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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입선작-수기][미국]조O서_Purdue University_2023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4 June 2024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찍을 적에 입학한 21학번입니다. 그나마 기숙사 생활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간간이 사람들을 만났지만 대학 학부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에 대한 갈망이 항상 컸습니다. 또, 화학공학이라는 이공계 전공을 가지면서 해외에서의 미래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던 터라 해외생활 경험이 있으신 주변 이공계 박사님들과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르던 2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룸메이트 언니가 교환학생 지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발되든 되지 않든 지원은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가장 먼저 토플 시험부터 접수했습니다. 귀국보고서들을 읽어보고 서류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학교의 보호 아래 제 첫 해외생활이기도 한 특별한 학기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대학을 결정할 때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이공계 전공이 강한가’였습니다. 처음에는 독일 공대를 생각했지만 많은 독일 학교들이 가을학기가 아닌 겨울학기를 채택하기 때문에 서울대의 1학기가 시작하기 전 귀국이 어렵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두 번째 고려사항은 ‘영어’였는데, 영어를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틈에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대학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서울대와 학기가 겹치지 않는 학교들 가운데 공대로 유명한 퍼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1지망으로 지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학교였어서 더 믿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퍼듀는 상술했듯 공과대학이 유명합니다. 특히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항공우주 계열의 주요 인물들을 다수 배출한 만큼 관련 전공이 강합니다. 학교가 자체 공항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며, 캠퍼스를 걷다 보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경비행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학교의 전체적인 시스템과 분위기 역시 이공계 전공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공계 전공 외에도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며, 다수의 대기업 CEO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퍼듀가 위치한 인디애나 주는 사실 놀거리가 다양한 곳은 아닙니다.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도 차로 한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학교가 있는 West Lafayette은 캠퍼스를 빼놓고는 옥수수밭과 콩밭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캠퍼스의 구성이 알차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공부와 모임을 위한 시설이 충분히 많고 잘 관리되고 있으며 캠퍼스 주변에는 맛집도 나름 많습니다.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친 스포츠 센터인 Co-Rec(Cordova Recreational Sports Center을 줄여 부르는 말)은 최고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하면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 많은데, 퍼듀는 캠퍼스 안은 물론 살짝 벗어난 곳까지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안전했습니다. 새벽에도 문제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고, 이 역시 퍼듀를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가을학기 동안 겪은 인디애나의 날씨는 한국의 2학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8월 중순에 개강한 후 9월 중순까지는 반팔을 주로 입어야 하는 한국의 여름 또는 늦여름과 비슷했습니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동을 걸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름 옷이 필요합니다. 9월 중순부터 10월, 11월까지는 점점 옷차림이 두꺼워지면서 일교차가 큰 한국의 가을과 비슷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2023년에는 첫눈이 10월 31일에 왔고, 그 후에도 낮기온이 여름만큼 오르다가 밤에는 쌀쌀해지는 큰 일교차가 반복되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겨울옷을 입고 다닌 것 같습니다. 인디애나의 겨울은 한국보다 더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알고 있었지만, 제가 있었던 동안에는 대체로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제가 귀국한 뒤 1월에서야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와 함께 폭설이 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퍼듀는 한국인 학생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인뿐 아니라 인도계와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이 높아 캠퍼스 안에서는 인종차별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본인의 취사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외국에서 학기를 보내더라도 생각보다 외국인들 틈에서만 지내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예상과는 달리 외국인 친구들보다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영어를 포함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해외 생활 경험이 없던 분들은 퍼듀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아 너무 어렵지 않은 첫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합격 직후

3월 5일 지원 절차를 마무리한 후 퍼듀에게서 최종 합격 발표를 받은 것은 4월 1일이었습니다. 지원할 때 입력했던 이메일 주소로 최종 결과가 발표되었으니 확인하라는 메일이 옵니다. 메일에 안내된 대로 지원할 때 사용했던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합격 여부와 함께 퍼듀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쭉 안내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대충 읽고 넘겨서 이후 수강신청 등의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던 기억이 있어서, 합격을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안내된 것들을 처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는 Purdue Career Account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의 각종 사이트들은 모두 해당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계정을 생성할 때 Duo Mobile이라는 이중보안 앱을 핸드폰에 함께 설치하게 되는데, 어떤 사이트에서든 학교 계정으로 로그인할 때마다 이중 인증을 거치게 됩니다. 또 학교 계정을 만들면서 @purdue.edu로 끝나는 이메일 주소도 생성되는데, 이 계정은 Gmail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Outlook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공지 메일이 모두 이 계정으로 오기 때문에 핸드폰에 Outlook 앱까지 설치해두면 됩니다. 최대한 빨리 다운받으셔서 필요한 공지들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1. 비자 신청 절차

