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의 꿈은 제게 고교 대입 준비 시절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버팀목 같은 존재였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탐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영화에서만 보던 장소들에 가보고, 좋아했던 미술 작품을 직접 내 눈으로 보겠다는 기대들이 제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 후 대학에 와서 동기들 및 타과 학우들을 만나며 자라온 배경과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각기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바라봐왔던 세상은 극히 일부였다는 것을 느낀 후, 제가 자라온 환경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배경에 대해 더 알고 싶었습니다. 여러 대외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한국 사회의 유사한 교육환경에서 자라온 터라 생각의 틀의 다양성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꿔왔던 교환학생의 꿈을 실제로 실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또한 의학과 특성상, 의예과 시절이 아니라면 교환학생을 지원할 수 없어, 본과 진급 전 마지막 관악 캠퍼스에서 보내는 학기인 2학년 2학기에 파견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입시에 전념한 고등학교 3년 시절을 보내고 나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자아를 제외한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가를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과연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등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에 따라 컴포트존을 벗어나 도전적인 경험을 하며 제 스스로를 찾고자 국외교환학생 파견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우선 유럽과 미국 사이 파견 지역을 고민하였습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면 학교생활경험 자체가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고,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간다면 네덜란드 및 다양한 유럽 국가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장점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생활 경험과 여행 사이 파견학기를 통해 더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앞서 지원동기에도 말했듯이 여러 사회를 경험해보고자 하였으므로 다양한 국가로의 여행이 더 유의미한 경험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후 유럽 내 어떤 국가의 대학을 지원할지 결정할 때는 통용 언어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등 자국어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국가들은 해당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해당 국가들의 대학들은 보통 영어를 제외하고도 자국의 언어 자격 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어로 제공되는 수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영어 통용 비율이 높고, 유럽 내에서 English proficiency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를 파견국가로 선택하였습니다. 네덜란드는 전체 국민의 90-93%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으며 네덜란드 대학교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제2외국어로 영어만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네덜란드 안에서 어느 대학과 지역을 지원할지 고민했을 때는 도시의 전반적 치안을 고려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을 고려하다, 늦은 시각에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하다는 후기를 많이 보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용한 소도시를 찾아보았습니다. 또한 여행 다니기에 용이하도록 공항이 근처에 있는 도시들로 추리니 네덜란드 남부 끝에 위치한 마스트리히트가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로 지원하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마스트리히트는 벨기에와 독일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네덜란드 남쪽 끝의 조용한 소도시입니다. 벨기에의 Liege 와 독일의 Aachen으로 버스 또는 기차를 통해 한시간 이내로 이동하실 수 있어, 다른 나라로의 여행이 용이합니다. 또한 마스트리히트 자체에도 작지만 공항이 존재해서, 런던과 같은 도시들로 항공편을 통해 여행하기 편리합니다. 마스트리히트 공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공항, 벨기에의 브뤼셀 공항, 독일의 쾰른 공항 등 다른 공항들로도 버스/기차로 두시간 이내로 갈 수 있어, 여러 옵션의 항공편 일정을 편의에 맞게 선택하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마스트리히트에는 보통 네덜란드하면 떠오르는 운하는 없지만, 도시 중심부에 뫼즈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도시로, 인구 분포는 주로 은퇴한 노인들 또는 대학생으로 양극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편입니다. 저녁 영업을 하는 식당이나 바들을 제외하고 카페나 대부분의 가게들은 오후 5-6시쯤이면 닫기 때문에 특히 저녁시간대에는 매우 조용합니다. 현대 미술관인Bonnefante museum을 포함한 다양한 미술관, 공부하기 좋은 Centre Ceramique도서관 등 여가 생활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제 경험을 빌어 설명하자면, 길거리에서 지갑을 떨어뜨렸는데 다음날 아침에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아 바로 찾았을 만큼, 치안은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보통 student party 같은 경우 자정을 넘는 시간에 끝나기도 하는데, 도심에서 집까지 걸어가도 위험하다는 느낌 없이 매우 조용하고 안전합니다. 