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은 입학 전부터 제가 대학 생활에서 가장 기대하는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꼭 1년을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해외 생활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해외 생활이 어떤지 제대로 알아보고 오려면 한 학기보다는 두 학기라는 기간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1학기와 2학기 교환학생 파견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파견대학을 정하기 이전 유럽과 미국 지역 중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지역은 운전을 하지 못하면 파견 중 생활이나 이후 여행 등에 불편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대학교 파견 리스트에서 제가 가고 싶었던 미국 지역인 뉴욕 대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파견 지역을 유럽으로 우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럽 지역 중에서도 특별히 프랑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프랑스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3년 간 불어를 전공했습니다. 3년이나 배운 불어를 실제로 써 보면서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프랑스에 파견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파견 도시가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이나 행정 처리가 원활하기 바랐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수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로 마음을 굳혔을 때 선택지가 파리에 있는 대학교로 금세 좁혀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시앙스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시앙스포가 그랑제꼴, 즉 우수한 대학임을 잘 알고 있었고, 이 학교에서는 졸업을 위해 교환학생이 필수이기 때문에 교환학생을 위한 수업이나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학교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 파견대학/지역 특징
시앙스포는 프랑스의 소수정예 고등교육 기관 그랑제꼴 grandes écoles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는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랑제꼴은 예외입니다. 매우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프랑스의 대통령이나 총리 등 주요한 정치 인사들의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입니다. 그랑제꼴 중에서도 사회과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치학, 외교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의 수업을 영어와 프랑스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시앙스포를 졸업하는 요건 중 하나가 3학년 즈음에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앙스포 측에서도 상당한 수의 교환학생을 매년 받고 있습니다. 시앙스포에서 진행하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신청하는 welcome programme 이나 모든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가 보면 얼마나 많은 교환학생이 얼마나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앙스포의 모든 행정 처리는 영어로 가능하며, 학점 인정이 가능한 여러 주요한 수업들 또한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른 프랑스 학교의 경우 이러한 수업이 영어로 열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프랑스로 파견을 오고 싶지만 프랑스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프랑스어를 학습하지 못했을 경우 상당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리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유럽의 중심이 되고 있는 도시입니다.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으며 대부분의 미술관이 유럽 비자가 있다면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수학 기간 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파리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럽의 주요한 도시이니만큼 다른 도시와의 연결성 또한 매우 뛰어난 편입니다.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브뤼셀까지는 유로스타라는 기차가 다니며 대부분의 도시가 다른 도시에서 출발할 때에 비해 싼 가격의 비행편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앙스포는 파리의 중심부인 7구에 캠퍼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캠퍼스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건물에 흩어져 있어서 적응되기 전에는 찾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면 건물들에 대해 안내해 주니 길을 찾는 것이 걱정된다면 웰컴 프로그램이나 오리엔테이션을 참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7구는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치안이 매우 좋은 편이며 관광지와의 접근성 또한 우수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비자 신청 절차는 제가 진행했을 때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자 신청은 크게 캠퍼스 프랑스 면접과 대사관 면접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의 필요 서류는 캠퍼스 프랑스 측에 제출해야 하고, 대사관에서는 마지막으로 확인만 거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시앙스포에 application을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수학 동기 및 학업 계획과 영어/프랑스어 수업 중 어떤 것을 들을지, 그리고 듣기 위한 어학 성적 등을 첨부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제출을 완료하면 admission letter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국제협력본부에 전달하면 국제협력본부 측에서 직접 캠퍼스 프랑스로 입학허가서를 전달해 주십니다.
