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저는 17학년도 2학기 독일 본이라는 작은 대학도시의 Bonn university에 1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저도 교환학생 생활이라는 로망을 가지고 가게 되었는데, 저의 부족한 마음가짐으로 이 기간 동안 후회가 많이 남았던 탓에 저의 교환학생 생활을 조금 더 자세하게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본이라는 도시는 독일 서쪽에 위치한 NRW주의 쾰른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인구 32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학교의 main building이 center에 위치해 있지만 대부분의 단과 대학은 city center 부근에 분포해 있습니다. 외국의 대학들은 보통 이런 식이지만 독일어 강의를 듣지 않으면 다른 교환학생들과 학교에서 교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NRW는 다른 독일 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으며 일본인,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 작은 도시인 본에서도 한국 식료품 마트, 아시아 마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본 대학교의 아시아문화 관련 학부가 매우 크고 유명하며, 해당 학교로 교환학생으로 오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습니다. 모든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를 알진 못하지만 한 학기에 최소 100명은 되어 보였고, 그래서 대학 측에서도 유럽 내 학생 교환 프로그램인 Erasmus프로그램 학생들과 그 외의 아시아, 미국, 멕시코 등에서 온 exchange프로그램 학생들을 구분하여 따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아시아나 미국 친구들만 볼 수 있다는 것에 실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박탈당하여, 먼저 어떤 모임에 다가가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공식행사로써 여러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많이 아쉬웠습니다.
독일어를 몰랐지만 대학도시라서 그런지 독일사람들이 영어를 잘해서 그런지 영어로 쭉 소통했음에도 전혀 어려운 적이 없었고, 독일어 수업을 듣진 않았지만 친구들의 통해 듣기론 교환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international office의 독일어 수업들이 꽤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독일어 공부를 하시는 분들께 좋은 학교인 듯 합니다. 독일어를 좀 열심히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학기 시작 전 4주간 진행되는 orientation 참여도 추천합니다. 별도 비용이 들긴 하지만 4주간 더 언어 공부도 할 수 있고 미리 친구들과 사귈 수 있어 이후 학기 중에도 여러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orientation 끝쯤에 치는 테스트 성적으로 개강 후 정식 독일어 수업 반 배정이 진행되어 꽤 체계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초반이나 개강 초반에 여러 문서 작업들로 정신이 없으실 수 있습니다. 비자도 받아야하고, 도시에 거주등록도 해야 하고, 학생증 만들 서류도 제출해야 하고, 보험 관련 서류도 제출해야 하고, 유심도 해결해야 해서 정신 없으실 수 있지만, international office 건물 지하에 있는 Junior Year Program(JYP) 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해주고 서류 작성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니 도움을 많이 받으세요! 마침내 마지막 서류까지 다 내고 나면 눈물을 흘리실 수도ㅠㅠ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 방법은 international office에서 전체 공지하는 메일에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BASIS 사이트를 알려주는데, 이곳에서 해당 학기에 수강할 수 있는 수업들을 조회할 수 있지만, 교환학생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서는 수강신청을 하지 않습니다. 조회한 수업을 개강한 후 수업에 참여하여 4주까지 고민해서 공지된 메일 주소로 form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수강신청이 완료됩니다.
교환학생은 우선 international office에서 진행되는 독일어 수업을 듣는 것이 mandatory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처럼 독일어 수업 말고 other university class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Poppelsdorfer Allee 53에 있는 international club 건물 2층에 있는 담당선생님과 면담 후 바꾸실 수 있으니 기억해두세요!
기숙사는 교환학생 선정 이후, 자동으로 신청이 되는데 기숙사 배정은 랜덤이며 보통 8월 중순에서 말 쯤에 메일로 공지가 됩니다. 기숙사는 개인 방만 있고 화장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WG방식과 두 명의 학생이 방과 부엌,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진 확실치 않지만 제 주변 친구들의 경우 WG가 주로 도시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Erasmus 프로그램, 교환학생 프로그램 전체의 기본적인 공지사항은 Poppelsdorfer Allee 102, 53113, Bonn에 위치한 International Office에서 일괄적으로 메일을 보냅니다. 저 때는 담당자가 Barbel씨였는데, 본인 학기의 담당자는 아마 받으신 메일에서 알 수 있으실 겁니다.