교환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아시안이 거의 없어 초반에는 조금 적응하시기 어려울 수 있으나, 학교를 다니시면서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 친해지고, 도시에 익숙해지면 마스트리히트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아늑함에 어느새 편안함을 느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중심지에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려 따뜻한 유럽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은 국제 입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학생 수가 매우 많은 편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학생들뿐만 아니라,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 인근 유럽국가에서 온 신입생들이 대다수이며, 대학교의 수업은 거의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또한 PBL (Problem Based Learning) 이라는 교육방식을 채택해, 수업은 보통 학생들끼리 수업 진도에 맞게 튜터에 의해 선정된 reading 자료들 (주로 논문이나 교과서/책 발췌문)을 읽어간 다음 자유롭게 학습 목표 및 논의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해 토의하며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는 크게 여섯 개의 단과대학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중 교환학생을 받는 세가지 단과대학은, University College Maastricht(UCM), Faculty of Art and Social Science (FASOS), School of Business and Economics (SBE)입니다. 제가 파견된 UCM (University College Maastricht)는 주로 Social Sciences, Humanities, Science 중 하나를 보통 집중선택으로 골라서 학습하게 되는데, 체감상 인문계열의 학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전반적인 유럽 대학이 그러하듯 각각의 단과대학이 도시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단과대학 학생들끼리 교류할만한 교내 장소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캠퍼스형 아니어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라면 친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네덜란드는 비자청과 학생 사이 대학교가 보통 매개하는 역할을 해주어, 거의 모든 알림이나 행정처리를 학교를 통해 하게 됩니다. 즉, 대학에서 시기에 맞추어 메일로 안내를 보내주기 때문에 상시로 메일(서울대학교 메일과 본인이 입력한 개인 메일 모두 확인할 것을 적극 권장드립니다)을 확인하고 학교에서 온 메일의 내용에 따라 서류 업로드 및 신청을 하면 됩니다. UCM으로부터 받은 첫 메일은 3월 초, online application 제출 안내입니다. 해당 안내에 따라서 online application을 작성하고, 여권 사본, 여권 사진, 영문성적표, 성적증명서를 업로드하면 application은 완료됩니다.
한국 국적의 학생의 경우 3개월 이상 네덜란드 체류를 위해서는 dutch residence permit (dutch: verblijfsvergunning)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또한 학교를 통해 관련 안내사항이 이메일로 오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권 사본, evidence of sufficient financial resources, 건강관련서류들, proof of payment of legal fees (228 euro)를 스캔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해당 서류들의 조건 및 발급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학교 visa office를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게 되니, 해당 양식에 맞추어 제출하면 됩니다. Evidence of sufficient financial resources 같은 경우에는, 체류하려는 기간 동안 달 별 적어도 1250 유로가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학교에 deposit으로 맡기거나, 은행에 가셔서 영문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받으신 뒤 스캔하셔서 올려도 됩니다. 은행에서 영문잔액증명서를 발급받으실 때 주의하실 점은 해당 금액이 자유롭게 인출 가능하다는 (at free disposal) 점이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해당 서류들을 모두 업로드하신 다음, 서류들에 문제가 없다면 approved documents 확인 이메일 및 official decision letter of residence permit을 받게 됩니다. 이후 네덜란드에 가셔서 실물 거주허가증을 학교에서 공지하는 일정대로 수령하시면 됩니다. 이 거주허가증은 네덜란드를 떠나실 때 다시 반납해야 하므로 꼭 잘 보관하고 계시다가 출국 날에 스키폴 공항에 반납하시거나 우편으로 반납하시면 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숙소는 Maastricht Housing 이라는 업체를 통해 미리 기숙사 계약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는 학생 수에 비해 housing이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기숙사 계약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숙사는 C,P,M building (흔히 생각하는 기숙사 구조의 빌딩)과 그 외 유형의 기숙사들이 있는데, 하우징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각 가격 및 옵션, 방 구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방이 뒤에 예약되어있지 않다면 추후 계약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나, 계약기간을 줄이는 것은 어려우므로 처음에 예약하실 때 기간을 너무 길지 않게 설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3월 중후반쯤에 하우징 사이트를 통해 기숙사를 8월 말~12월 중반까지로 예약하고 네덜란드로 파견된 이후 귀국 일정을 고려하여 12월말까지로 연장하였습니다. 