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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O은_Sciences Po_2023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6 March 2024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가장 큰 동기는 프랑스어를 더 자신 있게 구사하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 전공 수업들을 통해 꾸준히 프랑스어를 접할 수 있기는 했지만, 전공 수업은 프랑스어 교수법이나 언어, 문학 등의 영역들을 두루 다루다 보니 ‘프랑스어 실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기회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내 프랑스어 캠프에도 두 차례 참여하였고 교외에서도 현지인과 프랑스어로 대화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써보았지만, 국내에서 하는 공부만으로는 프랑스어를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게 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 내에 어마어마한 실력 향상이 가능할 리는 없지만, 프랑스에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살아보는 경험 자체가 저에게 자신감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또, 해외 살이가 저에게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면서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미래를 종종 상상했는데,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갈피가 잘 잡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방학 중 단기간 파리에서 공부해볼 수 있는 OIA 스누인 프로그램도 잠시 고민했었지만 결국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반 년 동안 각종 행정 처리, 병원 진료, 살림 등을 혼자 해내며 외국에서 살아보고 나면, ‘해외에 사는 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서를 제출하기 직전 제가 갖고 있던 기대는 이러했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저는 이미 교환학생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헤맨 만큼 내 땅이 된다는 사실을 다행히 알고 있었고, 더 넓은 곳에서 마음껏 헤맬 기회가 교환학생에게 주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같은 것들을 몸으로 겪으면서 제 세계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 파견대학 선정 이유

정치외교학부 외교전공 복수전공을 하는 중이라서, 교환학생을 간다면 외교학 및 사회과학을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시앙스포는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학교이기 때문에 시앙스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시앙스포에 대해 찾아보는 과정에서 시앙스포는 추상적인 이론 공부보다는 실제적인 학문, 실무로 연결되는 수업을 중시하는 학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점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앙스포 파리캠퍼스가 파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하교 후 어디를 가기에도 좋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 지역 선정 이유

저에게는 교환학생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곧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현지인들과 부대끼고 살아가는 경험을 하려면 프랑스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에 가는 방법도 잠깐 고민해보았지만, 프랑스어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은 아무래도 프랑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프랑스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했기 때문에 결국 프랑스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은 자연스레 프랑스 문화의 중심 파리가 저에게는 1순위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 파견대학 특징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는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 고등 교육기관인 그랑제꼴 중 하나로, 정치학 및 사회과학 중심 학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소수 정예의 학생들만 선발하여 입학이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고, 프랑스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을 비롯하여 프랑스 정계 주요 인사들이 많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성 때문인지, 수업이나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행사에서 학교와 학생들의 자부심이 굉장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비자 준비 과정에서 캠퍼스 프랑스 면접관 분께서 저에게 “시앙스포는 좋은 학교이고, 공부하기는 아주 어려울 거니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교환학생으로 가는 건데 수업 따라가는 것이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울까, 생각했었지만 다른 학교로 교환학생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비교해보면 확실히 시앙스포가 교환학생들에게 지어주는 학업 부담이 큰 학교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출석 기준이 재학생들과 동일하게 엄격히 적용되고(이유 불문 결석이 2번을 초과하면 그 수업은 F를 받게 됨), 수업에 열성적인 학생들이 많은 분위기입니다.

 수업의 특징을 더 적어보면, 먼저 영어 수업이 파리의 다른 학교들에 비해 많이 개설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지원할 때부터 영어 코스/프랑스어 코스를 선택하게 되어 있어서, 영어 수업을 듣고 싶으신 분들은 지원할 때 영어 성적을 내고 영어 코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시앙스포에는 외국인 학생이 정말 많은데, 저는 프랑스어 수업만 들었는데도 어떤 수업에는 한 명 정도를 빼고는 수강생이 전부 다 교환학생인 경우도(모두에게 열린 수업임에도) 있었습니다. 또, 경제 전공을 제외하고는 발표, 에세이, 팀 프로젝트 등 활동이 없는 수업을 찾기가 힘들었을 정도로 수업들이 전반적으로 학생의 활발한 참여를 요구합니다. 교환학생들은 본인의 전공이 아닌 타 전공 수업들도 자유롭게 택해 들을 수 있으니, 교환학생으로서 관심 분야에 관해 질 좋은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공부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시앙스포가 딱 맞는 교환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행이나 휴식이 교환학생의 주 목표인 분들에게는 시앙스포의 이러한 면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캠퍼스는 파리 7구에 위치해 있는데, 하굣길에 10분만 걸어가면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이 나오는 중심지입니다. 명품 샵이 즐비한 소위 부자 동네라고 여겨지는 곳이라서 깔끔하고 인프라도 좋은데 전반적으로 좀 비쌉니다. 등굣길 혹은 하굣길에 어디든 실컷 놀러 갔다 오시고, 밥은 식당 말고 숙소에 돌아와 해 드시면... 됩니다.