입학허가서 외 여권 사본, 행정비용 납부 영수증, 이력서, 학업동기서, 영문 최종학력 증명서(휴학 중이지 않다면 본교 영문 재학증명서)를 준비해 캠퍼스 프랑스에 제출합니다. 제출한 이후 승인이 되면 캠퍼스 프랑스 사이트에 부여받은 번호대로 면접 일정을 확인합니다. 면접 가능 여부를 메일로 발송하면 면접이 확정됩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은 전혀 어렵지 않고, 기본적인 정보(어느 학교로 왜 파견이 되었는지 등)만 묻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이 끝나고 나면 대사관 면접을 예약합니다. 대사관 면접은 늘 자리가 부족하니, 예약을 미리 해 두시면 편리합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일보다만 늦으면 되기 때문에 가능하시다면 최대한 빨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 일정 예약에는 따로 필요한 문서가 없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사관 면접 때에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비자를 신청할 때를 기준으로 여권, 여권 사진, 여권 사본, 비자 신청서, 캠퍼스 프랑스 도장이 찍힌 입학 확인서, 캠퍼스 프랑스 홈페이지에서 다운받는 확인증, 잔고 증명서, 거주 증명서, 예약 확인증을 챙겼어야 했습니다. 이중 하나라도 빠지면 면접을 다시 잡아 가야 하는데, 출국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면접 자리가 없을 수 있으므로 대사관에 갈 때는 준비물을 빼 놓지 않고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사관 면접의 경우에는 면접교가 어디인지, 출국일자가 언제인지 물어보는 정도이고, 서류 확인의 절차에 가까우므로 내용 측면에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비자의 경우, 대사관에서 출국 일자를 물어보고 너무 가깝지만 않다면 출국 일자에 맞게 비자를 발급해 주므로 미리 항공권을 끊어 놓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다른 학교로 파견을 갔던 제 친구의 경우 시간 내에 비자를 받지 못해 비행편을 바꿔야 했었기 때문에, 넉넉한 시간을 두고 비자 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대사관 면접에서는 여권을 가지고 가게 되고, 그 여권은 대사관 측에서 보관합니다. 여권에 직접 비자 스티커를 붙여서 택배로 돌려주기 때문에 면접 이후 3-4주 정도에 비자를 발급받게 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시앙스포에서는 기숙사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랑제꼴이 아닌 일반적인 학교들 (1대학, 2대학 등으로 명명되는 국립대학들)의 경우에는 Crous라는 국가 운영 기숙사에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시앙스포에는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집을 구하는 데에 파견 전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집을 구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한국관, 둘째, 사설 기숙사, 셋째, 프랑스존이나 프잘사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적인 집 계약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국관을 지원해 보았고, 떨어졌기 때문에 두 번째 방법인 사설 기숙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관의 지원 방법은 간단합니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 공식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공지사항을 확인하면 입사생 모집 공고가 주기적으로 올라옵니다. 보통 2학기 파견은 5월 중순-말, 1학기 파견은 10월 중순-말에 입사 공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첨부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비자, 입학허가서, 재학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됩니다. 그러나 시앙스포의 경우 입학허가서가 입사 지원 마감일보다 늦게 나와서, 제가 처음 파견된 학기에 저를 포함한 세 명이 모두 한국관에 불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학기에 파견된 학생들 중 다른 학교의 학생들은 한국관에 붙은 학생들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합불에 지원서의 비중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거주지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출국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한국관에 지원하실 때에는 입사 지원서에 공을 들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2학기에 재지원했었는데, 다시 지원할 때에는 외국인들과의 교류 경험, 기숙사 생활 경험 등을 상세하게 적었고 합격하였습니다.
한국관에 떨어지고 나서는 사설 기숙사에 메일을 돌려 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교환학생 사설 기숙사라고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하면 사설 기숙사 리스트를 올려 둔 것을 여럿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리스트에 기재된 기숙사들에게 불어로 작성한 CV(이력서)와 motivation(자기소개서)를 첨부하여 입사를 희망한다고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불어로 메일을 보냈을 때 더 답장이 잘 돌아오니, 불어를 못 하시더라도 번역기를 돌려 메일을 보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구글 번역기의 영-불 번역의 질이 굉장히 좋은 편이니, 한-불 번역기보다는 영어로 작문하여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사설 기숙사에 모두 메일을 돌렸으나 한 군데에서만 답장이 왔고, 저는 한 학기 동안 해당 사설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지내면서 사설 기숙사에 있는 통금이 불편하게 느껴져 똑같은 절차를 거쳐 2학기에 새로운 사설 기숙사로 이사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 상, 여름 방학 때 많은 학생들이 학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공실이 많습니다. 2학기 파견되시는 분들은 파견이 확정되신 이후 최대한 일찍 사설 기숙사에 메일을 보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시앙스포에 따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서울대학교 등록금을 제외하고 없었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저와 같이 교환학생을 한국 기준 1, 2학기 파견 가시는 분들이 저와 비슷하게 비자 신청에서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제 비자 신청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비자 신청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의 경우 한국의 기준으로 2023년 1, 2 학기를 다녀왔는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의 기준으로는 2022-2023년도의 2학기와 2023-2024 1학기를 다녀오게 된 셈이 됩니다. 즉 학년이 바뀌기 때문에 입학허가서를 받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시앙스포에서 처음 받은 입학허가서에서는 2022-2023학년도에 1년을 수학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에 캠퍼스 프랑스에서 이 입학허가서로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의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으니 수정한 입학허가서를 제출하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 스스로도 시앙스포에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고, 줌으로도 상담에 참여하고, 국제협력본부의 도움을 받아서도 연락해 보았습니다. 처음 몇 주 간은 수정해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안심하고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2023-2024년도의 입학허가서는 2023년 6월에나 낼 수 있기 때문에 1학기만 비자를 신청하고 입국해서 차후 체류증 연장을 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답변을 받기까지 한 달여 가량을 허비했고, 이 과정에서 비자를 제때 받지 못할까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1년 비자가 아니라 6개월 비자를 받게 되었고, 프랑스에 입국해 체류증 연장 절차를 밟았습니다.
