000만원 정도가 있다는 증명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신청해도 비자 발급까지 몇주정도가 걸리고 신청에 필요한 서류들이 많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숙소는 UOA accommodation portal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학교 계정만 있으면 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다른게 확정되기 전이더라도 기숙사 신청포털이 열리는 날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열리자마자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환학생이 신청할 수 있는 기숙사로는

1. 55 symonds - 방 안에 주방, 화장실, 침대가 다 포함된 전형적인 자취방 구조입니다. 비용이 가장 비쌉니다.

2. Te tirohanga – 고시원처럼 방에는 침대와 책상만 있고, 한 층마다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지하에 엄청나게 큰 공용주방이 있는 구조입니다. 비용이 가장 저렴합니다.

3. Carlaw park student village – 아파트처럼 2-4명의 룸메이트들과 주방,화장실을 공유하고 각자 방에 침대와 책상이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기숙사에 묵었는데 룸메이트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SSO라는 포털에서 진행하는데, 정원이 넉넉해서 서울대처럼 초를 다투는 선착순 신청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목코드 뒤에 붙은 번호가 1로 시작되면 1학년 강의, 2로 시작되면 2학년, 그리고 3으로 시작되면 3학년 강의이고 번호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도 높아집니다. 2,3학년 강의는 주로 선이수과목이 요구되는데 서울대에서 비슷한 수업을 들었다는걸 증명하면 수강이 가능합니다. 강의는 보통 이론수업(lecture) + 랩수업(lab 또는 tutorial) 로 구성되며 이론수업은 엄청 큰 강의실에서 전체 수강생이 다함께 듣고 랩수업은 소규모 분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주로 격주) 시간 선택폭이 넓어서 시간표를 자유롭게 짤 수 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 MAORI190: Kapa Haka

마오리족의 춤과 노래를 배우는 수업입니다. 그룹으로 모여서 연습도 하고, 교환학생들이 많이 들어서 친구를 사귀기 좋은 수업입니다. 실제 마오리족 친구들도 많이 듣고, 무용전공 친구들도 많이 듣는 것 같았습니다. 3시간 통강이라 힘들때도 있었지만 바깥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노래연습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주일중 가장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오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강하고 뉴질랜드 문화를 이해하려면 마오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수업을 통해 마오리 문화와 정신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기 마지막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한학기동안 배운 춤과 노래를 공연하기도 합니다. 교환학생을 온 만큼 학과 공부만 하기보다는 내가 한학기동안 살 나라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이 수업을 들었는데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BIOSCI204: Microbiology

전공과 관련된 미생물학 강의입니다. 자연대나 농생대 미생물학 강의와 비교했을때 내용이 훨씬 광범위하면서도 얕아서 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격주로 진행되는 랩수업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많이 해볼 수 있는데, 고학번이라면 한번쯤 해봤거나 들어봤을 실험이어서 영어로 배우는데도 크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3. PSYCH202: Biopsychology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본 생물심리학 강의입니다. 생명과학과 강의가 아니라 심리학과 강의라 내용이 심리학에 좀 더 치중되어 있을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과학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뇌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3. 학습 방법

한학기에 6~7과목을 듣는 서울대와 달리 여기서는 수강 가능한 과목이 최대 4과목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대에 비해 학업량이 많지 않다고 느껴졌고 시험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치뤄지거나 치팅시트 반입이 가능해서 부담이 적습니다. 또, 중간고사 전에 2주정도 study break가 있고 기말고사도 종강 직후에 보는게 아니라 2주정도 후에 보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교환학생들은 보통 그 기간에 공부 대신 여행을 가기는 합니다) 평가도 모두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이론수업(lecture)은 대부분 출석을 확인하지 않고, 강의를 모두 녹화해서 자막까지 달아서 올려주기 때문에 여러번 돌려보면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중에는 수업에 전혀 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서울대에서도 (특히 이과는) 자료나 수업이 영어로 되어 있는게 많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하고 쓰는 능력은 확실히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한학기가 생각보다 짧아서 막 엄청난 향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지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생각보다 여기저기에서 한국 음식이나 물건들을 많이 팔아서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 화장품이나 질좋은 전자제품(ex. 보조배터리, 정품 충전기) 또는 필기구는 가격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챙겨오는 것이 좋습니다. 옷은 여기서도 예쁜게 많기 때문에 엄청 많이 가져올 필요는 없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원래도 한국의 1.5배정도 되는데 최근에 환율이 올라서 더 비싸게 느껴집니다. 마트 물가는 계절에 따라 변동폭이 큰데(여름에 5달러 하던 멜론이 겨울에는 11달러...) 한국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외식을 하게 되면 기본 2-3만원이 넘게 들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장을 봐와서 요리를 해먹으면 조금이나마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가 오클랜드 시내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식당은 정말 많고, 한식당도 많습니다 (가격은 정말 비싸지만..)