 

- 지역 특징

 파리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행정이 느려서 답답할 때, 길 가다 인종차별적인 말을 뱉는 사람을 만날 때, 버스가 너무 안 올 때, 지하철 탈 때마다 휴대폰을 꼭 쥐어야만 할 때. 파리가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다가도, 해 질 무렵 센강을 걷다 보면 금방 다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마는 도시였습니다. 세 번을 넘게 가도 질리지 않는 미술관들이 하굣길에 있고, 언제든 빈손으로 가서 누워 쉴 수 있는 공원이 도처에 널려 있는 도시였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및 타임라인

 파견 전 몇 달 간 개인적으로 너무 바빴던 탓에 비자 신청 및 숙소 구하기를 좀 급히 진행했었습니다. 예상보다 서류 처리가 늦게 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수정사항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저처럼 마감일에 딱 맞추어 급히 하지 마시고 무엇이든 부지런히 준비하여 여유롭게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2학기 파견 가실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저의 타임라인을 적어둡니다. 절차 별 상세한 방법은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에 이미 많이 정리되어 있어서 검색해보시고 도움 받으시면 됩니다.

 비자 신청 절차는 크게는 [시앙스포로부터 admission 받기] – [캠퍼스 프랑스 면접] – [대사관 면접] 순으로 진행됩니다.

 

  • 3/27 : 시앙스포에 application 제출

**시앙스포의 official application deadline은 4/4였고,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서는 3/24까지는 지원 완료하기를 권고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3/13에 제출했던 친구와 같은 날에 adimission 받았습니다.

  • 5/2 : 시앙스포에서 admission 메일 받음

**Admission 메일을 받았다는 것은 입학 허가서(certificate de scolarité)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있어야 다음 절차인 사설 기숙사 지원, 캠퍼스 프랑스 서류 제출을 할 수 있습니다.

  • 5/16 : 국제협력본부에 입학허가서 전달

**국제협력본부에서는 교환교에서 admission 메일 받는 대로 바로 입학허가서를 전달해달라고 하셨는데(캠퍼스 프랑스 절차에 필요하므로), 메일 오류 이슈로 뒤늦게 보냈습니다. 다음 날 국제협력본부에서 바로 캠퍼스 프랑스 측에 전달 완료했다는 메일을 주셨습니다(빠른 일처리 감사합니다).

  • 5/16 : 캠퍼스 프랑스 서류 제출 (1차)

**저는 이날 했지만, 입학허가서 외에 필요한 서류들은 미리 준비하여 사이트에 등록해두었다가 입학허가서 받자 마자 바로 완료하여 제출하시길 권합니다.

  • 5/17 : 캠퍼스 프랑스 서류 수정사항 안내 메일 받음
  • 5/20 : 캠퍼스 프랑스 서류 보완하여 제출 (최종)
  • 5/23 : 캠퍼스 프랑스 서류 승인
  • 5/24 : 대사관 면접 예약 (6/27로)

**원칙상으로는 캠퍼스 프랑스 면접이 끝난 후 대사관 면접을 예약해야 하는데, 딱히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사관 면접 예약부터 먼저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약했습니다. 대사관 면접 날짜가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미리 안 했으면 큰일 났을 뻔했습니다.

  • 6/1 : 캠퍼스 프랑스 면접 (출국 약 2개월 전)

** 4명이 함께 들어가는 대면 면접이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한국어로 질문하셨고, 교환 가서 수업 들을 언어로 답변하라고 하셨습니다. 질문은 사람마다 다른데, 저에게는 전공이 불어고 정외 복수전공하니까 시앙스포 가는 이유는 이해가 된다고 하시면서, 시앙스포에 대해 아는 것을 얘기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난한 질문 몇 개 더 받았던 것 같습니다. 면접 분위기나 방식은 완전히 면접관 바이 면접관인 것 같고, 합불이 있는 면접이 아니니 스트레스 안 받으셔도 됩니다.