II. 학업
1. 외국어 습득 정도
영어 습득이 목표였지만, 교환학생을 가서도 영어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선 벗어나고 싶어 딱히 개인적으로 공부는 하지 않고 영어로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돌아와서 든 생각은 좀 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병행되었다면 더 시너지 효과가 났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2. 성적 반영
이 부분은 제가 확인하기론 학과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니 학과에 먼저 규정을 문의하시고 수업을 결정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우선 본 대학교 자체에서 여는 강의가 아닌, international office에서 여는 독일어 수업은 학점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본대학교에서 들은 2학점 강의가 그대로 우리 학교에서 2학점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보통 15시간을 1학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수업은 많이 들었는데 막상 우리 학교로 넘어오면 몇 학점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 고려하고 수강신청 잘 하시길 바랍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독일 본은 겨울에도 영상 6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저는 전기장판도 필요 없었고, 침구나 식기도 학교에서 단체로 60유로? 정도에 구매하였던 것으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기숙사로 WG를 이용하신다면 공용 식기, 냄비, 프라이팬 등이 있어 현지에서 필요할 때 구매하셔도 괜찮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한국과 비슷한, 마트 물가는 오히려 더 저렴한 독일의 물가 덕분입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다이소 같은 곳들도 있고 괜찮은 생활물품들을 파는 곳도 있어 선택하셔서 구매하실 수 있지만, 본의 작은 도시라는 특성 상 선택의 폭은 넓지 않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날씨 - 우선, 독일의 가을, 겨울 날씨는 악명높은 영국의 날씨에 비해 저평가 되어있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ㅠㅠ 우선 겨울엔 보슬비처럼 약한 비가 긴 기간 동안 오고, 해가 창창한 날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해가 너무 짧아 겨울엔 아침 9시에도, 저녁 5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합니다. 그래서 가을학기에 가시는 분들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구상해가시길 추천합니다.
통신 - 저는 독일 마트인 ALDI에서 판매하는 유심칩을 구매하여 계속 충전하는 식으로 사용했는데, 처음 개통이 거의 5일 동안 되지 않는 불편함을 겪었고, 이런 사례가 블로그를 찾아보니 꽤 많았습니다. 가장 저렴하여 알디를 선택했는데 사실 6개월에서 1년을 사용하셔도 보다폰과 크게 가격 차이가 나지 않으니, 서비스도 좋고 성능?도 좋은 보다폰 등의 회사를 이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의료 - 처음에 독일 가서 공보험은 비싸니 독일 사보험을 저렴한 걸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학기 초에 열심히 찾았지만 독일 사보험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 이후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을 위한 삼성화재 어떤 보험상품을 6개월 동안 20만원 정도에 들었고, 5개월 생활하는 동안 보험을 쓴 적이 없습니다. 1년 있는 사람들은 독일 공보험인 TK를 들기도 하던데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고, 한달에 거의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병치레가 겁이 난다 싶으면 TK도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에서 저렴한 걸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통 ? 교환학생 기간 초반에 여러 서류들을 다 마치면 종이로 된 학생증을 발급받습니다. 이 학생증으로 NRW 주 내의 모든 도시에서 U-bahn, S-bahn, Bus를 공짜로 타실 수 있고, DB의 IC, ICE와 같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빠른 기차는 타지 못하지만, RE와 같이 R이 들어가는 저속 기차도 무료로 타실 수 있어 쾰른이나 뒤셀도르프 가실 때 유용합니다. 그리고 쾰른-본 공항으로 가는 SB60번 버스에서는 학생할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을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해 학생증을 분실했는데 international office에 연락하여 재발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놀래는 사실이지만, 독일 기차인 DB는 제 시간에 오거나 어플에서 알려주는 시간표에 따라 운행하는게 정말 손에 꼽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DB의 경우 탑승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티켓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일정이 잡히면 미리 구매하는 걸 추천하고, 기차를 많이 이용하실 분들은 DB에서 여러 할인카드를 판매합니다. 저는 티켓을 2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Bahn25라는 카드를 이벤트 가격 19유로 정도에 1년 계약을 하였습니다. 카드를 따로 만들러 역을 방문해야 하고, 1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1년 후에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따로 또 방문을 하던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철도회사에 해지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차를 많이 이용하신다면 유용하겠지만, 저는 쾰른, 뒤셀도르프는 공짜로 갈 수 있고, 절약하느라 실제론 기차를 많이 타지 않았네요. 