미국 교환학생은 J-1 비자를 신청해야 하고, 광화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직접 방문하여 영어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미국 대학은 국제교환학생의 미국 체류 자격을 보증하는 DS-2019를 발급하는데, 이 서류가 비자 발급 과정에 필요합니다. 2023년 4월부로 DS-2019를 학생에게 이메일로 직접 보내주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저는 국제협력본부 사무실로 실물 서류가 배송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5월 8일 DS-2019를 수령하자마자 온라인 비자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터뷰 예약을 잡았습니다. 예약이 빠르게 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저 역시 가능한 날짜 중 가장 빠른 날로 잡았지만, 예약 시점 기준 한 달 뒤였습니다. 저는 아침 8시 15분 예약이어서 인터뷰가 시작되는 8시 전에 도착한 뒤 줄을 서서 대기했습니다. 학기 중에 인터뷰를 하려면 최대한 아침에 가서 해결하고 빠르게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환학생 비자인 J-1은 일반적으로 인터뷰가 수월한 편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챙겨갈 수 있는 모든 서류(필수서류 외에도 잔액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부모님 재직증명서, 소득금액증명서, 항공권 예약 문서, 토플 성적서, 퍼듀 합격 통지서, 서울대 성적증명서 등)는 다 챙겨갔습니다. 저 역시 인터뷰에서 별다른 난관은 없었고, 지금 다니는 학교와 전공 등을 물으셨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서울대가 공립인지 사립인지도 물으셨습니다. 필수 서류 외에 별다른 서류를 요구받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뷰하면서 여권도 같이 제출하게 되는데, 며칠 뒤 착불로 비자가 붙은 여권을 배송받게 됩니다.

 

  1. 숙소 지원 방법

퍼듀 교환학생은 별다른 일이 없다면 기숙사 지원에 합격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Housing Portal 역시 마찬가지로 학교 통합 계정으로 로그인한 후 정해진 기간 내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됩니다. 퍼듀 기숙사는 지원 시 다양한 옵션이 주어집니다. 흡연자인지, 룸메이트가 흡연자여도 괜찮은지, 친구들은 자주 데려오는 편인지, 얼마나 깔끔한 편인지 등을 묻기도 합니다. 방 종류 역시 크기, 인원, 에어컨 유무, 비용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든 종류에 대한 우선순위를 입력해야 합니다. 저는 여학생 기숙사인 Windsor의 에어컨이 있는 2인실에 배정되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많이들 이 건물로 배정되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기숙사 지원 시 한 학기 동안의 학식 식권에 해당하는 Meal Plan을 함께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Meal Plan은 매주 사용할 식권의 개수와 교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Dining Dollar의 양에 따라 5종류로 나뉘는데, 저는 매주 8번 쓸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제 경우는 친구들과 외식하거나 배달시켜 먹는 것을 즐겨서 8번도 충분했고, 종종 남기도 했습니다. 개강 후 Meal Plan을 업그레이드할 수는 있지만 다운그레이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큰 Plan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1. 교통편(항공권, 셔틀) 예약

항공권 예약 역시 비자와 마찬가지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제 경우는 함께 파견가는 서울대 동행인이 없었기 때문에 출국 날짜를 정하는 것이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거리 비행과 입국심사, 공항에서 학교까지의 이동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스누메일을 통해 함께 파견 예정인 학생이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을 취해두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는 출국 날짜를 정하기 전 BGR/BGRi라는 학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신청했습니다. 기숙사에 합격한 후에는 모든 학생이 체크인 타임슬롯을 배정받는데, BGR/BGRi와 같은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타임슬롯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해당 프로그램 체크인 시간대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도록 출국 날짜를 정했습니다. 돌아올 날짜는 학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기말고사 일정 및 종강 후 여행 일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대충 종강 이후 임의의 날짜로 지정하여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저는 종강 후의 일정이 정해진 뒤 돌아오는 항공편 예약을 학기 중에 유선으로 바꿨습니다.