의료는 이용해본 적이 없지만 UOA 학생이라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학교 내에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은행의 경우 한국 비자카드나 트래블월렛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신용카드로 인식되어서 수수료가 붙고, 현지 친구들과 정산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저는 ANZ 은행에서 현지에서 사용할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출국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해두고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수령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현지 계좌가 아니면 기숙사비를 낼때도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계좌를 꼭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통은 AT hop card라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는데 원래 학생할인이 됐었는데 최근에 할인서비스가 종료되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교통비는 한국의 2-3배쯤 되고 이 교통카드로 버스와 기차, 페리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의 경우 보통은 유심을 사서 한달마다 top up해서 쓴다고 하는데 저는 귀찮아서 공항 면세구역에서 3개월짜리 spark 여행자용 유심을 2개 구매하여 사용했습니다. 가격 대비 주는 데이터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3개월 지나고 유심을 바꿀 때 번호도 같이 바뀌기 때문에 현지에서 가입한 모든 사이트에서 번호를 변경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이론수업을 다 녹화해서 올려주고 출석도 확인을 안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학기중에도 얼마든지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mid semester break를 이용해 남섬을 여행했고, 외에도 주말에 짬짬히 북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뉴질랜드 특성상 교통이 구석구석 발달되어있지 않아서 렌트를 하지 않으면 여행을 하는게 편하지는 않지만 고속버스인 intercity bus를 이용하면 웬만한 유명한 여행지는 다 다닐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현지에서 차 있는 친구를 사귀어서 차를 얻어타고 함께 여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아리의 경우 학기 초반에 동아리박람회를 하므로 그때 가서 원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면 됩니다. 저는 동아리에 한두개 가입하긴 했지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고 대신에 룸메이트들이나 다른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온 친구들과 친해져서 자주 어울려다녔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자정이 넘어도 길에 사람이 많은 서울과는 달리 여기는 웬만한 가게들이 10시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는게 안전하지 않습니다. 길에 노숙자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보다 행인들에게 공격적이어서 낮이나 밤이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평소 해외에서의 삶을 꿈꿔왔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꿈꾸던 생활을 잠시나마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서울대에서의 힘들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서 뉴질랜드에 와서 듣고 싶은 강의를 자유롭게 선택해 듣고,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적당히 공부하고 마음껏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행복이었습니다. 특별한 여행지들도 물론 좋았지만, 날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여유롭고 행복한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근처 아무 공원이나 달려가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음악을 듣고 마음껏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날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교환 국가를 뉴질랜드로 정한 것은 매우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긴 시간 혼자 해외에 와서 가족과 친구들과 모두 떨어져 있었는데, 스스로를 독립적인 성격이라 생각해왔지만 직접 겪어보니 막상 그렇지 않았고,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와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 한국에서 만큼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기대와는 달리 외롭고 우울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었고, 늘 따뜻하고 긍정적인 룸메이트 친구들 덕분에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혼자 여행하고 혼자 카페에 가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기에 와서도 혼자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많은 생각들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환 생활은 기대했던 만큼 눈물겹게 행복했고, 또 예상과는 달리 때로는 숨막히게 불행했습니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절대 없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여러개의 축을 만들어내는 법을 알게 되었고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는 4개월 반이라는 시간동안 외면으로도, 내면으로도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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