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대학 입학 때부터 교환학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준비 과정이나 졸업이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을 걱정해 섣불리 도전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 비대면으로만 진행되는 대학 생활에 피로를 느끼게 되었고, 대학생 신분으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교환학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4학년 2학기에 파견되어 마음 한편으로는 이 선택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졸업이 가까운 만큼 진로나 대학원 탐색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교환학생을 준비하였고, 그 관점에서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던 나라 중 하나인 캐나다로 목적지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갔던 University of Waterloo는 온타리오주의 Kitchener/Waterloo 지역에 있는 학교로, Wilfrid Laurier University와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Kitchener/Waterloo 지역은 매우 인접해 있어서 거의 하나의 도시로 취급되고 대중교통을 타면 쉽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특히 자주 사용되는 대중교통의 수단으로는 Ion light rail이랑 버스가 있고, 학기 초에 보험, 교통비, 학교 시설 사용료 등을 낸 후 WatCard를 발급받게 되면 해당 카드를 한 학기 동안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대학이 주가 되는 도시라 볼 것이 많지는 않지만, 학교 근처에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고, Ion light rail을 타고 학교에서 10분 정도 가면 영화관이랑 Conestoga 쇼핑몰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St. Jacobs farmer’s market은 버스로 학교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신선한 채소나 과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랑 빈티지 아이템 같은 것들도 많이 팔아서 한 번쯤은 가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University of Waterloo의 경우 공대가 유명한 학교이고, 한 학기가 대략 4개월 정도 진행되며, 학기 사이에 방학이 없습니다. 캐나다 내에서는 특히 Co-Op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유명한 대학교인데, 이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는 대신 기업에 인턴을 하며 경험을 쌓고 이를 학기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입니다. 교내 학생들 대부분이 Co-Op을 하고 있고, 졸업하기 전까지 대략 4번의 인턴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Study Permit: 원래 학 학기 파견의 경우에는 학생 비자가 필요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능력 증명을 위한 통장 잔액 증명서, 교환학교 합격 증명서, 신분증 등 다양한 서류가 요구됩니다. 또한, 필수는 아니지만 왜 학생 비자를 받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문서를 제출하는 칸이 있어 저는 이 부분도 작성해 제출하였습니다. Permit을 받기 위해서는 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코로나 시국이라 한 번 제출하면 승인되기까지 시간이 2달 정도 걸린다고 공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청 문서들에 실수가 없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캐나다 정부에서 지명한 병원에 가 신체검사를 받고 이 증명서를 study permit 신청 시 올려야 하는데 이는 별도로 2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문서를 다 업로드하고 기다리다 보면 생체 인식 등록을 하라는 메일이 오는데, 이때 메일이랑 여권을 들고 가까운 캐나다 비자 지원센터로 가셔서 지문등록을 하고 오시면 됩니다. University of Waterloo에서 합격 증명서와 같은 서류들은 비자 신청용으로 미리 발급해 주지만 비자 신청 자체는 학생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교환교에서 비자 신청 시 필요한 서류들과 비자 신청하라는 안내 메일이 오면 빨리 신청 과정을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통신사: 저는 Koodo 통신사를 사용하였고, 출국하기 2주 정도 전 국내에서 캐나다 유심을 미리 구매할 수 있는 수퍼셀에 (카톡 아이디: SCELL) 연락해 유심을 배송받고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8기가에 5만원 정도 되는 요금제를 사용하였는데 여행 다니며 쓰기에도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리 유심을 발급받고 나가시는 걸 추천드리지만 캐나다에 도착 후 발급받는 절차도 간단하기 때문에 출국 전 받지 못할 경우에는 Conestoga Mall이나 근처 매점에 가서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비행편: 저는 에어캐나다를 사용했는데, 부치는 짐으로 23키로 가방 두 개가 허용됐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학업: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최대 수업 수가 5개인데 저는 첫 번째 학기에는 4개, 두 번째 학기에는 5개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기가 서울대학교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짧아서 진도를 빨리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과제 제출 기한도 촉박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수업을 4개 들은 학기는 서울대학교에서 15학점을 듣는 것이랑 비슷하게 느껴졌고, 5개의 수업을 들은 학기는 18학점을 들은 학기랑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강의 이름은 과 이름 xxx (예: BIOL 204)로 되어 있는데,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고학년 강의이고 학부 수준에서는 400대의 강의들이 가장 어려운 강의들입니다. 개인적으로 AMATH/BIOL 382 (Comp Modelling of Cellular Systems), BIOL 469 (Genomics), BIOL 465 (Structural Bioinformatics)랑 BIOL 472 (Cell Biology of Human Disease)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AMATH/BIOL 382 (Comp Modelling of Cellular Systems)- 파이썬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세포 시스템을 수식화하고 상호작용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인데 2번의 시험, 6개의 과제와 기말 프로젝트가 있어 로드가 가장 많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수업이었습니다.
BIOL 469 (Genomics)- Bioinformatics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Linux를 활용해 gene sequencing 같은 걸 해볼 수 있고, 최종 프로젝트는 팀플로 진행하는데 학기 중 배운 도구들을 직접 활용해 하나의 주제를 연구해보는 과제입니다.