보통 국제 학생들은 시카고에 있는 오헤어 국제공항(O’Hare International Airport, ORD)으로 들어온 뒤 사설 셔틀을 이용하여 캠퍼스로 들어옵니다. 저도 인천-오헤어 직항 항공편을 이용했습니다. 공항에서 캠퍼스로 가는 셔틀 업체는 Lafayette Limo와 Reindeer shuttle이 있습니다. 저는 Reindeer shuttle이 원하는 시간대에 셔틀을 운영하길래 해당 업체를 선택했고 큰 불편함 없이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Lafayette Limo를 더 많이 이용하는 듯했으며 요금도 약간 더 싼 것으로 보입니다. 비행기 도착 시간과 기숙사 입주 시간, 요금 등을 적절히 고려하여 선택하면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셔틀 예약을 포함하여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 종종 팁을 입력하는 칸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만 온라인 결제에서는 무시하고 내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팁을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입력된 값 그대로 결제했는데, 이용할 때 그 어떤 차이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1.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학교 포털 사이트인 myPurdue의 Bills & Payments 탭에는 비용 지불에 관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View my e-Statement’ 기능을 통해 내 계정에 청구된 금액이 얼마인지 항목별로 확인할 수 있고, 청구된 금액은 ‘Make a Payment’에서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BGR/BGRi 비용 320달러를 따로 결제했고, 수업 추가 비용과 기숙사비를 포함한 여러가지 fee를 합쳐 3,550달러를 청구받았습니다. 현지 유학생들에 비하면 확연히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1. 모바일학생증 활성화

퍼듀에 있는 동안 모바일 학생증이 쓰일 때가 많습니다. 학생증만 보여주면 시내버스를 무료로탈 수 있고, 금융 기능을 활성화시켜두면 교내 식당이나 가게에서 결제할 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증 사진을 제출하는 사이트에 증명사진을 제출하면 승인 후 eAccounts라는 앱에서 모바일 학생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 지갑에 학생증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편하게 불러낼 수 있습니다. BoilerExpress라는 금융 기능도 사이트에 들어가 활성화시켜 두면 모바일 학생증에서 잔액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건강보험 가입 및 예방접종증명

미국의 의료수가는 한국과 차원이 다르게 높아서 무조건 아프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건강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좋은데, 저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을 들었습니다. 퍼듀는 국제 학생들에게 학교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들게 하지만, 주변 일부 교환학생들은 들지 않기도 했습니다. 8월부터 12월까지 보장되는 한 학기짜리 보험료로 675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학교 건강센터에서 무료로 필수 백신을 맞을 수 있었고, 마음이 편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보험을 들지 않으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출국 직전 예방접종 때문에도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별도로 안내되지는 않았지만 귀국보고서와 현지 학생들의 블로그 등을 확인하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예방접종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상세한 정보는 PUSH(Purdue University Student Health Service)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MMR과 Tdap 백신은 한국에서 어렸을 적 맞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Men Quad와 Men B는 대부분 맞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우였고, 심지어 MMR 1차를 예방접종기록 전산화 전에 맞은 터라 접종증명서에는 2차 접종 기록만 나와있었습니다. 학교는 1차의 기록도 요구했지만 제가 1차 접종을 맞았던 소아과가 이미 폐업하고 없어 미국에 가서 항체 검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학교에 도착해서 개강 전 BGR 기간 동안 Men Quad와 Men B를 모두 맞고, 동시에 MMR 항체 검사까지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MMR 예방항목 중 하나에서 항체 음성이 뜨면서 또다시 백신을 맞아야 할 뻔했습니다. 이때가 되어서야 제가 알게 된 중요한 점은, 저처럼 한 학기 교환학생을 가는 경우 사실 예방접종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예방접종 요구사항을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다음 학기 수강신청에 제한이 걸리는데, 한 학기만 수학한다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건강보험 덕분에 돈을 내지는 않았지만 독한 백신 두 개를 동시에 맞으면서 피검사까지 하느라 이틀은 고열에 앓았습니다. 출국 전 MMR 접종기록을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까지 있어서 예방접종 관련해서는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 기타

