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지금까지 제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습니다. 특히 스웨덴은 21세기 정치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환경, 이민자/난민, 페미니즘 등의 이슈에 있어 선진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해온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스웨덴에서 정치를 공부하는 것은 오늘날 정치영역에서 이상과 현실의 관계를 고민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지원교로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스톡홀름 대학교는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 위치한 공립 종합 대학입니다. 유럽의 많은 대학들처럼 스톡홀름 대학 역시 캠퍼스가 분산되어 있는데, 메인 캠퍼스인 Frescati 캠퍼스는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지하철로 10분 정도 걸리는 Universitetet 역 근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스톡홀름은 서울보다 훨씬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과 도보를 적절히 이용하면 스톡홀름 어느 지역에서건 캠퍼스를 오가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한국 국적자가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거주 허가(residence permit)가 필요합니다. 거주 허가는 스웨덴 이민청(Migrationsverket)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여권 복사본, 파견교에서 발부한 입학 허가증, 은행 잔고증명서, 보험서류 등이 필요하니 알아보고 절차에 따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거주 허가 승인을 안내하는 서류는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받아갈 수 있으며, 그곳에서 귀국 전 미리 거주허가증 카드(UT 카드)를 신청하고 다시 대사관을 찾아 카드를 수령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에 지원한 뒤 교환 승인을 받으면, 기간이 되었을 때 개별 학생들에게 배정된 코디네이터(coordinator)로부터 기숙사와 수강신청 안내 메일을 받게 됩니다. 기숙사는 여러 위치와 옵션 중 순위를 지정하여 지원하는 방식이며, 지원한 모든 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사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떨어진 유럽 학생들도 꽤 있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비EU 출신 교환학생들은 거의 붙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학교를 통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 스톡홀름 지역의 대학생 기숙사 관리기관인 SSSB 사이트에 가입하여 직접 방을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강신청은 해당 학기에 열리는 과목들의 리스트에서 조건에 맞추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정한 뒤 코디네이터를 통해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그밖에 지원과 관련된 문의사항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처리할 때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방학 등 휴가 기간에는 답변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스톡홀름 대학에서는 학부생들에게 한 학기 30 ECTS의 수업을 들을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수업 설계상 한 학기동안 여러 수업을 한 번에 듣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한두 개 정도의 수업에 집중하고 다음 시기에 다른 과목을 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과마다 차이가 크지만, 사회과학 또는 인문학 분야의 수업을 듣는다면 한국에서만큼 학업 부담이 크지는 않습니다. 저는 두 학기동안 정치학 수업과 미디어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들은 강의 및 그룹 세미나로 이루어졌으며, 강의에 중점을 두는 수업, 세미나에 중점을 두는 수업, 에세이로 시험을 대체하는 수업, 암기식 기말시험을 보는 수업 등 수업 진행과 평가 방식은 제각기 달랐습니다.
저는 파견기간 중 Frescati 캠퍼스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Lappis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Lappis는 SSSB 기숙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편이며, 다양한 방 옵션이 있지만 한 층(corridor)에 거주하는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각자 화장실이 딸린 방을 쓰고 주방은 공유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국제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기숙사 단지이므로 학기 내내 어디선가 파티가 끊임없이 열리며,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사귀기가 쉽고, 캠퍼스 및 시내 접근성이 괜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관련 모임이나 그룹에 참가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스톡홀름의 물가는 비싼 편입니다. 특히 외식 물가가 비싸고, 밖에서 적당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는 식사의 옵션도 한국만큼 다양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글루틴 프리 옵션은 잘 마련되어 있는 편입니다). 주방을 충분히 활용하여 밥을 최대한 해먹으시길 추천드립니다. 가구나 옷 등 생활에 필요한 각종 용품을 구매할 때에는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온라인상으로는 페이스북 마켓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스톡홀름 곳곳에 secondhand store들이 있습니다.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는 스톡홀름에서 앰뷸런스, 병원(sjukhuset), 보건소(vardcentral), 치과 방문을 경험했습니다. 비EU 출신 단기 거주자에게는 스웨덴의 국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의료기관 방문비는 비싼 편입니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학생 보험을 들어주기는 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위해 사보험에 추가로 가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스톡홀름은 북위 약 60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2학기에 오시든, 1학기에 오시든, 저처럼 두 학기를 오시든, 스톡홀름의 긴 겨울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에는 밤 10시에 해가 지고 새벽 3시에 뜨지만, 동지에는 오전 10시에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사위가 칠흑같이 검습니다. 인간은 일조량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 생물이므로 자신이 날씨나 계절을 타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도 스톡홀름의 길고 어두운 겨울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타민 D, 적당량의 운동,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가까이 하신다면 훨씬 원활하게 스톡홀름 토박이들도 어려워하는 겨울나기에 성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당연히 힘든 순간이 없지는 않았지만,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 10개월 간 수도 없이 새로운 상황을 마주했고, 새로운 것들을 배웠습니다. 사람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다른 교환학생들도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웨덴은 한국과 많이 다른 나라이고, 스톡홀름은 끝내 사랑하게 될만큼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교환학생 활동을 위해 스톡홀름 대학에 지원할까 고민 중이라면 스스로를 믿고 와서 부딪쳐 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