연장을 하기 위해 새로운 입학허가서를 받고자 시앙스포에 재차 문의하니 처음에는 2023-2024년도에 1년을 한다는 입학허가서를 새로 발급해 주었습니다. 이를 갖고 체류증 연장을 신청하니 이 입학허가서로는 2024년 5월까지 수학을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에 맞게 체류증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을 프랑스 경시청으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재수정을 요구하니 시앙스포 측에서는 그제서야 2022-2023년도 2학기와 2023-2024년도 1학기를 수학한다는 customized된 서류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이 서류를 처음 비자 신청할 때 받았더라면 체류증 연장이라는 절차 없이 처음부터 1년 비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국제협력본부에 제가 받은 입학허가서를 전달한 상태이니, 저와 같은 학기로 1년을 파견 오시는 분들은 시앙스포 측에 이 자료를 전달해 이런 방식의 입학허가서를 원한다고 요청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입학허가서를 내 줄 수 없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한 학기 파견 입학허가서를 받아 반년의 비자만 받으시고 현지에서 비자 만료 2-3개월 전 체류증 연장을 하시길 바랍니다.
추가로 제가 지냈던 기숙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관에 떨어지신 분들은 많이들 기숙사를 알아보실 텐데, 저는 foyer notre dame de pentecote 와 foyer les feuillantines라는 기숙사 두 군데서 생활하였습니다. 처음 묵었던 기숙사는 수녀분들이 운영하시는 여성 전용 기숙사였습니다. 화장실이 층별 공동 사용이고 샤워실이 개인 사용이었던 1인실을 사용했으며, 월세는 약 700유로 정도였습니다. 지원은 이메일을 통해 했으며, 지원 과정에서는 프랑스어-영어 번역기를 사용하니 소통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숙사에 입주했을 때에는 수녀님들 모두가 프랑스어만 할 줄 아셨기 때문에, 가끔은 다른 학생들이 대신 통역을 해 주어야만 했었습니다. 프랑스어를 아예 할 줄 모르시는 분들은 생활에 있어 약간은 답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입주해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으시다면 이 기숙사에 머무실 때 언어가 큰 장벽이라고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는 11구에 위치해 있으며, 기숙사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주방은 공용이었는데, 공용이다 보니 수녀님들이 매일 청소를 대신 해 주셔서 매우 편하게 사용했습니다. 다만 냉장고는 개인 칸에 넣어야 하는데, 이 칸이 조금 좁은 편이었던 점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기숙사이다보니, 한 달에 한 번 함께 찬송을 연습하는 등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일정이 있으면 미리 결석하겠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으나, 수녀님들이 기숙사에 상주하고 계셔서 약간은 눈치가 보였습니다. 또한 통금이 있었습니다. 평일에는 11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12시까지 기숙사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 시간 이후에는 대문을 잠가 기숙사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통금이 여행을 계획할 때 약간은 방해가 되었어서, 이 점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묵었던 기숙사는 foyer les feuillantines입니다. 첫 번째 기숙사에 지내는 동안 통금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이주할 수 있는 곳들을 알아보던 중 이곳이 5구에 위치해 있어 학교에서 더 가깝고, 월세도 530유로대로 더 저렴했으며, 화장실과 샤워실 모두 개인 사용이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지원은 foyer les feuillantines 홈페이지로 먼저 입사 신청을 하면, 이메일로 답변이 돌아오는 형식이었습니다. 이 기숙사의 경우에도 공용 주방이었으나 냉장고는 개인 방에 미니 냉장고가 있었고, 시설은 전 기숙사보다 약간은 노후했지만 월세가 200유로나 더 저렴했기 때문에 감안하고 생활하였습니다. 통금은 없었으며,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활동도 없었기에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를 관리해 주시는 분은 바뀌기도 하는 것 같지만, 제가 있을 동안에 계시던 마담분께서 영어를 꽤 하셨기에 제가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할 때 영어로 설명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퇴사 이후에도 보증금과 관련해 메일로 소통하니 바로 답변이 돌아왔을 정도로 행정 처리도 매우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혹시 이 기숙사에 자리가 있다는 답변을 받으셨다면 입주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설 기숙사의 대부분은 본인의 방이나 기숙사 내부로 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방문했을 때 따로 사용할 수 있는 방을 일정 금액(1박 3-40유로)을 지불하고 예약하는 시스템을 대부분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친구나 가족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면, 여행 계획에 이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한국 대학들의 수강신청과 동일하게 선착순으로 이루어집니다. 개설될 강좌 목록과 강의 계획서를 보면서 시간표를 짠 다음 수강신청 시간에 맞춰 사이트에서 수강신청을 하면 됩니다.
