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Erasmus University Rotterdam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서부 홀란드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direct 기차를 타면 30분만에 로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로테르담은 암스테르담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들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시기에 독일의 공습을 맞아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역사가 있어, 현재는 매우 현대적인 도시 경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로테르담이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종 다양성이 큰 도시라고 합니다.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woudestein 캠퍼스는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단과대들의 수업은 이 캠퍼스에서 열립니다. 제가 파견된 ESHCC는 Erasmus school of history, culture and communication의 약자로, history, arts and cultural studies, communication and media 이렇게 3개의 과정이 있습니다.
-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거주허가증을 받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메일로 보내주는 안내를 따라 모든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생활비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5천 유로 가량의 돈을 학교 계좌로 입금해야 했습니다. 이 돈은 거주허가를 받은 이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계좌로도 받을 수 있고, 현지 계좌로도 받을 수 있는데, 한국 계좌로 송금 받으면 환전 등 수수료가 추가적으로 붙는다고 하여 저는 파견 이후 개설한 현지 계좌로 환급 받았습니다. 듣기로 네덜란드의 다른 학교들 중에는 생활비를 송금하지 않고 통장 잔액으로도 증빙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저희 학교에서는 입금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 숙소 지원
숙소 지원 역시 학교에서 메일을 통해 안내해주는 방법을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다면, 개별적으로 머물 집을 구해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주거난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어서, 집을 구하기가 어렵고 집세도 비쌉니다.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ssh housing (기숙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를 신청하여 주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 신청은 선착순으로 진행되었으니, 꼭 제때 잘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수강신청 하듯이 pc방에 가서 신청했는데, 걱정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저는 Overhoningen 이라는 off campus 건물에서 묵었고, 방 3개와 공용 부엌, 공용 화장실이 있는 형태의 집에서 2명의 룸메이트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기숙사 렌트는 한 달에 500유로 정도였습니다.
- 수강 신청
한 학기가 2개의 term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term에 듣고 싶은 수업의 개수와 듣고 싶은 수업을 5순위까지 선택하여 학교에서 제공하는 폼에 제출하면, 학교 측에서 수업을 배정하여 줍니다. 배정 받은 다음, 시간표가 겹치는 수업이 있으면 학교에 문의하여 시간표를 조정 받을 수 있습니다. 수업 드랍은 학기 시작 후 3주까지 가능했습니다.
- 학업
- 수업
렉쳐와 튜토리얼 형식의 수업이 있습니다. 렉쳐의 경우 출석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튜토리얼은 반드시 출석해야 했습니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 특이했던 것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교실에서 실제로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영상으로 녹화해서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모두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에 올려, 서로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게 새로웠습니다. 물론 다른 수업들에선 대면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수강 과목
저는 technology, media and identity와 Economics of art and culture, Science fiction and media를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교환 학생들이 다 수강해야 하는 feeling orange라는 네덜란드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제가 들은 과목들을 포함하여, 개인적으로 ESHCC에는 간학문적인 강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공으로 학점 인정을 받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평가로는 과제나 시험이 있었고, 시험의 경우에는 교내 시험 센터에서 컴퓨터로 진행되었습니다.
- 생활
- 현지 물가 수준
외식을 한 번 하면 식사와 음료를 포함해서 적어도 20유로 정도는 드는 것 같습니다. 장바구니 물가 수준은 외식 물가보단 단연 저렴합니다만, 이 역시 한국과 비교해서는 조금 비싼 수준인 것 같습니다. 교환 기간 동안 요리 실력이 늘었습니다.
