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1-2학기에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 (이하 OIA)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이하 UC버클리 혹은 Berkeley)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2020-2학기에 파견 예정이었지만, COVID-19 확산으로 인해 파 견교가 해당 학기에 교환 프로그램을 취소함에 따라 1년을 기다렸다가 미국 땅을 밟 게 되었습니다. 서울대가 UC 계열 학교와 2020년에 학생 교환 협약을 맺었기 때문 에, 제가 UC 계열 학교로 파견된 첫 번째 사례인 것으로 압니다. 따라서 제가 파견 전 궁금했었던 점들을 최대한 떠올리며 경험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어렸을 적부터 막연하게 큰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미국 대학에서 교 환학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미국 동부는 개인적으로도, SNU in Washington, D.C. 프로그램으로도 여러 차례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기 후가 온화하고 다양한 곳으로 여행이 가능한 미국 서부에서 지내보고 싶었습니다. 그 러면서도 면학 분위기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OIA 웹사이트에서 미국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 리스트를 확인하고, 그중 대학 순위 상위권에 있는 대학이 어디인 지 파악했습니다. 해당 조건에 맞는 곳이 University of California (이하 UC)였기 때문에 이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만약 학사 졸업 후에도 학업을 계속 이어가 게 된다면, 미국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지 자신을 미리 시험대에 올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UC는 하나의 학교가 아닌 주립 종합대학’군’으로 Berkeley, Davis, Irvine, Los Angeles, Merced, Riverside, San Diego, San Francisco, Santa Barbara, Santa Cruz에 10개의 캠퍼스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OIA에서는 파견 학생을 특정 캠퍼스 가 아닌 UC 차원의 교환학생으로 선발하며, 선발된 학생은 추후 UCEAP Reciprocity 웹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캠퍼스를 3지망까지 지원동기 및 학업계획과 함 께 적어내게 됩니다. 저는 Berkeley, Los Angeles, San Diego 순으로 지원했으며, 다행스럽게도 1지망인 Berkeley로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울대 학점 인정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라, 최대한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 는 곳을 물색했습니다. Berkeley와 Merced 캠퍼스만 한국과 동일한 학기제로 학사를 운영하고, 여타 캠퍼스들은 쿼터제로 운영하는 것 역시 버클리를 1지망으로 쓴 것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UC버클리에서 지내면서 전해 듣기로는 본인의 전공이나 지원동기가 생각보다 더 캠퍼스 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1지망과 상관없이 국문학도는 한 국학에 강세를 보이는 UCLA로, 사회학도나 공학도는 그 분야에 강세를 보이는 UC Berkeley로 배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정치외교학부에서 외교학을 복수전공 하고 있어 Political Science 전공으로 UC에 지원했고, 지원동기 및 학업계획 역시 이와 연관하여 기술했습니다. 지원 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정된 캠퍼스 에서 물론 주전공 강의도 수강할 수 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UC버클리는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평가받으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대학입니다. (서부의 아이비리그라는 자랑을 재학생들로부 터 수십 번은 들었으며, 스탠퍼드와의 rivalry가 생각보다 더 대단했습니다) 흔히 자 신들을 Cal, Berkeley, UCB 등으로 줄여 부르는데, 그중 제일 많이 사용되는 Cal은 UC버클리가 곧 캘리포니아라고 여기기에 생겨난 별칭일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 자존 심이 근거 있는 자존심인 이유는, 2021년 기준 US News 세계대학순위에서 4위를 할 만큼 실제로 저력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체류하는 동안에는 UC버클리가 Forbes에서 매년 선정하는 미국 대학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캠퍼스가 축제 분 위기였습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교이기도 하며, 원소 주기율표의 92번째인 우라늄부터 106번째인 시보귬까지를 모두 UC버클리 교수 들이 발견하였기에 화학 분야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아예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만 있는 화학 단과대가 따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베트남전이 벌어지던 1960년대에는 Free Speech Movement라는 학생 운동을 통 해 학생들의 정치 참여 및 발언을 금지하던 조치를 취소시킨 바 있으며, 이는 후에 미국 전역으로 번진 반전 운동의 시초가 되었는데… 이로 인해 학교 주변 분위기가 상당히 어지럽습니다… 학내에서 시위도 많이 벌어지고, 주변에 홈리스들도 꽤 있는 편이며, 캘리포니아주는 오락용 대마초가 합법인 만큼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 습니다. 야간 치안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니 단독 외출을 자제하고, 특히 홈리스와 마 약 중독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People’s Park에는 낮에도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 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굉장히 걱정되실 텐데,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위험천만 한 행동만 안 하면 큰 위험에 처할 일은 없었습니다! 늦은 밤에 술을 마시고 돌아다 닌다거나 믿을 만한 현지 재학생 동행 없이 frat party를 가는 행동 등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버클리는 북부 캘리포니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를 건너 차 로 2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남부 캘리포니아 날씨보다는 훨씬 쌀쌀합니다만, 제가 있는 동안에는 가을, 겨울에도 햇빛이 이례적으로 강했습니다. 한 국만큼 춥지는 않으니 완연한 여름 날씨 옷부터 적당히 두꺼운 재킷 정도까지 챙기시 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지역 여행으로 인해 패딩이 필요하다면 현지 조달하는 걸 추천합니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란 저에게는 카페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 신기하고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International House(이하 I-House)라는 기숙사에 거주했는데, 캠퍼스 바로 옆에 있는 기숙사이긴 하나 학교 직영이라기보다는 따로 운영이사회가 있는 위탁 운 영의 느낌이었습니다. 