출국 전 안경과 렌즈를 충분히 맞춰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시력 검사도 다시 하고, 스페어 안경과 6개월치 렌즈도 사서 갔습니다. 또, 미국에서 미용실을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동양인 머리카락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저는 출국 직전 미용실에 가서 필요한 염색과 커트를 받았습니다. 미국에 가기 전 여유를 두고 사랑니도 뽑아서 회복이 끝나고 출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미국 계좌 개설 전까지 사용할 현금도 환전해 갔습니다. 권종을 다양하게 해서 환전해 갔지만, 계좌와 Debit card를 만들고 나서는 어차피 현금을 모두 입금하고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라면 거의 항상 애플페이만 쓰게 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도 제가 출국 전 애먹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퍼듀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Academic Advisor을 배정해주며, 이 Advisor와 상담을 통해 수강신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Advisor에게 연락이 먼저 올 것으로 생각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학교 수강신청 일정이 임박했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어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Advisor 정보도 지원할 때결과 발표 직후 받은 메일에 작게 써져 있어서 찾기 어려웠습니다(메일 제목은 ‘Purdue University Incoming Exchange Acceptance Notification’이었습니다).

먼저 학교 Course Catalog를 보면서 퍼듀 화학공학과 커리큘럼 및 서울대 커리큘럼을 고려해서 듣고 싶은 강의들을 정했습니다. 정한 강의 목록을 Advisor에게 메일로 보내니 수강신청 프로그램에서 해당 강의들을 추가해 주셨습니다. 수강신청 프로그램은 myPurdue의 Registration 탭에 있는 Scheduling Assistant를 말합니다. Advisor 연락을 기다리느라 시간 낭비를 한 탓에 이미 정원이 찬 강의들도 있었고, 선이수과목(Prerequisite)이 필요해서 승인 거부된 과목도 있었습니다. Advisor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니 프로그램상에서 따로 승인을 요청하는 Request Note 입력란에 교환학생임을 설명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두 과목은 승인을 받아냈고, 한 과목은 따로 교수님에게 메일을 드려 상황을 설명하니 그때 승인해 주셨습니다. 교환학생 자격으로는 웬만한 강의에 신청할 수 있을 것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교수님에게 직접 연락을 드리는 것이 더 쉽고 빠를 수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신청된 과목과 스케줄은 역시 myPurdue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울대의 eTL에 해당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Brightspace에 강의들이 추가됩니다.

수강할 강의를 정할 때에는 후에 학점인정을 받을 것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전공과 관련된 과목은 전선으로, 그렇지 않은 타과 강의는 일선으로 인정됩니다. 서울대 전필 과목은 교환교에서 수강한다 하더라도 전선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간과하는 바람에 전필 과목을 서울대에서 한 번 더 들어야 합니다. 또, 학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과에서 학점인정을 위해 강의계획서 원본이 필요할 것입니다. 학기가 끝나면 Brightspace에서 강의에 접근할 수 없게 되므로 미리 필요한 파일들을 다운받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CHE 30600 : Design of Staged Separation Processes (Enrico Martinez) (3 credits)

분리공정’에 대응되는 과목입니다. Distillation, Adsorption, Stripping 등을 배웁니다. 강의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Aspen Plus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까지 써볼 수 있었지만 교수님께서 연로하셔서 전달력이 떨어졌습니다.

    • CHE 37800 : Heat and Mass Transfer (Vivek Narsimhan) (4 credits)

열 및 물질 전달’에 대응되는 과목입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는 전필이기 때문에 굳이 퍼듀에서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직접 판서로 강의하시고 강의력이 매우 좋으셔서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은 우리 학부 같은 과목에 비해 쉬웠고, 과제가 어렵고 시험이 쉽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 CHE 59700 : Catalytic Industrial Processes (Jeff Miller) (3 credits)

CHE 59700이라는 같은 강의 코드 아래에 여러 주제의 하위 수업들이 있습니다. 저는 ‘촉매개론’과 비슷한 강의일 줄 알았지만, 석유화학의 여러 공정들을 배우는 세미나에 가까운 수업이었습니다. 석유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추천하지는 않지만,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의 초청 강의도 있어서 색달랐습니다.