저는 주로 저렴한 flixbus를 애용했는데 조금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지만 시간 엄수 면에서도, 가격 면에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은행 ? 본에서는 무조건 sparkasse만 이용하시면 됩니다. 꼭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여러 비용들을 내실 수도 있지만 한국카드로 매번 인출하여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수수료가 비싸니 송금을 위해서라도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생각하지 마시고, 우선 은행을 방문하여 계좌개설을 위한 약속을 잡으시고, 그 약속 날짜에 가시면 은행원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통장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수료 때문에 큰 돈을 한 번에 송금하여 통장에서 그때그때 뽑아 쓰다보니 돈 관리가 잘 안됐었는데 sparkasse의 어플을 이용하면 내역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3. 여가 생활
저는 가을학기, 거의 겨울에 가서 해가 짧고 날씨가 궂은 때가 많아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하는 걸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을학기엔 보통 친구들의 기숙사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거나 파티를 하기도 하고, 가까운 바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본의 자랑, 한국노래가 나오는 8Lounge라는 클럽에 놀러가기도 하면서 놉니다. 겨울에 독일을 오는 유일한 장점인 크리스마스 마켓은 거의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데, 여러 도시의 마켓들을 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따로 큰 돈을 내고 오는 JYP프로그램 학생들과 달리, 교환학생들은 약간 내놓은 자식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JYP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excursion이나 여러 소소한 파티, 문화 탐방 파티 등을 신청하시면 참여하실 수 있으니 이런 저런 곳에 신청하여 자주 다니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JYP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입하시면 정 보를 얻으실 수 있으나 모든 정보가 올라왔던 것은 아니라서 학기 초반에 JYP 이메일 주소로 나의 이메일로 매번 정보를 받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시면 좀 더 여러 번의 공지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교환학생 기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학교에서 이어주는 Bonn buddy 프로그램과 직접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tandem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초반에 buddy를 배정받지 못했었는데 배정이 끝난 이후에도 international office에 연락하여 좋은 buddy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office에서 간혹 버디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여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어도 공부하고 싶어 tandem에서 영어-한국어 교환으로 독일인 친구 2명을 사귀었습니다. 아시아 학부도 크고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아 tandem 사이트에서 영어나 독일어를 교환할 수 있는 친구를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저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경험이라 앞으로 본 대학교로 오실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쓰기 시작한 게 6장이나 되어버렸네요ㅎㅎㅎ..
교환학생을 신청하신데는 여러 목적들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목적과 신청하는 대학교와 그 위치가 잘 맞을지 많은 조사를 거쳐 지원 대학교를 정말 신중하게 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독일, 크게는 유럽에서의 “생활”이 중요했는데 작은 도시고, 한국과 달리 유흥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가장 늦게 까지 여는 city center 쪽 스타벅스가 저녁 9시30분이면 문을 닫는 본이란 도시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안전이나 학교로서 좋은 본 대학교, 좋은 학교의 우수한 학생들과 수업들, 독일어 공부에 좋은 환경 등에 가치를 두시는 분들께선 본의 안전하고 학구적인 분위기의 장점을 가져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시기 전에 교환학생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바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가시길 추천합니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고 오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반복이지만 저는 독일 도시 내에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왔다가 기대한 바와 달라 시간만 허투루 보내던 중, 아예 목표를 여행으로 돌려 그냥 수업도 적게 들어 많이 남는 시간으로, 한국에서 출발하여 올 땐 가지 않을 작은 도시들도 가보고, 전에 갔던 유럽여행에서 가장 인상이 좋았던 포르투갈도 다시 가보는 등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늘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은 기간이었는데, 돌아보면 위에 썼던 내용들을 직접 다 해보고 새롭고 어색한 환경에서 도전적으로 생활해본 것 차제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네요. 교환학생 가시는 모든 분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갖길 바라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