제가 지낸 기숙사 타입은 Aubeldomein으로, 학교와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두 명이서 거실과 부엌을 쓰고, 각각 개인 방이 있는 구조여서 다른 기숙사들에 비해 공간이 매우 넉넉하고 시설이 깔끔하여 좋았습니다. 다만, 초반에 주로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끼리 친해지는 경우가 많고, P 빌딩에 주로 교환학생들이 많이 지내기 때문에 만약 집 자체의 조건보다 학교와의 거리나 친목 등을 생각하신다면 P빌딩이 더 적합하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타입의 기숙사들도 있으니, Maastricht Housing 홈페이지에서 방 옵션, 가격, 예약 가능 여부들을 비교하셔서 본인에게 맞는 타입의 기숙사를 예약하시면 됩니다. 예약 시 첫 한달의 렌트비를 계약금으로 내게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비자 신청 시 파견 대학에 228유로를 제출해야 하고, 그 외에는 따로 지불한 비용은 없습니다. 제가 예약한 타입의 기숙사 비용(Aubeldomein type A)은 일별 24.25 유로로 계산하여, 한달에 약 720-750 유로 정도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필요할 것 같은 행정 서류들을 미리 한국에서 준비하여 인쇄본 및 파일로 구비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공동 인증서, 여권 사본, 여권 사진, 비자 관련 서류들, 국제 학생증, 영문 재학증명서, 입학허가서, 항공티켓 인쇄본 등) 저는 실제로 파견학기 시작 전 프랑스 여행을 하다 여권을 도난당하는 일을 겪었는데, 당시 미리 구비해갔던 여권 사본, 항공편 인쇄본, 국제 학생증, 네덜란드 residence permit, 입학허가서 등을 보여주고 프랑스 경찰서에서 police report를 작성하여 여권없이 프랑스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항공편을 무사히 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해외에서 여권을 분실하셨으나 당장 귀국하실 수 없는 상황의 교환학생 분들은 긴급여권이 아니라 새 여권을 발급받으셔야 합니다. 기존에 전자여권을 발급받으신 적 있으시다면, 정부24를 통해 (저는 공동인증서를 USB에 담아가서 로그인했습니다) 여권 분실 신고를 하시고, 온라인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신 다음, 본인이 파견된 국가의 우리나라 대사관으로 수령 신청을 하시면 해당 국가의 대사관에서 지문 및 본인 확인을 마친 다음 새 여권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DHL 특송 신청을 추가하여 재발급을 진행하였더니 발급 신청부터 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헤이그 소재)에서 수령하기까지 약 일주일만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각국의 대한민국 대사관 마다 재외국민들을 위한 여권 관련 정보를 사이트에 수록해 놓으니, 만약 여권을 분실하셨거나 도난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면 대사관에 연락하셔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여권 분실 시 항공편 탑승 관련해서는 목적지/출발지 및 항공사 규정에 따라 다르니, 항공사 데스크에 문의해보고 항공사가 조언해주는 방법대로 따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제가 겪은 상황은 쉥겐 국가 내의 이동(에어프랑스 니스 -> 암스테르담 항공편)이라 여권이 없어도 가능했지만, 만약 영국과 같은 EU밖의 국가라면 여권 없는 입국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해당 항공사 및 공항 규정에 따라 대처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수강신청 방식은 서울대학교처럼 선착순 수강이 아니라, 본인이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이메일로 회신하면 (교환학생의 경우) course coordinator 가 개개인의 시간표를 하나하나 짜는 방식이기 때문에, 듣고자 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Application 안내와 같이 제공되는 course manual을 읽으시고 5월부터 시작되는 course registration을 안내 메일에 첨부된 링크로 들어가셔서 진행하시면 됩니다. Course manual에 나와있는 수업 별 선수강과목 조건 및 과목 설명, 수업 수준들을 확인하셔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보통 1 period (5 weeks) 별로 2 courses + 1 skill class를 신청하라고 나와있어, 저는 그에 따라 수강신청 한 뒤 추후 skill class는 수강취소 기간에 수강취소를 선택하였습니다. 추후 취소는 가능하나 변경은 다소 어려우므로 우선 듣고 싶은 수업 위주로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Globalization and Inequality: Perspectives on Development
국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 개발 및 그에 따른 불평등에 대해 논하는 수업입니다. Colonialism, Human right, Environments, Health 등 다양한 관점에서 Inequality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다루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의 수업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제나 정치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음을 가정하고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만약 정치나 경제에 대해 전혀 기본 배경이 없으시면 따라가기 조금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렉쳐가 다양한 연사들에 의해 진행되어 폭 넓은 분야의 개발 관련 문제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게 된 강좌였습니다. 평가 방식은 중간 과제로 2인 1조로 research paper를 작성하고 피피티로 15분 내외로 발표하는 형식, 기말과제로 주어진 질문에 대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take home exam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UCM의 모든 튜토리얼 출석 조건은 85% 이상으로 그 이하로 출석할 시 자동 Fail을 받게 됩니다.