    • MUS 37800 : Jazz History (Danny Weiss) (3 credits)

교재를 미리 읽어오고 수업시간에는 코멘트나 질문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강의 방식이 달랐고, 음악을 많이 들려줄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전자기기를 쓰지 못하게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러 거장과 대표곡들을 포함한 재즈의 전체적 흐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 AD 10500 : Design 1 (Jessica Alice Chen) (3 credits)

Illustrator을 비롯한 툴을 사용하여 시각 디자인을 배우는 강의인 줄 알았지만, 이 강의 역시 예상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디자인 부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필수과목이라 듣는 강의로, 도형과 색 등을 다루는 아주 추상적이고 기초적인 내용이었습니다. ‘4개의 정사각형으로 효과적인 구성 만들기’와 같은 난해한 프로젝트들이 학기 내내 이어지며, 직접 손으로 종이를 자르고 붙여서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많아서 아이러니하게도 퍼듀에서 들었던 강의 중 가장 로드가 많았습니다. 추가 요금도 내야 했고, 필요한 키트도 서점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습니다. 평가 기준도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비슷한 노력을 들였음에도 A+를 받기도, D+을 받기도 했습니다.

 

  1. 학습 방법

퍼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대학들보다 학업적으로 친절했습니다. 공부에 집중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해서 특히 더 편하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시험기간이랄 것이 없을 정도로 학기 전체에 시험이 여러 개 퍼져 있었는데, 매주 나오는 과제와 더불어 자주 있던 시험들도 학업을 놓지 않게 해준 것 같습니다. 올라오는 연습문제들을 모두 풀어보고 매주 과제를 잘 따라가기만 한다면 학업적인 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서울대의 eTL에 해당하는 Brightspace를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고, 모바일 앱으로는 Pulse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의 영어 수업을 문제없이 들으셨던 분이라면 퍼듀의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으실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영어는 오히려 일상 영어였고, 학업 영어는 쉬운 영어였습니다.

 

  1. 외국어 습득 요령

원어민의 영어를 많이 듣고자 미국을 갔지만, 캠퍼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계 학생들도 정말 많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들마저 한 분은 멕시코, 한 분은 인도 출신이셨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출신의 조교님들도 있었습니다. 너무 원어민 틈에만 있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다양한 출신지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것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에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태어나서 20년동안 영어만 써온 사람들만큼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모할 정도로 이런저런 말들을 던져보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상황별로 대화의 틀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많이 반복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낙이었기에 식당 회화에 특히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룸메이트나 실험수업의 같은 조 친구들, 항상 옆자리에 앉는 친구와 대화한 것도 많이 도움됐습니다. 그들 역시 완벽하지 않은 영어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원어민을 대하듯 빠르게 말해버려 제가 조금씩 놓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1. 기타 유용한 정보 – 한국과의 차이점

한 학기 동안 퍼듀에서 수학하면서 미국 상위권 대학의 학습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처음의 예상이 깨지고 여러 차이점들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 이어나갈 학업의 방향성이 잡히는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퍼듀 학업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수업의 질이 높았습니다. 준비된 ppt를 띄워 두고 수업하시는 많은 한국 교수님들과는 달리, 제가 퍼듀에서 들었던 전공수업의 교수님들은 실물 종이에 직접 펜으로 필기하시며 수업하셨습니다. 많은 강의실에 실물화상기가 구비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필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번에 과도한 양의 진도가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고, 강의와 관계없는 이야기에 낭비되는 시간도 없었습니다. 강의 영상 또는 강의록을 올려주시는 경우가 많아 복습하기에도 좋습니다.