편성된 강의 목록을 보는 방법이나 사이트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열어 주는 webinar에서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이 웨비나에 참석하지 못하셔도 스크린샷을 포함한 설명 파일을 이메일로도 보내주니, 이를 참고하셔서 수강신청하시면 어려움 없이 수강신청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선착순의 경쟁이 아주 치열하지는 않아 대부분 계획한 대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저의 경우 언어 수업 중 영어 C2 수업과 체육 계열 수업들은 수강 신청에 실패하였습니다. 추가로 프랑스어 언어 수업도 경쟁률이 치열해 다른 시간으로 신청했어야 했습니다. 이 수업들을 들을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수업들부터 수강신청을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두 학기 동안 프랑스어 언어 수업을 제외하고 총 5과목을 들었습니다.
- Contemporary perspectives of banking regulation
은행 규제의 역사를 다루는 수업이었습니다. 경제학 이론을 배운다기보다는 그동안 은행이 어떤 이유 때문에 파산을 겪거나 위기를 맞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로 무엇이 등장했는지 흐름을 따라가는 수업에 가까웠습니다. 평가의 경우 교수님이 제시하신 주제들 중 하나를 택해 찬성 혹은 반대 팀에 속하여 논거를 준비한 뒤, 이를 발표하고 이후 질문을 받는 조별 과제, 은행 규제와 관련된 금융 이슈를 주제로 한 영상 제작, 그리고 은행 규제와 관련된 주제를 직접 선정해 chat gpt를 인터뷰하는 레포트 총 세 가지로 이루어졌습니다. 배경 지식이 많지 않아도 세 가지 과제 모두 어렵지 않게 완료할 수 있었고, 점수 또한 후하게 주셨습니다. 금융 규제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Chinese economy
과목명 그대로 중국 경제에 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수업을 관통하는 질문은 중국이 어떻게 미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나? 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지식들을 공부하는 과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역사, 중국 경제의 제도를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평가는 중간 시험과 기말 시험의 점수 합산으로만 이루어졌고, 시험은 수업 시간에 배웠던 인물이나 단어에 대해 서술하기, 중국에 관련된 기사를 읽고 논평하기로 이루어졌습니다. 현재의 중국 경제보다는 이전의 중국 경제의 역사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고, 시험에 나오는 논평을 위한 지식과 수업 내용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수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던 수업이었습니다.
- Age of Economists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사회적인 현상이나 사건들에 의해 변화 또는 발전해 왔는지를 훑어보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부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 또한 수업이 지루하지 않게끔 농담이나 비유를 자주 하셔서, 한 학기 동안 즐겁게 수강했던 수업이었습니다. 평가는 조별로 자유 형태, 경제학과 관련된 자유 주제의 프로젝트 하나를 제출하는 것, 그리고 기말 시험을 합산해 이루어졌고 기말 시험의 경우 PPT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수업 내용도 흥미롭고, 학습도 어렵지 않아 추천하고 싶은 강의입니다.
