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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_Universite Paris Sorbonne (Paris 4)_주은선

Submitted by Editor on 31 October 2013

I. 파견대학

1. 개요

프랑스의 고등교육기관은 크게 그랑제꼴과 그랑제꼴 외의 일반대학으로 나뉩니다. 전자는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프랑스의 행정 관료 등 사회 엘리트들은 대부분 그랑제꼴 출신입니다. 반면 다른 대학들은 시험 없이, 바깔로레아(baccalauréat)라는 시험을 통과하고 등록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파리의 일반대학들은 공식적으로 이름 대신 번호가 붙는데, 파리 4대학 역시 이 일반대학들 중 하나입니다. 파리의 모든 일반대학들을 소르본(Sorbonne)이라고 통틀어 부르지만, 인문학부가 강한 4대학을 특별히 옛 소르본 대학의 후신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파리 4대학은 여러 언어의 어학과 문학 수업이 다양하게 개설되므로, 이 곳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은 문학적 어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교환학생을 위한 수강신청은 일반 학생들보다 좀더 복잡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수업이 개설되는 학과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교환학생의 행정적 등록을 담당하는 Relations Internationales 사무실을 방문하여 행정등록을 완료해 학번을 부여받습니다. 이후 소르본대학 홈페이지와 ENT(Espace Numérique de Travail, 서울대 eTL과 비슷한 사이트)를 통해 내가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의 과목명과 강의번호를 알아내 학과사무실을 찾아갑니다. 그러면 학과사무실에서 신청서를 받아 거기에 본인의 학번과 과목 정보를 적어 내면 됩니다.

기숙사 역시 많은 학생들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대부분 학부교환학생들은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파리4대학은 전용 기숙사를 갖고 있지 않으며, 파리 시립 기숙사는 석/박사생 및 연구원에게 우선권이 돌아갑니다. 따라서 파리4대학에서 공식 통보가 오기 전에 미리 원룸(파리에서는 studio라고 부름)이나 사설 기숙사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파리 시립 기숙사 Cité universitaire (www.ciup.fr), 여학생 전용 사설 기숙사인 Foyer internationale des étudiantes (www.fie.fr) 등이 있습니다. 또한 Adele (adele.org)이라는 사이트는 위치, 가격, 주거 형태 등 조건을 설정하여 사설 기숙사 및 학생아파트를 검색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한인 사이트인 프랑스존 (francezone.com)에 회원가입을 한 후, ‘내집찾기게시판을 통해 방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식적인 게시판이 아닌 만큼 사기 및 부정거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파리는 서울보다 작기 때문에 시내 이동거리가 길지 않습니다. 따라서 집을 구할 때에는 굳이 학교 근처에 구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르본이 있는 5구는 파리 중심이어서 집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교통이 좋은 곳에 집을 구하면 집값도 아끼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학부 수업이 17, 18구의 별관에서 진행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5구에서만 수업을 들을 줄 알고 굳이 시내 중심부에 집을 구했는데, 막상 수강신청을 하고 나니 멀리 17구에서 모든 수업을 듣는 바람에 항상 전철을 타고 등교해야 했습니다.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담당자: Mme. Carole TORRIERO
직책
: Responsable des Echanges par Conventions / International Exchange Coordinator
부서: Service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사무실 위치
1, rue Victor Cousin 75005 Paris
Escalier I, 1er étage
Bureau F-670

전화번호 / 이메일: +33 (0)1 40 46 32 08 / carole.torriero@paris-sorbonne.fr

 

II. 수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소르본의 수업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수강생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강의를 듣는 CM(cours magistral), 여러 반으로 나뉘어 그 반의 담당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연습문제를 푸는 TD(travaux dirigés)입니다. 강의에 따라 CM TD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TD로만 구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수업은 불어로 진행됩니다. 외국어 교양 수업의 경우 해당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도 교수님은 프랑스인이며 수업 밖에서의 소통은 불어로 합니다. 교환학생을 위해 따로 마련된 수업은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들의 불어 학습을 돕기 위한 Tutorat가 존재합니다. Tutorat에 대해서는 밑의 학습 방법부분에서 더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수강한 과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Grammaire et Linguistique

학부 1학년 학생 대부분이 들은 대형 강의입니다. CM 두 시간과 TD 두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법과 언어학 두 분야를 함께 다룹니다. 그러나 문법의 비중이 언어학의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기말고사에서 문법은 20점 만점 중 15, 그리고 언어학이 나머지 5점을 이루며, TD시간에는 언어학을 제외한 문법 내용만 공부합니다. 학기 전반부에는 불어의 동사를 공부합니다. 한 동사를 정의하는 네 가지 요소(, 시제, 인칭, )를 훑어본 뒤, 가장 기본이 되는 직설법 현재의 단순시제를 깊이 배웁니다. 학기 후반부에는 불어의 문장 구조, 특히 복합 문장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 공부합니다.

 

Grammaire lettres classiques (La phrase, le verbe)

Grammaire lettres classiques라는 제목을 보고 이 과목을 신청했으나, 실제로는 La phrase, le verbe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TD 두 시간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재는 교수님께서 직접 코르네이유, 볼테르, 루소, 플로베르 등 프랑스 근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조금씩 발췌하신 모음집입니다. 수업시간에는 이 교재에 나온 글들을 교수님과 함께 읽고 분석합니다. 그러나 분석할 때 내용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문법적, 수사학적인 관점에서 텍스트를 바라봅니다. 어학과 문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고 또 근대 불문학의 다양한 고전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Grammaire et linguistique의 수업내용과 겹쳐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Anglais pour LM (lettres modernes)

이 과목은 서울대학교의 대학영어, 고급영어와 유사합니다. 같은 제목의 강의가 여러 개 개설되며, 담당 교수님에 따라 강의내용과 평가방법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택한 Anglais pour LM 수업의 경우, 교수님께서 미국 현대문학에 초점을 두셨습니다. Sylvia Plath James Baldwin 195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수업은 TD 두 시간이며, 영어로 진행됩니다.