  • 6/27 : 대사관 면접 (출국 약 1개월 전)

** 대기를 30분 넘게 했던 것 같습니다. 휴대폰을 제출한 상태라 너무 지루했으니 책 한 권이라도 가져가시길 권해드립니다.

** 입학허가서 받던 날 입학 허가서에 적혀 있던 학기 종강일과, 6월 중순쯤 시앙스포 사이트에 필요 서류 제출한 다음 새로 다운 받은 입학 허가서에 적혀 있는 학기 종강일이 일주일 차이 나서, 이것 때문에 대사관 면접에서 좀 곤란했습니다. 대사관에서는 서류상 변경 사항이 있다면 변경된 서류로 처음부터 다시 진행했어야 한다고 저를 꾸짖으셨지만, 그렇게 했다면 출국일 전까지 비자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첫 서류로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 공지 없이 학기 종강일을 일주일 늦출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라도 계시면 이런 일이 있더라도 덜 당황하실 것 같습니다.

  • 7/12 : 비자 수령 (출국 약 3주 전)

** 대사관에서는 수령까지 3주 이상 걸릴 거라고 이야기하셨었는데, 저는 면접 보고 16일만에 수령했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보다 조금 일찍 면접 본 친구는 이것보다도 덜 걸렸고, 저보다 조금 늦게 면접 본 친구는 4주나 걸려서 받았다고 합니다. 비자 신청 시기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비자 수령 시기는 매우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빠뜨리는 서류가 없도록, 비자 신청 절차 동안에는 정신 잘 차리고 꼼꼼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파리 교환학생 준비 과정을 통틀어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저에게는 살 곳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시앙스포는 공립 기숙사 시설인 Crous를 제공하지 않아서 학생들이 온전히 제힘으로 구해야 하는데, 그나마 저렴하고 안전하게 지낼 만한 곳이 사설 기숙사라고 판단했습니다. 파리 한국관도 좋은 옵션인데 저는 지원 기간을 놓치는 바람에 지원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시앙스포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을 보면 보통 (1)사설기숙사 (2)한국관 (3)그냥 월셋방 구하기(혼자 살거나 룸메 구해서 collocation) 정도의 방법 중 하나로 숙소를 구했습니다.

 입학허가서를 받은 후부터는 기숙사 구하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보통 사설기숙사는 메일로 지원합니다. 저는 파리 내 사설기숙사 50군데 정도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에는 기본적인 정보&언제부터 언제까지 머물 건지 적고, 입학허가서&lettre de motivation(요구하는 데가 있길래)&CV를 첨부했습니다. 기숙사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폼을 제공하는 곳들도 간혹 있어서 몇 군데는 그렇게도 지원했고요.

 저는 좀 늦게 구하기 시작했는지, 자리가 다 찼다/너무 단기라서 못 받는다/답장 없음 등의 이유로 거절을 당하다가 유일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준 Foyer Service Social Breton 기숙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기숙사에 대해서는 밑에서 더 적겠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서울대 한 학기 등록금을 내면 시앙스포 한 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만 스포츠 수업의 경우 따로 돈을 내야 해서, 요가 수업 25유로를 지불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기숙사는 등록금 95유로, 보증금 505유로를 입사 전에 미리 지불해야 했고, 월세는 505유로였습니다. 다만 2024년 1월부터 월세가 올라서 작은 방은 523유로, 큰 방은 590유로가 된 것으로 압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강신청 전에 수강편람이 나오는데, 수업 목록과 강의계획서를 살펴보면서 시간표를 짠 다음 사이트를 통해 수강신청 하면 됩니다. 선착순 신청이기는 하지만 서울대처럼 서버 시간까지 체크해가며 신청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하라는 대로 시간에 맞추어 잘 신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수강신청 전에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웨비나를 zoom으로 열어주는데, 자세한 수강신청 방법과 유의사항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웨비나에 참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메일로 상세한 수강신청 가이드를 보내주기 때문에 그것만 잘 참고하여도 문제없이 수강신청 할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스포츠 및 예술 수업(cultural, sports and wellbeing activities)의 경우에는 수강신청이 개강 직전 즈음 별도로 이루어집니다. 와인, 발레, 조정, 펜싱 등등 굉장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개설되기 때문에 이 수업들은 재빠르게 신청해야 선착순에 들 수 있습니다. 저는 하나밖에 못 잡았는데 수강신청만 성공했다면 하나 더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 수업들의 경우 수업 등록금을 따로 내야 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재미있는 수업도 듣고 친구도 사귈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영어 코스 교환학생(English Program. 영어 성적 낸 사람)은 영어 수업만, 프랑스어 코스 교환학생(Francophone Program. 프랑스어 성적 낸 사람)은 프랑스어 수업만 수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수강신청 전에 안내하셨습니다. 그런데 따로 문의해보니 프랑스어 코스로 등록되어 있더라도 수강신청 전까지 영어 C1에 해당하는 성적을 제출하면 영어 수업도 들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미리 준비를 못해둬서 프랑스어 수업만 들었지만, 영어 수업과 프랑스어 수업을 섞어서 듣는 친구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총 4과목, 16ECTS를 수강했습니다. 셋은 5ECTS짜리 세미나 강의였고, 하나는 1ECTS짜리 스포츠 수업이었습니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비교하면 적게 들은 편인데, 소속 학과에 따라 학점 인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겠다고 예상되는 분들은 더 많이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저희 과 기준에 따라, 강의 15시간 당 1학점으로 계산하면 5ECTS짜리 세미나 강의 하나를 들어도 강의 총 시간이 적다 보니(주에 2시간, 학기가 총 12주차이므로 총 24시간) 1학점으로밖에 인정되지 않아서, 학점 인정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수업을 선택했습니다. 또, 프랑스어 수업만 들으려다 보니 수업 개수가 많으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는 요가를 제외하고는 프랑스어 수업만 들었고, 제가 들은 수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ntroduction à la diplomatie climatique et environnementale (Louise Rousseau)