둘째로, 단순 강의 외에도 다양한 세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와 실험 수업 외에도 TA(학습조교)의 보충강의 또는 질의가 이루어지는 Recitation, 컴퓨터 실습과 같은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PSO(Practice/Study/Observation) 등이 정규 과정으로 편성되기도 합니다. 또, 교수님이나 TA에게 직접 궁금한 것을 물을 수 있는 Office Hour 역시 강의계획서에 시간과 장소가 명시되어 있고 잘 지켜지는 편입니다. 일부 TA들은 학생들과 수평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업 내용을 벗어난 상담과 조언을 해주기도 하며, 많은 학생들이 Office Hour을 잘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셋째로, 충분한 양의 학습자료가 체계적으로 제공되어 편하게 방향성을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제가 들었던 강의 중 대부분이 매주 과제가 있었던 덕분에 교환학생임에도 학기 내내 공부의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제와 시험은 솔루션이 올라왔으며, 심지어 세부 채점 기준까지 제공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대에서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실험 보고서 역시 사전에 양식과 항목별 채점기준이 명확히 안내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보니 정해진 질문에 답을 다는 형식의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넷째로, 성적이 절대평가로 결정됩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교수, 조교 모두 ‘다 같이 잘하는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강의계획서부터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기초 강의계획서 숙지 퀴즈, 학기말 강의평가 등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수업도 있는데, 운이 좋다면 학기말 성적을 한 등급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절대평가이기에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또 경쟁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힘을 합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 인프라가 뛰어납니다. 학교 건물 전체에 구성원이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퍼져 있고, Illustrator을 비롯한 유료 프로그램들이 다수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학공학과 건물의 컴퓨터들은 Aspen Plus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서 분리공정 수업 때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프린터 역시 도처에 깔려 있고, 인쇄는 유료이긴 하지만 매년 사용 가능한 캐쉬가 넉넉히 채워져 따로 결제할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교내 모든 컴퓨터에서 로그인만 하면 접근 가능한 클라우드 저장 공간이 있어 매우 편리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생활용품 대부분 현지에서 마련할 수 있지만, 쓰던 화장품들이 떨어지면 미국에서 같은 것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씩 더 사 가서 여분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습니다. 이공계의 경우 공학용 계산기도 잊지 말고 챙기시기 바랍니다. 돼지코(어댑터)는 부피가 작은 것으로 충분히 가져가면 좋습니다. 또 기숙사 히터가 방 안 기온이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찬바람을 내보내기도 했고, 룸메이트와 체질이 달랐어서 전기장판이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1. 현지 물가 수준

현지 물가는 확실히 비싼 편입니다. 술집이나 카페, 놀거리에 돈을 많이 쓰는 서울 생활과 비교했을 때 소비 구조 자체가 달라지기는 합니다.  학기초 기숙사비라는 큰 금액을 내고 나면 대부분은 식비로 쓰게 됩니다. 두 명 기준 학교 앞 식당에서 마라탕과 크림새우를 먹을 때 30불 정도를 쓰게 되고, 외식을 한다면 그렇게 거창한 메뉴가 아님에도 한 끼에 10~15불씩 쓰게 됩니다. 매주 meal swipe이 남지 않도록 잘 활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은, 한국에 비해 자잘한 사기와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상하게 싼 물건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꼭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1.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도착해서 최대한 빨리 하면 좋은 것은 현지 번호 개통과 카드 발급입니다. 먼저 저는 현지 번호를 쓰지 않을 생각으로 로밍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앱 사용이나 회원가입, 조원들과의 연락 등의 이유로 현지 번호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친구가 Mint Mobile이라는 통신사의 유심을 무료로 받았다며 제게 주는 바람에 해당 통신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통신사는 신규 고객에게 무제한 요금제도 월 15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어서 편하게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했습니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전화할 때도 미국 번호가 있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대신 별도의 조치를 취해두지 않으면 미국 번호를 쓰는 동안 한국에서 오는 문자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카드는 학교 서점 근처의 Chase라는 은행에서 발급받았습니다. 개강 직전과 학기 초에는 은행이 정말 붐벼서, 같은 BGR 조에 있던 한국인 언니와 은행이 여는 9시 전에 도착해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오픈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절차는 친절히 안내해 주시고, 계좌를 개설할 때에도 미국 전화번호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당시 로밍을 쓸 때여서 은행 번호로 넣었는데, 이후 은행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인증 단계에서 불편을 겪었습니다. Debit card가 생기면 ATM이나 은행 창구 등을 이용하여 현금을 입금하고 한국의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카드가 생긴 이후로 현금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미국에도 여러 배달앱이 있지만, 저는 DoorDash라는 앱으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신규가입자들은 배달비를 면제받고 추가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DashPass를 한 달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DashPass를 잘 활용했지만, 현재 구독을 끊을 방법을 찾지 못해 계좌로 계속해서 구독료가 청구되는 곤란한 상황입니다. 참고하셔서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의료에 관한 부분은 출국 전 준비 사항에 자세히 설명해 두었고, 마지막으로 교통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는 대부분의 이동을 걸어서 하게 됩니다. 서울대와 다르게 퍼듀 캠퍼스는 평지에 있어서 걷기가 특별히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의 스윙처럼 퍼듀에도 Veo라는 회사가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급할 때나 걷기 싫을 때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당 이용료가 비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업체도 있고, 실제로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다는 후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또 배차간격이 길고 노선 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학생증을 보여주면 시내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기도 합니다.