- Trade and International Finance
이 수업은 특이하게도 수업 2시간과 세미나 2시간을 합쳐서 수강해야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은 전반부의 무역 파트, 후반부의 금융 파트로 나누어져 두 분의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진행하시고, 세미나는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들을 적용한 문제를 조교님과 함께 풀이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본교에서 듣는 경제학 수업과 가장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수업이었습니다. 평가 또한 본교의 경제학 수업과 유사한 형식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미 국제 무역과 금융에 관련된 수업을 들으신 상태라면 다소 반복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수강 경험이 없으신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Major Controversy in International Relationships
저는 이 수업이 최근 국제 분쟁에 대해 다룰 거라고 생각해 수강 신청을 했으나, 오히려 국제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들을 공부하는 수업에 가까웠습니다. 국제정치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이를 공부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국제정치의 이론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느 지점에서 대립했는지에 대해 교수님께서 강의하시고, 시험은 그 내용들을 잘 암기했는지(어떤 사상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질문과 그 이론을 적용해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질문으로 나뉘어집니다. 정치학 수업이 유명한 시앙스포이니만큼, 정치학과 관련된 수업을 들어 본 적 없는 학생이 입문을 위해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학습 방법
학습 방법은 어떤 과목을 수강 신청했냐에 따라 매우 다를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들만 비교해도 전부 조별 과제나 레포트로만 평가를 하는 과목도 있었고, 온전히 시험으로만 평가하는 과목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경우, 일단 제출하기만 한다면 fail할 점수를 주시는 교수님은 거의 없으니 조원들과의 소통이 어렵고 힘들어도 포기하지만 않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이 본교와 비슷하니, 한국에서 공부하시던 대로 공부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논술형 시험이 꼭 하나씩 출제되고, 이게 프랑스 학교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논술형 시험에서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는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했는지 아닌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점을 염두에 두시고 공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언어 때문에 평가가 걱정되신다면 시앙스포 규정 상 모국어-영어 혹은 모국어-불어 종이 사전을 시험에 갖고 오는 것을 허용하니 출국 전 미리 사서 준비하시는 것을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프랑스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악명이 높지만, 파리는 국제도시이니만큼 영어 소통이 엄청나게 어려운 도시는 아닙니다. 알고 지냈던 한국 교환학생들 중 프랑스어를 전혀 배우지 않고 온 사람들도 절반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설 기숙사에서 지낼 때에도 기숙사 관리인분께서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셨지만, 입사생의 대부분이 영어를 할 줄 아는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을 불러 와 통역을 시켜 주시는 등 프랑스어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교환학생 생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자 연장이나 caf 신청 등 대부분의 행정 처리는 프랑스어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행정 처리가 프랑스에서도 온라인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번역기를 쓸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싶을 때에는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면담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마주해야 할 행정 처리들은 면대면으로 프랑스어가 가능한 수준의 행정 처리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겁먹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앙스포에서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싶으시다면 공인 성적 최소 C1 정도는 보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B2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는 시앙스포 기준으로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만, 실제로 강의를 수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연음이 많고 말이 빠른 프랑스어의 경우에는 ‘듣기’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니만큼, 생활 속에서 프랑스어를 활용하고 싶으시다면 듣기를 위주로 공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 라디오는 온라인으로 접속할 수 있고, 이중 대본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으니 듣기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시앙스포에서의 학업의 경우, 학습 이외에도 출석을 챙기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앙스포는 수업을 12주만 진행하므로, 3번째 결석부터는 fail로 간주합니다. 이때 결석은 우리나라와 달리 사유를 인정하는 결석이 없습니다. 아파서 결석한 이후 진단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석으로 바꿔 주지 않습니다. 사유 불문, 3회부터는 fail로 간주하므로 학점 인정을 받을 계획이 있으신 과목이라면, 출결에 꼭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시앙스포는 개설되는 수업의 시간이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있습니다. 