기후 변화에 대한 외교적 대응, 기후 변화가 국제관계와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기후 및 환경에 대한 기초적인 과학 지식과 더불어서, 현재 국제사회에서 어떤 기후 의제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국가마다 각 의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시스템에서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등을 다룹니다. 교수님께서 프랑스 외교부에서 Conseillère-négociatrice로 일하고 계신 분이셔서 그런지 강의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과 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씀이 좀 빠르시지만 교수님께서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해오시고 양질의 자료도 많고, 또 강의력도 깔끔하셔서 좋았습니다. 수업 몇 주 만에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우십니다.

팀 발표 1회(ex. Les liens entre climat, biodiversité et pollution / Géopolitique du plastique,...등의 주제 중에서 선택), 팀 토론 1회(ex. Faut-il parler de genre dans une COP ?,...등의 주제 중에서 선택), 장관에게 조언하는 note 쓰기 1회(ex. Stratégie diplomatique de la France pour un accord ambitieux sur le plastique,...등의 주제 중에서 선택)가 있었고, 수업 마지막 날에는 수강생들끼리 한 국가씩 맡아 모의 파리기후협약 COP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이 COP가 좀 부담스러워 걱정했었는데, 1주 전쯤 본인이 맡을 국가를 미리 정해서 준비할 시간도 있고, 발언권을 본인이 요청한 다음 발언하는 식이라서 갑작스런 질의응답에 대한 우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프랑스는 기후 이슈가 워낙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곳인 만큼 우리 학교 수업만으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과 고민을 이 수업에서 많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1. Economie des réfugiés (Benjamin Michallet)

난민 및 이주 문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매우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는 강의입니다. 난민 및 비자발적 이주민의 개념부터, 프랑스의 난민 심사 및 수용 절차, 난민이 수용국에 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선주민들이 난민에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오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다룹니다. 그래서 수업 제목이 ‘난민 경제학’이고 강의계획서에도 1학년 수준 경제학 선이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기는 했지만 경제학적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수업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도 수업에서 경제학 안 배워본 사람들 손 들어보라고 하신 다음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굉장히 생각해주시고, 매번 오토바이 헬멧을 들고 강의실에 들어오시는, 자유롭고 열려 있는 교수님께 인격적으로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로드는 팀 발표 1회, 글쓰기 시험(devoir sur table) 1회가 있었습니다. 학기말 글쓰기 시험은 교수님께서 시험 당일에 4개 정도의 주제를 제시하시고 그 중 원하는 주제를 하나 골라 한두 페이지 정도 손으로 글을 써내는 시험이었습니다. 주제는 지엽적인 암기를 요구하는 주제가 아니라 수업 중 중요하게 다뤘던 내용으로 주어져서, 교수님이 수업에서 강조하신 개념이나 수업에서 다룬 연구의 주요 내용을 외우시면 됩니다.(ex. 난민과 경제적 이주민의 차이, Borjas 모델은 난민에게도 적용 가능한가 ?)