 

  1. BGR과 BGRi

학교 오리엔테이션인 BGR/BGRi를 신청해서 학기 초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강 전 며칠 동안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BGR이 있고, 그 전 며칠 동안 국제 학생들을 위한 BGRi가 있습니다. BGR을 신청했다면 BGRi는 무료로 신청할 수 있는데, BGR 신청 금액이 320달러로 적지 않았습니다. BGRi에서는 재학생 리더를 필두로 하는 조 안에서 네덜란드, 영국, 아일랜드, 인도,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영양가가 없는 편이지만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BGR은 워낙 학교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큰 규모의 행사이다 보니 한국 대학교에서 느낄 수 없는 스케일을 체감할 수도 있었습니다. 친해진 한국인 재학생들에게 물어보니 BGR/BGRi에 한국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스케줄이 빡빡하고 처음 보는 국제학생들 틈에 끼어 있어야 했어서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입국 직후 아는 사람이 아예 없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 한인교회

제 퍼듀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 중 하나가 교회생활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다니지 않던 교회를 퍼듀에서 다시 다니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찬양팀에서 일렉기타도 치면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외국인들 틈에서 한국인끼리의 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교회는 ‘퍼듀한인장로교회’이며, 대학부인 ‘작은불꽃’에 소속되어서 금요일 예배와 수련회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한인장로교회 외에도 ‘퍼듀제자교회’라는 한인 감리교회가 한 곳 더 있고, 제자교회에도 마찬가지로 ‘엘림’이라는 청년부가 있습니다.

 

  1. 학교 및 여가 생활(동아리, 여행 등)

저는 교회 청년부를 제외하고는 학교 소속 동아리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동아리가 있고, 학기초에 동아리를 소개하는 행사가 큰 규모로 있습니다. 현지 한인 유학생들끼리 만든 동아리도 여러 개 있어서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동아리 소개제 말고도 취업박람회나 학과별 부스축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등 크고작은 행사가 많으니 흥미가 생긴다면 많이 다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시카고와 인디애나폴리스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Fall Break과 Thanksgiving Break을 활용해 많이들 국내 여행을 가는 편입니다. 시카고는 친구 차로 한 번, Greyhound라는 저가 장거리 버스로 한 번 갔었는데, 가능하다면 차가 있는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버스는 타는 곳부터 치안이 매우 좋지 않았고, 버스 안의 분위기도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있는 곳이 워낙 놀거리가 없어서 대도시 경험을 한 번은 해보고 돌아오면 좋은데, 차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시카고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강가를 따라 걷는 River walk와 상점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는 Magnificent Mile이 인상깊었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는 인디애나의 주도이지만 역시 놀거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Thanksgiving 때 가서는 모든 가게들이 닫은 풍경을 볼 수 있었고, 대신 농구 경기장 옆의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더 가서는 Indiana Pacers와 LA Clippers의 NBA 경기도 직관했습니다.

종강 후에는 가족들이 미국으로 와서 시카고와 뉴욕, 펜실베이니아와 델라웨어 경계 지역을 관광하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시카고에서는 시카고 미술관(Chicago Art Institute)을, 뉴욕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관람했습니다. 세 곳 모두 명작을 정말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근처 관광 계획을 세울 때 포함시키기를 추천드립니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동할 때는 오헤어 공항(ORD)에서 존 F. 케네디 공항(JFK)으로 가는 국내선을 탔습니다. 뉴욕으로 향하는 국내선이라 그런지 보안 검색 절차가 매우 철저했습니다.

 