유럽 전역이 한국에 비해 겨울에는 해가 정말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만큼, 안전이 걱정되신다면 – 시앙스포 주변 치안은 매우 좋은 편이지만 – 이 점을 수강 신청 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프랑스는 공산품의 가격이 한국에 비해 매우 비싼 편입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물품들 중, 본인이 평소 쓰던 물품이 있다면 여러 개 구비해 챙겨 가시길 바랍니다. 전기 장판과 미니 밥솥 또한 매우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난방 시스템이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1학기에 파견되시는 분들이라고 해도 파견 초기인 2월에 전기 장판 없이 생활하시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므로, 꼭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피부가 예민하신 분들이라면 샤워기 필터 또한 구매해서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젓가락의 경우 나무 젓가락이 아닌 쇠 젓가락은 프랑스에서 팔지 않습니다. 식가위 또한 구하기 힘든데, 프랑스의 외식 물가가 비싼 편이라 거의 모든 끼니를 해 먹는다고 생각하셔야 하므로 젓가락과 식가위를 챙겨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용 큰 백팩을 사 오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가용 비행기의 경우 짐 추가의 비용이 매우 비싼데, 핸드캐리로 들고 타는 백팩은 보통 크기와 무관하게 허용해 줍니다. 많은 짐이 들어가는 큰 백팩을 프랑스에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한국은 인터넷으로 이런 물품을 구매하는 게 훨씬 편하니 사 오시면 여행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름을 지내셔야 하는 분들은 벨크로 접착형 모기장을 구매해 오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 챙겨오지 못해서 프랑스에서 약 5만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는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모든 기숙사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창문 맡에 선풍기를 틀어야만 잠에 들 수 있을 정도로 꽤 더운 편입니다. 유럽은 대부분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모기나 날벌레가 들어올까 봐 걱정되시는 분들은 벨크로로 접착하는 방충망을 직접 설치하셔야 합니다. 이런 형식의 방충망은 제거 또한 매우 간편하기 때문에, 퇴실할 때에도 곤란하지 않아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약품입니다. 저는 1년 생활하며 크게 아픈 적이 없어서, 약을 골고루 챙겨 갔음에도 하나도 먹지 않고 돌아왔지만, 같이 지냈던 한국 학생들 중에서 아플 때 항생제를 먹지 못해 고생한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병원에 가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라 항생제를 처방받고 싶다고 하면 어렵지 않게 처방받을 수 있으니, 평소에 몸이 약하신 분들은 항생제를 처방받아 오시고, 평소에 본인에게 잘 맞았던 진통제나 소화제 등의 약을 여러 개 구비해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한식을 해 먹기 위한 양념장이나 라면은 한인 마트나 아시안 마트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추장, 간장이나 라면, 김치와 같은 기본적인 식료품은 아시안 마트인 Tang Freres나 Paris Store에서 한인마트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니, 이런 식료품들은 아시안 마트에서 사시고, 어묵, 떡볶이 떡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은 식료품을 구해야 할 때만 한인마트인 에이스 마트를 들르신다면 더욱 저렴하게 한식을 해 드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장보기 물가는 한국의 거의 절반에 해당할 만큼이나 싸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끼니를 해 먹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보다 물가 자체는 더 싸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외식 물가가 매우 비싼 편입니다. 외식뿐 아니라 인건비가 들어가는 모든 서비스가 한국보다 1.5배 정도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외식은 메뉴 한 개만 시켜도 15-20유로 선으로 나오고, 여기에 음료 같은 것을 더 시킨다면 한 끼에 20-30유로 정도, 한화로 약 3-5만원을 쓰게 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따라서 돈을 아끼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식에서 많은 돈을 절감하겠다고 다짐하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수업 때문에 끼니를 꼭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면, crous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생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시앙스포 내의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약 3유로 정도의 샌드위치로 해결하면 좋습니다. 다만 두 곳 모두 저녁 운영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앙스포의 수업이 저녁 10시까지 진행될 수 있으니 저녁의 경우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도시락을 챙겨 오거나, 주변 마트에서 파는 샐러드/샌드위치를 사 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식당
파리는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지에서만 검색해도 추천된 식당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제가 가 본 곳들 중 가장 좋았던 곳을 몇 군데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프렌치의 경우 le quincy와 camille라는 식당 두 곳이 맛있었습니다. 한식이 그리울 때에는, 웬만하면 해 먹었지만, 해 먹을 수 없는 한국식 치킨을 파는 olive chicken이라는 곳을 자주 갔습니다. 평일 점심에는 컵치킨을 8유로 정도에 팔기 때문에 꽤 싼 값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국식 중식을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bobae라는 식당에 자주 가기도 했습니다. kini라는 식당에서는 점심에 11유로짜리 컵밥을 파는데, 제육볶음과 닭갈비 덮밥이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 맛있고 가격이 다른 식당에 비해 꽤 낮은 편이라 여러 번 들렀습니다. bambino와 freddy’s라는 타파스 바에서는 퓨전 프렌치를 파는데, 파리에 놀러온 친구들을 데리고 갔을 때 호평을 받았었던 식당이니 맛있는 끼니를 먹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의료