 

  1. Asie dans les relations internationales depuis 1900(L’) (Pierre Grosser)

아시아(인도 태평양) 지역의 국제관계사를 다루는 수업입니다. 20세기 초부터 시대순으로 이동하면서, 주요 역사적 사건과 그 배경, 그것이 국제관계에 미친 영향 등을 상세히 다룹니다. 심도 있는 역사 수업이다 보니, 한국사뿐 아니라 동아시아사를 잘 알고 계신 분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아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은 시앙스포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오신 분인데, 이 분야에 있어 굉장히 박학다식하십니다. 유럽에서, 서양에서 아시아와 한반도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도 중국인도 대만인도 있는 교실에서 현대사 이슈들과 현안들을 다루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학생은 없어서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로드는 팀 발표 1회, 3500 단어 기말 페이퍼 1회 있었습니다. 팀 발표 주제 중 ‘한국 전쟁은 내전인가, 스탈린과 마오의 야망의 결과인가 ?’라는 한국에 관한 주제가 하나 있어서 저는 그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1. Yoga (Hatha) débutants

요가 수업이 여러 개 개설되는데, 저는 캠퍼스 내에서 배우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간혹 외부 요가 교실에 요가 매트를 각자 가지고 가서 배우는 요가 수업들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요가 매트는 강의실에 준비되어 있었고 옷만 챙겨갔습니다.

언어가 수강신청 시에 따로 적혀 있지 않았는데 교수님 재량으로 영어로 진행하셨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수업답게 천천히 쉽게 가르쳐주셨고, 학기 중반쯤부터는 파트너 요가 동작을 매번 시키셔서 옆에 앉은 친구와 함께 웃으며 동작을 했던 게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요가 수업을 택한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수강생들이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3. 학습 방법

 저는 DELF B2를 교환학기 1년 전쯤 땄는데, 그 이후로 프랑스어 공부를 거의 못한 채로 교환학생을 가서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교환학생이더라도 대부분 C1 이상의 실력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특히 학기 초에는 수업에 갈 때마다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수업 첫날 교수님께 양해를 구한 다음 매번 강의 녹음을 했고, 여유가 날 때나 시험 전에는 그 녹음본을 다시 듣거나 강의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 적어서 공부했습니다.

 언어가 문제가 안 되는 경우라면, 강의를 열심히 듣고 주어지는 과제에 성실히 임하기만 하면 크게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시앙스포는 특히 출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출석은 성실히 하셔야 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프랑스어 실력을 빨리 늘리려면, 강의실 밖에서도 프랑스어를 최대한 쓰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애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이나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프랑스어로 대화하고 친해지면서 프랑스어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프랑스인이라면 궁금한 뉘앙스나 요즘 쓰는 밈들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고, 프랑스어를 구사하지만 프랑스인이 아닌 친구라면 양쪽 다 모국어 아닌 말을 쓰고 있으니 더 편안하고 자신 있게 말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프랑스어를 반드시 써야만 하는 환경에 자신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각종 안내와 행사가 프랑스어로만 이뤄지는 사설 기숙사에서 지낸 덕에, 어쩔 수 없이라도 프랑스어로 된 공지글을 읽고, 프랑스어로 데스크 직원과 대화해야 했습니다. 한국관에서 지냈다면 마음은 더 편안했을지 몰라도 이런 기회는 덜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 옷 관련

 파리는 서울보다 겨울에 훨씬 덜 추워서 롱패딩까지 입을 필요 없었습니다. 저는 겨울 외투로는 코트만 챙겨갔고 파리에서 저렴한 숏패딩을 구매해 입었습니다. 옷을 한국에서 가져가더라도 파리에 가면 현지 사람들의 스타일을 보고 또 옷을 사고 싶어지기 때문에, 가서 입을 옷을 한국에서 다 챙겨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꼭 입을 것 같은 편한 옷만 조금 가져간 다음 예쁜 옷은 파리에서 조금씩 사 입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키가 작은 편이라 바지는 못 사 입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든 바지가 길게 나오는 건 아니라서 괜찮았습니다. H&m, 자라 같은 브랜드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고, 마레지구에 빈티지 샵이 많은데 거기서 간혹 괜찮은 옷을 아주 저렴하게 사기도 했습니다. 양말이나 스타킹은 한국이 더 저렴하니 충분히 챙겨가는 게 좋습니다.

 

- 음식 관련

 파리는 외식 물가가 비싸서 저는 주로 요리를 해먹으며 지냈습니다. 웬만한 한식 양념은 아시안 마트나 한인 마트에 다 팔기 때문에(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고춧가루, 참기름 등은 꼭 챙겨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고춧가루, 참기름, 국간장, 된장, 소금, 굴소스를 현지에서 구매해 썼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미리 사갔던 코인육수를 국물이나 찌개류 혹은 잔치국수를 해먹을 때 요긴하게 잘 썼고, 비빔면 소스도 아주 유용했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하신다면 떡볶이 가루를 많이 챙겨가면 아주 좋습니다.