- Infectious Diseases and Global Public Health
공중보건에 관심이 많아 신청한 강좌입니다. 전염병 역학 분야와 공중 보건학 분야를 도합하여 최근 일어난 팬데믹 현상에 대해 바라보는 수업입니다. 전염병의 역사, 역학적 개념과 용어, 역학 모델, 백신 효용성 등에 대해 배우고, 질병의 사회/경제적 결정요소, 건강정책 들에 대해 구체적인 질병 예시들을 토대로 배우는 수업입니다. (HIV/AIDS, SARS, influenza, COVID-19 etc) 렉쳐는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두 번의 대면 튜토리얼 동안 렉쳐와 리딩에서 잘 모르는 개념들에 대해 토의하며 익히는데, 세계적인 관점의 보건 정책, 역학적 개념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만약 원래 공중 보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무리가 없고, 배울 것들 것 매우 많은 수업이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The Presence of Art: Reinterpreting Modern and Contemporary Art
19세기 현대미술의 개념과 그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Modern/contemporary 미술에 대해 역사적/이론적 접근을 적용해보고, 예술적 practices를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 토론하는 형식의 수업입니다. 주로 19세기의 심리적 개념을 활용하여 예술가의 심리를 분석해보기도 하고(프로이트의 Uncanny), 실제 작품들을 예시로 들어가며 이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토의해보는 식으로 진행되어 매우 흥미로웠던 수업입니다. 수업 중 학교 근처의 미술관 및 예술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카데미인 Jan van Eyck Academie에 실제 견학을 가서 네덜란드 및 각국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활동하는 지와, 네덜란드에서 어떻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실제로 유럽에서 다양한 미술관을 가서 작품을 관람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예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해당 수업을 적극 추천 드립니다.
3. 학습 방법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는 Problem Based Learning (PBL) 이라는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여 진행하므로, 주로 강의식인 우리나라 대학의 수업 방식과 다르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 목표 및 학습 주제를 토의하여 정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한 수업 당 주로 일주일에 한번은 lecture, 두 번은 tutorial로 진행됩니다. 매 tutorial마다 discussion leader와 notetaker를 정해서 진행하며, 수업마다 tutor가 정해준 reading materials를 읽어와서 전 수업에 정했던 learning goals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방식입니다. 공부하실 때에는 reading 자료들과, lecture 내용들을 잘 숙지하시면 되고, 수업마다 기말 평가로 글쓰기 과제를 주는 경우나 (주로 교수님께서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해오는 것), 강의 내용을 시험으로 보는 경우 등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수강하는 수업의 평가 방식에 맞추어 학습하시면 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매 튜토리얼마다 자유롭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데, 수업시간에 최대한 많이 말하려고 하고, reading 자료를 열심히 읽어가면 영어 실력이 향상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Dutch/French 등 외국어 학습 추가 수업을 신청할 수 있는데, 보통 유럽 학생들 기준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유럽 언어 사이에는 유사도가 높아 아예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평이 많아 저는 외국어 수업을 수강하지는 않았으나, 만약 해당 언어에 대한 기초 지식과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가 수업을 신청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처음 수강신청을 할 때에는 알기 어렵지만, 수강 신청 후 수업 시작 전 해당 수업의 강의 계획서가 올라오는데, 해당 강의계획서에 평가 방법이 기술되어 있으므로 강의 계획서를 통해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싶은 수업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수강한 수업은 모두 조별과제가 있었는데,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과제를 공동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보통 중간과제를 research paper등으로 하게 되는데, 만약 학업적 부담이 우려되거나 학술논문을 영어로 작성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과제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보통 조별 과제는 발표도 같이 진행하게 되므로 그 점도 미리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처음 적응하실 때에는 의류 구매 등이 번거로우실 수 있으니, 주로 본인이 잘 입는 옷들이나 화장품들은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한 여행 시 안전을 위해 핸드폰 스트랩 같은 도난방지물품, 가을-겨울 학기에 파견가시는 분들은 부피가 작은 전기장판, 현지 결제가 가능한 신용/체크카드, 상비약 및 구급물품, 네덜란드의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바람막이를 추천 드립니다. 