저는 파견 기간 동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어 병원에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시앙스포의 경우 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이라면 헝데부(약속)을 잡고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급한 경우 교내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의료 시스템은 우리나라처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의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의에게 연락해 헝데부를 잡고 찾아가면 되는데, 프랑스어가 안 되신다면 영어가 가능한 의사를 찾아보는 것이 방법일 수 있겠으나, 제 친구의 경우 휴대폰 번역기로 진료를 받았다고 하니 불어만 가능한 의사더라도 방법을 강구하면 진료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외국인일지라도 아멜리라는 국민건강보험이 가입 가능합니다. 이 보험을 가입하면 진료비와 진단서를 받아 처방받은 약에 대한 비용을 사후에 돌려받을 수 있기는 합니다만, 가입 처리가 굉장히 느린 편입니다. 저는 도착하자마자 아멜리 가입을 신청했으나 1년 뒤에 귀국할 때까지 아멜리 가입이 완료되면 오는 카드를 받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꼭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유학생 보험을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인슈플러스라는 보험의 경우에는 카카오톡으로 본인의 증상과 함께 문의하면 대신 헝데부를 잡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프랑스어가 불가능하신 분은 이 보험을 알아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저는 유학생 보험 없이 아멜리를 믿고 다녀왔고, 1년 파견 중 다행히도 아픈 적은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언제든 다치거나 아팠을 수 있고, 그랬더라면 겪어야 했을 수많은 어려움을 생각해 보니 보험 없이 파견을 다녀온 것이 너무 무모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은행
TGV Max(프랑스 tgv 기차 이용 구독권), 아멜리(건강보험), CAF(주택보조금)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프랑스 계좌가 꼭 필요합니다. 시앙스포에 은행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와 홍보하는 week가 있기도 하고, 이때 연락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프랑스의 주요 은행(BNP, CIC 등)에 계좌를 개설하셔도 되고, Revolut라는 인터넷 전문 은행을 사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Revolut는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와 비슷한 은행입니다. 리투아니아에 본사를 둔 영국 기업으로 알고 있으나 가입 절차에서 프랑스 비자를 등록하면 차후 프랑스 계좌를 열어 줍니다. 저 또한 입국하자마자 Revolut부터 가입하였으나, 처음 가입하였을 때에는 리투아니아 계좌만 있는 상태로 프랑스 계좌를 받지 못했습니다. Revolut 상담원에 의하면 Revolut를 통해 프랑스 계좌를 받는 것은 딱히 정해진 기간이나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은행 측에서 준비가 되었을 때 열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 통신사 가입을 위해서는 프랑스 계좌가 필수였기 때문에, 2주 정도 기다려도 프랑스 계좌가 나오지 않아 BNP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뒤에 Revolut에서 프랑스 계좌를 열어 주기는 했습니다.
BNP와 Revolut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좌 유지비일 것 같습니다. BNP의 경우 학생 신분으로 계좌를 개설한 뒤 한 달에 한 번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계좌 유지비가 무료이지만, Revolut는 이러한 절차를 따로 밟지 않아도 계좌 유지비가 없습니다. 또한 BNP의 경우 대면으로 직접 은행에 방문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개설에 시간이 영업일 기준 3-4일 정도 걸리는 반면 Revolut는 계좌 개설 자체는(몇 주 간은 프랑스 계좌가 아니기는 하지만) 매우 빠르게 처리되는 편이며 전부 비대면으로 이루어집니다.
BNP, CIC 등 모든 은행이 홍보 주간에 학생이 계좌를 열면 80유로 정도를 선물로 줍니다. 저의 경우 BNP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BNP에서 계좌를 열었으나, BNP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계좌 유지비가 계속 청구되는 오류가 있어 여러 번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문의했으나 몇 달이나 제대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문의를 굉장히 늦게 처리해 주었습니다. CIC를 개설한 다른 학생들은 이러한 문제를 전혀 겪지 않았다고 하니, 웬만하면 BNP가 아닌 다른 은행을 개설하거나 Revolut 계좌를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제가 BNP에서 제공하는 집 보험을 가입하려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어가 가능한 직원의 응대가 편할 것 같고, 웬만하면 메일로 의사소통하고 싶다고 문의를 남겼더니 영어가 유창한 직원에게 메일이 왔으며 보험 가입 이외의 모든 절차를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집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은행 측에 추가적인 돈을 지불하는 행위이니 처리가 빨랐던 것 같습니다. 보험을 계약하지 않아도 좋으니, BNP에 가입하실 예정이시라면 보험을 알아보는 중이니 영어 응대 가능한 직원에게 메일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시면 은행 업무를 편하게 보실 수 있으실 듯합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동아리의 경우 1학기 파견되신 분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합창, 춤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가 존재하기는 하나, 대부분의 지원을 한국 기준 2학기에 받습니다. 다만 ramen-toi라는 일본, 한국 문화 동아리가 있고 여기서 언어 교환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며, 이 동아리는 매 학기 모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랑스인 친구가 사귀고 싶다면 이 동아리 활동들에 참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파리는 유럽의 주요한 도시이니만큼 유럽 각지의 도시로 연결된 항공편과 기차가 정말 많으며, 유럽에서도 그 이동 비용이 싼 축에 속하는 도시입니다. 