 전기밥솥을 챙겨가야 할지 고민되실 텐데, 저는 한국에서 산 1인용 미니밥솥을 배낭에 넣어서 가져갔고 그 덕분에 밥솥 중고거래 등을 할 필요 없이 도착 직후부터 마음 편히 밥을 해먹을 수 있었습니다. 상태가 괜찮고 가격이 저렴한 밥솥을 파리에서 구하기 위해 애쓸 필요 없어서 좋았습니다. 돌아올 때 팔고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나 사가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 기타 생활용품

 한국에서 산 작은 전기장판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저희 기숙사 방에는 작은 라디에이터가 있었지만 한국식 보일러 난방이 아니다 보니 겨울에 많이 추웠습니다. 가을학기 파견 가시는 분들은 머무를 숙소의 난방 상태를 먼저 가신 분들을 통해 확인하시고, 춥다면 전기장판을 챙겨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찾아보면 여행할 때 챙겨 다닐 수도 있게 부피가 작게 나온 전기장판이 있어서, 짐 부피도 크게 차지하지 않고 괜찮습니다.

약은 충분히, 골고루 잘 챙겨가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외국 약은 생각보다 우리 몸에 잘 맞지 않고, 파리에서 병원에 가는 일도 많이 번거롭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종류별로 챙겨가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여성 분들의 경우 위생용품을 챙겨가야 하는지도 고민되실 텐데, 위생용품은 파리 마트에서 한국보다 약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좀 얇고 오버나이트처럼 큰 사이즈는 없어서, 오버나이트는 챙겨가시는 게 좋고 평소 양이 많으신 분들은 아예 한국에서 충분히 챙겨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샤워기 필터는 꼭 챙겨야 하는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리 수돗물의 수질이 과거와 달리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기숙사 화장실이 공용이라 필터를 챙겨가지 못해 걱정했었는데 문제 없이 잘 지냈습니다. 먹는 물도 저는 브리타 정수기를 현지에서 구매하여 수돗물을 걸러 마셨습니다. 평소에 물에 특별히 예민하신 게 아니라면 저처럼 필터를 못 쓰게 되더라도 걱정하실 필요 없을 듯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마트에서 식재료를 장볼 때와 빵집에서 빵 살 때를 제외하고는 파리의 거의 모든 것이 한국에 비해 많이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외식 물가가 비싸서 좋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일반 식당에 가더라도 최소 15유로 이상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식당에 가면 특히 너무 비싼 가격에 한식을 먹어야 해서 생각보다 한식당도 잘 안 가게 됩니다. 반면 마트 식재료 물가는 저렴해서 저를 비롯한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요리를 직접 해먹으며 지냈습니다. 또, 빵집에서 사먹는 빵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빵도 거의 매일 사먹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마트, 의료, 은행, 교통, 통신)       

- 식당

시앙스포 근처에는 Les deux magots, Kodawari Ramen 등의 식당이 유명하고, 이외에도 맛있는 식당이 많이 있습니다. 시앙스포 캠퍼스 내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나 빵을 사먹을 수도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줄이 매우 깁니다. 학교 밖에서 저렴하게 점심을 먹고 싶으시면 학교 근처 Restaurant Mabillon이라는 크루스 학생 식당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런 저런 음식들을 골라 담아 먹을 수 있습니다.

 

- 마트

Carrefour, Franprix, Monoprix가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대표적인 프랑스 마트이며, Carrefour>Franprix>Monoprix 순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저는 프랑프리가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워서 주로 프랑프리에서 장을 봤지만, 이외에도 Lidl이라는 조금 더 저렴한 마트도 있습니다. 숙소에서 가깝거나 저렴한 마트를 여기저기 다녀보고, 자주 갈 만한 마트를 찾아 장을 보시면 됩니다. 저는 살 것이 없어도 가끔 마트를 들러 구경하고 나오기도 했을 만큼 장보기에 재미를 붙이고 지냈습니다.

아시안 식품들은 Tang frères(중국마트)나 Ace mart(아시안 마트) 혹은 K-mart(한인 마트)에서 살 수 있습니다.