  1. 안전 관련 유의사항

출국 전에는 물론이고 미국 도착 후 약 2주 동안은 안전에 대한 걱정이 정말 컸습니다. 아무래도 총기와 마약이 보편화된 나라이기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스케이트보드가 바닥 요철을 지나가는 소리만 듣고도 총소리인줄 알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불안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캠퍼스 안은 정말 안전합니다. 새벽에는 캠퍼스 경찰이 순찰을 돌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캠퍼스가 있는 West Lafayette을 벗어나는 곳은 늦은 시간에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Lafayette으로 넘어가는 다리에서부터 노숙자가 있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 타지로 여행을 간다면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합니다. 대도시일수록 치안이 좋지 않으며 뉴욕이나 시카고에서는 대낮에도 마약에 취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꼭 검증된 교통수단과 숙소를 예약해야 하고, 늦은 시간에는 바깥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돈을 아끼면 안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1. 기타 유용한 정보
  • 학기초 급한 생활용품은 서점 근처의 Target이라는 슈퍼마켓에서 샀습니다. 또 하나마켓이라는 한인 마트도 있어서 음식들을 한 번 사기도 했는데, 차가 필요하기는 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Walmart에 가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급한 물건들만 마련된다면 Amazon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인 Amazon Prime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 인증만 한다면 6개월 동안 구독료를 따로 내지 않고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식권은 매주 월요일에 초기화됩니다. 많이 쓰지 않은 주는 일요일까지 여러 장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이때 Meredith에 있는 Sushi Boss에서 한 번에 3장까지 쓸 수 있습니다.
  • 퍼듀 한인 신입생 오픈채팅방이 매년 있는 것 같습니다. 검색해서 들어가 두면 필요한 정보나 물건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서점에서 학교 굿즈를 판매합니다. 후드티나 맨투맨, 반팔 등의 의류를 많이들 사서 입는 편이고, 저도 챔피언과 콜라보한 제품들을 위주로 몇 개 사서 잘 입고 다녔습니다. 인형이나 학용품, 생활용품까지 굿즈 종류가 다양하니 귀국 직전 가족이나 친구들 선물을 서점에서 사서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현지의 한국인 친구들은 생각보다 많이들 서울대 굿즈를 가지고 싶어했습니다. 제가 따로 사서 가져가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였습니다. 소소한 필통이나 펜, 메모지 등을 여유 있게 가져가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미국에는 기념일마다 가족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습니다. 가을학기의 경우 Thanksgiving이 끝남과 동시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데, 이때 국가적으로 연중 최대 규모의 쇼핑이 행해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Black Friday가 바로 Thanksgiving 직후의 금요일로, 상점들마다 대대적인 세일을 진행합니다. 저는 이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옷을 여러 벌 샀는데, 그 중에는 거의 반값만 주고 산 것도 있습니다. 평소에 돈을 아껴두다가 기념일 할인을 노린다면 비교적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공부했던 곳]

  • WALC: ‘왈크’라고 부르는 도서관 및 학습센터. 컴퓨터와 강의실이 많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있음. 24시간 개방.
  • Dudley: 신축 건물이라 쾌적하고 스터디룸이 있음. 24시간 개방이지만 밤 11시 이후 잠겨 밖에서 열 수 없음.
  • Hicks: 자습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좌석이 있고, 많지 않지만 스터디룸도 있음. 시험기간 24시간 개방.
  • 기숙사 공용공간: 기숙사마다 건물에 각기 다른 공용공간을 가지고 있음. 컴퓨터실이 있는 곳도, 음악실이 있는 곳도, 넓은 소파가 있는 곳도 있음.

 

[식당]

  • Red Wok: 마라탕, 크림새우, 오렌지 치킨. 늦은 새벽까지 열려 있는 거의 유일한 식당
  • Mad Mushrooms: Cheesestix라는 피자(베이컨, 할라피뇨 추가 필수!)
  • Panda Express: 미국식 중식 프랜차이즈. 오렌지 치킨, 베이징 비프, 볶음밥 등.
  • Chick-Fil-A: 치킨버거와 감자튀김. 기숙사 근처에 있고 식권(Meal Swipe) 사용이 가능
  • Gaza & Xin: 한식과 한국식 중식, 고기 구이
  • Kimchi: 한식
  • Tsunami: 치킨 등 한식
  • Cane’s: Chicken Fingers와 감자튀김
  • Blaze: 마라샹궈

 

.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2023년 2학기 파견을 위해서는 1월 첫 주에 지원했어야 했는데, 서류 준비까지 생각하면 전년도 12월부터 준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낯선 곳에서 한 학기를 보내는 모든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심지어 귀국 후 퍼듀에서의 학기를 되돌아보는 지금까지도 계속 무언가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출국 전 교환학생 지원을 후회할 정도로 많이 두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두려웠다는 것은 그만큼 제게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차원이 다른 스케일의 경험들을 쌓았지만 오히려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내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장점이 있었구나,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하면서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퍼듀에서의 한 학기를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만큼 많은 변화를 겪은 제 모습이 아직도 신기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국제협력본부와 공대 국제협력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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