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학생활의 폭이 좁아진 만큼 견문을 넓혀줄 새로운 경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타지에서 생활하며 독립심을 키우고 다양성을 접하며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학술적 교류와 타지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것에는 여러 어려움과 위험성이 따르는데,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면 학교의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학업적인 면에서는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공 특성상 앞으로 국제사회와의 소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였고,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큰 경쟁력이자 업무능력으로 작용할 것 같아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Queen Mary 대학교는 영국 러셀 그룹 소속으로 런던 2존에 있으며 이스트엔드와 가깝습니다. 의과대학이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며 대학 병원과 캠퍼스가 바로 붙어 있습니다. 캠퍼스 안에 기숙사가 있고, 1학년 학생들과 교환학생들만 기숙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런던의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기숙사비도 상당히 비싼데, 별도로 방을 구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기에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숙사는 전부 1인 1실이며 플랫 형태로 운영되고, 주방과 욕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지 전용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대략 4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 중 ‘공용 주방+전용 욕실(en-suite)’ 옵션이 가장 적당한 것 같습니다. 기숙사 리셉션이 24시간 운영되기에 문의사항이나 비상상황이 생기면 바로바로 컨택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기숙사 분위기는 플랫메이트들에 따라 크게 다른 것 같았습니다. 대체로 교환학생들이 많을수록 시끌벅적하고 정규학생들이 많을수록 조용하고 차분한 편입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환학생들을 위한 웰컴 이벤트들이 진행되니 취향에 맞는 활동들을 신청하여 다녀오면 됩니다. 다들 국적과 출신이 매우 다양해서 오히려 적응하기 편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는 curve라는 학생식당과 학교 편의점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웬만한 생활용품과 식료품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학식은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편하게 한 끼 해결하기 좋았습니다. 학생식당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종종 무료 음료 이벤트를 하니 이벤트 달력을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캠퍼스에서 도보로 멀지 않은 곳에 슈퍼인 co-op와 sainsbury’s가 있어 장을 보기 편리합니다. 또는 조금 비싸지만 uber eats와 deliveroo 배달앱으로 기숙사까지 배달도 가능합니다.
밤 8시 이후에는 캠퍼스에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외부인 출입이 금지됩니다. 기숙사 키를 보여주고 들어올 수 있는데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캠퍼스에서 도보 10분정도 거리에 mile end 지하철역이 있는데 이곳에 중앙선을 포함한 4개 노선이 다녀서 교통이 매우 편리하고 도심 접근성이 좋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영국의 경우 영국에서 6개월 이내로 머무르는 외국인은 별도 비자 신청이 필요하지 않고 입국심사 역시 한국인은 자동입국심사가 가능해서 한 학기 교환학생은 입국 절차에서 신경 쓸 부분이 적은 편입니다. 1년 교환학생은 별도 학생비자 신청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학생 보험이 필요한데 두세개 정도 회사를 비교해보고 가장 무난한 상품으로 가입하였습니다. 또 국제학생증도 하나 만들어두면 자잘한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신분증 대용으로도 좋습니다.
통신은 영국 유심을 하나 구입하였는데 영국에 도착해서 개통해도 되지만 저는 한국으로 미리 배송이 오는 회사를 이용했습니다. 다만 한국 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 때문에 저는 원래 사용하던 핸드폰은 수신 전용으로 일시정지해두고 공기계를 하나 구입해서 영국 번호로 사용하였습니다.
짐을 쌀 때는 서류,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 상비약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정리했습니다. 미리 가져가면 유용한 것은 멀티어댑터와 젓가락, 빨래망 정도입니다. 멀티어댑터는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사용하는 전자제품 개수에 맞춰 챙겨가면 유용합니다. 적어도 하나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젓가락의 경우 아무래도 영국에서 구하기는 힘듭니다. 빨래망도 생각보다 마트에서 잘 안 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자주 먹는 약이 있다면 넉넉하게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의류의 경우 런던이 생각보다 추웠습니다. 기온이 낮다기보다는 바람이 거세서 체감기온이 낮으므로 바람막이나 목도리 등이 유용합니다. 한여름이 아니면 반팔 반바지를 입을 일이 거의 없으므로 여름옷은 최소한만 챙기거나 와서 구입해도 충분합니다. 학교에서 동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 복합 쇼핑몰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한국에서 가져가야 할 물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런던은 한인마트, 아시안마트가 많아서 어지간한 식료품과 물건은 다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이들 챙겨가시는 전기장판도 영국에 도착한 후 아마존으로 배송받았습니다. 퀸메리 학교 이메일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 6개월 무료 이용이 가능했으며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환전은 거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국은 거의 카드만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1파운드 정도의 소액도 전부 카드결제 가능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봄학기 강의를 총 3개 수강하였습니다. 원래 기준은 강의 4개이지만 따로 요청을 드리면 3개로 줄이거나 5개로 늘릴 수 있습니다. 로드가 버거울 것 같아 3개로 줄이긴 하였으나 생각보다 수업시간이 적어서 4개를 그대로 수강하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Ecosystem Science : 생태학 수업으로, 전반부와 후반부 교수님이 다릅니다. 전반부에서는 기초적인 생태학을 배우고 후반부에는 탄소 순환과 온실 효과의 데이터화 등 최신 이슈에 집중하여 배웠습니다.