 

- 의료

파리에서 병원을 가려면 우리나라처럼 그냥 병원에 찾아가면 안 되고 미리 헝데부를 잡은 뒤 병원에 가야 합니다. 저는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은 없으나, 시앙스포 스포츠 수업을 들으려면 병원에서 certificat médical(건강 증명서)을 받아 제출해야 해서 한 번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학교에서 스포츠 수업 수강신청 안내를 메일로 보내줄 때 어느 병원을 가면 되는지, 어떻게 헝데부를 잡으면 되는지 함께 안내해주기 때문에 안내를 잘 읽고 그대로 하면 됩니다. 인슈플러스 등의 유학생 보험을 미리 들고 가면, 병원에 가야 할 때 헝데부를 대신 잡아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편하다고 들었습니다.

 

- 은행

프랑스 은행에서 실물 계좌를 여는 방법이 있고, 인터넷 은행 계좌를 여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취를 해서 관리비를 내야 하는 경우 프랑스 은행 계좌만 사용 가능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반드시 프랑스 은행 계좌가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저는 Revolut라는 인터넷 은행 계좌만 열었습니다.

Revolut 계좌로 주택 보조금 Caf도 받을 수 있고, 친구에게 송금할 때 매우 간편하며, 아이폰 애플 페이로 등록해두고 사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잘 사용했습니다. 다만 Revolut는 리투아니아 은행이라서 가입 후 프랑스 iban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Revolut 계좌를 열고 사용하는 자세한 방법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후기가 많으니 그것들을 참고하시면 쉽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Revolut 애플페이/한국에서 발급 받아간 트래블월렛 카드/한국에서 발급 받아간 비바X 카드, 이렇게 세 가지를 이용했습니다. Revolut의 경우 한국 계좌에서 Revolut 계좌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모인이라는 송금 어플을 사용하면 유학생들의 경우 수수료를 제외해주어서 편리했습니다. 트래블월렛과 비바X는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파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할 때에도 다 사용 가능했습니다.

 

- 교통

학생들을 위한 나비고(Imagnie R)를 발급받아 사용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파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리 일정 금액을 내고 1년 간 자유롭게 파리 어느 곳에서든&어느 대중교통이든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입니다. 1년 동안 거주하는 게 아니더라도 이게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 교환학생 대부분 이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 학기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에게 양도받아 사용했습니다.

파리 대중교통은 지연이 아주 잦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오는 시간을 보고 외출하던 것처럼 프랑스에서 구글맵을 믿고 외출한다면 지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구글맵 도착 예상시간보다 아무리 적어도 5분은 더 걸린다고 생각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 통신

프랑스는 한국보다 통신비가 저렴합니다. 주로 오렌지, 부이그, 프리 중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데 저는 해지가 가장 쉽고 가격이 셋 중 중간에 해당하는 부이그를 사용했습니다. 한 달에 130기가에 15.99유로 요금제를 골라 이용했습니다. 스위스를 제외한 유럽 모든 국가에서 로밍도 제공되어서 별도로 로밍을 하거나 유심을 살 필요 없었는데, 그걸 모르고 스위스 여행 시에 그냥 출국했다가 요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그 이후로 아프리카에 여행 갈 땐 미리 유심을 꼭 알아보고 여행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시앙스포에는 동아리가 굉장히 다양하게 있고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Welcome program에 참여하면 첫날 몇몇 동아리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있고, 이후에 동아리 소개제와 비슷한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저는 Sciences Po Refugee Help라는 난민 지원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좀 늦게 지원했는데, 너무 늦게 지원한 탓인지 아쉽게도 활동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과 아시아에 관심 많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서 ramentoi라는 한일 문화 관련 동아리에도 가입했는데, 이 동아리는 활동 시작 시점이 너무 늦어서 아쉽게도 사실상 활동에 참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저는 학기 중에도 여행을 자주 다녀서, 만약 동아리 활동까지 병행했다면 너무 바빴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리와 여행 둘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둘 것인지 고민해보고,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동아리를 하지 않더라도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저는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들도 있었고, welcome program에서 같은 조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했고, 학기 초에 많이 열리는 파티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했고, 또 기숙사에서도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또, 언어 교환 어플을 통해 친구를 만난 적도 있고, 혼자 여행을 다니다 친구를 사귀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이렇게 친구를 만날 통로는 다양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회를 잡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저절로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열린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연락을 지속하는 등 노력이 필요합니다. 감사하게도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가와주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이 친구들과 서로 언어를 알려주기도 하고, 음식을 해주며 놀기도 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 중에 얻은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외국인 친구들과의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여행 역시 파리 교환학생 생활의 큰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혼자서 하는 배낭 여행을 원래도 좋아해서, 친구들과의 여행뿐 아니라 혼자 하는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프랑스 국내여행뿐 아니라 영국,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포르투갈, 스페인, 튀니지, 모로코, 이렇게 유럽과 아프리카 이곳 저곳을 혼자 혹은 여럿이 누비다 온 기억이,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도저히 꼽을 수 없을 만큼 하나하나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출발 며칠 전에 갑자기 마음 먹고 시작하는 여행,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가보겠다고 10시간씩 야간 버스를 타고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 다니는 여행, 배낭 하나 메고 일주일 넘게 여행 다녀오는 여행은 대학생일 때 아니면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신나게 쏘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박물관 및 미술관이 국제 학생증이나 시앙스포 학생증으로 아주 싸게 혹은 무료로 입장 가능했습니다. 심지어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도 학생증 할인을 받았습니다. 학생증을 무기 삼아 저렴하게 여행 다니는 기쁨을 실컷 누리고 오시길 바랍니다. 저는 비자가 5개월밖에 나오지 않아 종강 후 더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5. 사설 기숙사 후기

