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1. 개요
교토대학은 교토부 교토시에 있는 국립대로, 이공계 교육 및 연구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도쿄대에 이어 일본에서 두번째로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주로 다른 나라의 교환학생들과 함께 영어 강의를 듣는 KUINEP 프로그램과, 일본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어 강의를 듣는 GE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GE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한 학기 동안 교토대학에서 수학하였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은 교토대학 포털인 KULASIS를 통해 하게 된다. 교환학생의 경우 일반 수강생과 별도로 처리하며, 관련된 절차를 교환학생 전체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자세하게 설명한다. GE과 KUINEP, 그리고 소속된 단과대학마다 약간씩 절차에 차이가 있으므로 주의 깊게 설명을 들을 것을 추천한다. GE 프로그램의 경우 소속된 단과대학 이외에도 원한다면 다른 단과대학의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으므로, 수강편람을 참고하여 자신의 흥미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면 된다.
기숙사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정된 후 한국에서 미리 지원하고 그 결과가 통보된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4개의 기숙사와 사립 기숙사 3개 가운데 지망 순위를 적어서 신청하는 시스템이다. 사립 기숙사의 경우 가격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는 평이 많았다. 학교가 제공하는 기숙사의 경우 교토대학 본부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지와 오바쿠 기숙사와 캠퍼스 내에 위치한 요시다 캠퍼스, 그리고 캠퍼스에서 도보 및 전차로 20분 가량 소요되는 슈가쿠인 기숙사로 나누어진다. 요시다 캠퍼스는 신축이라서 가격이 비싸지만 거리가 가깝고 시설이 우수하다고 한다. 나는 슈가쿠인 기숙사에 살았는데, 저렴한 가격에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설이었다. 도심에서 떨어진 주변 환경 또한 조용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고,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교토와는 다른 생생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교통 또한 편리하며, 전차 정기권을 발급하여 통학하였다. 참고로 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통학 정기권은 교환학생의 경우 사용할 수 없으므로 아쉽지만 통근 정기권으로 발급하여야 한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Utako FUJITA (Ms.)
International Education and Student Mobility Division
Education Promotion and Student Support Department
Kyoto University
Yoshida Honmachi, Sakyo-ku, Kyoto 606-8501 Japan
TEL +81-75-753-2546 Fax +81-75-753-2562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나는 GE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종합인간학부에 소속되었다. 종합인간학부는 국제문명, 인지정보, 문화예술 등등 인문예술적, 사회과학적, 자연과학적, 공학적 관심을 종합한 다양한 강의를 제공한다. 이에 더하여 인문대학에 해당하는 문학부의 수업 또한 수강하였다. 개인적으로 성적과 시간에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가 있는 강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한국에서 생활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충족시킬 수 없었던 다양한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먼저 종합인간학부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는 1) 사진론 강의, 2) 건축론 강의, 3) 벤야민 강독 수업이었다. 1) 사진론 강의의 경우 바르트와 벤야민의 논의를 중심으로 사진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개괄하였다. 사진 기술 초창기의 역사적 자료를 많이 다루어 실증성이 높고 지루하지 않았다. 2) 건축론 강의의 경우 서양과 일본의 종교 건축을 통해 건축이 어떻게 종교적인 공간을 창조하는지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였다. 교토에 생활하다보면 늘 마주치는 것이 신사와 절인데, 자연스럽게 종교 건축에 대해 생겨난 관심을 학문적으로 다룰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3) 벤야민 강독 수업의 경우 일본어로 출간된 벤야민 전집을 읽으며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세미나였는데, <일방통행로>와 <모스크바 일기> 등의 텍스트를 읽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논의를 들을 수 있었고, 특히 일본어로 번역된 벤야민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생경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문학부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는 서양중세철학사 강의였다. 이 강의는 보나벤투라부터 출발하는 13세기부터 오캄에 이르는 14세기의 중세철학을 다루었다. 서울대학교에서 중세철학 과목을 수강하였으나 정확히 보나벤투라 이전까지를 다루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중세철학 연구가 상당히 많이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번역어에 대해서 많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어학 프로그램은 수강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본어 실력이 크게 부족하지 않다면 수강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예비수강신청 기간에 오리엔테이션을 들어보았으나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일본어 능력은 크게 아카데믹한 영역과 생활의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생활의 영역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다지 수준 있는 어휘나 복잡한 표현을 구사할 필요가 없지만,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익숙함이 늘어나기는 한다. 아카데믹한 영역의 경우 우리가 한국에서 배우는 일본어 문장과 상당히 다른 표현이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는 문장에 쉼표를 많이 사용하고, 명료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과 논리적 흐름을 다소 다른 방식으로 구성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일본어로 공부하는 것이 꽤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회화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었는데, 한 학기를 머무르는 교환학생으로서 현지의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많은 학생들이 일본인 친구와의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아카데믹한 일본어와 달리 회화는 무척 주제가 빨리 전환되고, 많은 설명들이 생략된다. 그런 이유에서 일본 대학생들의 회화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문화적인 코드도 많이 다르다. 회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단순히 외국어만이 아니라, 문화 이해의 측면에서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3. 학습 방법
교토대학의 학풍은 ‘자유’로 알려져 있다. 이공계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지만, 문과는 확실히 학업의 부담이 적다. 그 대신 자신이 지니고 있는 흥미를 계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강의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내용을 통해 자신의 흥미를 발견하고 그에 따라 관심 있는 주제를 스스로 탐구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듯이 전자제품 사용을 위한 변압기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전기장판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현지 물가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개강 후 학교 근처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아마존 스튜던트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할인 및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이용하기를 바란다. 그 외에도 100엔샵과 드럭스토어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들을 비교적 염가에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생활의 질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가장 압박이 되는 것은 교통비일 텐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기권을 이용한다면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좋아한다면 교토에서 많이 걷기를 추천한다. 산이 많은 서울과 다르게 평지로 이루어진 교토는 걷기가 무척 좋다. 카모가와 강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관광객이 즐기기 어려운 여유이니 꼭 즐겨보았으면 좋겠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기숙사의 취사 시설을 이용하거나, 학생 식당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음식점에 가는 방법이 있다. 셋 다 무척 만족스러웠다. 학생 식당은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교토대 생협이 운영하는 학생 식당 ‘르네’는 외부인도 많이 이용할 정도로 괜찮은 식당이니 자주 이용할 만하다. 의외로 편의점 음식은 금방 질리게 된다. 한편 교토는 빵이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니, 교토의 제과점 체인인 신신도와 시즈야를 추천하고 싶다. 외부 식당의 경우 중심가는 상당한 가격이 있지만, 학교 주변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교토대 앞 햐쿠만벤에서 은각사로 향하는 길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정식, 라멘, 우동, 카레, 카페 등등 다양한 식당이 있다.