시설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기숙 사 식당에서 삼시 세끼 밥이 나오는 점(맛은 장담 불가), 24시간 운영 도서관, 안전한 치안과 같은 부분은 만족했습니다. (다만 직원들의 행정업무 처리에 관해서는 불만족 스러운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기숙사이며, 매년 전체 거주 학생의 85%를 외국인, 15%를 미국인 학생으로 채 우려 한다고 합니다. 록펠러 2세의 후원으로 1930년에 오픈한 기숙사인지라 분위기가 고색창연하며, 내부는 연식에 비해서는 깔끔하지만, 금고 열 듯 우편함을 열고 카드키 와 실물 열쇠를 모두 가지고 다니며 문을 열어야 하는 등 구시대적인 느낌도 남아 있 습니다. I-House의 방 대부분이 2층 침대가 있는 더블룸이어서 룸메이트와 방을 나 눠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쾌활한 노르웨이인 룸메이트를 만나서 즐겁게 지냈습니다. 다만, 근처 frat houses에서 파티를 열면 야간에 소음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Quiet hour라는 시스템이 있어 그 시간이 되면 그래도 비교적 조용해지니, 밤에는 좀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UC버클리도 기숙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편이어서, 교환학생들은 학교 직영 housing (Unit 1, 2, 3 등)을 신청하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 직영 housing 이나 I-House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캠퍼스 근처 아파트를 찾으셔야 하는데, 보통 페 이스북 그룹 등을 통해 거래가 많이 성사되기에 틈틈이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음식과 관련해선, 아시안 게토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어 (Telegraph Avenue 쪽입 니다) 한국 음식을 포함한 아시안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 클랜드에 조그마한 코리아타운도 있어 한국 음식이 크게 그립지는 않았습니다. Kimchi Garden, T-Toust, Berkeley Social Club, Daol Tofu, Jong Ga House 등 을 방문하세요. 저는 맛집 탐방을 좋아해 아시안 음식 말고도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파는 식당들을 방문했는데, 지면의 한계로 이곳에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구글 지도 와 Yelp를 참조한다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출국 전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크게 비자 발급, 기숙사 신청, 국외수학허가신청, 항공권 구매, 수강신청, 보험 가입, medical history 제출, 여행 계획 짜기 등이 있습 니다. 이 중 기숙사 신청은 II.에서 이미 다루었으니, 나머지 사항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UC버클리는 교환학생들에게 J-1 비자를 주는데, 광화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 서 짧은 비자 인터뷰를 거쳐 받게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미국 비자 신청 웹사이트 (https://www.ustraveldocs.com/kr_kr/kr-niv-typej.asp)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 다. 국외수학허가신청과 수강신청은 각각 마이스누와 UC버클리 수강신청 웹사이트의 안내 문구에 따라 진행하시면 되고, 항공권 구매와 여행 계획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미국에 있는 틈틈이 여행하고 학기 종료 후에는 바로 귀국할 예 정이었기에 출국 2-3개월 전쯤 한국에서 왕복 티켓을 미리 구매하고 갔습니다. 보험 은 버클리에서 제공하는 SHIP와 현대해상 유학생 보험을 들었고, medical history의 경우, 부모님이 아기수첩을 보관해놓으셨기에 이를 보건소에서 등록한 후, 부족한 예 방접종 및 서류만 광화문에 있는 하나로의료재단에서 준비해서 출국했습니다. 학교별 양식이 모두 다르고, 영어 서류를 정확히 받아야 하니, 유학생을 많이 상대해본 병원 으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하나로의료재단의 서류 준비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저는 정치외교학: Introduction to American Politics (Paul Pierson), The Politics of European Integration (Matthew Stenberg), The Politics of Southeast Asia (Darren Zook), 중문학: Introduction to Literary Chinese (Robert Ashmore), 이렇게 4 unit x 4과목 = 총 16 unit을 들었습니다. (서울대에 서는 instructor의 강의 시간만 학점으로 인정해주기에 이 중 일부만 인정받을 것으 로 예상합니다) 스누라이프, 에브리타임과 같은 강의평가 사이트를 미리 찾아보고 수 강신청을 한 터라, 들었던 모든 과목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곳에선 정치외교학 전공 수업은 대부분 discussion 시간을 수업시간에 포함하며 speaking & writing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매주 discussion에 참여하고, 학기말에는 Model EU를 진행하고, 많은 양의 리딩 자료를 읽으며 힘들 때도 많았지만, 확실히 얻어가는 건 많다고 생각되었기에 성실히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UC버클리의 과제량이 본교 과제량보다 많지는 않고, 서울대 학생들이 워낙 열심히 공부하는지라, 웬만하면 성실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 는 것 같습니다) 중문학 수업은 <맹자>를 강독하는 수업이었는데, 한문을 영어로 번 역하면서 언어에 따라 사람의 지각과 사고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파견 직전 학기 한국에서 인턴십을 마치자마자 미국에 간 터라 조금 쉬고 싶 었고, 미국에서 J-1 비자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추가로 인 턴십이나 Research Assistant 자리에 지원하진 않았습니다. 교환 파견 기간이 1년이 아니라 한 학기였기에 동아리 가입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 서부에 있었던 만큼 여행을 많이(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요세미티 국립공원, 시애틀, 포틀랜드, 팔로알토, 쿠퍼티노, 산호세 등) 다녔는데, 사실 친구들과 다닌 이런 여행이 가장 기 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COVID-19 등 변수가 많은 요즘이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여 행을 많이 다니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또한, Cal Performances에서 시즌권을 구매해 Takacs Quartet, Leonidas Kavakos & Yuja Wang, Angelique Kidjo의 공연을, 버클리에서의 대학 미식축구 홈 경기와 스탠포드에서의 어웨이 경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MLB 경기를, 산호세에 서 NHL 경기를 본 것도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대학 입학 전부터 꿈꿔왔던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잘 마치고 돌아와서 기쁩니다. UC버클리로 가시는 학우님들도 미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