파리로 파견을 오셨다면 유럽의 다양한 도시에 어렵지 않게 여행을 가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비행이나 기차의 값이 부담되신다면 야간버스와 같은 저렴한 옵션 또한 많습니다. 다만, 운전에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다니지 않는 도시에 차 없이 여행을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프랑스 비자가 있다면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입국 심사를 받지 않고 다닐 수 있으며, 26세 미만의 경우 EU에 거주하는 26세 미만의 시민으로 간주돼 미술관이나 박물관 입장을 대폭 할인받을 수 있기도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파리는 굉장히 좁은 도시이며, 인구 밀도가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이 잘 없어, 치안 자체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위가 일어날 때에는 폭동이 있기도 한데, 보통 chatelet-les-halles라는, 서울로 따지면 서울역 같은 곳이나 republique라는 곳에서 주로 일어나니 이 두 곳만 시위 발생 시 주의하시면 위험한 상황에 휘말릴 일은 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매치기는 정말 빈번합니다.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을 1년 동안 정말 많이 보아서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귀국하기 몇 주 전에 방심을 했다가 1월 1일 휴대 전화를 소매치기 당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갔던 터라, 항상 조심하며 생활했지만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손에 있는 휴대 전화를 채 가는 경우도 정말 많고, 저의 경우에는 주머니에 있던 휴대 전화를 소매치기당했습니다. 1년 내내 스트랩을 함께 사용했었는데, 귀국 직전이라 귀찮아서 제거하고 다닌 지 며칠 안 돼 일어난 일이니, 휴대 전화 스트랩은 꼭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머니에는 최대한 뭔가 넣고 다니지 마시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일이 있다면 힙색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가방과 별개로 소지하셔서 중요한 물품은 몸에 붙여서 다닐 수 있도록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방심한 잠깐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소매치기인 것 같습니다. 언제든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휴대 전화에 있는 사진은 꼭 주기적으로 백업하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의 경우 일 년 간 모아 왔던 사진이 거의 다 날아가서, 그 사실이 제일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먼저 ‘프잘사’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프랑스에 사는 한인 커뮤니티라고 보시면 되는데, 다양한 게시판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생활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실 때 질문글을 적으면 교민분들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여기에 구인글을 올릴 수도 있으며, 중고거래도 가능합니다. 처음 입국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때, 귀국 직전에 물품들을 정리할 때에도 이 카페를 통해 했고, 모든 소통을 한국어로 할 수 있으며 한화로도 거래가 가능하니 매우 편리했습니다. 시앙스포가 아니더라도 프랑스에 파견되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이 카페에 가입하셔서 필요하신 정보들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택보조금인 caf를 받으셔야 하는 경우, 몇 달 간 소식이 없다면 ‘프잘사’ 카페에서 caf 신청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맡기시는 것을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의 경우 이사를 해야 했는데 6개월 동안 caf에 진전이 없어, 150유로 정도를 내고 한인분께 도움을 받는 서비스를 받았고, 몇 달 동안 답장이 없던 caf 측에서 바로 caf가 입금되었습니다. 함께 파견되었었던 친구 중 집을 따로 계약했던 친구는 달에 200유로 정도의 금액을 산정받아 도합 800유로 정도를 이 서비스를 통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관에 거주하신다면 고정 87유로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caf를 받지 않아도 크게 아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집을 계약하셨거나 다른 사설 기숙사에 살게 되신 분들은 한인분께 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입실 및 퇴실하실 때에는 어떤 형태의 거주이든(스튜디오, 기숙사 등) 에따델리유를 하게 됩니다. 에따델리유는 방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처음 입주했을 때 한 번, 그리고 퇴거할 때에 한 번 하게 됩니다. 입주 시에 있었던 기물들이나 방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만약 파손되거나 훼손된 것이 있다면 이 부분을 복귀하기 위한 만큼의 금액을 보증금에서 차감하게 됩니다. 보증금은 퇴실 이후 2달 이내로 지급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참고하셔서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생활하시고, 2달 안에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집주인분께 연락해 보시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신청하기 전, 늘 꿈꿔 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또 제가 어떤 경험을 하고 오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출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타지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법, 연고 없는 곳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 그리고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고 나니 이런 기회는 평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욱 체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학교와 관계자분들, 그리고 프로그램 내내 큰 도움 주신 국제협력본부 배현주 담당관님께 감사를 전하며 수기를 마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