- 은행
네덜란드에서는 현지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에게 일반적인 visa나 마스터카드를 받지 않는 가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Pin only 라고 적혀 있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곳들에선 네덜란드 계좌에서 발급된 maestro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현지 은행으로는 Abn amro, ING, bunq 등이 있습니다.
bunq는 우리로 치면 카카오뱅크 같은 온라인 기반 은행입니다. 개좌 개설이 간단하고 bsn 번호 (거주 등록 후에 나오는 번호입니다)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저도 네덜란드에 도착한지 하루만에 bunq 계좌를 열었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실제로 방문할 수 있는 사무실이 없고, 특히나 문의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없습니다. 문의는 채팅으로만 가능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혹시나 은행업무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다면 bunq는 최악의 은행으로 변하고 맙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bunq를.. 적어도 bunq에 가진 돈을 전부 넣는 선택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Abn amro와 ing에서 개좌 개설을 할 때에는 bsn 번호가 필요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신다면 Ing에서 계좌를 개설하기를 가장 추천드립니다. Abn amro 학생 계좌는 애플페이를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Ing에서 계좌를 개설하여 ing 카드를 애플 페이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통신
Lebara 유심을 썼습니다. 저는 공항에서 유심을 샀는데, 학교에서 나눠 주기도 하니 이왕이면 학교에서 공짜로 받으세요..! 통신비는 월평균 15유로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유심이지만, 유럽 내에서 여행 다닐 땐 네덜란드 국내에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교통
NS에서 한 달에 5유로 정도를 내면 평일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off peak 시간과 주말에 기차를 원래 가격의 40%로 탈 수 있는 구독 요금제(NS flex)를 운영합니다. 교통비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나라인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나름대로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로테르담에선 트램,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하게 되는데, 이 교통 수단들은 ov칩카드라는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NS flex를 구매하면 교통 카드인 ov칩카드도 무료로 보내주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Ov칩카드가 없다면, 대중교통의 경우 일반 카드를 찍고 이용할 수 있고, 기차 티켓은 ns 앱에서 별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swapfiets에서 대여하여 사용하였습니다. 매달 20유로 정도 돈을 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키가 160초반으로 네덜란드에서는 아주 작은 편이었는데요. 기차역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는 키에 비해 너무 커서 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Swapfiets에서는 자전거 사이즈가 세 종류로 나오고, 처음 빌릴 때 조절도 해주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추천인 코드 공유하여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 가져가면 좋은 물품
웬만한 것들은 현지에서 모두 구할 수 있습니다. 뭐가 없거나 부족한 것보다 짐이 무거운 게 더 힘들었습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비싸긴 하지만, 시내의 아시안 마트에서 한국 음식과 식재료도 다양한 종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로테르담에는 한식당도 정말 많아요!)
화장용품 중 퍼프와 클렌징 용품은 한국에서 사 오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현지에선 원하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생각보다 춥습니다. 네덜란드는 7월에도 꽤 추워서, 여름옷은 여행할 때 빼고 입을 일이 없었습니다. 두꺼운 옷을 위주로 챙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 워낙 비가 자주 오고, 부슬부슬 내릴 때는 우산을 쓰지 않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비 맞으면서 자전거 타는 일도 비일비재 하기 때문에, 모자 혹은 모자 달린 외투는 정말 필수적입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생활용품은 action이라는 곳에서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저렴한 만큼 질이 너무 좋지 않은 물건도 있으니 잘 살피고 구매하세요! Marktplaats라는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중고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식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too good to go 가 있습니다. 매장 마감 시간에 남은 음식들을 싼 값에 받아올 수 있는 앱인데요. 어떤 음식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많은 먹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앱스토어에서 지역 설정이 한국으로 되어 있는 경우 이 앱을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지역 설정을 네덜란드로 변경하셔야 too good to go 앱을 다운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too good to go 외에도 이런 앱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 중엔 라이언에어 앱도 지역 설정을 바꿔야만 설치 가능했습니다.)
-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순간순간마다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꼈는데, 그마저도 돌아보니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운 학기였습니다. 떠나기 전과 비교해 보면 다양한 배경의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고, 영어 실력도 약간은 는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되었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학기를 마친 후 한 달 정도 더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그야말로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여행이 아주 즐거웠던 만큼, 여행의 매 순간을 열중하여 보냈던 것처럼 이후에 이어질 한국에서의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모든 분들이 즐겁고 후회 없는 학기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