BIOL 465 (Structural Bioinformatics)- 구조생물학, 그 중에서도 X-ray 결정학에 중점을 둔 수업이고, 교수님의 이론 수업과 직접 프로그램을 통해 분자 구조를 규명해보는 실습 수업으로 이루어집니다.
BIOL 472 (Cell Biology of Human Disease)- 이 수업은 질병 발생 metabolism에 관한 수업으로 시험은 없지만 두 번의 발표가 있는 수업입니다. 기말 과제로는 관심 주제에 대한 연구 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주거: 앞서 언급했듯이 University of Waterloo는 Co-Op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인턴을 나갈 때 자신이 계약한 집을 다른 사람에게 렌트해주는 Sublet이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페이스북에 Waterloo Sublet을 검색하고 나오는 그룹에서 살 곳을 찾을 수 있고, 교환이 확정된 후 교환교에서 Sublet 관련 안내 메일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Sublet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숙사나 비영리 주거단체인 WCRI에 주거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숙사에 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WCRI의 경우, 많은 교환 학생들이 선택하는 주거지이고 비교적 저렴한 월세에 주거할 수 있습니다. 각 층은 4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마다 방이 4개씩 있으며 자신과 같은 구역에서 사는 친구들과 화장실 및 샤워실을 공유하게 됩니다. 2개의 구역은 남성용, 2개의 구역은 여성용이라 층 자체는 남녀공용이고,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과 부엌을 공유하게 됩니다. 부엌에서 같이 요리하며 친구를 만들 수 있지만, 밥 시간에 부엌에 사람이 많아서 미리 음식을 해놓거나 사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엌이 공용공간으로 활용되며 친목 활동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가셔서 같이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또, WCRI측에서 화장실 및 부엌은 매일 청소해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식사: 세금, 팁이 포함되기 때문에 사서 먹게 되는 경우 한 끼가 15000 정도 하게 되기 때문에 저는 주로 직접 요리해 먹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중식, 일식, 한식, 중동식을 포함해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아서 요리하기 귀찮거나 재료가 없으면 그냥 사 먹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주로 Walmart나 Valu-mart에서 장을 봤고, 한국 음식이나 재료가 필요할 때에는 근처 중국 마트에 가면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가는 한국보다 싼 편이지만 장을 볼 때 가격에 세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계산대에서 생각보다 금액이 비싸게 나온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학교 시설 사용: 학교 헬스장이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WatCard를 찍고 들어갈 수 있는데, 최근에 리뉴얼이 되어서 기구들이 다 최신형이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스포츠 시설은 추가의 멤버십 가입비를 내야 입장이 가능한데, 그만큼 시설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교환 학생을 온 친구들 중에 아이스 스케이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저는 아이스 스케이팅은 하지 않았지만, 암벽등반 회원권을 4만 원 정도에 구매해서 한 학기 동안 재밌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직접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 경기들을 개최하기도 하는데, 저는 이 기회를 활용해 University of Guelph vs. University of Waterloo 아이스하키 경기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 주변에 큰 공원이 있고, Columbia Lake라는 호수가 있는데 9월에 꽃이 필 때 가서 앉아있으면 굉장히 평화롭고 좋습니다.
여행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캐나다 내에서는 밴쿠버,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올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시카고, 보스턴과 뉴욕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표는 여행이 가까워질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미리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로드트립을 생각하신다면 차를 렌트하거나 Poparide라는 카쉐어링 사이트를 통해 저렴하게 여행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도 몬트리올을 갈 때는 Poparide를 통해 카쉐어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친목: 저는 성격이 많이 내향적인 편이지만 그래도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특히 저는 같이 파견된 친구들도 없고 아는 사람도 아예 없는 지역이라서 더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노력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같이 여행도 다니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기타 활동
-알바: 저는 교내 식당에서 잠깐 알바를 했었는데 최저 시급이 CAD 15이고 점심도 제공해주어서 여행용 경비를 많이 세이브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교환을 올 친구는 WCRI의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환학생이어도 SIN 번호만 발급받으시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장학금: 국제협력본부나 미래 에셋에서 장학금이 나오니까 잘 찾아보시고 시간 맞춰서 지원하시면 됩니다.
-보험 처리: 앞서 언급했듯이 학기를 시작하고 WatCard를 발급받기 위해서 서울대 등록금 외 납부해야 하는 비용이 있는데 여기에 보험 비용이 들어갑니다.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다양한 예방 접종이나 치과 치료 지원이 많이 되기 때문에 찾아보시고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날씨: 8월에서 10월은 하늘도 맑고 청정한 늦여름/초가을 날씨라 이때 가장 놀러다니기 좋습니다! 특히 10월에 Reading Week라고 시험 전 일주일 정도 학교가 쉬는 주가 있는데 이 시기를 잘 활용해 여행을 다니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학기가 끝나는 12월에는 날씨가 매우 추워지고, 눈도 정말 많이 옵니다. 3월 말 정도가 되면 덜 추워지지만, 4월에도 눈이 쌓일 정도로 추위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가기 전에는 진짜 가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가서 혼자 성찰할 시간도 많이 갖고 저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며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대학교 시절 무엇보다 뜻깊었던 기회를 제공해주신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