 

2. 외국어 습득 정도

대부분의 수업에서 교수님들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개별로 잠깐씩 발표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서울대학교의 수업보다 조별활동이나 토론이 적습니다. 따라서 수업시간에는 말하기보다는 읽기, 쓰기능력이 조금 향상됩니다. 회화능력은 역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키워집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불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프랑스인 친구들보다는 다양한 국적의 교환학생들과 더 친해졌는데, 이 학생들과 불어로 이야기하며 회화가 많이 늘었습니다.

 

3. 학습 방법

불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환학생들은 프랑스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수업내용을 좇아갈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수업 중간에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이해가 안 되면 바로 질문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학수업은 별도의 과제 없이 수업시간에 텍스트를 접해보는 것이 연습의 전부였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강한 어학수업의 경우, 초반의 복잡한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익히면 후반부에서는 이를 텍스트에 적용시키는 연습을 할 뿐이므로 훨씬 수월합니다. 소르본의 일반적인 평가 방법은 두 번의 중간점검(contrôle continu)과 한 번의 학기말고사(examen final)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수업에 따라 과제나 퀴즈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시험에 점수가 결정되는 일이 없어 부담이 덜한 대신 중간중간 복습을 해주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tutorat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tutorat는 일종의 보충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완전히 자율적인 만큼, tutorat 참석 여부가 학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 수업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됐다면, 이번 주에 열리는 tutorat에 참석해서 보충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는 레포트를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글쓰기 tutorat에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불어 문법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tutorat가 열립니다. 불어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및 교수님들이 와서 수업을 진행하고 도와줍니다.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은 대개 프랑스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아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 필요한 소량의 생필품은 챙겨오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이런저런 행정처리를 할 때 다량의 서류가 필요하므로,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재학증명서 등 몇몇 중요한 서류는 한국에서 발급해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관공서에 제출할 서류는 아포스티유까지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파리의 물가는 대체로 서울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화장품, 의류 등 일부 고가품과 일부 식료품비는 한국보다 쌉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은행교통통신 등)

파리는 식료품비는 싸고 외식비는 높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을 봐서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 프랑스 학생생활조합인 CROUS에서 운영하는 학생식당도 저렴한 값에 양질의 식사를 제공합니다.

은행계좌 개설은 한국보다 복잡합니다. 은행에 미리 연락해서 약속을 잡은 후, 약속된 날 거주증명서와 신분증을 지참하고 가서 개설합니다. 후불식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사회보장제도(sécurité sociale - 학생보험)에 들고자 한다면 반드시 통장이 필요하므로 웬만하면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개설할 것을 권장합니다.

파리와 수도권의 대중교통수단은 전철(métro), 전차(tram)와 버스입니다. 전철과 트램 역은 도심에서부터의 거리에 따라 1-5(zone)으로 구분되는데, 같은 종류의 교통권이라도 커버하는 존의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므로 교통권을 구매할 때에는 항상 존을 명시해야 합니다. 참고로 파리시내는 2존까지입니다. 대부분의 파리 시민들은 Navigo라는 교통카드를 구매해 사용합니다. Navigo는 일주일, 한 달 또는 일 년 단위로 충전할 수 있는데, 충전이 유효한 기간 내에는 횟수 제한 없이 모든 교통수단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의 Navigo 중 외국인은 Navigo découverte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Imagine R라는 학생용 교통카드를 신청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은 크게 선불식과 후불식이 있습니다. 선불식은 5유로, 10유로부터 50유로까지 원하는 금액만큼의 충전티켓을 구매한 다음, 통신사의 ARS에 전화를 걸어 티켓에 쓰인 번호를 입력해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티켓 금액에 따라 주어지는 통화시간/문자 횟수가 달라집니다. 후불식 휴대전화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통장에서 요금을 매달 이체하는 요금제입니다. 두 종류 요금제 모두 핸드폰 구매 없이 유심칩만 바꾸어 사용 가능합니다.

소르본대학은 학생들에게 특정 보험 가입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 내의 학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개인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이 학생보험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3. 여가 생활

흔히들 파리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파리에는 대규모의 박물관 및 미술관이 여러 개 있으며, 다양한 공연도 1년 내내 열립니다. 특히 파리에 거주하는 학생은 대부분의 문화시설에 무료로 입장하거나 할인을 받습니다. 저 역시 이 할인제도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루브르나 오르세 등 유명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파리 시내 곳곳에 작지만 알찬 박물관들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말에는 2, 3, 4존용 Navigo로도 5존까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교외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TGV 표를 예약해 리옹, 스트라스부르 등지로 프랑스 국내 여행을 한 것도 좋은 추억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아서 해외여행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TGV나 유로스타 또는 비행기를 이용해 유럽 곳곳에 갈 수 있습니다.

 

4. 기타 보고사항

파리의 치안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소매치기나 서명운동을 위장한 절도 등에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관광지나 지하철역 등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IV. 교환학생을 마치는 소감

항상 서울에서 통학했던 저에게는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 평소와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 한국에서는 겪지 못했을 상황에 부딪히는 것 모두가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한 학기를 지내며 절감한 것은, 교환학생 기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이 주체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것을 겪어보려 노력하지 않으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 학기가 흘러갈 뿐입니다. 아무쪼록 인생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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