파견 전 날씨가 추울 것을 우려해 롱패딩도 챙겨야 할지 고민하였는데 우리나라보다 유럽이 겨울 온도 자체는 낮지 않으니 굳이 챙기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생활용품들은 네덜란드에서도 충분히 구매하실 수 있으니 짐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오셔서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생활용품은 주로 우리나라의 다이소 개념인 Action이나, 조금 더 질과 가격이 높은 HEMA에서 많이 구매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네덜란드는 living cost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인건비가 들어가는 모든 재화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1.5-2배 이상 높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택시는 10분 미만으로 타도 15-19유로 (25000원) 정도 나오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도 보통 편도 2유로(2800원) 정도 하고, 외식 물가도 평균 20-30유로 (3-4만원) 이상, 조금 괜찮은 레스토랑의 경우 기본 인당 10만원 이상 정도로 꽤 높습니다. 네덜란드 역시 국토가 다소 좁은 편이라, housing 가격도 꽤나 비싼 편입니다. 학교와 연관된 업체임에도 한달에 130만원 정도의 기숙사비를 지불했습니다. 그 대신 마트 및 식재료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과일/채소/유제품의 경우 한국보다 낮기도 하므로 학생들은 주로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많이 해먹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요리를 자주하는 성향이 아니었는데, 네덜란드 생활을 하며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들로 새로운 요리들을 해보는 것이 즐거워 요리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장은 주로 Jumbo, Albert Heijn, Lidl, Coop, Plus Franssen이라는 마트들을 이용하였는데, 각각의 마트마다 거의 모든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으니 본인이 사는 위치에 가까운 것을 골라서 방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에 기술한 마트 중에서는 Plus Franssen이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주로 도시 중심지에 식당이 몰려 있고, hidden gem처럼 맛있는 레스토랑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들도 많은 편입니다. 도시가 크지는 않지만, 백화점도 있고, 중심 상가 거리도 있어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밀집도 자체는 매우 높지는 않으므로 주로 이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사람들이 자전거를 매우 많이 이용합니다. 도시에 지하철이나 트램이 없고, 대중교통은 버스가 전부인데 배차간격도 다소 느리고 교통비도 비싼 편이다 보니 시민이나 학생들 대다수가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중고 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게나, 한 달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대여점들도 많으니 도착하신 후 자전거를 마련하시면 추후 이동에 큰 불편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에서 버스를 탈 때에는 OV-chipkaart 라는 교통카드를 발급받거나, contactless payment 기능이 있는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기명제 OV-chipkaart를 발급받으면 네덜란드 내의 기차, 트램, 지하철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달 별 구독권도 끊으실 수 있으니 이동을 많이 하는 교환학생의 경우 기명 OV-chipkaart를 발급받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는 OV-chipkaart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고, 네덜란드 주소를 및 번호를 입력하고 발급비용을 내면 해당 주소로 우편으로 배송됩니다.
저는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네덜란드 파견학기를 시작하여서, 프랑스 여행 기간 동안에는 유럽 여행 e-sim을 사용하였고, 네덜란드에 도착해 ESN이라는 교내 국제학생단체에서 나누어 주는 lebara 통신사의 sim을 받아 번호를 사용하고, 해당 sim에 원하는 만큼 데이터 요금제를 구매하여 사용하였습니다.