 저는 Foyer Service Social Breton 이라는 사설 기숙사에서 지냈습니다. 파리 15구인데 14구에 가까운 15구에 위치하고 있고, 몽파르나스 역과 매우 가깝습니다. 시앙스포까지는 지하철과 도보로 25분 정도 걸립니다. 동네는 주택가 느낌이라서 조용하고 깔끔한 편입니다. 원래 그래서 15구를 기숙사 위치로 많이 선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방 월세는 위에서 적었듯 505유로였고, 2024년 1월부터는 523유로로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월세가 500유로대 초반인 기숙사는 파리에서 은근히 찾기 어려워서, 여기는 가성비가 괜찮은 기숙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식사가 나오고, 방을 비롯한 시설들이 전반적으로 깔끔한 데다, 기숙사 차원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요가 수업, 웰컴파티 등)을 종종 열어서 저는 만족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방에는 세면대만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층마다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부엌은 0층에서 다같이 사용하는 공용 부엌입니다. 저는 후기 글을 보지 못하고 기숙사 입사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터라, 더 자세한 후기를 제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올려두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네이버에 검색하여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6. 안전 관련 유의사항

 파리는 소매치기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지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소매치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던 덕에 악명 높은 것에 비하면 실제로는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너무 과하게 겁 먹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식당이나 카페 테이블에 짐을 두고 화장실을 간다거나, 지하철에서 한 손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또, 파리는 늦은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프랑스 친구들도 밤에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파리의 밤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늦은 시간에 다닐 일이 있다면 꼭 친구와 다니거나 우버 택시를 타고 다니시길 권해드립니다.

 

7. 기타 유용한 정보

@billetterie_du_bda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해두면 각종 공연 할인 티켓이 올라와서 유용합니다. 시앙스포 학생들이 저렴하게 오페라, 연극, 댄스, 뮤지컬 등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티켓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인기 있는 공연은 금방 표가 매진되어서, 저는 알림 설정 해두었다가 새 포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얼른 들어가 티켓을 예매하곤 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4학년 2학기, 졸업 후의 진로에 관해서도 명확히 갈피가 잡히지 않은 채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3학년쯤 되어서야 학교 생활을 뒤늦게 제대로 해볼 수 있었고, 4학년 1학기에는 교생실습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저학년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오면 바로 초과학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가끔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돌아온 지금은 더 일찍 다녀오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선 제 경험들 덕에 더 마음껏 헤매고 부딪힐 용기를 안고 출발할 수 있었고, 더 일찍 갔다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반 년 동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여행한 나라는 대충 세어봐도 열 손가락이 넘어갑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한국에서 같은 것을 보아도, 같은 사람을 만나도, 더 많은 것이 상상되고 더 많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어떠한 눈 같은 것이 새롭게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인데, 이것이 한 번 생긴 이상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간 보고 듣고 온 많은 것들이,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게 만드는 눈과 귀가 돼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더 늦기 전에 난생처음 이방인으로서, 소수자로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사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수업에서 인생 최악의 팀플 조원들을 만나 고생한 일, 여행 중 버스와 기차를 연속 다섯 번 놓쳐버린 일, 기숙사 열쇠를 잃어버려 동네 마트 직원들이 총출동하여 온 마트를 뒤졌던 일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돌발상황과 시행착오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차분히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 나를 다시 일으켰던 경험들은 분명 앞으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큰 용기가 돼줄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다녀왔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언어가 늘었다거나,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거나, 안 보이던 미래가 보이게 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확신하건대 앞으로 저는 헤맨 만큼 넓어진 제 땅에서, 좀 더 넓은 눈과 친절한 마음으로 더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생 감사하고 그리워할 시간과 공간이 생겨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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