GIS : 이론 1시간과 실습 1시간으로 이루어지는데 실습시간에 GIS 프로그램을 직접 다루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GIS 기초 강의이기 때문에 실습 가이드라인이 상세하게 제공되고 이를 따라하는 형식이라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GIS 입문에 적절한 강의였습니다.
Environmental Politics : 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을 배우고 토론하며, 내가 한 국가의 정책연구원이 되어 국가 수장에게 가상의 정책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가장 열심히 임했던 수업인데 교수님이 학생들을 배려해주시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도록 독려해주셔서 부담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과제 관련해서도 상세한 피드백을 주시며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와주시고 학생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십니다. 초반에 저는 영어로 주장을 정리하고 토의하는 것에 어려움과 부담을 느껴 교수님께 조언을 청했는데 흔쾌히 상담에 응해주시며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는 등 수업 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생활물가의 경우 외식물가는 체감상 서울의 1.5배~2배 정도였습니다. 반면 식료품은 매우 저렴해서 학생들은 주로 직접 요리해 먹습니다.
또한 런던은 교통비가 매우 비싼데, Railcard를 구입해서 oyster card(교통카드)에 탑업해 기차, 지하철 할인을 받으면 총 교통비를 상당히 아낄 수 있습니다. 요금이 더 비싼 peak 시간대(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다니는 것도 방법입니다. 급하게 택시를 이용해야 할 때는 uber나 bolt 어플이 저렴하고 편리합니다.
런던은 볼거리가 정말 많은 도시인데 저는 문화생활 위주로 즐겼습니다. 특히 공연 접근성이 뛰어나서 뮤지컬, 오페라, 음악회, 연극 등 다채로운 분야의 작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예산이 한정적이다보니 학생할인과 당일 잔여석 예매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또 거의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이 무료입장이라서 지나가다 쉴 겸 박물관을 들러도 됩니다. 방문했던 곳은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과학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등등이 있습니다. 런던 외곽이라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왕립식물원 Kew Garden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이라서 해리포터 제작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즈 스튜디오에도 방문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셜록홈즈 박물관, 마담 투소 등 가볼 곳이 많습니다.
랜드마크 또한 무수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세인트폴 대성당이 내부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입장료가 제법 비싸지만 성가대나 오르간 연주회 시간대에 방문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바닥에 묻힌 위인들의 비석을 찾아보는 것도 묘미입니다.
학교가 이스트엔드 근처에 있는데 이곳엔 그래피티로 유명한 쇼디치 거리와 빈티지 거리로 유명한 브릭 레인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워킹투어도 진행했습니다.
영국 국내외로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영국은 학교 수업 시간이 적은 편이라 학기중에도 비교적 쉽게 여행을 다닐 수 있고 런던 근교에 공항이 5개나 있어서 항공편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그중 스탠스테드 공항(STN)의 경우 캠퍼스 바로 옆까지 공항버스가 오기 때문에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다녀와도 좋고 잉글랜드 안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습니다. 또 오로라와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는 거의 반드시 영국을 경유해서 가게 되는데 영국에 머무를 때 겸사겸사 다녀오면 직항으로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유로스타 기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종강한 후에는 기숙사 퇴소 후 한달정도 유럽 본토 6개국을 여행하고 귀국하였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코로나 이후 많은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여 학습 효과가 떨어지고 교환학생 생활 역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많았으나, 다행스럽게도 제가 수학을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대다수 완화된 시점이어서 그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처음 세웠던 목표를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상치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목표를 미리 세워놓고 전부 이루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게 되는데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곱씹으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후회 없는 시간이었고, 이런 기회를 얻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