네덜란드 도시 간 이동은 주로 기차로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코레일처럼 네덜란드의 NS / Intercity가 존재합니다. 이는 NS앱을 설치하셔서 예매하시거나, 기명제 OV-chipkaart를 찍고 타실 수 있습니다. 기명제 OV-chipkaart에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하는 방식인데, 주의할 점은 버스는 5유로, 기차는 20유로 이상 카드에 잔액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탑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별 총 교통비는 후불로 연동된 결제수단을 통해 빠져나가게 됩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residence를 하는 경우 의료보험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에, 저는 파견학기 시작 전 AON이라는 회사의 유학생 보험을 활용하였습니다. AON 홈페이지에서 보장범위와 기간을 선택하신 뒤 그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면 금방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현지 계좌가 있는 것이 편리합니다. 그 이유는 네덜란드 내에서 마스터카드나 비자 카드는 사용이 불가하고 네덜란드 기반의 결제 수단인 마에스트로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곳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지 계좌를 발급받지 않으면 가끔 근처 ATM을 찾아 현금을 인출하여 계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네덜란드 현지 계좌를 발급받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네덜란드 은행에는 BUNQ와 같은 인터넷 베이스의 은행이 있고, ABN-ABRO와 같은 주요 은행이 있습니다. 한국의 은행과 비교하자면, BUNQ는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은행이고, ABN은 국민은행 같은 은행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BUNQ는 실제로 은행을 방문할 필요없이 앱으로 손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지만 다소 불안정한 은행이고, 계좌 유지비가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저는 ABN-ABRO 계좌를 발급받았는데, 해당 은행의 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외국인등록번호처럼 BSN이라는 네덜란드의 임시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합니다. 파견학기 시작 전, 학교를 통해 BSN 번호를 발급받기 위한 Municipality Maastricht과의 appointment reservation 안내가 이메일로 오는데, 그를 통해 시간대를 지정하여 예약하시면 됩니다. 네덜란드에 도착하신 다음 해당 날짜에 Municipality를 방문하여 주소 확인/여권 실물 확인 등의 절차를 마치면 BSN number를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BSN number, 네덜란드 번호 및 주소를 입력하고, 스마트폰 NFC를 활용하여 여권 스캔을 진행하시면 계좌 발급이 완료됩니다. 이후 일주일 이내 총 4개의 우편이 (따로 오기도 합니다)오는데, 카드, 카드 비밀번호가 적힌 서류, 카드 활성화를 위한 코드가 적힌 서류, OTP 기계(E-identifier)를 받으시고 우편에 적힌 대로 설정을 완료하시면 계좌 및 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ABN 카드는 애플페이로도 등록 가능하여 저는 애플페이를 자주 활용하였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마스트리히트 대학 내에는 ESN이라는 국제학생단체가 있어, 해당 단체에서 여는 행사나 파티 등에 참여하여 다른 교환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ESN 뿐만 아니라 대학생 기반 파티 주최 단체들이 있어서, 특히 학기 초에는 opening party 나 international student party 등 다양한 파티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분들의 경우 초반의 파티를 잘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초반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다양한 파티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의예과는 특히 파견 학교의 학점 인정이 되지 않아 수업보다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파견학기 동안 총 15개국(네덜란드, 프랑스, 모나코, 벨기에, 독일, 스위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38개의 도시를 여행할 수 있었는데, 날씨가 좋은 9-10월의 자유 시간을 활용하셔서 여행을 계획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스트라스부르나 쾰른과 같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도시들이나 유명한 마켓들을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 시 주로 기차나 플릭스 버스, 저가항공사 등을 이용했습니다. 여행은 본인의 취향이나 시간에 맞게 다니는 것이니 제가 따로 조언드릴 부분은 없지만, 유럽 특성상 기차 지연이나 비행기 연착 등의 다양한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차/비행기 지연 관련해서는 저도 초반에는 매우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였으나, 파견 학기를 마칠 때 즘에는 오히려 익숙해져서 놀라지도 않는 수준이 이르렀기 때문에 생활하시다 보면 차츰 적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단독 여행으로 가기 힘든 소도시들이나 동선 상 어려워 가보지 못하는 곳들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었습니다. 10월의 산토리니 여행이나, 11월에 스페인 남부도시인 알리칸테를 혼자 여행한 것,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여행 등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만약 좋아하는 해외 가수가 있으시다면, 해당 가수가 유럽 투어를 하는 기간을 미리 알아보셔서 그 기간과 파견기간이 겹치신다면 콘서트를 보러 가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저는 런던에서 라우브 공연과, 암스테르담에서 앤 마리 공연을 봤는데, 한국보다 티켓 값도 훨씬 저렴하고 혼잡도도 적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진심으로 즐기면서 들을 수 있어 매우 만족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마스트리히트는 매우 안전한 도시이므로 크게 치안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암스테르담은 심야 시간에는 위험할 수 있고, 여행을 다니실 때에는 웬만하면 너무 늦은 시간에 밖에 있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한 파리나 바르셀로나, 로마와 같은 관광지에는 소매치기가 매우 많으므로 휴대폰 같은 경우 스트랩을 통해 손목에 달아 휴대하시는 것을 추천 드리고, 가방이나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첫 여행지인 파리에서는 기차 내에서 캐리어를 분실하였다는 후기를 듣고 자전거 자물쇠를 사서 수화물 보관 칸의 기둥에 고정시켜놓는 등 최대한 도난 및 분실에 유의하였습니다. 여행한 국가 중에서는 벨기에의 전반적인 치안이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인종차별이나 캣콜링 등의 차별적인 행위도 잦고 늦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갈 때는 다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늦은 시간 전에 숙소에 돌아가시고, 치안 등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악명 높았던 파리나 바르셀로나, 로마 등에서는 크게 위험하다는 인식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여행 중에는 항상 안전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지 않으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네덜란드에는 일년 동안 모든 미술관을 무제한으로 입장하실 수 있는 Museumkaart가 존재합니다. 