핸드폰은 OCN에서 운영하는 심 카드를 구매하였다. 한국으로 치면 알뜰폰에 해당하는데, 약 한 달에 2000엔 가량의 통신비가 들었는데, 두 달 정도는 프로모션 이벤트 덕분에 아예 통신비가 면제되기도 했다.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핸드폰일 텐데, 일본 또한 핸드폰 판매업자는 구매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니 미리 상세한 조건을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예기치 못하게 병원을 가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일본에서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은 건강 보험에 가입되어 보험료를 지불하므로, 병원에서 의료 보험 혜택을 자국민과 동일하게 받으니 이용하더라도 비용상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나는 치과에서 사랑니를 발치하였는데 한국보다 비용이 저렴했다. 들어보니 특히 치과의 경우 영업자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고 한다. 응대 또한 친절하므로 병이 생길 경우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길 권한다.
3. 여가 생활
교토는 잘 알려진 대로 그 가치가 상당한 역사적 명승지들이 매우 많다. 신사와 절뿐만 아니라, 교토의 문화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며 미술관 또한 그 외관과 내용 모두 충실하다. 또한 각 계절마다 라이트업 이벤트가 있다. 예컨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울 때, 또는 눈이 쌓였을 때 조명을 켜고 야간 개장을 하는 것이다. 밝은 낮에 본 것과는 다른 신비한 분위기에서 다시 신사와 절을 보는 것은 매우 각별한 경험이었다.
교토는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가장 다양하고 많은 상점들이 들어와 있는 아케이드인 신쿄고쿠도오리와 데라마치도오리에는 교토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취미를 지니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교토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츠룬데스’라고 하는 후지필름에서 제작하는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구매 및 현상까지 총 비용이 36장 기준으로 약 2000엔 가량 된다. 저렴하다고 할 순 없지만 손쉽게,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기에 알맞은 방식으로 순간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었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메라 렌탈 서비스나 필름 등등, 일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토대학이 고유의 학풍으로 인해 학업의 부담이 워낙 적다 보니 실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힘들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교토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교토의 다양한 문화재를 몇 번이고 찾아간 것은 물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교토의 구석에 있는 골목길 하나까지 샅샅이 훑고 싶을 정도로 이 도시가 좋고 많이 알고 싶었다. 낙엽이 찬란히 물든 가을이 되면 모든 신사와 절에서 라이트업 이벤트를 위한 야간 개장을 하고 신비로운 밤 풍경을 만드는 도시, 도심가에는 세련된 명품이 즐비한 백화점과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노포가 함께 자리한 도시, 곧게 뻗은 카모가와를 따라 걷다 보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자연스럽게 하늘로 향하고 있는 도시. 천년의 고도라는 말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곳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도시 같았다. 교토에서 생활한 나날들은 아마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밖에도 도쿄와 시코쿠, 그리고 홋카이도에 여행을 갔다. 다양한 곳에서 색다른 풍경들을 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 이곳에서 머무를 뿐인, 다른 여행자들보다는 조금 더 긴 기간을 여행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교환학생으로서 한국에서 지니고 있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차라리 낯선 환경에 자신을 맡기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살아가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즐거웠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 때의 행복이 되살아오는 것 같았다. 가끔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지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신청 인원이 미달되는 것을 보았는데, 현실적인 이유에서 섣불리 교환학생을 지원하기가 망설여지는 사람이 아무래도 많을 듯하다. 1년이라면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 학기 정도는 푹 쉬어도 괜찮은 기간인 것 같다. 나 또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일본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내가 살아야 하는 곳에서 내 삶을 앞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교환학생에 지원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다소 복잡하고 번거롭긴 해도, 분명히 충분한, 아니 그 이상의 보상이 주어진다. 사정이 허락된다면,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