이는 일년에 75유로 정도로 모든 미술관을 무제한으로 입장할 수 있어, 만약 3-4개 이상의 미술관을 방문하실 계획이라면 뮤지엄 카드를 구매하시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미술관에 가셔서 오프라인으로 구매하실 수도 있고, 온라인으로 구매하셔서 우편으로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안네 프랑크 하우스,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등 네덜란드 안의 다양한 미술관을 뮤지엄 카드로 관람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파리의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만 25세 미만의 EU 거주민들에게 무료 입장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residence permit 카드를 수령하신 뒤에 미술관이나 박물관 표를 해당 할인 옵션을 선택하여 예매하시면 입장 시 거주허가증을 보여주고 무료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미술관을 학생 신분으로 저렴하게 방문하고, 각국의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교환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이므로, 만약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여행 시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벨기에의 마그리트 미술관, 파리의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미술관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소장 미술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자체의 공간이 너무 아름다워 사계절의 모습을 꼭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인상 깊었던 공간입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기간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기간입니다. 가장 먼저, 혼자서도 완전해질 수 있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세 학기 정도 하였지만, 네덜란드에 가서야 제가 얼마나 아직도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었는지 느꼈습니다. 타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비자/은행업무와 같은 실질적인 행정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보면서 독립적인 성인으로서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행정 업무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예산을 짜고 생활하는 법, 집안일이나 요리 등에 능숙해져 스스로를 혼자서도 잘 돌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물리적으로 단절된 상태에서,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스스로를 위한 요리를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혼자 좋아하는 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제 감정을 글로 쓰는 시간들을 통해 제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제 비대한 사회적 자아에 숨겨져 있던 진정한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둘째로, 항상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강박적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기간 전에는 일정이나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과 그에 따른 혹독한 자기 비판에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환학생 기간을 떠나게 되었고, 초반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개월동안 그러한 변수가 계속되는 삶을 살며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날씨나 기차 지연부터 저와 무관한 타인의 행동까지,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일에는 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이 세상 어떤 사람이건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한 뒤에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초반에는 여행을 할 때 여행계획을 세세히 짜고 최대한 많은 것을 하는 알찬 여행을 선호하였으나, 후반에는 어차피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획에 얽매이기 보다 그 나라의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기를 택했습니다. 스스로의 불완전함과 세상의 다양한 변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니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살아갈 때에도 한결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로, 힘든 상황이 닥쳐도 나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얻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에는 정말 다양한 어려움들이 닥치고는 합니다. 제 경우에는 여권 도난부터 세관의 일방적 오류로 인한 택배 반송, 기차 지연이나 취소로 인한 고립 상황 등 다양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 마다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고 해결해내면서 오히려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넷째로, 진정으로 여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의예과 재학 세 학기 동안, 저는 소위 ‘갓생’을 추구하며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며 지냈습니다. 여러 개의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중 그러한 생활에 피로를 느꼈고, 이러한 피로 대신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싶다 바라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 없이는 감정적 여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교환 기간을 통해 배웠습니다. 교환 기간 동안 바쁜 삶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마스트리히트에서의 휴식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 없이, 제대로 된 휴식 없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시간도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온전한 휴식과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섯째로,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서 삶의 방식에는 매우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로 한국 사회에서 추구하는 부나 성공이라는 물질적 목표가 아니라, 사랑이나 평화와 같은 정신적 가치를 삶의 목표로 두고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와 모험이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 다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인연들과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들을 얻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눈에 담은 아름다운 순간들, 친구들과 나눈 소중한 대화들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러한 추억들이 앞으로 제 인생에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다시 삶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제가 봤던 세상의 아름다움에 무뎌지지 않고 그를 온몸으로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